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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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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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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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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화

DUMMY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예수존자가 벌떡 일어나서 사납게 호통친다.

그 순간 줄곧 시큰둥한 도담성의 눈에 이채가 도는 걸 이현은 놓치지 않았다.

‘독대 요청에는 아무런 감흥도 없으면서 예수존자의 행동에 반응을 보인다?’

“뭣 하느냐! 어서 이 무뢰배를 끌어내라!”

“잠깐.”

도담성이 손을 들었다.

예수존자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나타날 때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둘 사이에 뭔가 있군.’

단순히 이현의 입방정을 우려한다기에는 그 감정의 골이 깊어 보인다.

‘편한 진행을 위해 이간질을 하려고 했는데, 이미 둘 사이가 벌어져 있다면 여기서 뭘 더 할 필요 없겠군.’

“독대를 허락한다.”

“허나 교주님···!”

“어허.”

도담성이 예수존자의 말을 끊었다.

“예수존자는 이만 나가보라.”

-찌릿.

예수존자는 이현을 노려봤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오체분시하고도 남았으리라.

“···알겠습니다.”

시선을 거둔 그녀는 마지못한 기색으로 대전에서 물러났다.

“그래.”

도담성이 몸을 일으켰다.

“이 몸에게 할 말이 있다?”

‘황금 용포에 알몸이라니, 과연 제정신이 아닌 녀석이군.’

“그렇습니다.”

한 방 먹여주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 말해보라. 이 몸에게 독대를 청할 정도의 말이란 어떤 것일지 궁금하구나.”

‘떠보고 있군.’

겁먹은 척 더욱더 자세를 낮췄다.

“저에겐 마석을 정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재래의 방주에 침투하고 어떻게 핵심까지 파고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고민을 거듭한 결과, 정제능력을 어필해서 단번에 교단 중추로 파고드는 것이다.

“호오? 그래서?”

도담성이 단번에 관심을 보인다.

“너무나 과분한 보물을 선물로 받았으나, 선천적으로 겁이 많아 교의 보호를 받고자 합니다.”

“허허, 그런 것인가! 과분한 보물은 때론 재앙이 되지. 좋다! 내 친히 너를 거두리라.”

“감사합니다.”

“단. 너의 말이 진실인지 검증해 봐야겠지.”

“검증이라 하시면···?”

“호법신녀는 마석을 가져오라.”

잠시 후, 새하얀 신녀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분명 아까 본 김해준의 동생인, 김은채였다.

“가져왔습니다.”

“그걸 저자에게 주거라.”

마석을 받았다.

“그걸 내 눈앞에서 정제해 보라.”

“알겠습니다.”

‘피의 침식.’

균열이 마석을 뒤덮으면서 사기가 새어 나온다.

‘과하지 않게.’

적당한 시점에서 침식을 멈췄다.

“오오!”

아까보다 밝아진 마석을 본 도담성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과연, 진짜로구나! 좋다. 지금부터 네게 플래티넘 등급을 부여하겠다.”

단번에 플래티넘 등급이 됐다.

“호법신녀는 들으라.”

“하명하소서.”

“이제 막 신도가 된 터라 잘 모를 터이니, 그대가 안내역을 맡아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막 다시 태어난 신도여. 이 아이는 내가 신임하는 아이이니. 이는 내 신뢰의 표시요. 그대는 실망시킴이 없어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나이다.”


밖으로 나오자, 대전 밖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예수존자가 이쪽을 발견하고 대뜸 다가온다.

“너···!”

그때, 호법신녀인 김은채가 그 앞을 막아섰다.

“비켜! 이놈에게 할 말이 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이자에게 본산을 안내해야 합니다.”

“지금 호법신녀따위가 내 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교주님의 명입니다.”

“···승은은 하해와 같아서 만백성을 비추지만, 그 변심은 바람과도 같지. 교주님의 총애가 영원할 거로 생각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대충 알겠군. 그녀가 도담성과 예수존자 사이에 불화를 일으킨 원인이군.’

아마 도담성은 예수존자를 총애했을 것이다. 그러나 호법신녀가 나타나면서 도담성의 총애는 김은채를 향했고. 예수존자는 지금 있는 자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자리인지, 교주의 총애에 의지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고 나름의 살 궁리를 하는 것이리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호법신녀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다.

“···건방진 년. 좋다. 오늘은 그냥 물러가지. 그리고 너!”

예수존자가 이현을 노려본다.

“허튼 생각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야말로 한 글자, 한 글자 씹어뱉은 그녀는 인간 가마를 타고 자리를 떴다.

“···본산을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오시죠.”

호법신녀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앞장섰다.

작은 통로를 지나자, 별채가 나타났다.

“이곳은 플래티넘 신도와 다이아몬드 신도가 머무는 곳입니다.”

“···플래티넘이 끝 아니었습니까?”

“플래티넘 신도에서 공을 세우면 다이아몬드 신도가 될 수 있습니다.”

호법신녀가 입을 다물자, 정적 위에 발소리만 쌓인다.

잠자코 따라가던 이현은 문득 입을 열었다.

“김해준. 알지?”

-멈칫.

잠깐 발을 멈춘 김은채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걸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나가자. 내가 도와주지.”

-탁.

발을 멈추고 돌아본 그녀의 표정은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원망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노려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여기가 숙소입니다. 그럼.”

찬바람이 쌩쌩 부는 태도로 자리를 떴다.

“괜한 짓을 했나.”

너무 섣불리 정체를 밝혔나 싶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여기가 내가 묶을 곳인가.”

문을 열자, 네 평 남짓한 방 안에 간이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무슨 감옥 같군.”

그나마 플래티넘 등급 숙소라서 나은 것이다. 그 아래 등급 숙소는 인원 차이는 있지만, 여럿이 생활하는 다인실을 사용하니, 개인실인 것만으로 천국이라 해야 할 것이다.

“조사를 하려면 어두운 밤이 좋겠지. 그때까지ㅡ.”

침대 누웠다. 청소는 안 했는지 가라앉아 있던 먼지가 일제히 놀란 것처럼 뛰어오른다.

“···위생이 좋지 못하군. 아무튼, 기다려 볼까?”




멀리서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자연을 거세당하고 콘크리트 숲에 적응할 수밖에 없던 새의 울음소리가 구슬프다.

이현은 눈을 떴다.

“밤인가.”

창밖으로 달빛을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는 뿌연 안개가 보인다.

“뭔가를 조사하기에는 적절한 날씨군.”

이런 안개라면 달빛에 비친 그림자쯤은 지워주리라.

“일단 교주가 있는 건물부터 조사해 볼까?”

막 움직이려고 하던 때였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정체가 들통났나?”

밖에서 대화 내용이 들린다.

“야야, 신도가 새로 들어왔다며?”

“새 입주자 주제에 떡도 안 돌려? 동방예의지국도 땅에 떨어졌구만.”

“모르면 알려주는 게 선배의 역할 아니겠어?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자고. 신고식 삼아서 말이야.”

‘···어처구니가 없군.’

밖에서 들리는 대화를 들은 이현은 손으로 얼굴을 짚었다.

당시 유럽에는 전쟁이 빈번한 만큼 매번 신병에 대한 과도한 신고식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그걸 21세기에도 목격한 기분은 뭐라고 해야 할까, 시대를 초월한 동질감?

‘이딴 걸로 동질감을 느끼고 싶진 않은데.’

-벌컥!

“신병 있냐!”

“신병이 아니라 신교도 아니냐?”

“밥 주지, 재워주지, 못 나가지. 여기나, 군대나 거기서 거기인데 신병 맞지.”

남교도 삼인방이 들이닥쳤다.

“궁금한 게 있는데.”

이현은 삐딱하게 앉아서 불청객한테 질문을 던졌다.

“왜 니네 같은 놈들은 항상 삼인조냐?”

“이놈 깨어 있는데?”

“깨울 수고는 덜었네.”

“잠깐. 신병이 뭐라고 말한 거 같은데?”

“···남의 말을 안 듣는 놈들이군. 왜 하필 셋이 뭉쳐 다니는 거냐고 물었다.”

“한국인은 삼세판인 거 모르냐?”

“맞아, 삼총사도 있고.”

“걔넨 한국인 아니지 않냐?”

‘더 놔두면 이 멍청한 대화가 끝나지 않을 거 같군.’

“나는 네놈들한테 볼일 없으니까 이만 나가줬으면 하는데.”

“그럴 순 없지. 너는 모르겠지만 재래의 방주에는 전통이 있거든.”

“전통?”

“그래. 막 들어온 신도에게는 성대한 신고식을 열어주는 전통.”

“신고식은 중요하다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거랄까?”

“맞아. 서로 안면도 익히고 나는 위계질서라는 명목으로 너를 괴롭히면서 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대가리 박아.”

갑자기 들이닥친 남신도 삼인방은 대가리를 박을 것을 명령했다.

“아무래도 오늘 밤 계획은 심문으로 변경이군.”

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아는 게 좀 있어야 할 거다.”


“끄응.”

“저기 조, 조금만 쉬면 안 될까요?”

“어허, 몸이 땅에 닿으면 십 분 추가다.”

“으윽.”

남신도 삼인조가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머리박은 자세를 유지한다.

“달밤의 운동도 운치 있군.”

이현은 삼인조를 독려했다.

‘개새끼! 지는 편하게 앉아 있으면서 무슨 운동이야!?’

‘머, 머리 깨지겠다!’

“쉬고 싶나?”

“쉬고 싶습니다!”

지금 순간만큼은 셋이 하나가 되어 외친다.

“지금부터 물어보는 말에 대답하는 놈만 휴식이다. 알았나?”

“알았습니다!”

“아담이라는 약에 대해 알고 있나?”

남신도 셋이 서로 시선을 교환한다.

“휴식은 필요 없는 모양이군?”

“저기···.”

남신도 A가 입을 열었다.

“통제 구역에서 일하는 다이아몬드 신도 선배한테 들은 얘긴데, 통제 구역에서 뭔가 약 같은 걸 만든다고 했는데, 그거 아닐까요?”

“통제구역이 어디지?”

“본산 뒤쪽에 별채가 있는데, 거기는 다이아몬드 신도 이상만 들어갈 수 있어요.”

‘십중팔구 거기겠군.’

“좋아. 너 휴식.”

“사, 살았다!”

머리 박기에서 벗어난 남신도 A는 해방의 기쁨을 맛봤다. 그걸 본 다른 녀석들도 몸이 달아오르는지, 서로 질문을 달라고 아우성친다.

“교주와 예수존자의 사이는 어떻지?”

교단 지도부가 거론되자, 조금 전까지 질문해달라고 요구하던 놈들이 입을 다문다. 그러나 매질에는 장사가 없다고 남신도 B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들 쉬쉬하지만 예수존자님이 뒤에서 교주님에 대해서 입에 담기 힘든 불경한 말을 하고 다니는 걸 한번쯤은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불만을 표면으로 드러낼 정도면 상당히 감정의 골이 깊은 모양이군.’

“너도 휴식.”

이렇게 되자, 남은 남신도 C만 급해진다.

“더 궁금한 거 없습니까? 무엇이든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호법신녀에 대해서 말해봐.”

“호, 호법신녀 님이요? 교주님이 밖에서 직접 데려온 분이라는 거 말고는 모릅니다.”

“부족하지만, 너도 휴식.”

세 명의 신도가 모두 해방의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피의 속박.”

속박이 셋을 구속한다!

“히익!! 이게 뭐야!?”

피의 속박을 컨트롤한 이현은 놈들에 귀에 집어넣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연출이고 진짜 집어넣지는 않았지만, 남신도 삼인방 입장에선 귀를 통해 붉은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만난 적이 없는 거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놈들은 겁에 질려서 고개를 끄덕인다.

“입조심하는 게 좋아. 나에 대한 걸 발설하면 내부에서부터 파괴할 테니까.”

“히끅.”

‘이 정도 겁을 줬으면 됐겠지.’

“알았으면 가봐.”

놈들은 부리나케 도망쳤다.

“우선 뒤쪽 별채부터 조사하는 게 좋겠지.”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다음 날, 호법신녀가 이현을 뒤쪽 별채 지하실로 데려갔다.

다른 이들은 미리 내보냈는지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 마약을 제조하는군.’

테이블에 가득 쌓인 흰색 가루를 보고도 모르면 그야말로 바보다.

호법신녀가 눈물처럼 생긴 검은 돌을 가져왔다.

“교주님께서 이 물건을 분석하길 원하십니다.”

“이건 뭐지?”

“모릅니다. 다만 유명한 연금술사들도 모두 분석에 실패했습니다.”

“대단한 물건이군.”

“여기서 그 물건을 분석하세요. 시간이 되면 데리러 오겠습니다.”

호법신녀가 나가고 혼자 남은 이현은 검은 돌을 쥐었다.

그리고.

“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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