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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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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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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99

작성
20.05.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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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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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부 배웠다(4)

DUMMY

파랗고 맑은 마나가 주변을 애워쌓다.

매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뉴린은 아예 거리를 벌렸다.


"마, 마나?"


견습 마법사 따위가 마나를 주변에 흩뿌렸다.

과시가 아닌, 자신감이었다.


매리스는 지배된 공간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평범한 마나가 아니잖아.'


무, 채취와 감각이라고 알려진 마나.

순수한 힘이자 도움을 주는 매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견습 마법사의 마나는 달랐다.

몸에 닿자 둔해지며 날이 선 느낌이었다.

평범한 마법사가 가질 수 있는 마나가 아니었다.


'어째서···. 어째서 내가 밀리는 거지!'


매리스는 황당함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마나의 양은 자신이 분명 많은데 마나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밀렸다.

그 말은 마나의 질이 다르다는 뜻인데, 지금까지 질이 달라서 졌다는 '데이터'는 없었다.


"이해하기 힘들 거다. 원래 마법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

"시끄러워! 다 이긴 것처럼 말하지 마."


매리스는 마나 싸움에서 패배했지만, 마법인 파이어볼이 남아 있었다.

화풀이용으로 만들었는데 선 캐스팅 효과를 받아버렸다.

영창하지 않고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조금만 아프면 돼.'


마나 싸움에서 최소치만 당해주면 된다.

그다음 만들어 놓은 마법만 던지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매리스는 파이어볼의 타점을 잡았다.


"그걸 던지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


매리스는 콧방귀를 꼈다.


"왜?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난 거야?"

"넌 재능이 많다. 여기서 마법을 사용하면 넌 퇴학당할지도 몰라."

"차라리 항복하는 게 어때? 그런 말로 설득하려고 하다니. 치졸하지 않아?"

"결정은 네가 하는 거다."

"괜히 말로 설득하는 거네. 너 마나 없어서 그렇지?"

"그것도 맞긴 해. 아직 성장기거든."

"뷰웅신. 잘 가라."


매리스는 순순히 인정하는 쿨라인이 싫었다.


'저 녀석만 없었어도!'


자신의 아티팩트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유명세를 타서 집안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데, 저놈이 모든 것을 망쳤다.

죽이진 못해도 병상에 눕히고 싶었다.

매리스의 눈이 표독스럽게 변했다.


"하아...역시 말로는 힘드네."


쿨라인의 눈앞에 불덩이가 날아왔다.

등 돌리며 피하는 마법사들이 보였다.

동시에 쿨라인의 마나 고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숨결이 차가워졌고.

냉기가 폐부를 타고 흘러나왔다.

한기.

영하의 기운이 퍼져나갔다.

파이어볼의 속력이 줄었다.

쿨라인의 앞에 푸른빛이 번쩍였다.

스르륵.

빛이 사라지자, 파이어볼이 점차 작아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소멸되었다.


"...!"


매리스는 '충돌'이 아닌 소멸의 과정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마법을 쓰지 않았다.

차라리 마법을 썼다면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거다.


"보는 것처럼...마나가 아직 부족하네. 몸좀 키워야겠어."


그가 뭐라고 말했지만, 매리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했길래! 파이어볼이 사라져? 이런 건 배운 적이 없다고...대답해, 대답하라고!"


쿨라인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제콥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아...예. 저 그런데, 누구십니까?"

"이번에 중급반으로 배정받은 쿨라인이라고 합니다. 시끄럽게 굴 생각은 없었는데...아무튼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시끄럽긴요. 아주 통쾌했습니다. 저녀석이 반장처럼 굴었거든요. 시도때도 없이 싸움을 걸지 않나. 다른 마법사들도 말은 안했지만, 다들 싫어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애기처럼 보다가 이제는 어른으로 보고 있었다.


'딱히 원한 건 아니었지만.'


쿨라인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교실 문이 열렸다.


"누가 신성한 교실에서 싸움을 해?"

"헉 에터 교수님이다."


에터 교수.

중급반을 지도하는 교수로 3서클 마법사부터 사람처럼 대했다.

그만큼 실력을 중요하게 보는 교수였다.


"한바탕 했고만. 요즘 조용하게 지내더니. 또 매리스 너냐?"

"교수님 억울합니다.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얻어 맞았다고요."

"네가?"

"네."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매리스의 눈꼬리가 축 처졌다.


"어어. 이녀석이. 진짜 진 거야?"

"네...새로 들어온 애가 이상한 술수를 썼어요."

"흐음. 새로 들어온 애라면...견습 마법사잖아."

"무늬만 견습 마법사에요. 파이어볼 마법을 보고도 눈하나 깜짝 안 했어요."

"그게 사실이면. 아니 잠깐만, 너! 교실에서 파이어볼 마법을 썼어? 터지면 어떻게 되는 줄 몰라?"

"..."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하아...우등생이 내 뒤통수를 치다니."

"죄송해요."

"시끄러워. 듣고 싶지 않다. 그런데, 왜 멀쩡하냐. 싸운 흔적도 안 보이고."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파이어볼을 소멸 시키던데요?"

"소멸이라...견습 마법사가 누구라고 했지?"

"쟤요."


매리스가 손가락으로 쿨라인을 가리켰다.

대화를 듣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쿨라인을 쳐다봤다.


"오늘부터 중급반이 된 화제의 인물이 너구나."

"인사드리겠습니다. 쿨라인이라고 합니다."

"어어. 그래. 거창한 인사는 필요없어. 원래 치고 박고 싸우면서 크는 거니까. 그런데, 마법의 소멸이라...이건 이야기가 달라지지."


에터는 쿨라인의 마나를 스캔했다.


'마나통이 크진 않네. 근데...이 오싹한 기분은 뭐지.'

안을 들여다보는데, 마나가 자꾸만 멈칫거리며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 비상한 약이라도 먹었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마나에서 생동감이 느껴지는구나. 나참,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지. 아무튼 특이해."


'마나가 소멸시킬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닌데.'


보통 마나를 짓뭉갠다는 표현을 쓴다.

압도적인 마나로 적은 마나를 공격한다면 소멸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양이 적었다.

소멸할 조건이 되질 않았다.


"둘 다 따라와. 절차는 절차니까."

"네."

"알겠습니다."


에터는 '좁고 비좁은 방'으로 둘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신도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이런 곳도 있었습니까?"

"말 안 듣는 마법사가 많아서...대표적으로 매리스가 있지."

"교수님...한 명을 저격하는 건 좋지 못한 행동이라고 배웠습니다."

"매리스...네가 말하니까 와닿지가 않잖아. 시끄럽게 굴지 말고 그냥 있어."

"네."


에터는 픽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비밀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이용하는 방이야. 교수들끼리 이야기할 때가 많지. 어떤 교수가 마법을 제대로 못 쓰는데, 눈에 띄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둥...뭐 그런 거."


"그, 그런 걸 말해줘도 됩니까?"


"상관없어. 나는 안 그러니까."


"역시, 에터 교수님!"


에터는 매리스를 보다가 쿨라인을 쳐다봤다.


"소멸된 이유를 알려줄 수 있나? 여기라면 둘밖에 몰라. 매리스에게 원한이 있다면 나 혼자서 듣고."


"교, 교수님."


"쉿, 넌 가만히 있어. 징계당할 수도 있다고."


쿨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터가 매리스를 데려와서 반협박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싸웠으니 말해라.

아니면 징계하겠다.


'감출 필요는 없어. 이유는 알려주는 게 나아.'


어차피 1년 뒤, 마법학개론에 발표된다.

그것도 에터 본인이 직접 발표한다.


'에터 교수...전 이미 전부 배웠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래의 에터 교수에게 직접 배웠다.

쿨라인이 입을 열었다.


"그게 거창한 것도 아니고...매리스에게 원한도 없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하, 내가 이 친구 착한 거 첫만남에서 알아봤다니까. 누구와는 다르게 참 친절하군."

"교수님...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그날은 그냥 실수였어요."

"아니, 첫만남에 누가 강한지 겨루어보자니. 난 네가 교수인 줄 알았다.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네."


매리스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쿨라인은 입을 열었다.


"매리스와 싸울 때, 이미 마나싸움을 이긴 상태였습니다. 허용된 마나 지배력은 제가 많아서 간섭이 가능했던 거죠."

"간섭이라고? 잠깐만...흥미로운데?"

"예. 마법을 손댈 수는 없으나 마나 싸움을 이긴다면 공간의 지배력은 제가 우위입니다."

"말이 어렵군. 쉽게 풀어줄 수 없나?"

"예시를 들자면 마법의 컨트롤이 미약하게 변합니다. 간섭된 마나때문에 마법은 주인을 잃고 흩어진 거죠."


에터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타인이 마법을 건든다고만 생각했지. 약간의 간섭으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 줄은 몰랐다.

생각의 변환이지만, 현 시점에서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허황된 소리가 아니야. 내가 요새 준비하는 이론과 흡사해.'


에터는 침을 꿀꺽 삼켰다.

듣기로는 견습 마법사라고 하던데, 이런 이론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견습이라면 기본적인 이론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게 정석이거늘.

이 마법사는 이론을 아예 꼬아서 비틀었다.

천년에 한 번 나온다는 '천재' 같았다.


"좋아. 좋은 정보 고맙다. 네 징계는 없던 걸로 하지."

듣고 있던 매리스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에터 교수님. 어차피 징계 안하시잖아요."

"시끄러워. 넌 여자애가 왤케 밉상이야. 3서클에 올랐으면 쿨라인처럼 점잖을 줄도 알아야지."

"언제는 활발하다며 좋아하셨잖아요. 지금 비교하는 거예요?"

"내가 그랬나? 아무튼 둘다 교실로 돌아가. 난 할 게 있으니."

"알겠습니다."


에터 교수는 분명 이론이 맞는지 실험할 거다.

맞다면 발표하는 게 좀 더 빨라진다.

그렇게 된다면 마법사의 수준이 상향평준화가 되어 이름값이 올라갈 거다.

미래에 분명 도움이 된다.


문을 열고 쿨라인과 매리스가 걸어나왔다.

들어갈때는 교실 문이었는데, 나오니 밖에 있는 중앙 광장이었다.


"야, 너...조금 대단한데? 에터 교수님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어. 그런 건 어디서 알아낸 거야?"

"..."

"여자가 말을 걸면 좀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 남자가 왜 이렇게 둔해."

"마법사는 여자가 아니야. 그냥 마법사지."

"...너, 아는구나. 그런 건 몰라도 되는 건데."

"나 먼저 간다."

"어디 가는 건데. 교실가면 같이 가자."

"아, 왜 따라오는 거야. 할일도 없냐?"

"어. 집에서 빈둥빈둥 논다."

"알아서 해라."


쿨라인은 밖으로 이동했다.

철갑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보였다.

그들은 '마법'에 대해 혜택 받는 기사들이었다.


"앗. 마법사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마법사라고? 다들 비켜 봐."


마법 아카데미에서 사람이 나오자, 기사들이 벌떡 일어났다.

마법의 편리함을 느낀 기사들이었다.

그들에게 마법사는 공포의 대상이므로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기사님들. 제가 원하는 걸 구해오시면 사례하겠습니다."


"아이고.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그런데...실례가 안된다면 무슨 반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연을 만드는 것은 좋다.

그러나, 줄을 잘못타면 피곤해질 수도 있기에 기사들은 적절한 기준을 세웠다.


"중급반입니다."


"오오!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야! 너 저번에 했잖아. 이번에는 나한테 넘겨."

"안 돼. 그분 요새 연락두절이야."

"아, 몰라. 이번에는 내 차례야."

"아씨. 난 그럼 레이디를 담당해야겠네."


고참으로 보이는 기사가 매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꺼져요. 전 구경 왔으니까."

"아...예. 고생하십시오."


그는 헐레벌떡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잘 되었습니까?"

"가시가 너무 많다. 내가 넘볼 여자가 아니야."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때, 귓가에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이걸 전부 구해 달라는 겁니까?"

"예. 안 됩니까?"

"아. 아닙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일주일 안에만 물건이 오면 됩니다."

"그럼 맡겨 주십시오. 혹시 이름이?"

"쿨라인입니다."

"알겠습니다. 마법사님."


쿨라인이 아카데미로 이동했다.


남은 기사는 빼곡하게 적힌 메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뭔데 그래?"


동료들이 관심을 보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크 가죽 50장, 오크 이빨 45개, 슬라임 진액 70개, 약병 170개, 고블린의 독침 7개......등등.]


처음 듣는 단어도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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