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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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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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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99

작성
20.05.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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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역대급인 중급반(1)

DUMMY

다음날.

예정된 반 이동이 이루어졌다.

음침한 팔린이 중급반으로 합류했고.

중급반에 있던 마법사는 고급반으로 소수가 이동했다.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알려주세요."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20개의 반이 존재해서 그렇다.


"여기로 온 것을 고맙게 생각해. 나와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거든."


매리스가 큭큭대며 웃었다.

신입들은 굳은 표정으로 알겠다고 했다.


"어휴. 지독하다. 지독해."


뉴린이 고개를 저으며 매리스가 누군지 설명했다.

매리스.

그녀는 고급반에 가지 않고 중급반에 남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자신의 자존심을 밟은 마법사가 한 명 있는데, 녀석이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남았다고 했다.

그 말에 신입들의 얼굴이 더 거무죽죽하게 변했다.


"혹시 그분이 누군지 알 수 있겠습니까?"

"쟤야."

뉴린은 쿨라인을 가리켰다.

쿨라인은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 그렇군요."


신입은 안쓰럽게 쿨라인을 쳐다보았다.

딱 봐도 매리스는 이 반의 우두머리였다.

무슨 상황인지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졌기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


"쿨라인."

"..."

"쿨라인!"

"좀 부르지 마라. 몇 번째냐."

"네가 말 안 해주니 그렇지. 왜, 기사들에게 그걸 주문한 거야?"


쿨라인은 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괜히 숨겨봤자, 그녀가 계속 말을 걸게 뻔했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거다."

"준비?"

"그래.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아. 대비해서 나쁜 건 없으니까."

"에이, 그때의 상황에 충실하면 되는 거지. 귀찮게 무슨 대비를 해. 대비는 메모라이즈만 하면 되잖아."


마법사의 논리고.

그게 맞긴 하다.

그러나, 그건 다른 '사람'까지 설득할 수 없다.


'사람을 설득해야 상황이 변해.'


가만히 앉아서 수동의 자세를 취하면 얻는 게 별로 없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능동적인 자세다.

그것을 취하려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한 상태여야 한다.


'이제 귀족가로 이동하니까.'


마법사의 가치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자리다.

모든 마법사가 집중하는 시기로 준비된 게 있으면 크게 플러스가 된다.


"그럼 넌 그렇게 하던가."

"아씨. 계획이 뭔데? 솔직히 미래를 모르면 대비하는 건 성과가 적잖아."


쿨라인은 몸을 흠칫 떨며 매리스를 쳐다봤다.

한 방에 훅 들어오다니.

촉이 예민했다.


"포션을 만들 거다."

"포션? 그게 뭐야."

"일회성 소비 물약이다. 효과가 좋아서 자주 찾게 돼."

"그런 게 있어? 만들 줄 아는 거야?"

"아니까 재료를 구입했겠지."

"효과가 있을까? 난 솔직히 모르겠어. 네가 주문한 거 슬쩍봤는데, 값이 상당하더라. 망하면 엄청난 손해라고!"

"그건 어디나 똑같아. 그리고 망할 일은 없어."


지금은 포션이 등장할 시기가 아니다.

원래라면 마탑을 세운 마탑주가 탑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골머리를 쥐어짜다가 포션을 제작해 탑의 유지비를 충당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기가 너무 좋아서 마탑주는 뜻하지 않게 아카데미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즉, 2년 후에 나오는 상품이다.


'값어치...그것을 매기는 시점이야.'


기준점이 없다는 것은 확신이 없는 것과 같다.

달성된 기준이 있다면 '비교'가 가능하지만.

나온 게 아무 것도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싼 값으로 포장을 하지 않아도 팔리고.

약간의 문제가 생겨도 넘어간다.

상품이라고 걸기만 하면 인정한다는 소리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그게 뭔지 알고 사겠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또, 비싸다면 아무도 안사겠지. 네가 산 거 본전 뽑으려면 비싼값에 팔아야 돼. 누가 사겠어."


쿨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야. 하지만, 매리스 네가 착각하는 게 있어."

"응?"

"기사들도 재료가 비싸다는 건 알아. 그래도 구한다는 것은 우선 믿는다라는 뜻이지. 수중에 금화 몇 십개가 있지만 즐길만한 게 하나도 없어. 그들이 금화를 아낄 것 같아? 천만에. 호기심에 하나라도 구매할 거야. 그리고 효과가 좋으면 또 사겠지. 또,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건 마법사의 이름을 팔면 돼. 유명한 마법사가 판다면 이름값이 있으니 따질 명분을 얻게 돼. 모든 건 하기 나름이라고."


매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듣다 보니 맞는 듯했다.

"상인이 되는 건 어때? 넌 성공할지도 몰라."


"매력적인 제안이지만...난 마법사를 택하겠어. 할 게 생각보다 많거든."


저주가 시작되면 금화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최대한 마법사의 가치를 올려야 했다.


"재밌겠다. 나도 동참하고 싶은데."


가만히 듣고 있던 팔린이 관심을 보였다.


"포션이라는 거...꽤나 매력적인 거 같아. 만들 수 있냐가 문제지."


매리스가 팔린의 얼굴을 보고 눈을 찡그렸다.


"넌 또 뭐야. 왜 대화에 끼어들어?"

"난 쿨라인의 뒷 배경이거든."

"뭐? 그게 사실이야? 쿨라인 너, 암살자 집안이니?"


쿨라인도 황당함에 팔린에게 물었다.


"팔린,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뒷배경이 없어."

"이제부터 하면 되겠네."

"뭐?"

"널 후원한다는 소리다. 내게도 돌아오는 게 있을 거 아니야."

"당연히 있지. 많은 걸 공유할 테니까. 네가 귀족 집안이라면...확실히 도움이 되긴 해."


곧 귀족에게 물건을 선보인다.

쌩판 처음 보는 사람보다 같은 귀족이라면 우선 신뢰도가 있지 않은가.

또, 사소한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래도 좀 갑작스럽네. 고급반을 차라리 후원하는 게 어때?"

"거긴 내 취향이 아니야. 너무 고리타분 하다고 할까? 매력없어."

"아...그래. 그럼 그렇게 해."

"휴. 다행이다. 거절하면 어쩌나 마음 졸였거든."

"왜 거절하겠어. 나야, 오히려 고맙지. 안 그래도 어떤 귀족을 모셔야 하나 고민했거든."

"잘 됐네. 포션 만들면 내게도 줘. 금화는 필요 없거든."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물건이 더 귀했다.

팔린은 귀족이니, 금화보다는 새로운 걸 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티팩트로 하지 왜 포션으로 결정했어?"


매리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팔린이 거슬리는 모양이다.


"흔하잖아. 만드는 것도 오래 걸리고. 경쟁자도 많아."


'또, 포션으로 부족한 마나를 늘리려는 속셈도 있지.'


마나의 양이 충분하다면 아카데미의 성장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그래도 날 이겼으니 네 아티팩트가 더 유명하잖아. 굳이 포션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한데. 아티팩트는 특화된 애들이 있어. 그들이 수면 위로 등장하면 난 가라앉거든."

"뭐? 그것을 어떻게 알아? 미래의 일이잖아."


쿨라인은 입을 턱하니 막았다.

너무 앞선 미래를 보다보니, 현재의 나에 대해 잊었다.

뭐라고 해명할까 고민할 때.

팔린이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흐, 뭐긴 뭐야. 겸손이지. 아티팩트는 흔하다잖아. 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흔한 건 재미없거든."

"아씨. 넌 좀 가만히 있어. 우린 현실을 봐야해."

"아니지. 미래를 보자고. 흐흐흐. 설레지 않아?"

"하...뭐 이딴 녀석이 다 있어. 음침하게 웃지좀 마."

"흐흐. 미안."


쿨라인이 나서서 말하지 않아도 됐다.


'뒷배경이라더니. 값을 하네.'


저 수다쟁이인 매리스만 상대해줘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다들, 시끄럽게 굴지 말고 자리에 착석해라."


그때, 에터 교수가 진지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왔다.

자습중이던 마법사들이 에터 교수를 쳐다봤다.


"교수님. 반 이동이 패착인 것 같습니다. 이상한 애들이 많이 들어온 것 같아요."

"매리스, 너도 이상한 애였어."

"..."

"흐흐. 웃기네."

"자자, 전달사항이 있다."


마법사들은 집중했다.

중급반이라서 그런지 나름 체계가 잡혀 있었다.


"쿨라인 마법사의 아티팩트가 밖으로 유출된다고 한다. 그에 따라서 이 반 전체가 그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교수님. 꼭 참석해야 하나요?"

"참석해야 한다. 이건 즐기려고 가는 행사가 아니다. 아카데미에서 대표로 홍보하려고 가는 행사다. 우리가 중급반중에서는 대표로 가게 되었으니 자부심을 가지도록 해."

"알겠습니다. 교수님."


쿨라인이 손을 번쩍 들었다.


에터 교수의 눈빛이 변했다.

따스한 봄날같이 따뜻한 눈빛이었다.

아마도 쿨라인이 알려준 이론이 꽤나 큰 영향력을 행사한 듯했다.


"뭐가 궁금하냐."

"언제 출발하는 겁니까?"

"이틀 뒤다. 계획보다 삼일 앞당겨졌다."

"알겠습니다."


에터 교수가 자리를 벗어났다.

쿨라인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움직였다.

팔린이 잠시 후,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이 없네. 이틀이면 촉박한 거 아니야?"

"맞아. 팔린. 이틀 뒤, 누가 올 수 있어? 아무 귀족이면 돼."

"음...우리 아버지가 오실 걸?"

"뭐? 그분이 왜 직접 오셔."

"흐흐. 내가 보챘거든. 안 오면 마법사 때려친다고 협박하니까 오신대."

"그냥 귀족이면 된다니까. 안 그래도 바쁘신 분일 텐데."

"바쁘긴, 후작이라 펑펑 놀던데."

"팔린 너, 후작가였어? 아니, 신분이 왜 이렇게 높아. 그분이 오시면 일이 커진다고."

"아...그렇네. 다른 귀족도 따라 붙겠다. 흐흐."

"이거...제대로 안하면 물 먹을 수도 있겠는데."

"걱정마. 아버지는 내가 담당할게."

"그 말이 아니야. 양날의 검이라고. 잘못되면 마법사의 위신(威信)이 바닥나."

"어차피 잘 될 거잖아. 이왕 밀어주는 거 크게 가자고."

"너...생각 보다 대담하네."

"흐흐. 고마워. 난 내 눈을 믿거든."

"알았다. 나도 최선을 다해볼 게."


쿨라인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메인이 아니라 디저트로 생각했는데.

그러다가는 망신당하게 생겼다.

이렇게 된 이상 포션을 여러가지 만들어야 했다.


'마나만 많았어도.'


사실 이런 고민을 하는 건.

회귀로 인해 마나가 작아졌기 때문이다.

마나 통만 컸다면 자신감 있게 밀어붙일 일이었다.


"쿨라인...그 포션은 언제 만들어?"

"뭐야. 자신만만하더니. 왜 그런 표정을 짓냐."

"사실 조금 떨리거든. 아버지께 반항은 처음 해봐서..."


도대체 어떻게 모셨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 건지.

쿨라인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오늘 재료를 받을 거야. 생각보다 일찍 구했다고 하더라."

"후, 다행이다. 심장이 쫄깃하네. 흐흐."

"그러게 그냥 아무 귀족이나 데려오지, 왜 사서 고생하냐."

"그냥. 그런 게 있어."


히이이이잉!


그때, 말울음 소리가 들렸다.


"쿨라인님. 기사가 찾아왔습니다. 뭔가 잔뜩 짊어지고 왔는데 시키신 것이라도 있습니까?"


마법 아카데미의 문지기였다.

그는 평민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실하다고 한다.


"내가 직접 나가보겠다. 가서 볼일 봐."

"알겠습니다."


쿨라인이 바깥으로 나가자 기사인 두티우스가 서 있었다.


"말씀하신 물건입니다."

"대금은 후불로 가능합니까?"


두티우스는 머뭇거리다가 쿨라인 곁에 있는 팔린을 발견했다.


'후작가의 공자님이다.'


저 초췌한 얼굴과 옆으로 쭉 찢어진 눈.

그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얼굴이었다.


"음...편한대로 주십시오."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가겠습니다."

"예. 제 이름은 두티우스입니다. 오셔서 두티우스를 찾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물건을 받은 쿨라인은 커다란 보자기를 짊어지고 실험실로 향했다.


작가의말

마법사들은 특이합니다...쿨라인도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똑같이 특이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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