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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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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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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99
추천수 :
1,031
글자수 :
200,599

작성
20.05.2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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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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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역대급인 중급반(2)

DUMMY

갈색으로 치장된 벽지와 커다란 탁자가 보였다.

쿨라인은 안으로 들어가서 보자기를 풀었다.

안에는 각종 재료와 빈 병이 가득했다.


턱턱.


하나씩 쌓여가는 재료들.

거기에 병이 놓였다.


재료 분배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연금'을 시작했다.


'재료가 곧 전부야.'


포션의 품질은 재료에서 나온다.

재료가 신선하다면 품질은 보장된다는 소리다.

반대로 재료를 훼손하거나, 파괴 시 해괴한 결정체가 되어 버린다.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며 매리스가 들어왔다.


"왜 불렀어."

"도움을 좀 받고 싶어서."


연금술은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연금을 한다면 합동으로 하는 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하! 네가 도와달라면 도와주는 마법사로 보이니?"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매리스가 거친 반응을 보였다.


"매리스···. 너밖에 못 하는 일이야. 다른 마법사는 도움이 전혀, 정말 단 일도 되질 않아. 알잖아. 네가 강한 거."


매리스를 부른 이유는 정말 그녀가 마법사 중에서 강했기 때문이다. 매리스가 없다면 교수님을 모셔야 하는데, 그러면 '연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게 뻔하다. 일이 커지는 건 원치 않았기에 그녀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매리스의 입꼬리가 씰룩하고 올라갔다.


"저번에 왜 혼자 갔어."

"저번? 기억이 안 나네..."

"흥. 아무튼, 나니까 도와주는 거야. 영광으로 생각해. 나같은 마법사, 어디 가도 찾기 힘들다고."

"알았어. 포션 만들면 한 병 줄게."

"두 병 줘. 한 병으로는 아까워서 못 먹어."

"알겠어. 두 병 줄게."

포션 두 병이면 생각보다 큰 지출이다.

그러나, 매리스를 움직일 수 있다면 싸게 먹힌 거였다.


"뭘 도와주면 돼?"

"병을 가열하면 돼."

"세기는 어느 정도로?"

"파이어와 파이어 픽스 사이?"

화염계 마법인 1서클에서 2서클.

그 사이가 적당했다.


"되게 깐깐하네.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니. 진짜로 그게 좋은 세기야. 내가 거짓말할 이유는 없잖아."

"흐음...그렇긴 하지. 이거 비싸게 팔자."


본인이 막상 힘들다고 생각되자 비싸게 팔자고 한다.


'이 마법사야 당신은 그걸 두 병이나 챙겼어.'


쿨라인은 픽 웃었다.


"가격은 그대로 할 거야. 너무 비싸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거든."

"저번에는 괜찮다며."

"살 수는 있게 해줘야지."

"아하! 그렇네..."


매리스는 부끄러운지 마나를 황급히 모았다.

대기 중으로 매리스의 혼합된 마나가 보였다.


"아직. 지금 가열하는 게 아니야."

"왜 이렇게 복잡해. 빨리 끝내고 쉬자."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조금만 참어."

"...뭐부터 해야는데?"


그래도 마법사라고 호기심을 보였다.

쿨라인은 연금 마법에 대해 설명했다.


"연금 마법이라고 하는데...재료가 곧 연금의 시작이야."

"그러니까. 재료부터 손봐야 한다?"

"맞아. 재료가 좋을수록 품질이 좋아지거든."

"괜찮네. 껍질을 벗기는 거야?"


먹는 것을 생각했는지 매리스가 입맛을 다셨다.


"아니, 연금 마법에 들어가는 재료는 숙성과 연관이 있어. 오래될수록 품질이 좋아진다고 할까나..."

"이상한데? 썩는 거 아냐?"


"원래라면 그렇지. 그런데 연금 마법을 만나면 오히려 안에 있는 저항력이 늘어나. 이건 말로 설명하기 힘드네. 아무튼, 그것을 가열해서 썩어지는 것을 도려낸다고 생각하면 돼."

"오! 뭔가 그럴 듯한데? 도려내면 깨끗해지긴 하겠다. 막 순수한 천연물이 되고 그러나?"


"대단해. 거의 근접했어. 그런데, 순수함을 얻는 게 조금 복잡해. 재료가 상해버리면 숙성이 잘 안 되거든. 그래서 밑작업이 필요해."

"밑작업? 그게 뭔데?"


"재료가 가진 고유의 세포 자체를 얼려버리는 거야. 그러면 일시적으로 멈춰. 기존의 썩는 것을 방지하는 거지. 동시에 신선도가 올라가고, 기본 저항력이 낮아져."

"낮아지면 안 좋은 거 아니야?"

"재료의 저항력이 낮아지면 분해가 잘 이루어져. 순수함과는 별개야."


매리스는 벙찐 얼굴로 쿨라인을 쳐다봤다.


"되게 어렵다. 그런데...이해가 되긴 해. 그냥 얼린다음 녹이는 거네."

"맞아. 들어보면 간단한데, 왜 얼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연금 마법이 2년 뒤에나 등장했지.'


마법사들은 매우 똑똑하다.

그들이 바보라서 연금 마법을 깨우치지 못한 게 아니다.

생각의 전환.

그게 부족했기 때문에 오래 걸린 것이다.

누가 귀찮게 얼린다음에 실험할까?

마나가 무한정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어...마나가 많이 들어간다. 이 소리지."

"후훗.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고맙게 생각하라고. 나 아니였으면 포션은 못 만들었어."


얼린 후, 녹이며 세기까지 조절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을 하려면 마나통이 적기에.

매리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알았어. 고마워."

"그래서 말인데...포션, 세 병은 안 될까? 응?"

"안 돼. 나도 이득은 봐야지."

"쳇, 단호하기는."


매리스는 툴툴대며 쿨라인의 행동을 지켜봤다.


스르르르


바람이 불었다.

마법이 아닌, 이질적인 바람이었다.

바람은 쿨라인의 곁을 맴돌았다.

동시에 쿨라인의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졌다.

뺨도 새하얗게 변했고, 뭔가를 바른 듯 입술이 번들거렸다.


'뭐, 뭐야.'


매리스는 당황하며 찬찬히 쿨라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주근깨가 없었으며 피부가 여자처럼 고왔다.

또한 다가설 수 없는 고귀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갑자기 뭔데? 왜 잘생겨졌는데?'


평소의 동그랗게 뜬 눈일 때와 비교하자면 천지차이였다.

머리카락도 바람때문에 살짝 옆으로 흩날렸는데 평소의 무관심한 표정과 잘 어울렸다.

매리스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반전매력에 취해 버렸다.

쿨라인이 왜 변했는지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얼음을 많이 얼리면 녹을 때, 물이 생기거든. 그 양이 많아지면 연금 마법을 대부분 실패해. 그래서 세포만 얼려야 돼. 즉, 소빙을 해야지."

"소, 소빙?"

"응.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처럼 아이스도 마찬가지야. 다만, 아이스는 불처럼 조절이 쉽지 않아. 그래서 집중할 수밖에 없어."

"집중하면 잘생겨지는 거야?"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니야. 계속 집중할 수 있어? 영원히..."

"뭐라는 거야. 집중력이 무한인 사람이 어디있어. 나도 섬세한 연금 마법이 아니였으면 마법을 영창했을 거라고."


쿨라인의 몸에서 푸른빛이 뻗어나갔다.

하나의 빛이 아닌, 여러개의 빛이었다.

그런데, 빛의 굵기가 달랐다.

얇은 것이 있다면 손가락 크기의 굵은 빛도 있었다.

빛은 정확하게 재료안으로 스며들었다.

재료의 표면이 푸른 물결같이 빛났다.


그 모습에 매리스는 자신만의 상상에서 벗어났다.


'세상에...이게 가능한 거야?'


하나의 재료를 소빙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모든 재료를 소빙한 것이었다.

그것도 제각각 양이 다를 것인데.

전부를 맞췄다.


'쿨라인이 말한 섬세하다는 게 이뜻이었나?'

그냥 감각을 섬세하게 가진 것이 아니었다.

마법에 대한 논리였다.


'교, 교수님도 이렇게 못할 거야!'

이런 건 본적이 없었다.

계산의 문제가 아니었다.

초월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부르르.


매리스가 몸을 떨었다.

알면 안 될 것을 본 듯했다.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매리스는 두려움에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그리고 못 본척 연기했다.


"뭐해?"

"네?"

"갑자기 존댓말은 왜 하는 거야. 뭐해. 네 차례야."

"아...네. 응."


매리스는 캐스팅한 마법으로 병을 뜨겁게 만들었다.

여러개는 무리였기에 하나씩 온도를 높였다.

병에서 보글보글 소리가 났다.

동시에 실험실 온도가 후끈 달아올랐다.


"앗!"


매리스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병의 갯수가 생각보다 많은 것이다.

집중력이 어느 순간 떨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불의 세기가 확하고 커졌다.


"걸리면 큰일나겠는데."


실험실에서 폭발이 생길 수도 있었다.

쿨라인은 번져가는 불길을 보며 황급히 영창했다.


[아이스 월.]

[아이스 센트.]


더블캐스팅.


소빙으로 마나가 떨어진 상태였지만, 집중력을 이용해 간신히 마법을 펼칠 수 있었다.


콰드드득.

화악!


불길 사이 작은 아이스 기둥이 세워졌다.

공기의 흔적을 잡았는지 검은 이물질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쿨라인이 비틀대며 몸을 휘청거렸다.

마나가 부족한 것이다.


"쿨라인! 괜찮아?"

"...괜찮아."

"미안. 나 때문에..."


매리스의 눈가가 촉촉하다.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하는 듯했다.


"예측 못한 내 잘못도 있어. 좀 쉬어. 나도 좀 쉬게."

"알겠어."


매리스와 쿨라인이 나란히 앉았다.


"아무튼, 다행이야. 허락없이 실험실 사용했다고 징계 먹을 뻔했거든."

"뭐? 그것을 왜 이제 말해. 걸리면 어쩌려고."

"안 걸렸잖아. 어차피 사용 안해서 버리는 곳인데 뭘 새삼스럽게."

"너...그걸 어떻게 알아? 들어온지 얼마 안 된 견습마법사였잖아."


'아차차. 왜 이러지.'


너무 편해서 그런가?

전생의 일을 말해버렸다.

쿨라인은 말을 돌렸다.


"에터 교수님께 들었거든."


매리스는 에터교수와 쿨라인의 관계를 기억해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강한 마법사라면 엄청 좋아해요."

"하하하..."


그때, 매리스의 눈에 검게 탄 병이 보였다.


"저건...버려야겠지?"

"버려야겠지."


쿨라인이 병을 버리려고 일어섰다.

매리스도 따라서 일어났다.


"어?"


그런데, 확 강해진 불의 세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병으로 들어간 아이스 월의 얼음 때문에 그런 것일까?

병안에서 혼합된 비율이 '상급'이었다.


'중급만 떠도 괜찮다고 생각한 재료가...'


히만타라의 작물과 애단초를 섞은 '마나 포션'이었다.

만드는 법이 껄끄러워서 매우 고가의 가격에 거래되는데, 이런식으로 될 줄은 몰랐다.


#


이틀이 지났다.

칠피트 백작가로 이동한다고 들었다.

그곳은 스노더 백작이 다스리는 성으로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현재 군을 정비한다는 목적으로 마법사의 출입을 허용했다.


집합소의 분위기는 흥분된 상태였고.

그 중, 가장 흥분한 사람은 팔린이었다.


"대박이야. 흐흐. 거긴 삭막해서 외부인을 평소에 받지 않는대."


매리스가 콧잔등을 찡그렸다.


"그게 중요한 거니? 하여간 이상한 곳에 꽂혀 있어."

"생각해 봐. 몬스터가 날뛸거고 거기서 나온 부산물의 가치를. 신기한 게 분명 많을 거야. 수집용으로 몇 개를 살지 몰라."

"너나 사. 난 관심없어."


둘의 대화가 끊겼다.

침묵속에 쿨라인이 팔린에게 물었다.


"팔린, 후작님은 오신대?"

"어...근데, 아버지가 기사들을 소집하셨어."


쿨라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그냥 가서 이야기만 하는 역할이라고."

"나도 알아. 그런데, 마법사는 약해서 그곳에서 버틸 수가 없대."


매리스가 발끈했다.


"마법사가 약해? 왜 그런 소리가 나와."

"미안. 흐흐. 못난 모습을 좀...많이 보여드렸거든."

"대단하다. 정말."


그때였다.


뿌우우우우!


나팔소리와 함께 가죽을 입은(라멜라 갑옷)기사들이 보였다.

앞줄의 기사는 거기서 미늘(두정갑)로 덮어 두터움을 자랑했고.

선두는 은색 플레이머(판금)를 착용했다.

기사의 위계질서가 잡혔는지 다그닥거리는 말발굽 소리만이 들려왔다.


선두를 확인한 팔린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중년의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 모습에 쿨라인의 입이 자동으로 열렸다.


"어디...전쟁 나가냐?"


작가의말

후원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 참고로 이글은 로맨스 소설이 아닙니다.

쿨라인을 세세하게 묘사한 이유는 독자님들께서 이미 눈치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팔린은 철없는 공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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