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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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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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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DUMMY

이제 겨우 일한 지 일주일 조금 된 막내 작가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박 피디 성격이 더러운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꼽준다고?’

막내 작가는 이현의 눈치를 살폈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하긴.’

막내 작가는 씁쓸하게 웃었다.

메인 피디는 프로그램의 왕이다. 기분을 거스르면 숙청당할지도 모르는데, 더러워도 참아야지 어쩌겠는가.

‘아무튼, 다행ㅡ.’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이현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전혀 전조도 없고 낌새도 없어서 막내 작가는 박 피디의 앞니가 테이블 위를 또르르 구르고 나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

“맞아도 안 아픈 재주가 있는 것처럼 입을 놀리더니, 아닌 모양이군?”

‘아, 망했다.’

막내작가는 갑자기 집이 그리워졌다.

‘아버지, 어머니 잘 계시죠? 저는 좆된 거 같아요.’


“크아아악!! 내 이빨!!!”

박 피디는 주둥이를 부여잡고 애타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잃은 것은 되돌아오지 않는 법.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야 할 것이다.

“밖에 누구, 누구 없어?!!”

“무슨 일입니까!”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면접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 새끼 잡아! 잡으면 바로 합격이다!”

면접장에 펼쳐진 진풍경을 본 e급 헌터 허태경은 상황 판단을 끝냈다.

‘이건 기회야. 피디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e급은 f급보다 한 등급 위지만, 사실상 f급과 묶여서 한 세트 취급받는 게 현실이다. 때론 이도 저도 아닌 e급보다 확실한 포지션이 있는 f급이 더 취급이 좋을 때도 있다.

그렇다 보니까 가끔 오는 기회 하나, 하나가 소중하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내 출세를 위해 희생해라!’

허태경이 달려드는 걸 본 이현은 앉은 상태에서 테이블 걷어찼다.

-쾅!

테이블이 허공으로 튀어 오르면서 시야를 차단한다!

“잔재주를!”

보디체크로 테이블을 박살 낸 허태경은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퍽.

“켁···! 왜··· 날?”

허태경이 내지른 주먹에 맞은 박석의 코에서 쌍코피가 흘러내린다.

“피, 피디님?!”

허태경이 당황한 사이, 박 피디를 안면 가드로 활용한 이현은 방어에서 공세로 전환.

박석의 머리를 밀어 간접 박치기를 날렸다!

-빡!

가장 단단한 뼈인 두개골에, 크게 당황한 상태에서 일격을 허용한 허태경은 그 자리에서 줄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고 말았다.

“으으··· 오, 오지 마···!”

박 피디는 쌍코피를 줄줄 흘리면서 뒤로 기었다.

“더 다가오면 불합격이다!”

-우뚝.

이현은 발을 멈췄다.

“그래? 여기서 멈추면 합격인가?”

“어? 그게···.”

“아니야? ”

-스윽.

다시 다가가자, 박 피디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 합격!”

폭력에 굴복한 꼴이 됐지만 예로부터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했다.

그렇게 이현은 면접에 합격했다.


“끝났어요? 안이 시끄럽던데.”

면접장을 빠져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진해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일 아니다.”

메인 피디를 때린 게 별일이 아닐 리 없지만 정작 사고를 친 당사자는 태연했다.

“그래요?”

진해솔은 이현이 별일 아니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다.

“결과는요?”

“합격이라는군.”

“잘됐네요. 그러면 촬영이 시작하기 전에 범수한테 매니저 업무에 대해서 교육해야겠네요.”

“범수를?”

“범수도 언제까지 사무실에서만 있을 수도 없고 슬슬 실전에서 경험을 쌓아야죠.”

“그동안 한가했는데 바빠지겠군.”

범수가 하는 업무라고 해봐야 하루에 몇 통 오지 않는 전화응대가 전부였다.

“지금까지 푹 쉬었으니, 이제 구를 차례죠.”




“촬영 일자가 사흘 뒤로 정해졌어요.”

방송국과 미팅을 다녀온 진해솔은 촬영날짜가 정해졌음을 알렸다.

“생각보다 촉박하군.”

“문제가 생겨서 일정이 변경된 모양이에요. 참.”

진해솔은 이현을 쳐다봤다.

“박 피디 앞니가 하나 없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모르지, 관련인들한테 맞았을지도.”

“방송국 피디를요? 정말 그랬으면 어떤 미친놈이 그랬는지 얼굴 좀 보고 싶네요.”

그 미친놈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진해솔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아, 그리고 지금 같이 갈 곳이 있어요.”

“어디지?”

“정한수 아저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코트가 완성된 모양이군.”

“네, 그러니까 준비해요. 바로 출발해야 하니까.”


“왔구만.”

공방에 도착하자, 정한수가 반갑게 일행을 맞이했다.

“기다리게나.”

정한수가 하드 케이스를 들고나왔다.

“자, 케이스를 여는 법을 알려주겠네. 여기 이렇게ㅡ.”

케이스에 있는 손잡이 두개를 동시에 돌리자, 케이스 안에서 톱니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서 고정쇠가 딱! 하고 맞물리는 소리를 내며 케이스가 열렸다.

“복잡하네요.”

“빨리 열고 싶으면 밑에 이걸 누르면 되네.”

정한수가 케이스 밑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케이스가 바로 열렸다.

“이럴 거면 방금은 왜?”

그렇게 묻는 진해솔에게 정한수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얼굴로 답했다.

“응? 멋있지 않은가?”

옆에서 이현까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거들었다.

‘뭐야? 내가 잘못된 거야?’

감성의 영역을 이해하지 못한 진해솔은 혼란스러워했다.

“더블 버튼 코트일세. 클래식한 원 버튼 코트도 휼륭하지만 더블 버튼은 클레식 하면서 동시에 트렌디함도 챙길 수 있지. 자, 어서 입어보게나.”

정한수는 어서 코트를 입어 보라고 채근했다.

-펄럭.

코트를 받아서 입었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데, 거슬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

“코트를 입었다는 느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걸세. 코트는 전투 시에 거슬릴 수 있는 만큼 착용감에 신경 썼으니까.”

“굉장하군.”

진정성 있는 감탄에 장인은 기꺼워했다.

“요청한 대로 겉은 무광으로 처리했네.”

코트 표면은 매트하고 하드한 느낌이었다.

“방탄 소재 위에다가 마력 처리를 아낌없이 한 물건이라서 소총탄도 거뜬할 걸세. 세라믹 소재를 덧댄 부위는 말할 것도 없지.”

코트의 스펙을 설명하는 정한수의 얼굴에서 자부심이 물씬 묻어난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당부이네만. 통상적인 충격엔 강하지만 열기나 냉기에 정면으로 달려드는 짓은 하지 말길 바라네. 어느 정도까진 버티겠지만, 지나치면 코트가 망가질 걸세.”

“알았다.”

알았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알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어떤가?”

이현은 길게 말하지 않았다. 진심을 담아 한마디 했을 뿐.

“최고다.”

그 진심이 전해진 모양인지, 정한수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떨리네요.”

촬영 당일, 소녀 더 와일드의 녹화 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핸들을 쥔 범수는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필요한 건 다 배우지 않았나?”

조수석에 앉은 이현이 답했다.

“실전은 처음이니까요. 실수하지 않고 잘할 수 있겠죠?”

“처음엔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지. 오히려 처음일 때 이것저것 실수해야 나중에 실수하지 않는다.”

“형님 입에서 실수라는 말이 나오니까 신기하네요. 실수 같은 거 전혀 안 했을 거 같은데. 형님도 처음에는 실수하고 그랬습니까?”

“글쎄··· 오래전이라서 기억나지 않는군.”

쓰게 웃은 이현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슴푸레한 하늘에, 간밤을 불태우던 네온사인이 잔재처럼 남아서 망막 속에 녹아내린다.

‘처음은··· 어땠지?’

피와 죽음, 맹렬한 적의 그리고 뒤틀린 애정.

“다 왔어요.”

도착을 알리는 목소리가 상념을 깼다.

창밖으로 촬영준비에 분주한 현장이 보인다.

“내리시죠.”

차에서 내리자, 사흘은 잠을 못 잔 거 같은 여자가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목소리도 잔뜩 잠겨서 쇳소리가 난다.

“오늘 호위 일로 왔습니다.”

범수가 나서서 말했다. 제법 매니저티가 난다.

“아, 헌터님이시구나.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스텝 뒤를 따라가면서 범수는 안 들리게 소곤거렸다.

“현장이 엄청 빡세서 잠도 못 자는 건 흔한 일이라고 하더니, 진짜 장난 아닌 모양이네요.”

“확실히 그래 보이는군.”

여기서 안내할 게 아니라, 병원으로 가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작은 공터로 일행을 안내한 스텝은 다시 비칠거리며 현장으로 갔다.

“흐읍, 저게 던전이군요.”

멀리서 던전을 마주한 범수는 긴장되는지 굳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형님은 긴장 안 돼요?”

“딱히.”

그때, 누군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윽.”

멀리서 이현을 발견한 박석 피디는 개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너 혼자가. 급한 일이 생겨서.”

“어? 피디님? 어디가세요!”

“아! 똥 싸러 간다고!”

박 피디가 막무가내로 자리를 뜨자, 홀로 남은 스텝이 어색한 얼굴로 다가왔다.

“놀라셨죠? 피디님이 급한 일이 생기셔서, 하하. 조감독 조명한입니다.”

“반갑습니다. 얼터 소속 매니저 차범수입니다. 이쪽은 마찬가지로 얼터 소속 헌터 이현입니다.”

“차범수님, 이현님이시군요. 일정은 확인하셨죠?”

“네.”

“VR던전공략과 던전탐사 더블 일정으로, 둘 다 던전에서 진행됩니다. 던전에는 안전을 위해서 최소인원만 동반할 예정이구요. 혹시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정 전까지 편하게 대기해주세요.”


나와서 돌아다녀 봐야 할 게 없는 이현과 범수는 차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똑똑.

쉬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오 피디였다.

“내 손님이군.”

이현은 차 밖으로 나왔다.

“하하, 사고 쳤다고 들었습니다, 박 피디에게 한 방 먹이셨다고.”

“소문이 났나?”

“그거 때문에 난리였죠. 당장 고소해야 한다 어쩐다고 하는 걸 간신히 진정시켰죠.”

“그러고도 용케 나를 쓸 생각 했군.”

“그렇죠.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고 구두계약이야 잡아떼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밀어붙였습니다.”

이현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와 오 피디 사이에 이렇다 할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왜지?”

“위로 올라가려면 뭐가 필요한지 아십니까? 본인의 실력과 노력, 과감한 판단력 등등 있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인맥입니다. 그러니까 박 피디 같은 무능한 이가 위에 있는 거지요.”

상당히 뼈가 있는 말이다.

“그러니까 인맥이 돼달라? 내가 그 쪽에게 도움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지,”

“모릅니다. 그래도 밭을 갈고 씨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해보는 거죠. 부디 풍요로운 수확 철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좋아. 그렇다면 내가 따로 할 일은 없겠군.”

“그렇습니다. 굳이 할 일이라면 이번 촬영 잘하는 거?”

멀리서 누군가 오 피디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절 찾네요. 그럼, 촬영 잘 부탁합니다.”

오 피디가 떠나갔다.


“시발!”

대본을 집어던진 박석은 얼굴을 부여잡았다. 놈의 얼굴을 보자, 앞니가 욱신거린다. 거울에 비친 임시 치아로 때운 앞니가 보인다.

앞니가 빠진 것보다 더 열받는 건 뒤에서 수군거리는 놈들이다.

“크윽, 그 새끼 때문에···!”

참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래. 그게 있었지!”

음흉하게 웃은 박석은 밖에다 소리쳤다.

“야! 아무나 지도 갖고 와!”

잠시 후, 조명한이 지도를 들고 들어왔다.

“펴봐.”

지도를 펴자, 초록 지역과 붉게 칠한 지역이 보인다.

“이현, 그 새끼한테 안주리 호위 맡겨서 여기로 보내.”

박석은 지도에서 붉게 칠해진 지역을 찍었다.

“네? 여긴 오늘 아침 사전 조사팀이 위험지역이라서 안 된다고ㅡ.”

“야.”

박석은 조명한과 어깨동무했다.

“너 언제까지 내 밑에 있을래? 동기인 오진석은 메인도 맡는데 너는··· 어휴, 됐다.”

박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눈치도 없는 새낀데 무슨. 꺼지고 오진석이나 불러와.”

“제, 제가 하겠습니다!”

박석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진짜? 잘할 수 있어?”

“물론입니다!”

“흠, 좋아.”

“저 피디님 대신···.”

조명한이 은근한 시선을 보낸다.

“아, 알겠어. 이 새낀 눈치는 없으면서 욕심만 많네. 일만 잘 처리해. 내가 팍팍 추천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가봐.”

조명한이 나가자, 박석은 지도에 붉게 칠이 된 지역을 보면서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넌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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