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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의 서재입니다.

빙법사가 힘을 안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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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딧
작품등록일 :
2020.05.18 16:44
최근연재일 :
2020.06.18 17:18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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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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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글자수 :
200,599

작성
20.05.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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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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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12쪽

전부 배웠다(2)

DUMMY

"교수님 저건 무엇인가요?"

"신기해요. 뭔지 알려주세요."


마법사들이 묻자, 카리안은 입을 달싹였다.


'곤란하군.'

사실을 알려주자니, 이들이 의욕을 잃을까 걱정되었고.

거짓으로 말하자니, 교수라는 직책에 어긋났다.


"어...그러니까."


카리안의 뇌는 시간이 지날수록 과부하 되었다.

머리가 띵했다. 스트레스가 심해진 것 같았다.


"뭐긴 뭐야. 마나지."

"마나?"

"교수님이 그러셨잖아. 마법사의 기본."


명쾌한 답이었다. 자신을 대신해서 말해주다니.

카리안은 고마움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쿨라인이 있었다.


"기본 마나가 저렇다고? 거짓말이지?"

"네 눈으로 봤잖아. 뭘 부정하는 거야."

"부정하는 게 아니라...어이없어서 그래."


다른 마법사들도 동조했다.

저런 건 본적이 없었다.


"내가 마법의 구현에 재능이 있나 봐. 너희들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구현될걸?"


별일 아닌 것처럼 쿨라인이 말하자,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시간'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절대 부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자존심을 지킨 마법사들이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에 카리안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미안하다. 새싹들아.'


카리안은 잔인한 현실에 고개를 돌렸다.

저 과정은 심화 과정보다 어려웠다.

그러나,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말한다면 집단으로 도망갈 테니, 희망으로 남는 게 나았다.


'그나저나···. 쿨라인이 한 거였다니.'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다.

카리안은 마법 무구인 '센트'에 집중하느라 놓쳤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된다면 물어봐야겠어.'


카리안은 교수지만 마법사였다.

쿨라인의 방법은 무언가 쉽고 편안해 보였다.

비법이 있는 듯하니 주시할 생각이다.


"자자! 구경도 좋지만, 쿨라인의 말처럼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영역이 있을 테니, 기운들 냅시다!"

"네! 교수님!"


카리안 교수는 다른 테스트를 진행했다.

원래라면 하나만 하고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져서 몇 개 더 준비했다.


"마나를 모르지만, 마법을 구현하는 마법사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연구할 때 좋다고 합니다. 각자 잘하는 마법으로 아무거나 만들어보세요. 1서클이라도 마법 무구를 만들면 높게 평가합니다."


마법사들은 교수의 말에 신이 났다.

마법적인 자질이 적어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야야, 라이트 마법의 룬어가 뭐였지?"

"하. 1서클도 까먹으면 어떻게 해."

"기억이 안 난다. 샨 타판 뭐였는데."

"샨 타판 툰이다. 그림은 기억나?"

"그림은 무조건이지."


마법사들은 말이 잘 통하는 상대와 대화하며 룬어를 새겼다.

기본적으로 마법서에 나온 룬어를 기억하고 그림을 새기면 끝이었다.

새기는 게 은근 재밌어서 마법사에게 인기가 많았다.


사사삭


모두가 집중했는지 사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카리안은 흐뭇한 미소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두가 마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카리안의 귓가에 서거거거걱이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언가 갈려나가는 것이 꽤나 깊숙히 파는 듯했다.


'누가 장난치는군.'


이런쪽으로 지루해하는 마법사도 소수지만 존재했다.

그들은 대체로 움직이는 걸 좋아했다.

가만히 앉아서 작업하는 것을 제일 혐오했다.

그것을 카리안은 알기에 가만히 내비뒀다.


"응?"


그런데, 장난치는 게 아니었다.

남들은 수동으로 룬어를 새길 때.

그는 얼음인 송곳으로 움직였다.

일음 송곳은 세분화되어 자리를 찾았다.

송곳이 일정한 움직임으로 그 자리를 얉게 떴다.


"...무슨 집중력이."


마법을 유지하며 모든 송곳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쉬운 듯 보였으나, 저건 교수들도 따라하기 힘들다.

누군가 했더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또, 쿨라인이잖아.'


듣기로는 기초반에서 상위권이라고 했다.

최상위권에 가지 못하고 마법을 익히는 과정이 저조하다는 게 그에 대한 '평'이었다.

그런데, 눈으로 보니 전부 잘못된 정보였다.

도대체 정보부는 밥먹고 뭐하는지, 이럴거면 금화는 왜 받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 했습니다."

"어...그래. 어?"


카리안이 잠깐 생각하는 동안, 쿨라인은 끝내버렸다.

마법으로 하는 작업이니, 빠를 거다.

하지만, 이건 선을 넘었다.


"마법이 구현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확인했습니다."

"일회성인지 확인했니?

"99퍼센트로 호환됩니다."

"...수리 여부도 가능해?"

"음. 제가 만들었으니, 가능할 겁니다."

"후, 그럼 그렇지. 그건 확인하기 어려울 거다."


카리안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했다.

그냥 빨리 만들었으니, 되돌아가서 시간을 보내라는 말이었다.


"확인 해보겠습니다."

"뭐?"


콰직!


허공에 아이스 스피어가 만들어지더니.

팔찌와 충돌했다.

팔찌의 이음새가 전부 끊어졌다.

날카로운 송곳에 꿰뚫려 팔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리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 그걸 박살내면."


그때였다.


[아이스 리게인.]


쿨라인의 손등에서 푸른빛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마나는 팔찌를 감싼 뒤, 딱딱하게 굳었다.

팔찌 부분에서 서리가 발견됐다.

동시에 이음새가 모두 이어졌다.


"이런. 너무 강하게 부셨나 봅니다. 일회용만 사용 가능하네요. 복원율 80퍼센트입니다."


카리안은 쿨라인이 내민 팔찌만 만지작 거렸다.


'내가 뭘 본 거야?'


복원이라니.

저런 게 가능하다고?

아니, 거대한 창이 보였던 것 같은데.

너무 빨리 사라져서 창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잡생각을 하던중, 카리안은 팔찌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화들짝 놀랐다.


'1서클 마법이 아니야.'


이정도로 인체에 영향을 주는 건 1서클이 아니다.

팔찌를 찬 것만으로 마법무구의 존재감을 느끼다니.

카리안은 눈을 비볐다.


"교수님?"

"어...그래."

"할 게 더 없습니까?"


카리안은 저리 가라고 손짓했다.


"없다. 가서 쉬고 있어. 다른 마법사와 이야기해도 좋고. 그냥 편히 쉬고 있어."

"알겠습니다. 그...반영한다는 것은 어찌 되는지."

"마법 무구에 대해 잘 아는 교수님이 오실 거다. 그분과 합산하여 총평을 내릴 거고. 물론, 내가 줄 수 있는 평가는 최상이야. 됐니?"


쿨라인은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카리안 교수님. 다시 만들어야 하나 걱정했는데...좋게 봐주셨군요."


"복구까지 하는데...뭘 다시해. 그냥 가서 쉬거라."

"예."


쿨라인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쿨라인이 앉자, 안색이 창백한 팔린이 기다렸다는듯이 다가왔다.


"안녕."

"...무슨 일이십니까."

"난 존칭 안 써. 듣기 싫으면 너도 쓰지마."

"..."

"무시하겠다는 거네. 배짱은 두둑해."

"..."

"우리 집안이 꽤 잘 살아. 나와 친분을 맺으면 도움이 될 거야. 우리 아빠가 귀족이거든."


쿨라인은 아예 눈을 감고 명상했다.

저런 애송이 마법사와 놀아줄 생각은 없었다.

이곳은 '견습 마법사'가 있는 곳으로 목적지를 향해 지나치는 곳이다.

인재를 여기서 만난다?

극히 낮은 확률이었다.


'그런데, 계속 무시해도 되나?'

제 풀에 지쳐서 갈 줄 알았건만, 그는 가만히 있었다.

현재 마법사의 위치는 애매해서 귀족의 권위가 통했다.

그가 난리 피우면 일이 꼬일 수도 있었다.


쿨라인이 입을 열려는 찰나, 팔린이 먼저 말했다.


"네가 완전히 복구를 못한 건, 송곳의 마나를 써서 그래."


쿨라인은 눈을 번쩍 떴다.

팔린이 말한 것처럼 송곳의 마나를 그대로 사용했다.

어차피 같은 마나니 똑같다고 생각한 거였다.


'마나의 성질이 변했으니. 역추적이 안 됐군.'


복구는 해본적이 없었기에 디테일한 부분은 신경쓰지 못했다.

그게 일회용으로 만든 것이다.


'그나저나, 그걸 어떻게 알았지?'


쿨라인은 설혼의 후손이다.

그래서 마나가 특이한 구조를 띄고 있었다.

마법사라고 해도 쉽게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카리안에게 복구시 자신만 수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마나 감지 계열이군."

"응? 뭐라고?"


쿨라인은 팔린이 마나 감지에 탁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예민하지 않으면 그쪽 계열은 발달하지 않는다.

정보쪽과 현장직을 모두 갈 수 있는 계열이었다.

한마디로 '극소수'의 인원이다.


"난 쿨라인이다."

"팔린이야. 드레티아 팔린이라고 사람들이 불러."

"난, 팔린이라고 부르겠다."

"흐흐, 마음대로 해."


쿨라인은 팔린의 마법을 높게 평가했다.


'집안 좋고 마법 계열도 좋잖아.'


생김새가 좀 음침하게 생겼지만, 현재 모든 것을 가진 마법사였다.

그와 말을 터서 손해볼 것은 없었다.


탁.


그때, 문밖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아니, 견습 마법사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마법 무구를 바로 만들었고, 그것을 부신 뒤 다시 복구했다. 이 말입니까?"

"예. 르브란 교수님."

"제가 마법 무구를 보지 않았지만...이쪽 계열이 확실합니다."

"그 정도 입니까?"

"물론입니다. 복구하는 과정은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복구율 80퍼센트라고요? 65퍼센트만 넘겨도 됩니다. 어차피 반반일 때가 많아서..."

"그렇군요. 저는 자세히 몰랐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는 됐습니다. 그 마법 무구좀 구경합시다."

"알겠습니다."


르브란은 마법무구를 신중하게 몇 번 만지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일회용이라고 말씀드렸-."

"잠시만 조용히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흙이 아니라 얼음이잖아. 누가 이런 미친 짓을 성공 시킨 거지?'


아이스로 복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르브란도 실험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고강도 방어가 가능한 아이스 마법.

무구가 파괴되지 않으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르브란은 조용히 마법을 읊었다.


"파이어!"


손끝을 타고 불꽃이 팍하고 튀었다.

세기가 약하지 않은데, 마법무구의 얼음은 녹지 않았다.

르브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걸 견디다니. 실험할 게 없는데...그것을 꺼내야 하나?"

단순히 품평하기 위해 마법을 쓰는 단계는 지났다.

르브란은 중급반에서 가져온 '아리스염'을 꺼냈다.


아리스염은 중급반의 수석이 만든 '아티팩트'다.

르브란도 이미 인정한 상태였고.

곧 바깥으로 유포할 계획이었다.


"어차피 일회용이니 상관없겠지."


아리스염을 작동하자 파이어 마법보다 강한 화염이 튀어나왔다.

화염은 뱀의 꽈리처럼 움직이며 얼음 부분을 콱 물었다.


스르륵


당연히 얼음이 녹을 줄 알았는데, 멀쩡했다.

충돌 과정에 변한 건 있었다.

화염이 사라졌다.


"뭐야? 이거. 일회용 맞아?"


르브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리스염이 통하지 않는 건 계획에 없었다.

무슨 견습 마법사의 마법 무구에 화염이 깨진다는 말인가.


"3, 3서클 아티팩트가 2서클 마법 무구에 지다니. 이걸...어떻게 설명해야..."


르브란은 실성한 사람처럼 말을 더듬었다.

자신이 계획했던 결과물이 '부정' 당한 것이다.


"교, 교수님. 괜찮으십니까?"

카리안이 다가와 르브란을 부축했다.


"카리안 교수...이자는 견습 마법사가 아닙니다. 중급반으로 보내야 합니다."

"중급반이라니요. 고급반으로 보내야 합니다."

"으음. 교수의 눈에 이미 찼군요."

"말도 못합니다.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살면서 저런 마법사는 처음 봅니다. 경이롭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나, 몇 단계 뛰는 건 이례에 없던 일입니다. 회의를 열어야겠습니다."


르브란은 쿨라인이 만든 마법무구를 챙겼다.

이 무구는 '윗선'을 설득할 때 필요했다.


'가져갔구나.'


쿨라인은 문이 열리자 카리안의 손을 확인했다.

아무 것도 없었다.

르브란 교수가 마법무구를 교체한 모양이다.


째깍.


운명의 시계바늘이 움직였다.

미래가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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