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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화살 님의 서재입니다.

대영천하, 조선만세.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빛의화살
작품등록일 :
2021.05.31 00:07
최근연재일 :
2023.08.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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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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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9.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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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대기근(大饑饉) 23.

대영천하, 조선만세.




DUMMY

“ 이쪽 장부는 식재료 매입원부입니다. 더블린에서 온 염장생선과 말린 생선 수불현황은 내일까지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쪽 서류는 골웨이 현지에서 생산한 염장생선과 말린 생선 생산현황이 적혀있는 겁니다. ”


소이어 셰프와의 인연으로 더블린에서 골웨이까지 따라오게 된 패트릭 케네디는 소이어의 소개로 골웨이 항구에서 들어오는 구호품의 정리업무를 하는 조건으로 조선인 구호봉사단에 채용되었다. 아주 적은 급료와 식사제공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 얻을 수 있는 일자리로는 그의 처지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조건이었다.


“ 아, 벌써 다했나? 자네 상당히 빠르구먼. ”


골웨이 항구에서 조선에서 보내오는 식량의 수불과 부렬전 각지의 후원자들이 보내오는 구호품의 수령을 맡기로 한 김병학은 패트릭의 재주에 감탄했다.


얼마 전까지 글도 제대로 못 읽던 패트릭이라는 청년은 영민하여 가르쳐주는 대로 금방 배워서 자신의 것으로 빨아들였다. 조선에서 이런 친구를 만났다면 신분에 상관없이 학문을 가르쳐볼만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아닙니다. 일을 잘 가르쳐 주셔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


패트릭은 김병학의 칭찬에 머리를 긁적이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살아가는 동안 허드렛일만 하면서 살던 그에게 소소하게나마 글과 일을 가르쳐주는 조선인들이 고마울 뿐이었다. 자신이 농사 외에도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 그나저나 이렇게 식량을 계속 대는데도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으니······. ”


김병학은 살짝 지친 표정으로 걱정을 했다. 골웨이 주변으로 오면 죽이나마 한 그릇 받아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일랜드 서부 일대의 난민들이 골웨이 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렇게 받는 음식이 죽 한 그릇이라도 그것이 유명한 요리사인 알렉시스 소이어의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산해진미를 먹는 듯 감격하며 먹었다. 그러다보니 죽기 전에 먹는 마지막 식사로 유명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먹겠다는 심정으로 골웨이를 향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자 조선 유학생이 주축이 된 구호봉사단원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좌장격인 김병기나 런던을 중심으로 한 잉글랜드지역의 명사라고 할 수 있는 유명셰프 소이어 같은 사람의 주요 업무가 런던정가의 유력자나 상공업에 종사하는 부호들에게 후원을 부탁하는 편지를 쓰는 것이 되어 버렸다.


“ 그래도 조선에서 오신 여러분들 아니었으면 더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을 겁니다. ”


패트릭은 진심을 담아 김병학에게 말했다. 정말로 이들이 아니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아일랜드 사람이라면 절대로 먹지 않았을 여러 가지 식물들이나 해초, 심지어 곤충까지도 먹을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해서 식량의 양을 늘린 것이다. 거기다가 수송할 수단이 없어서 항구에서 썩어서 버리던 생선들까지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가공처리시설까지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세웠다.


단순하게 구호품으로 온 곡물만으로는 절대로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먹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조선 사람들이 가져온 괴이한 식재료를 유명요리사인 소이어 셰프의 레시피로 요리했다고 알려졌다. 소이어의 명성 덕분에 그 이상한 식재료를 정말로 먹을 수 있는 것일까하며 의심하던 이들도 참고 먹었다. 그리고는 제법 먹을 만한 음식이라는 것에 다들 동의했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주식삼아 먹던 소금을 친 감자요리보다는 훨씬 풍부한 맛이었던 것이다. 패트릭도 처음 먹었을 때는 난생 처음 보는 재료들이 들어간 잡탕죽 한 그릇에 자신도 모르게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패트릭이 생각하기에 조선 사람들과 소이어 셰프가 1년만 먼저 아일랜드로 와서 이런 활동을 펼쳤다면 작년의 지옥 같은 가을, 겨울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농사를 지어야할 종곡까지 먹어치우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리고 ······.


“ 자네 고향도 이랬나? 자네 고향은 여기보다는 훨씬 동쪽이라 했지? ”


“ 여기보다는 더블린에 가까워서 여기 정도는 아니었죠. 솔직히 서쪽이 정말 심한 겁니다. 제 고향은 누더기일망정 그래도 옷은 입을 수 있는 형편이었으니까요. ”


김병학의 질문에 대답한 패트릭은 고향에 두고 온 브리짓을 잠시 떠올렸다.


그나마 서부 아일랜드보다는 사정이 나은 덩겐스타운이니까 올해까지는 어떻게든 견뎌낼 것이다.


“ 오늘 일은 얼추 끝냈으니 잠시 스타우트(흑맥주)나 한잔 마시며 좀 쉬도록 하세나. 젓갈과 어포를 책임지느라 더블린에 남아있는 소석이 양조장에서 한통 얻었다며 보내준 것이 있다네. 아참, 자네도 소석을 본 적 있지? ”


더블린에 마련한 장젓고와 덕장을 운영하기 위해 그곳에 남은 소석 조병기는 덕장 부지를 공짜로 임대해준 양조장에서 빚었다는 스타우트라는 술을 한통, 젓갈과 함께 보내온 것이다.


다 같이 먹으라고 보내준 것이겠지만, 골웨이 항구에서 장젓고와 덕장에 물품관리를 위해 남은 김병학을 제외하고는 좀 더 깊숙한 민클룬(Mincloon)외곽에 가 있으니 술은 그대로 자신과 골웨이에서 일을 돕는 인부들 몫이 되었다. 다음에 좀 더 보내온다면 그 때는 형님께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김병학이었다.


“ 염장 생선과 말린 생선 생산을 감독하시기 위해 더블린에 남으신 분이라면 떠나기 전에 몇 번 뵈었죠? 그런데 이런 시기에 맥주를 마셔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


“ 어차피 보내 온 것이야. 얼마 되지 않아 모두에게 돌아가지도 못할 양인데 우리끼리 한잔 목 축이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나? 다음에 또 보내오면 그 때는 다른 이들에게 넘기면 되지 않겠나? ”


그렇게 말을 하고는 피식 웃으며 김병학은 잔에 흑맥주를 한잔 가득 따라서 그대로 입에다 갖다 댔다.


“ 후루룩. 쓰읍. 거참 시커먼 것이 그냥 보기에는 조선에서 먹던 수정과 같은 것이 쌉싸름한 맛이 도는데, 이것이 입에 길들이니까 제법 먹을 만 하단 말이야. 누가 보기 전에 자네도 얼른 마시게나. ”


“ 허어. ”


김병학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잔에다 조금 따라서 마신 패트릭은 아직 술기운이 돌지도 않았는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왜 그러는가? ”


“ 고향에 두고 온 약혼자가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일을 도우면서 밥도 먹고 급여도 받고 있는데 고향에 두고 온 약혼자와 가족들 생각하면 밤에 잠도 못잘 정도입니다. ”


“ 계속 노력하다보면 이 기근도 끝나지 않겠나? 조금만 더 힘내게나. 외지인인 우리도 이렇게 걱정이 되어서 이곳까지 도우러 오지 않았나? 이곳이 고향인 자네가 힘을 더 내야지. ”


김병학은 패트릭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의 빈 잔에 맥주를 가득 채워 주었다. 마음이 울적 할 때 한잔 정도 마시는 술은 보약이다.


“ 알겠습니다. ”


“ 그나저나 우리 조선 사람들이 처음 브리튼에 왔을 때는 곳곳의 성세에 감탄을 마지않았는데 어찌 이곳 아일랜드는 부렬전과는 사뭇 다르면서 빈한한지 모르겠네. ”


입조사를 수행하여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를 생각하며 김병학은 푸념을 했다. 처음 본 철마라는 신물, 증기기관, 조선에서 가장 큰 배보다도 수십 배는 큰 성채 같은 배들이 가득 찬 항구, 벽돌과 돌로 지은 집과 다리.


그 모든 것들이 조선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물산이 발달하고 성세를 자랑하는 천하제일국의 위용을 자랑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같은 임금이 다스리는 같은 땅 안에서 아무리 기근이 들었다지만 이태(2년)가 다 되어 가도록 굶주린 사람들을 제대로 먹일 궁리를 못해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퀭한 눈을 하고는 먹을 것을 찾아 헤맨다. 아니, 어떤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아다닐 힘조차 없어서 집같지도 않은 움막에 누워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병학, 자신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조상대대로 너무 가난해서 그렇습니다. 브리튼과 가까운 더블린이나 벨파스트에서는 물건을 살 때 주화나 수표를 사용하지만, 대부분의 아일랜드지역에서는 물물교환을 하죠. 우리에게는 그럴만한 금이나 은이 애초에 없었으니까요. ”


“ 그게 이렇게 가난한 것과 무슨 상관인가? 우리 조선도 거래를 할 때에는 미곡과 면포로 하는 경우가 많다네. ”


이곳 애란(아일랜드)땅에 와서 놀랐던 것 중 하나였다. 부렬전은 곳곳 어디서든 금전이나 은전이 있으면 필요한 물품을 쉬이 살 수 있었는데, 더블린 근방만 금, 은으로 만든 화폐가 통용될 뿐 다른 지역은 조선에서처럼 면포나 곡식이 있어야 필요한 물건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 농사가 그럭저럭 될 때는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죠. 사람이란 원래 먹을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 만족하고 살지 않습니까? ”


“ 그런데? ”


“ 다른 곳은 모르겠습니다. 브리튼 본섬에서는 얼마나 자주 기근이 생기는지? 우리 아일랜드는 몇 십 년에 한 번씩 기근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제 아버지나 할아버지 말씀대로면 일생에 적어도 한번은 기근을 맞은 것 같군요. 기근피해를 딛고 이제 좀 살만하다 싶으면 다시 기근이 발생하는 식이라 아일랜드 사람들은 항상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죠. ”


“ 그래도 기근이 아닐 때 조금씩 모아두면 되지 않소? ”


“ 글쎄요? 아일랜드는 농사가 잘 되는 땅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농사지어서 거두는 곡식은 대부분 저희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농사를 짓고 대신 지주에게서 집과 텃밭은 빌리죠. 물론 풍작이면 일부 곡식을 지주가 수고했다고 내어 주기도 하지만요. 그런 지주들도 이번 기근에 파산한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결국 똑같이 먹을 것을 찾아서 헤매는 신세가 되었고요. ”


“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


“ 너무 굶다보니 농사지을 기운이 없어서 아무도 농사를 안 지었거든요. 하. 하.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웃기군요. 비극인데 말입니다. 하하하하. ”


첫해에는 감자농사가 흉작이어서 굶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 지난 이,삼년간 패트릭, 자신이 겪었던 굶주림에 관한 경험을 떠올리니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굶지 않기 위해서는 씨를 뿌리고 몸을 움직여서 농사를 지어야 했다. 하지만 너무 굶주려서 일할 힘도 없었고, 그나마 농사를 짓기 위해 따로 빼 놓았던 종곡마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어버렸다. 그 악순환에 빠지자 자기 토지에 농사를 지어 살던 자영농마저도 굶주리게 되었다.

거기에 정부에서는 토지소유자들에게 구호에 필요한 예산의 절반을 부과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했다. 덕분에 손바닥만 한 자기 땅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 좋은 지주들까지 파산을 선언하고는 난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높으신 분들이든 자기처럼 땅 파먹고 사는 하류인생이든 모두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패트릭은 슬픔보다는 웃음이 터져버린 것이다.


“ ······ ”


패트릭의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모를 괴이한 웃음에 김병학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의 학문이 좀 더 깊다면 이런 참상을 막을 수 있는 지혜를 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 익혀야 할 것인가?


자신이 손에 쥔 맥주잔을 입에 갖다 대며 그런 생각을 했다.




•••••••••••••••••••




소석 조병기는 더블린의 자기 숙소에서 덕장 한구석에서 만든 자반고등어를 구워서 귀리죽과 함께 먹으려고 상을 차려 놓았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조선 쌀을 모두 싣고 서쪽으로 가버리는 통에 쌀은 구경도 못했다.


그렇게 쌀을 실어온 배가 더블린을 떠날 줄 알았으면 시간이 있을 때 쌀을 한말이라도 빼돌렸을 텐데 ······. 흰쌀밥을 먹겠다는 그의 희망은 조금 더 뒤로 미루어야 할 것 같았다. 다음번에 오는 배에서는 꼭 한 말만 빼돌리리라.


“ 이게 쌀밥이면 더 좋을 텐데. 쓰읍. 후루룩 ”


그래도 자반고등어에 젓갈을 상에 올려놓고 부렬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오이지와 향채 따위를 곁들여 먹으니 제법 먹을 만했다. 다음에 오는 배에서 반드시 쌀 한말만 빼돌려야겠다.


평소 굶주린 사람들과 같이 곡물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으니 조선에서 보내온 쌀 한말 정도는 꺼내 먹어도 되지 않겠는가?


그는 밥을 먹으면서 금전 출납이 기록된 장부를 넘기면서 보고 있었다.


조선이라면 식사 중에 딴 짓거리를 한다면 욕을 한 사발 얻어먹을 짓이었지만, 이곳에는 자신에게 뭐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거기다 이것저것 챙기느라 밥 때를 놓치기 일쑤였기에 끼니를 때우면서도 일을 하는 것이다.


“ 어디 보자. 이거 큰일이군. ”


장부를 훑어보던 조병기는 현재 남은 자금현황을 보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입맛이 싹 달아났다. 굶주린 사람들은 사정이 낫다는 더블린에서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는데 서쪽에 가서 구휼을 행하는 동료들은 점점 더 많은 물자를 보내달라고 재촉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당장 자신이 관리하는 장젓고와 덕장 운영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것이다. 젓갈과 어포가 큰 힘이 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더 못 대게 된다면 아까운 생선들이 또 썩어 문드러진 후에 바다에 그냥 버려질 것이다.


굶주림에 쇠약해진 사람들의 기력보충에도 멀건 죽만 주는 것보다는 어포와 젓갈을 얹어 주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인데도 말이다.


“ 대책을 세워야겠네. ”


이 말을 하면서 조병기는 오른손에 쥔 숟가락을 탁하고 내려놓고, 왼손으로 쥐고 있던 장부도 같이 던지듯 내려놓았다. 모처럼 입맛이 돌았는데 이 기분에는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을 것 같았다.




영국조선) Union Jack 휘날리며, 孔子曰.


작가의말

*그저께 댓글에 첨언합니다.

 

원래 어제 올리려 했는데 글 쓰는 중에 오류가 생겨서 오늘 올립니다.

아일랜드 토지제도는 좀 독특한 면들이 있습니다. 일단 대지주라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광활한 몇만평 대농장이 아니라 런데일이라고 해서 다수의 조각토지의 묶음으로 소유와 경작이 이뤄집니다. 제 생각에는 아일랜드 토양,토질에도 관련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는 호수의 푸른 섬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호수와 저수지가 많고 그래서 습지도 많습니다. 또 토탄층 등 전근대 농업기술로는 좋은 토질이랄 수 없는 토지가 산재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곡 경작이 쉬운 토지가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아일랜드 특유의 소유-경작 제도가 이뤄집니다. 보통은 소작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소작은 경작자가 토지주에게서 산출량의 일정부분 혹은 절대량을 납부하고 나머지 부분을 경작자의 소유로 합니다.

 

그런데 아일랜드의 소작-그것을 소작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좀 애매합니다만-은 토지에 예속된 지역민이 영주(토지주)에게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텃밭)와 주택을 임차합니다. 그러면 부동산에 대한 지대가 발생할 겁니다. 이걸 토지주에게 납부하는 방법이 노동력입니다. 이 이유는 아일랜드의 자원이 빈약하고, 산업이 발전하지 않아 화폐경제가 성숙되지 못한 것에 가장 큰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작자는 토지주의 런데일에 출근해서 경작을 합니다.

 

당연히 런데일에서 산출되는 모든 산물은 영주(토지주)의 소유입니다. 이것이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에도 탐욕스런 잉글랜드 출신의 지주들이 모든 산물을 잉글랜드로 반출시켰다는 것의 팩트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들 겁니다. 그래도 인간의 탈을 쓰고, 자기 피고용인인 경작자들의 굶어 죽는데도 식량을 베풀지 않은 것은 사실 아닌가? 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일랜드 영주(토지주)는 일종의 사회적 의무를 지고 있었습니다. 자기 영역 내의 인민들에게 주거와 최소생활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유하고 있던 토지에 비해 부담하는 인구는 매우 많았습니다. 1851년 기준 브리튼 전지역 인구가 2100만명인데 비해 아일랜드는 800만 이었습니다. 아일랜드 면적 84421 , 브리튼 섬 면적 209331 의 면적에 비옥한 브리튼 섬과 척박하고 농지가 많지 않고 기후조건마저 열악한 아일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근대 농업기술로 아일랜드는 이미 과잉 인구였습니다. 여기에 빈민법에 의해 기아난민의 구제비용 절반을 영주(토지주)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자기 영지의 작물을 그냥 구호로 풀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단위 면적당 피고용인이 너무 많아서 가뜩이나 생산성이 좋지 않은 아일랜드 토지주들조차도 그 밀을 판매해서 이윤을 얻지 못하면 파산할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중 중소토지주의 파산 같은 것도 실제 있었던 일이고, 파머스턴 같은 사람들은 토지제도의 개혁과 영지민의 해외이민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었죠. 이게 아일랜드인에 대한 잉글랜드 토지주의 혐오에 기했다고 보는 관점도 있을 수 있지만, 저는 회의적입니다. 이미 잉글랜드계도 아일랜드 토착민과 문화적인 면에서 융합해서 아일랜드 민족주의가 형성된 증거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제가 전문학자가 아니다보니 약간 논리와 증거의 허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략 이렇습니다. 애초에 토지주들도 의도적으로 절멸을 목적으로 수탈하지 않았다는 거죠. 막말로 다 죽으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그러다보니 아일랜드 토양에 맞는 식량작물, 더 많은 산출량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작물이 개발되면 그걸로 아일랜드인의 삶-유산자, 무산자 모두를 위한-을 지탱하는 기둥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력으로 조선 북방에 적응한 벼,,콩을 아일랜드에서 경작하고 성공하는 판타지를 꿈꾸게 된 겁니다. 긴 잡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왕이면 추천도 눌러주세요.

* 모든 분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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