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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하루하루


[하루하루] 개꿈.

이상한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누구인지 이름도 불리질 않았다.

그래도 그들과 함께 얽혀있는 느낌으로 계속 시점이 이동했는데.


처음 장면은 내가 나이긴 했다. 근데 지금보다 더 어렸고, 울 아부지도 엄청나게 젊은 모습으로 나왔다. 게다가 잘 생기셨어. 여하간, 현재가 아니라 과거로 쏠려간 느낌으로. 옛날에나 쓰던 고물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던 내가 있었다.

어린시절 아버지께서 비디오 가게를 잠시 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 영향인지 어릴 때는 무협 영화를 굉장히 많이 봤었던 기억이 있다. 만화를 좋아하는 것도 그때부터였을까. 드래곤볼에 슬램덩크에 비디오를 원하는대로 마음껏 볼 수 있었으니 뭐.

여하간 텔레비전에서는 아버지께서 좋아하실만 한 무협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별 생각없이 영화를 봤고, 영화가 끝나자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이게 뭐야? 였다. 왜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영화속 첫 장면이 무슨 사탕통 같은 걸 열더니 형형색색의 사탕중에 한 개를 골라드는 하얀 여자손이 나왔다. 여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화면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중간부분은 잘 모르겠고, 일단 클라이막스라고 할 부분에서 자매가 서로 검을 겨누며 말다툼을 한다. 그 내용인즉 대충.

언니 : 네가 비급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 내 놔. 그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이야.

동생 : (유유자적한 자태로 객잔 테이블에 앉아서 차를 호로록 마시고는 비웃음을 흘렸다.)

언니 : 잠시 동안 말없이 동생을 노려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눈싸움이 끝난 후에 서로 동시에 눈을 감고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여기서 굉장히 넘나 인상 깊었던 것.) 그러더니 보이는 눈보다 더 정확한 놀림으로 검을 맞대며 다짜고짜 싸움질을 하는 거다.

언니 : 비급내낭

동생 : 아 몰랑, 꺼뎡.

결국에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왜냐하면 저 꿈을 꾸는 상황에서 그 꿈 안에 있던 내가 또다시 꿈을 꾸었으니까.


그 두번째 꿈속에서는 내가 봤던 무협 영화를 커다란 만화책으로 만들어 둔 것 같은 그림책을 들고 있는 나였다. 꿈 주제에 작화도 대박이었던 걸로.

그 만화책 속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는 대사. 파파팟 경공을 이용해서 어디론가로 겁나게 열심히 뛰어가던 한 남자를 보며 그를 아는 다른 남자가 뱉어낸 말.

“저 색히 저거저거, 또 국밥 쳐묵을라꼬 저래 잽싸게 띠가노.”

그랬는데. 갑자기 뛰어가던 남자가 유턴을 해서 그 말을 뱉은 남자한테로 다가오더니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여보쇼, 이거 안들리오 형님?”

“뭐 말여.”

“풍악, 풍악을 울리고 있잖소. 한 바탕 걸지게 놀고 배 좀 채우자꼬.”

“색히, 하여간에 놀고 먹을 수 있는 상황은 기가 막히게 잘 찾아.”

“아, 안 오고 머하쇼!”

“간다, 가!”

분명 만화를 보고 있었는데. 현실감 넘치게 영상으로 떠오르는 건 뭐지? 하며 만화책을 들고 있던 내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닮은 남자가 내 옆에 길게 누운 채로 내게 뭘 하고 있었냐고 물었다.

그래서 난 만화책 보고 있다고 하면서 아버지께 그걸 드렸고 아버지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만화책에 열중하셨다. 덕분에 할게 없어진 나는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그리고 또 꿈을 꿨다. (지겹다 이거 몇 단 꿈임???)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자매가 나왔던 그 영화하고 이어지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뭔가 이형의 생명체 같은 게 마을에 나타나서 마구 헤집고 사람을 다치게 하고 영문을 알 수 없는 의문의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무슨 추리 소설마냥, 누군가 어떤 오지랖 넓은 양반들이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꼬리의 꼬리를 물고 찾아가다가.

마지막에 도착한 곳이 무슨 물건을 만드는 장인의 허름한 초가집 이었다. 마을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장인같았는데. 장인의 뒷모습을 멀리서 훔쳐보면서 이 오지랖 넓은 양반들이 대화를 나누는 거다.

“여기가 맞소?”

“그래.”

“저 양반이 그 양반이오?”

“어.”

“확실히 저 자가 그런 것이 아니면 어쩌우.”

“어쩌긴 사죄하고 끝내야지. 그리고 애초에 붙잡으러 온 것이 아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왔을 뿐.”

“근데 왜 요로코롬 쥐새끼마냥 숨어 있는 거요.”

“색히, 말뽄새하곤. 저길 봐라.”

말을 뱉어낸 남자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이 이동하고. 장인이라는 사내가 소매를 걷어 부치고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 양반 손이 보통 손이 아니라는 소문이 있어.”

“이익? 손이 그냥 손이지 뭘 또.”

“저 양반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사용하면 그 손떼의 흔적이 형상...”


이부분에서 최악의 절단 신공을 당하며 난 꿈에서 깼다. 꿈에서 꿈을 꾸던 나도 그 꿈에 몰입하며 정신이 혼미했던 현실의 나도 몹시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다. 는 이야기.


1. 자매가 말했던 비급의 촌스럽던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2. 그 욜라 빨리 뛰어가던 남자의 얼굴이 배우 전광렬 님을 닮아 있었다.

3. 오래간만에 본 젊은 시절의 아버지는 꽃미모를 발산하여 내 눈을 부시게 했다.

4.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을 꾼 건 실로 오래간만이었다.

5. 내용없는 개꿈에 대한 장황한 해설에도 끝까지 봐주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6. 이 절단신공을 혼자만 겪을 순 없었습니다. (엎드릿)


개꿈주제에 선명해서 잊어버리기 전에 기억을 살려 적어둠.


댓글 4

  • 001. Personacon [탈퇴계정]

    16.06.14 10:26

    꿈에서도 이온님의 대사는 끝내주는군요. XDDDD

  • 002. Lv.52 김윤우

    16.06.14 10:27

    제말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XDDDDDDDDDDDDDD

  • 003. Personacon 二月

    16.06.14 12:42

    절단신공이 꿈에서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협쓰라는 계시일까요? ㅎㅎ

  • 004. Lv.52 김윤우

    16.06.14 12:48

    저 진짜 몹시 화가 났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요한 순간이었거든요 딱 ㅠㅠ
    무협은 글쎄요.. 한번도 써본적이 없어서요. 동양풍, 사극 같은 건 관심은 많지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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