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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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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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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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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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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화

DUMMY

“아저씨! MBTI는 술자리 가서 찾으시고. 이 호··· 분은 우리가 먼저 말을 걸었으니까, 남의 작업, 아니. 전도 방해하지 말고 딴 데 가서 하세요!”

“어허. 그대들보다 이 몸의 신묘한 재주로 먼저 귀인과 기가 통했으니, 내가 선점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니까 두 처자야말로 딴 곳으로 가시게나.”

남자의 말을 들은 두 전도녀는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분명 귀로 들리는 건 가나다라, 한글말 인데 도통 알아먹기 힘들다.

‘확실히 입으로 개소리를 시전 하는 신묘한 재주가 있긴 하군.’

“보이지도 않는 기로 무슨 먼저 통하긴 뭘 통해요! 이분 표정 보니까 전혀 모르는 눈친데!”

“별꼴이야. 그 기로 선점할 수 있으면 출근 지하철에서 빈자리나 선점하시죠!”

“으음,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네.”

남자는 지하철 빈자리나 선점하라는 말에 혹하는 얼굴이었으나, 이내 가다듬고 다시 지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대들은 기를 보지 못하는가? 기도 보지 못하면서 어찌 영적 치료를 논하는가. 세상의 실체는 기요, 기가 곧 만물이니, 이는 이기론이라. 기에 통달한 이 몸을 태극도인이라 불러주게.”

구체적인 사상론까지 들고나오자, 전도녀 한 명은 혼이 빠져나간 모습이었고 다른 한 명은 그나마 알아들은 건지, 반론을 제기했다.

“잠깐 만요! 방금 영적 치료는 한물갔다고 했잖아요! 영적 치료보다 기 어쩌구 운운하는 그쪽이 더 구닥다리인 거 알아요?!”

‘타당한 반론이다.’

이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점입가경이라 흥미진진하다.

“어허. 이 몸의 기는 영하고 엠지한 것을 받아들여 합치니. 돌고 돌아 태극이라,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합쳐져 온고지신이요, 태극과 함께하니, 세상 삼라만상이 담긴 MBTI 심리운세리딩인 것이다.”

전문용어(?)가 마구 쏟아지자, 말빨에서 밀린 전도녀가 족보를 들고나왔다.

“아저씨 어디 식구야! 우리 재래의 방주야! 알지? 그것도 예수존자님 직계 제자라고!”

즉, 이쪽 지역을 장악한 세력의 유력한 간부 직계 제자니까, 후달리면 알아서 꺼지라는 말이다.

“이 몸이 곧 무극이자, 태극인 태극존자인데. 내 위에 누가 있을쏘냐.”

“어우, 이 사람 미친 사람인가 봐. 가자.”

“아저씨! 전도 그따위로 하지 말라고!”

족보를 꺼내도 남자가 흔들리지 않자, 두 전도녀는 질려서 도망쳤다.

두 전도녀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남자가 이현을 쳐다봤다.

“자, 그럼, 젊은이. 저딴 사이비 종교에 빠져서 인생을 포기하지 말게.”

“거기, 스톱.”

이현은 안경을 벗었다.

“계획을 망쳐놓고 어딜 그냥 가려고.”

“계획? 댁 계획이 뭐 사이비에 투신인가?”

“비슷하지만 다르다.”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남자는 얼굴에 물음표를 띠었다.

“이상하군. 댁 얼굴만 보면 사이비에 절대 빠질 것 같진 않은데.”

“얼굴만 보고 그걸 알 수 있나?”

“대충은. 그렇군. 안경은 일부러 얼굴을 감추려고 쓴 거야. 왜지?”

이상한 헛소리나 늘어놓는 줄 알았더니, 나름대로 통찰력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방금 전도녀를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걸 말해줄 이유가 없지.”

“재래의 방주에 잠입할 생각이군! 아니라고는 하지 마. 나도 시도 했었으니까.”

“했었다?”

“그래. 그리고 실패했어.”

남자를 바라봤다. 그 눈에서 간절함을 읽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있군.”

“···부탁해!”

남자가 머리를 숙였다.

“재래의 방주에 대해서 내가 아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어. 그러니까 내 여동생을 구해줘···!”


“그러니까 일부러 사이비인 척해서 재래의 방주를 훼방 놓고 있던 건가.”

자신을 김해준이라고 소개한 남자와 대화를 위해 카페로 이동했다.

“맞아. 더 이상 내 동생 같은 이들을 늘릴 수 없으니까.”

김해준은 긍정했다.

“그러면 나 역시 그들에게 노출됐다고 봐야겠군.”

수시로 행사를 방해했다면 재래의 방주 측에서도 김해준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테니, 그런 그와 접촉한 이현 역시 주의 리스트에 올랐을지 모를 일이다.

“그거 말인데 걱정 마.”

김해준은 핸드폰 하나를 꺼냈다.

“의심받으면 이걸 건네면서 그쪽 신도 명부를 빼돌렸다고 하면서 제출해.”

“오히려 의심받는 거 아닌가?”

“사이비끼리 신도 빼돌리기는 흔한 일이라서. 재래의 방주에 가입하고 싶어서 빼돌렸다고 하면 흔쾌히 받아줄 거야.”

“사이비끼리도 경쟁이 심한 모양이군.”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개나 소나 자신이 메시아라고 그러는데 별수 있겠어?”

“알겠다.”

핸드폰을 받아 챙겼다.

‘일단 파고드는 데 까진 문제 없겠군.’

“더 알아야 할 정보가 있나?”

“말한 게 다야. 더 많은 정보를 주지 못해서 미안해.”

“충분하다. 여동생의 인상착의는 어떻지?”

김해준은 여동생의 인상착의를 설명했다.

“알았다. 반드시 데리고 나오지.”

“조심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예수존자는 굉장히 의심 많은 성격이니까.”

“알았다, 주의하지.”




“어서 오세요. 재래의 방주에.”

재래의 방주를 찾아가자, 예의 두 전도녀가 반긴다.

“구면인 형제님이네요.”

“분명 얼굴은 웃고 있는데 눈이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게···.”

지금 이현은 변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상태에 맞게 어수룩한 태도를 연기했다.

“가짜 가르침을 거부하고 진짜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이거···.”

“갑자기 휴대폰은 왜 건네실까요, 형제님?”

“그쪽 신도분들 이름과 연락처가 저장돼 있어요.”

“어머나, 우리 교우님 내가 첫눈에 알아봤잖아.”

순식간에 호칭이 형제에서 교우로 바뀌었다.

“자자, 어서 오세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약속의 도원향으로, 우리의 죄를 대속한 천존님을 믿고 극락정토로.”

마치 놀이공원 CM송처럼 경쾌한 노래를 부르면서 이현의 등을 떠민다.

“어, 어디로 가는 겁니까?”

“오늘부터 재래의 방주 신도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세례동으로 이동합니다.”

반쯤 등 떠밀려 이동하면서 훔쳐보는데, 내부가 상당히 넓다.

한 건물에서 여 신도들이 우르르 나오는 게 보였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여자가 보인다.

‘저게 김해준의 동생인가.’

김해준이 알려준 특징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우리 교우님이 곤륜동에 관심이 있구나.”

뒤에서 감시하듯 따라오는 여 전도사가 이현의 시선을 눈치채고 말했다.

“곤륜동은 뭡니까?”

“여신도분들이 머무는 곳이지요. 신선들이 기거하는 곤륜산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반면에 앞으로 우리 교우님이 머물 아귀동은 아귀들이 사는 아귀도에서 따왔답니다.”

‘여자는 신선이 기거하는 곳이고, 남자는 아귀가 사는 곳인가.’

이곳 교주 놈이 남자와 여자를 어떤 식으로 보고 있는지 아주 잘 알겠다.

“참고로 남신도가 곤륜동에 가거나, 여신도가 아귀동에 가면 엄벌에 처하니까 주의 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예배동 뒤로 넘어가지 마시길. 넘어가면 마찬가지로 엄벌에 처할 테니.”

곤륜동을 지나 담을 끼고 올라가자, 전각 한 채가 나왔다.

“세례동입니다. 교우님은 오늘부터 여기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 겁니다.”

전도녀를 따라 세례동에 들어가자, 그녀가 물이 담기 놋그릇을 들고 다가온다.

‘성배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요강을 들고 올 줄은 몰랐는데.’

거창한 척하더니, 들고 온 건 요강처럼 생긴 놋그릇이다.

“형제님?”

이현은 퍼뜩 표정을 관리했다. 지금은 호구를 연기해야 할 때니까.

“고개 숙이세요.”

고개 숙이자, 전도녀가 머리에 물을 뿌린다.

‘···찝찝하군.’

“이는 다시 태어남이니, 우리 교주님께서 그 죄를 대신 짊어지셨더라. 다 끝났습니다.”

고개를 들었다.

“축하합니다. 이제 교우님은 브론즈 교도로 승급하셨습니다.”

“브론즈 교도말입니까?”

“네. 열심히 하셔서 5명을 전도하면 실버 교도. 10명을 전도하면 골드 교도. 20명을 전도하면 플래티넘 교도가 될 수 있어요! 이 플래티넘 교도가 되면 많은 혜택이 있으니까, 우리 교도님도 플래티넘 교도를 목표로 해보세요!”

‘굉장히 속물적이군.’

면죄부를 돈 받고 팔돈 시기도 이보다 속물적이진 않았으리라.

그때였다.

“예수존자 납시요!”

인간 가마를 타고 신경질적인 인상을 가진 중년 여성이 세례동 안으로 들어왔다.

-탁.

예수존자가 땅에 발을 딛자, 방금까지 가마 역을 한 남자 둘이 의자가 됐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인간 의자 위에 앉았다.

“이 자인가?”

“네.”

두 전도녀가 공손하게 대답한다.

“흐응.”

심드렁한 표정 아래 숨겨진 날카로운 눈빛이 꽂힌다.

“자신이 태극존자라 칭하는 미친놈은 까다롭기 그지없는데, 어떻게 명단을 빼돌렸지?”

“그것이···.”

표정을 가리기 위해 고개 숙였다. 겉으로 보면 누가 봐도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인다.

“태극··· 아니, 그 미친놈이 화장실 간 틈을 타서 들고 도망 나왔습니다.”

“그래?”

꽂히는 시선에서 그녀가 고민 중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 고민 덜어주지.’

주머니에서 마석을 꺼냈다.

“흡.”

마석을 꺼내지, 예수존자의 시선이 마구 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그게 무어냐.”

태연한 척하지만 목소리가 떨린다.

“작은 성의입니다. 부디 교를 위해 사용해주시길.”

이현을 빤히 바라보던 예수존자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 자만 빼고 모두 나가거라.”

선도녀들 물러난다.

“주겠다? 이걸?”

“그렇습니다.”

“좋다! 교도로 받아들이겠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현은 마석을 하나 더 꺼냈다.

“감히 교주님을 뵙기를 청합니다.”

“어디서 들은 게 있는 모양이구나.”

예수존자는 눈을 가늘 게 뜨고 이현을 응시했다.

‘듣긴 들었지.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고.’

“불가하다. 한 번은 성의요. 두 번은 공헌이라 친다면 감히 교주님을 마주하기 모자랄지니.”

“전달이 잘못된 거 같습니다.”

“잘못됐다?”

“이 마석은 교단이 아닌 교의 살림을 꾸려나가는데 요긴하게 쓰시라고 드리는 겁니다.”

교의 살림은 이인자인 예수존자가 도맡아 하고 있다. 달리 말해 좀 더 개인적인 것. 뇌물이라는 뜻이다.

‘받을 수밖에 없겠지. 의심이 많다는 건 불안하다는 뜻이지. 더군다나 일인자의 말이면 언제든 좌천될 이인자 입장에서는 더. 그래서 호사를 누리면서도 불안한 거다. 그걸 충족 시켜줄 수 있는 돈인데 안 받을 리가 없다.’

“호오. 보는 눈이 있는데 잘도 떠드는구나.”

“보는 눈이요? 여기 존자님 저 외에 누가 있다는 말입니까?”

“호호호호!! 내 엉덩이 아래 깔린 이들은 사람으로 취급도 안 하는구나! 마음에 들었어. 좋다. 단 교주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하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겠다.”

“명심하겠나이다.”

“밖에 들어오거라! 이 자를 본산으로 데려가겠다!”




“그 안대를 풀라.”

안대를 풀었다. 교주 거처에 오기까지, 안대를 쓰고 차로 30분이 넘는 거리를 왔다. 그리고 확신했다.

‘여긴 교내군. ’

일부러 차까지 타고 멀리 가는 듯했지만, 단 한 번도 교외로 나간 적이 없다.

‘교주가 사는 본산은 다른 곳일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군. 본산은 교내에 있었어.’

그러면 한 곳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전도녀가 출입을 금지한 곳.

“고개를 들라.”

상념에서 깨어난 이현은 고개를 들었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남자가 보인다.

‘이놈이 도담성인가.’

슬쩍 시선을 돌리자, 예수존자가 보인다. 이현이 뭘 하더라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얼굴이었다.

‘미안하지만 둘 사이를 이간질하도록 하지.’

“교주님과 독대를 요청합니다.”

설마 독대를 요청할 줄 몰랐던 예수존자의 여유롭던 얼굴이 싹 굳었다.

그리고.

“이놈이 안하무인이구나!”

예수존자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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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23.05.24 42 1 11쪽
51 51화 23.05.23 47 1 12쪽
50 50화 23.05.22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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