Pandemonium. Mammon's Tower(67)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분명히 데몬 아이다.
이거 김천 던전에서 하나 득할걸 시작으로 여차여차해서 총 다섯 개를 모았었지 않나? 이 아이템의 용도는 언노운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아이템의 정보가 락다운 걸려 있다,
초창기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락다운 걸린 정보라면 뭔가 있지 않나 싶다.
데몬의 눈은 행운력이 통하지 않는 아이템 중 하나다. 데몬의 눈에 기본적으로 붙는 특수 속성 때문으로 파악되긴 하는데···.
하여튼 언노운은 일절 입을 열지 않는다. 아이템 분배가 끝난 사람들이 하나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고단한 여정이 아니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층을 오르는 것은 색다른 감흥을 준다. 또 무엇이 있을까? 어떤 미션이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래도 목적이 있다는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이들은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동기부여. 그것은 인간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가장 무서운 무기다.
하루가 가고 또 내일의 아침이 밝는 것은 탑의 시간과 밖의 시간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차원은 다르지만 흐르는 시간은 같다. 여기에서 하루는 이모탈 시티의 하루와도 같다. 벌써 몇 달이 훌쩍 가버렸다. 조금 있으면 반년이다.
이모탈 시티의 평범한 사람에 반년의 시간은 아주 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평범한 사람의 수명은 길어 봐야 100살 안팎이다.
마인이나 이그조틱에게 반년은 하루 정도의 의미랄까. 이들은 시간의 개념을 잊고 산지 한 참됐다. 반년이라는 시간은 팔십 년을 이곳에서 보낸 사람들에게는 견줄 수 없는 시간이다.
층을 오르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지루해 하거나 불만인 사람도 없다. 늘 해왔던 일을 반복하는 것은 지겨울 만도 한데 이렇게 완벽히 통제가 가능할 정도니 쉽지 않은 일이다.
이그조틱은 군 편제가 아니다. 이렇게 되기 전까지는 어떤 도시의 평범한 시민이었다. 회사원이었고 상점의 주인일 수도 아니면 노동자였던 사람이다.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며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가 빠르다. 주어진 환경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완성된 지적 생명체다.
이들을 뭉치게 만든 원동력은 경쟁이다. 그것도 생명을 건 경쟁. 지금은 야생이다. 힘이 강한 놈이 약한 놈의 목덜미를 물어 끝장낼 수 있다.
자신이 속한 단체가 좀 더 우위에 설 수 있도록 개개인이 분발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지금의 적은 나치다.
유럽을 침공해 왔고 많은 이그조틱이 살해됐다. 그러나 전쟁은 나치의 생각대로 쉽게 끝나지 않았다. 한쪽이 우월한 힘을 가진 것을 두고 보지 못한 악마들의 장난이 한몫했지만 나치의 유럽 침공은 이그조틱을 집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악마의 속삭임은 달콤한 사과와도 같다. 그들은 환경을 타계하기 위해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교황청도 마찬가지였다.
맘몬의 탑. 팬더모니엄은 이그조틱에게는 생명의 젖줄과 같은 곳이다. 재화와 용역 그 둘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곳이고 경제 체계가 붕괴한 곳에서 생산 활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팬더모니엄이 유일하다.
전쟁 물자의 조달. 팬더모니엄에서 쏟아지는 드랍 물품은 그렇게 사람들을 무장시켰고 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했다.
황량한 불모의 땅에 우뚝 서 있는 높이를 알지 못하는 팬더모니엄은 유럽 곳곳에 세워져 있으며 탑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팬더모니엄은 이그조틱의 자산과 같으며 적으로부터 반드시 지켜 져야 하는 성지와도 같다.
나치는 유럽의 팬더모니엄을 탈취하기 위해 전략을 바꿨고 팬더모니엄이 세워진 곳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것은 백 년 이래 지속하여 왔고 지금은 조금 소원한 상태가 됐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양측 모두 깨달은 것이다. 이그조틱은 번식하지 못한다. 그것은 무한히 유한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지금의 세대가 마지막 세대라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이다. 이 문제의 촉발은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낳았다.
전쟁으로 인한 인원의 감축은 곧 멸족이라는 현실을 더욱 부각하는 결과만 부각 시켰다. 싸움의 총성은 점점 줄어 갔으며 현재는 대치 상태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서로 간 견제 상태만 유지하고 있다.
양측은 단 한 가지만 해결하면 이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번식! 무엇보다 번식할 수 있는 제2세대를 만드는 것. 나치의 총통 구스타프 바우어도 교황청의 교황 발랑케스트도 번식 연구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160층은 미로다. 그것도 심각할 정도로 복잡한 미로다. 물론 그 끝인 출구에는 게이트가 있다.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몬스터도 유럽피안 스타일을 추구했다.
이어링이 있는 오웬 일행이 사람들을 이끌었다. 눈치 빠른 이그조틱 몇 명은 슬슬 눈치채기 시작했다. 이 미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폐쇄된 공포감을 주는 곳이다.
미로 속을 헤맨다는 것은 끝없는 절망감을 선사한다. 결국, 스스로 포기하여 귀환석을 누르게 만드는···.
지도를 그려가며 전진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자정이 되어 리셋 되는 순간 랜덤하게 미로의 위치가 바뀐다.
거기다 쏟아져 들어오는 몬스터까지 상대해가며 길을 뚫어야 한다. 제일 앞서가던 오웬이 목소리가 이어링에 통해 들려온다.
"제길, 지도가 있어도 미로를 풀어야 하니까 정신이 없네."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전 이미 풀었거든요. 데이터 보낼 테니 지도위에 붉은 선으로 표시 될 겁니다. 그 길을 따라가시면 돼요."
"역시 자네밖에 없어. 필요할 때마다 귀신같이 답을 내어 주는구먼."
오웬은 지도에 표시된 붉은 선을 따라 전진했다. 몬스터는 비교적 여유롭게 처리했다. 그들이 가진 화력이면 충분히 제압 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지금은 저층이라 비교적 쉬운 몬스터지만 사백 층이나 오백 층 이상 가면 제압하기 힘든 것들이 쏟아져 나올 거란 걸.
이그조틱도 층층을 오르면서 무기류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시간 날 때마다 언노운과 함께 ITB 만들 연구를 했다. ITB는 차원에너지를 이용하는 장치여서 설비가 없으면 상당히 만들기 까다로운 장치다.
가장 아쉬운 것이 차원 에너지를 이용한 이 장치를 카피너로 복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셈텍스는 복사 가능한데 ITB가 복사되지 않은 이유는 차원 자체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저기 아라곤 네가 앞장서야겠어."
오웬이 앞서고 내가 뒷줄에 서는 것은 오웬이 배려해서 배치한 거다. 앞선 사람들은 계속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그조틱들은 오히려 선두에 서고 싶어 한다.
드랍 아이템은 사살한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암묵적인 규정을 지키려고 한다. 누구든 이 울타리를 무너뜨리려 하지 않는다.
만약 힘센 놈이 약한 놈을 마음대로 밟을 수 있도록 허락되어 진다면 지금 이그조틱은 유대는 바로 붕괴한다. 공평한 것이 주는 방어막을 치울 수 없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것은 잃는 것과 득하는 것에도 예외 없이 주어진다.
이그조틱은 스스로 정한 규율의 울타리를 무너트리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데요?"
"요한이 들러붙어서 계속 귀찮은 질문을 해대. 녀석은 우리가 어떻게 길을 찾는지 과한 관심을 보이거든. 자네라면 이미 능력이 검증된 상태라 덜 하겠지만 이놈은 우리에게 너무 관심을 가져."
"알겠습니다. 귀찮은 녀석들이지만 참아야죠. 그놈들 제거하면 더한 놈들이 올 테니까요."
내가 선두에 붙어서 걸어 나갔다. 언노운이 말하기를 악마들이 네필림을 내버려 두는 것은 엄청나게 귀찮은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필림을 어중간하게 건드렸다가는 그쪽 권능을 가진 자에 대한 정면 도전을 의미한다. 네필림이란 존재 자체가 이미 최고의 지배자 위치에 앉았던 일품 악마들이 아니면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일품 이하의 악마들은 네필림의 존재를 무척 꺼리며 아예 피하려고 한다. 각성 되지 않은 네필림이라도 건드리지 않는다.
먼젓번 네르갈이나 맘몬이 나를 내버려 둔 것도 내가 가진 권능의 주인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에 대한 도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요한에 들러붙은 악마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려 한다. 나와 관계된 정보를 모아 보고하는 것이 녀석의 임무다.
기가스 시더를 사용하면 간단히 추방할 수 있지만 더 귀찮은 파리 떼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내버려 두는 것일 뿐.
내가 앞서자. 요한은 뒤로 물러났다. 확실히 선두에 서니 귀가 따갑다. 총소리와 산발적으로 터지는 화약의 폭발력이 좁은 공간을 울려 댔다.
'3023, 반월륜을 먼저 날려서 미리 정리해 줘.'
귀찮은 총소리를 줄이려면 이 방법이 최고다. 미로라서 구불구불한 통로를 꺾어 들어가야 몬스터와 만나는데 반월륜으로 미리 처리해 놓으면 총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었다.
"엥? 왜 이놈들이 죄다 죽어 있지."
"뭘, 놀라는 척하나. 아라곤이 한 거겠지."
사람들이 나를 본다.
"아, 아이템은 신경 안 쓰니 알아서들 처리하세요."
몬스터를 잡은 사람에게 우선 선택권이 있다는 규정을 확실히 지키고자 한다. 단 나는 예외다.
나로서는 행운력 낭비하는 것이 귀찮은 것이 아니라 엘리시움 광석 흡수하는 것이 더 귀찮다.
몬스터가 드랍하는 엘리시움의 에테르는 이모탈 시티로 치면 최상급 품에 속한다. 그래봤자. 압축되지 않는 순순한 에테르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도움이 제법 됐지만, 지금처럼 급격히 파워가 올라간 상태에서 덩달아 에테르 소모도 막강해졌다. 행운력 높이는데 에테르 만당 천 포인트를 향상하는 건데 포인트를 확률로 변경하면 드랍률 저정에 따라 심각할 정도의 에테르가 소비된다.
그에 비해 엘리시움의 양은 허탈할 수준으로 미약하다. 바탈리온의 에테르 전지를 흡수하는 것이 최고다. 얼마나 압축률이 대단한가 하면 거의 최상급 몬스터 일억 마리 잡아서 나올 분량의 에테르가 압축되어 있다.
에테르는 아낄 수 있을 때 아껴야 한다. 과시용으로 쓸데없이 사용할 수 없다.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행운력을 사용하여 에테르를 낭비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항상 아껴야 한다. 일본에서의 경험으로 어떠한 위협에 처할지 모르니 최대 한방 커트를 할 수 있는 양의 에테르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언노운이 항상 강조하는 바고 나 자신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바다. 에테르는 나와 언노운에 생명줄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아이템 욕심도 별로 없는 것이 아직 저층이라 아이템의 품질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다. 이미 전 층을 한 번씩 훑었던 나로서는 육백 층 이상에서 아이템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대충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160층을 넘어섰을 때 요한과 세 명이 뭉쳤다. 세 명이 모두 같이 모이는 것은 내가 발견하고 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놈들 그동안 항상 따로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서로 대화도 아예 없었다. 나는 이 세 놈의 주인이 다 다르다고 생각했다.
각자 하수인을 보내 조사 중이라고 판단했고 저희끼리도 은연중에 견제하고 있었던 거다. 한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 세 명이 모여 진중하게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지들이 무엇을 하든 관심 밖이다. 귀찮은 파리 그 이상은 아니니까.
또다시 시작된 행군은 168층까지 이어졌다.
이그조틱은 이제 나를 길잡이 이상으로 생각한다. 내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미션을 클리어 해냈다.
내 존재가 확실히 파악된 상태는 아니지만 이그조틱에 엄청난 득이 된다는 것은 입증이 된 상태다. 궁금하지만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이점은 나를 이그조틱의 단체 안에 무리 없이 녹아들도록 만들어 주었다. 내가 무엇을 하든 저놈이니까 가능하겠지라고 만들었다.
오웬 일행은 아직도 전투력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리 돌연변이라고 하지만 모두 비슷한 수준의 이그조틱과 달리 무식한 전투력을 가진 것을 두고 답을 내지 못한다. 늘 내가 토론의 대상이 되곤 한다. 네필림이라는 단어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며칠 뒤 168층에 올랐을 때 다음 장소로 가는 힌트가 나타났다. 이런 릴레이식 힌트를 주는 이유는 최대한 권능을 뽑아내려는 맘몬의 수작이다. 악마의 권능이나 천사의 은총 모두 등가식이 있는 힘이다.
즉 받는 만큼 나가는 것도 비례한다. 맘몬이 권능의 힘으로 만든 이 릴레이 힌트는 엄청난 감정을 끌어들인다. 그것은 이그조틱이 가지는 희망을 바라는 욕구다.
대신 걸어야 하는 것 또한 그 값어치에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 즉 이 힌트는 절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힌트의 끝에는 분명히 롱기누스 창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흡수한 모든 권능이 부정당하며 등가 교환이 성립되지 않으면 맘몬의 힘은 크게 위축되고 게헤나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지위까지 흔들릴 수 있다.
롱기누스 창을 걸고 한 등가 교환이기 때문에 걱정 없이 이 힌트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 작가의말
솔직히 이 작품은 당장 때려치워도 아까울 게 없는 작품입니다. 애초에 이만큼 끌고 온 것도 배우자 하는 저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저도 글을 쓰고 교정을 한다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걸 헛된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따라와 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자신도 고개를 흔들게 만드는 글을 왜 이리도 쓰고 있는가? 라고 하신다면 이 작품은 이제 두 번째 작품이고 글을 쓰는 방법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요령을 배우고 습득하는 가장 좋은 길은 계속 끊임없이 써 보는 것. 내 마음 닿는 대로 써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 글은 어떻게 되든 저 스스로 완판을 목표로 써나가겠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읽으신 분의 아까운 시간을 뺏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저 스스로 결과를 내지 않고 여기서 접으면 다음번 소설도 똑같은 길을 갈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 스스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때까지는 계속 쓸 생각입니다. 정말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작은 지식 쌓기의 느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겠지만 그보다 더한 바람은 이 글을 통해 무엇 하나도 얻어 내기를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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