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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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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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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0화

DUMMY

“여길세.”

노인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상상과 다르네요.”

“뭘 상상했나?”

“천장에서 지하수나 흐르는 걸 생각했는데, 이건···.”

장소가 장소라서 5성급 호텔 같은 안락함은 못해도 구치소 정도는 돼 보였다.

“전기는 어디서 났어요?”

노인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위에서 쓰는 전기를 끌어왔다?”

“정확하네. 아무튼, 저기가 샤워실일세.”

은신처 한 편에 간이 샤워실이 있었다.

“물도 위에서 끌어왔어요?”

“그럼 어디서 가져왔겠나? 다 물어봤으면 빨리 쓰고 나가게나.”

“안 그래도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샤워부스에 들어간 진해솔은 장막을 쳤다.

“이런 곳에서 잘도 씻는군.”

이현은 샤워부스에 들어간 진해솔을 보면서 신기해했다.

‘샤워하려면 알몸이 돼야 하는데,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 때 무방비나 다름없지 않나? 그런 쓰레기통에서 나뒹굴었으니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만.’

이현이 착각하는 게 있었다.

아무리 쓰레기통에서 굴렀다 하더라도 이현이 없었으면 진해솔은 이런 곳에서 샤워한다는 선택지를 택하지 않았을 거다.

-스윽.

“음?”

“험험.”

노인은 헛기침을 터트렸다.

그동안 혼자 생활했기 때문에 노인도 몰랐었던 것 같다.

샤워실을 가린 커튼은 분명 모습은 감춰주지만, 불빛에 반사되어 비친 실루엣은 가려주지 못한다는 걸.

등을 더듬던 손이 아래쪽으로 향한다.

어쩐지 죄를 짓는 느낌이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번엔 소리다. 살결을 스치는 천의 소리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괜히 멋쩍어서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무거운 어색함 속에서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바닥에 튕겨 쓸려가는 물줄기도 공기 중에 감도는 어색함을 씻어내지는 못했다.

“이봐. 영감. 아까 거대 악어를 가두기 위해서 그 위에 건물을 지었다는 말, 거짓말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거대한 놈이 공사할 동안 가만히 있는다? 말도 안 되지. 설령 공사가 진행될 동안 가뒀다고 해도 굳이 건물을 지을 이유가 없지. 이미 있던 건물에 놈을 잡아넣은 거겠지. 목적은 실험용인가.”

“···.”

노인은 대꾸가 없었다.

“거짓말을 했다는 건 숨기고 싶다는 게 있다는 얘기지. 하지만 지금 영감의 처지를 보면 굳이 조직의 치부를 감출 이유가 없어 보여. 그런데도 감추는 건, 본인 역시 켕기는 게 있군. 그건 여기서 자행되고 있는 인체실험에 가담했기 때문인가.”

말하면서 정리하고, 정리하면서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이 핵심을 찌른 모양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실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는데도 알고 있는 기색이었으니까. 그리고.”

이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인체실험을 말했을 때, 눈에서 죄책감이 비췄거든.”

“끄응.”

노인은 대꾸는 못 하고 신음을 흘렸다.

“아마 책임자 혹은 그에 준하는 위치였겠지.”

“···자네는 뭐 점쟁이라도 되나?”

“단순한 통찰력이다.”

“통찰력이라··· 후우, 그래. 장황하게 얘기를 늘어놓은 건 내게 물어볼 게 있다는 뜻이겠지.”

“그래. 윗분들이 누구지?”

노인의 얼굴이 굳었다.

“그들은 누구지? 지칭하는 단어가 전부 모호한 단어뿐이더군. 마치 거론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지.”

“그들의 이름이 모호한 건 진정한 정체를 모르기 때문일세. 그럼에도 두려워하는 건 그들의 권력 때문이지. 이상하게 생각할 걸세. 정체를 모르면서 그들의 권력을 왜 두려워하는지. 내가 아는 그들에 대한 사실이라면 딱 하나 있네.”

“그게 뭐지?”

“그들 전부가 헤르메스의 길드 장과 동격이라는 것.”

“저기요.”

샤워기를 끄고 빨래 짜듯 머리의 물기를 짠 진해솔은 커튼 밖으로 고개만 쑥 내밀었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아니, 나중에 말해주지.”

“알았어요. 꼭 말해줘야 해요. 그리고 저기, 할아버지?”

“왜 그러나.”

“여기서 빨래는 못 해요?”

“···여기가 무슨 모텔인 줄 알아? 다 썼으면 나와!”

“없으면 말지 왜 화를 내요?”

진해솔을 툴툴거리면서 더러워진 옷을 입었다.

이러면 씻은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알몸으로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으, 냄새. 이거 빨 때 세제 안 썼어요? 빨래엔 피x 몰라요?”

진해솔은 수건을 쥐고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투덜거렸다.

“이···! 뭐 이런 게 다 있어. 다짜고짜 샤워실을 내놓으라고 하질 않나, 빨래엔 피x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질 않나, 이런 곳에서 피x을 어떻게 구해! 그리고 그게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에게 할 말이냐!”

“에이, 뭘 그렇게까지. 그냥 이렇게 하면 더 좋더라, 라는 리빙 포인트 같은 의미로 말한 것뿐인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도 좀 너무하다 싶었는지, 슬그머니 커튼 안으로 숨었다.

그러자 그 불똥이 이현에게 튀었다.

“쟤 데리고 여기서 당장 나가!”

“댁도 같이 가지.”

“뭐?”

“계속 여기서 있을 건가?”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늙어서ㅡ.”

“그런 것 치곤 미련이 남은 것 같은데.”

“···그것도 그 통찰력인가?”

“그런 셈이지. 나이로 보면 어차피 마지막 기회일 텐데, 더 잃을 것도 없다면 그야말로 남는 도박 아닌가?”

손을 내밀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노인은 이현이 내민 손을 맞잡으려다가 멈췄다.

아직도 망설이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그 표정이 묘했다.

뜻하지 않은 재회에 그리워하는 듯하면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것도 같았다.

“그, 그 건틀릿, 어디서 났나?”

“쇼핑몰에서 샀다.”

“혹시 만든 장인이 여자였나?”

“그렇다.”

“마, 맞다고? 그러면 혹시 피부가 까무잡잡하지 않았나? 근육질이고.”

“맞아요. 팔뚝으로 사과도 깰 수 있어 보였어요. 근데 그걸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아요?”

옷을 다 갈아입은 진해솔이 밖으로 나왔다.

“허허, 아직도 계속하고 있었던 건가.”

노인의 주름진 얼굴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옛일을 회상한다.

“그 장인과 아는 사이인가?”

“그렇다네. 그녀와 나는 한 스승 밑에서 배웠지. 그녀는 야금술을 나는 아이템 강화를 배웠네.

할아버지 강화사였어요?!”

진해솔은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강화사? 그게 뭐지?”

“아이템에 속성을 부여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해요. 매직 아이템은 알죠?”

“안다.”

“강화사가 아이템에 마법을 부여하면 매직 아이템이 되죠. 뭐, 엄밀히 말하면 마법은 아니지만, 초창기에 잘못 쓴 용어가 그대로 굳어지는 바람에 보통은 마법을 부여한다고 해요. 하지만 강화사라고 하면 정제사만큼이나 귀한 인력인데, 왜 이런 곳에···?”

“말하자면 기니까, 그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하겠네. 어쨌든, 나와 그녀는 헤어지기 전 한 가지 약속을 했네. 그녀가 최고의 아이템을 만들면 나는 그녀가 만든 아이템에 최고의 속성 부여를 하기로. 그래서 최고의 매직 아이템을 만들자고 했지.”

“그러면 이 건틀릿이?”

“그렇네. 처음 본 순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네. 이게 바로 우리가 약속했던 그 물건이라는 걸.”

포기하고 있었다.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이런 걸 운명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어떤 걸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노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원통할 수가! 그녀는 그 긴 세월을 지나 약속을 지켰거늘, 내게는 그 약속을 지킬 방법이 없구나!”

노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장탄식을 토해냈다.

“뭐가 문제지?”

“···재료가 없다. 강화를 하려면 마석 그리고 몬스터의 가죽과 뼛가루가 필요한데 아무것도 없다.”

그때, 노인의 눈앞으로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읏.”

눈이 부셔서 무심코 뒤로 물러선 노인은 그것이 마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라는 걸 알았다.

“마, 마석? 아니. 그거보다 이 말도 안 되는 순도는···!”

“이거면 되나?”

노인은 쓰게 웃었다.

“훌륭한 마석이지만 몬스터의 가죽과 뼛가루가 없으면 강화를 할 수 없다.”

“아, 그래? 간단하군.”

“간단하다고?”

“몬스터라면 여기 있잖아.”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요?”

진해솔은 나무 막대기 끝에 테이프로 칼날을 칭칭 감아 만든 조악한 창을 쥐고 있는 이현을 보면서 걱정했다.

노인이 처음 갇혔을 때, 호신용으로 사용한 창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물건이라는데, 그걸로 킬러 크록을 잡겠다고 하니까, 어디 미친 게 아닌가 싶다가도 평소 모습이라 한편으론 안심이 됐다.

-펑!

소리가 들린다. 노인이 킬러 크록을 발견한 신호다.

“곧 놈이 올 거다. 피해 있어.”

“아뇨. 저도 여기 있을게요. 아무 일 없을 거잖아요?”

어둠 너머에서 킬러 크록이 다가온다.

놈이 다가오는 물살로 파도가 치고 파랑이 일어 난 소리가 구덩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소용돌이처럼 몰아친다.

-촤아아아악!!!

모습을 나타낸 놈이 약이 바싹 오른 모습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킬러 크록과 마주한 이현의 모습이 마치 쓰나미 앞에 등대처럼 왜소해 보인다.

“크아아악!!”

놈이 토한 포효로 대기가 진동하고 파도가 부서진다!

-스윽.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린 이현은 굳건하게 땅을 디뎠다.

-우득.

팔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면서 천천히 허리를 한계까지 비틀었다.

“크아아아악!!!”

심해 저 깊은 빛 한 점 없는 해저 동굴 같은 아가리가 이현을 덮친다!

그 순간.

응축되어 있던 힘을 일순간 전부 폭발시키면서 창을 횡으로 베었다.

써억ㅡ!

섬광이 지평선을 그렸다.

단천(斷天).

응축한 전신의 힘을 한순간 폭발시켜 횡으로 베는 참격.

킬러 크록이 멈췄다.

거칠게 몰아치던 오물의 파도도 멈췄다.

-쩌적.

어설프게 붙여둔 창날이 균열과 동시에 깨져서 쏟아진다.

-툭.

킬러 크록의 상악과 하악이 어긋났다.

이내, 주둥이를 가로지른 혈선이 점차 벌어지더니, 위턱부터 뒤통수까지 깔끔하게 절단된 킬러 크록의 머리통이 오물에 빠졌다.


재료를 전부 구한 노인은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노인이 작업에 들어간 동안 이현은 킬러 크록 시체에서 마석을 꺼냈다.

“이건.”

마석이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런 마석은 처음인데.”

“이현! 작업이 다 끝났데요!”

진해솔이 부르는 소리에 일단 마석을 챙겼다.

“작업이 다 됐네. 건틀릿을 줘보게나.”

노인에게 건틀릿을 건네자, 건틀릿에 기하학적 문양을 새겨넣고 그 위에 플라스크에 담긴 액체를 소량 부었다.

그러자, 문양으로 액체가 흘러 들어가면서 푸른 빛으로 빛이 난다.

“다 됐네! 워낙 잘 만들어진 물건이라 건틀릿이 보호해 줄 수 없는 피해를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췄네.”

“그게 어떤 효과지?”

“불이나, 얼음, 전기 같은 피해에서 적어도 이 건틀릿을 착용한 부위만큼은 지켜줄 걸세.”

“고맙군.”

“이 늙은이가 고맙지. 덕분에 큰 짐 하나를 덜 수 있었네.”

“잠깐. 누구 마음대로 마무리하고 있어?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무, 무슨 일?”

“연구실을 공격한다.”




박석은 소장실에서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포도 향이 코끝을 맴돌면서 알싸한 와인을 목으로 넘기는 게 이곳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때였다!

-쾅!

급하게 소장실 안으로 경비병이 뛰어 들어왔다.

“뭐, 뭐야!”

“기계실에서 불이 났습니다!”

“뭐? 빨리 꺼!”

“그게 불길이 너무 커서 쉽지 않습니다!”

“장난해? 전부 작업 인원들 전부 다 데려가서 꺼!”

“큰일 났습니다!”

다른 경비가 다급하게 뛰어들어왔다.

“기계실에 불난 거 알아!”

“네? 불이요?”

불이 났다는 말에 경비병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뭐야 그거 때문에 온 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 몬스터가 쳐들어옵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었지만 현충일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모든 분들께 감사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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