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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데미
작품등록일 :
2023.05.10 23:46
최근연재일 :
2023.06.0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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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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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에리어 (1)

DUMMY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


한 여관방 안 방금 막 잠에서 깬 듯한 남성이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남성의 이름은 동식.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취업을 고민하던 대한민국의 평범함 청년 중 하나였지만 한순간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동식이 이곳에 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


첫 번째 시련에서 동식은 운이 좋지 않았다.


익숙한 본인의 방에서 버티기만 하면 되는 어찌 보면 간단한 시련이었지만.


불행하게도 집을 오직 잠을 자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한 동식에겐 그 흔한 냉장고조차 없었다.


자그마한 간식이나 마실 것 하나 없는 집에서 시작된 시련


육체는 매일 초기화되었기에 굶어 죽을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굶주림과 갈증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굶어야 하는 첫날이기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동식은 첫 번째 시련 내내 배고픔에 시달리며 보내야되었다..


조금씩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으며 어찌하여 두 달을 버텨냈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동식이 가진 인내력의 한계였다.


첫 번째 시련에서 나온 뒤 도착하게 된 이곳은 32 에리어로 불리는 곳이었다.


곧바로 다음 시련이 시작되지 않을까 걱정하던 동식의 예상과는 달리 도착하게 된 32 에리어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중세 유럽풍의 거대한 도시로 광장 중앙에 있는 수백 명의 사람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게이트와 큼직한 전광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이곳에 도착한 모두가 라마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수십만 명이 모여서인지 어느 정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32 에리어가 다음 시련으로 가기 전 들리는 예비 장소라는걸 알게 되었을 때. 매 순간 수백 명씩 나오는 게이트를 보며 동식은 이곳에서 금방 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보상으로 얻은 포인트를 숙박비와 음식값으로 지불하며 다음 시련을 기다렸다.


그러나 매 순간 수백 명씩 나오던 사람 수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게이트는 고장이라도 난 듯 멈춰버렸다.


이곳에 있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자 돈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


점차 얇아져 가는 주머니를 보며 먹고살기 위해선 일을 해야 했다.


포인트가 모두 떨어져 노숙할 뻔도 했지만, 다행히도 동식은 쉽게 일자리를 구했다.


식재료 배달부. 아침이 되기 전 시장에 들러 식재료의 주문을 넣은 각 집에 배달하는 일이었다.


거주 구역과 시장 사이의 거리가 조금 멀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일자리였다.


일은 만족스러웠다. 주 4일.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점만 감안한다면 오전이 지나기 전 일이 끝나기에 그 외 시간은 여유로웠다.


그렇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간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



찰랑-


일하러 갈 준비를 마치고 방문을 나서는 동식에게 누군가 인사했다.


“동식이. 오늘도 일찍 일어났구나. 바로 시장으로 가는 거냐?”


“헤라스 아저씨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오늘 주문이 많다고 해서 조금 일찍 출발하려고요. 그나저나 허리도 안 좋은데 왜 또 나와 있어요?”


“다쳤어도 청소는 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흉한 곳이라 헛소문이 났는데 내부까지 난장판이 여봐라. 어떤 미친놈이 여길 찾아오겠니?”


동식이 로비로 내려오자, 거대한 몸을 가진 여관주인 헤라스가 허리를 두드리며 테이블을 정리 중인 게 보였다.


“저번 주에 참한 놈으로 직원 구했다면서도 그 친구한테 맡기고 좀 쉬세요.”


“그 썩을 놈 말이냐? 내 눈이 삐었지 잠깐 외출할 일이 생겨 그놈을 믿고 혼자 놔뒀더니 그새를 못 참고 돈통을 가지고 튀어버렸다. 얼마 들어있지도 않았을 텐데 그걸 가지고 튀다니.”


욕설을 뱉으며 분노를 표출하는 헤라스였지만. 저렇게 화내면서도 돈통을 훔쳐 간 직원을 신고하지 않을 거란걸 동식은 예감했다.


“어휴··· 이따 점심 준비는 돌아와서 제가 할게요. 들어가 쉬고 계세요.”


“그럼 그럴래? 고맙구나. 하하 이왕 도와주는 겸 아까 보니 야채가 떨어졌던데 올 때 저렴한 것들 좀 보이면 사 와 줄 수 있겠니?.”


“식자재까지요? 그럼, 이번 달 숙박비는 이걸로 퉁쳐주시는거죠? ”


“이런..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반 정도는 생각해보마..”


“하하. 됐어요. 이번 주는 제가 도울 테니 빨리 새로운 직원 구하세요. 그럼 이따 봬요.”.


“그래 몸조심하고.”



여관주인 본인의 이름을 본떠 지은 여관 ‘헤라스’는 1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32 에리어 안에서도 가성비가 좋은 여관으로 소문나 있었다.


저렴하지만 나름 깔끔한 방과 나쁘지 않은 여관주인의 요리 솜씨.


숙박과 두 끼의 식사를 단돈 2골드에 누를 수 있는 곳은 32 에리어에서도 흔치 않았다.


이러한 장점은 많은 손님을 끌어모았다.


저렴한 만큼 약을 하여 돈이 없는 놈들이나 딱 봐도 불량해 보이는 놈들이 적지 않게 모여있었다.


사람이 살기에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잠깐 머물다가는 이들은 존재했지만, 장기간 오래 머문 이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2년 가까이 버티고 있는 동식을 사람들은 의아하단 눈초리로 보곤 했다




차가운 이슬을 머금은 새벽공기를 가르며 시장으로 가는 길.


여관과 시장 사이의 광장엔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하아··· 오늘따라 더 춥네. 언제까지 이곳에서 있어야 하는 거지.”


광장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게이트 앞을 지나며 동식은 과거를 회상했다.


2년 전 새하얀 통로를 지나 이곳으로 나왔을 땐 이 넓은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게이트에선 끊임없이 빛을 나며 사람들이 나왔다.


모두 억지로 끌려온 것이겠지만 그중 몇몇 사람들의 표정엔 무언가 이루겠단 열정이 있어 보였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헛된 꿈이란걸 깨달았지만.


다들 첫 번째 시련에서 한가락 기술을 얻어 이곳으로 왔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난 이들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와 기운으로 둘러싸인 그들의 눈빛은 사나운 맹수와도 같았다.


그중에서도 끝에 나온 소위 랭커라 불리는 몇몇은 같은 사람이 아닌 신을 보고 있다. 착각이 들 정도였다.


조금 더 버텼다면 그들처럼 될 수 있었을까? 하는 헛된 망상을 하며 동식은 다시 길을 걸었다.


어두운 광장을 빠져나왔을 무렵.


한순간 어두컴컴한 밤에서 환난 낮이된듯 등뒤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늘어나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놀란 동식이 뒤를 돌았다.


게이트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2년 가까이 멈춰 있던 게이트가 다시 열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걸 인식한 동식은 곧바로 게이트를 향해 달렸다.



‘첫 번째 시련에서의 일 년이 이곳에서 하루와 같다.’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2년이 지난 지금 게이트가 열렸단 것은 어쩌면 어마어마한 거물의 등장일 가능성이 컸다.


광장으로 들어간 동식은 조심스레 게이트에 다가갔다.


만약 진짜 게이트가 열린 거라면 지금 나오는 인물에게 말을 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멀리서 지켜보며 약간이나마 정보를 얻고는 돌아갈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정보는 돈이 되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정보라도 돈이 되기도 하기에 1년 6개월 만에 열린 게이트의 주인공에 대한 정보라면 큰돈이 될 것이 확실했다..


인상착의를 파악한 후 정보를 길드에 넘기자.


이정도 정보라면 돈뿐만 아니라 정보 길드의 길드원이 되는 것까지도 가능할지 몰랐다.


설레는 마음으로 게이트 근처에 도착했지만, 게이트 앞은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아도 평소와 같이 굳게 닫힌 게이트뿐이었다.



벌써 사라진 건가? 아니면 내가 헛것을 봤나?


동식은 날 리 없는 쿰쿰한 종이 냄새를 맡으며 실망에 빠진 채 일을 하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보린은 라엘과의 인사를 직후 새하얀 빛이 쏟아져 나오는 통로의 끝을 향해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쏟아지던 빛은 사라지고 보린의 눈에 커다란 광장이 들어왔다.


방안에만 있다 보게 된 바깥 풍경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무엇보다도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득고 감동을깨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탁. 탁. 탁. 탁.


사람과 마주치는 것에 설렜지만 닉네임을쓰며 랭킹마저 비공개하는 마당에 쉽게 정체를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발걸음이 가까워졌을 무렵 스킬을 사용해 몸을 숨겼다.


[인간미플]


첫 번째 시련에서 1천 명이 남았을 때 받게 된 보상[칭호]에 종속된 스킬로 존재감을 지워 상대의 인식에서 벗어나는 스킬이었다.


타인을 대상으론 써보는 건 처음이기에 보린 역시 어느 정도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도 스킬이 통해서인지. 게이트 앞까지 다가온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대다가 끝내 보린을 찾지 못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남자가 사라지고 광장에 혼자 남은 보린은 스킬을 해제하고 적토마를 소환했다.


“적토마 어때? 대화라도 나눠 볼걸 그랬나?”


사람 하나 없는 야밤에 돌아다니는 게 수상하긴 했지만, 겉모습을 봐서는 나쁜 짓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


어깨를 으쓱하며 이미 늦었으니, 휴식을 취할 곳을 찾자는 몸짓하는 적토마.


“그래 그러자. 그럼 쉴 곳을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 거로 하고 괜찮은 곳 찾으면 알아서 소환 해제해”


적토마가 소환체라고 해도 생각을 읽을 수는 없기에 괜찮은 곳을 찾으면 스킬이 해제되는 걸 신호로 삼았다.


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적토마와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광장을 빠져나오자 어느 정도 일관된 건물들이 보였다.


2, 3층 건물들이 대부분인 거로 봐선 그리 큰 도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조금 걷다 보니 불이 켜진 건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헤라스’라 적힌 간판.


다가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안을 보니 여관인 듯 했다.


내부를 살펴보니 청소도 어느 정도 되어있어 깔끔해 보였다.


다른 곳도 더 살펴볼까 고민했지만. 주변에 더는 불이 켜진 곳도 없기에 우선 들어가 보았다.


“계십니까?”


“어이쿠. 아침 댓바람부터, 누구신가?”


문을 열자. 청소를 마무리 짓던 헤라스가 걸걸한 목소리로 답하였다.


“남는 방이 있나 여쭙기 위해 왔습니다···.”



“아하. 손님이었군요. 방은 넘쳐납니다. 우선 들어와서 여기 앉으시죠”


보린의 앞까지 다가온 헤라스는 의자를 빼주며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감사합니다. 하루 숙박하려는데 얼마입니까?”


“하루? 여행자 양반이시오? 하긴 32 에리어는 돌아다니면서 볼 게 참 많은 곳이지. 1박에 3골드요. 물론 식사는 별도고.”


3골드. 어느 정도 금액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라엘의 말로는 포인트를 돈처럼 사용 가능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포인트의 가치를 알기 어려워 뭐라 답할까 고민하자. 헤라스의 눈이 매서워졌다.


“뭐요. 여행자가 아니라 혹시 돈이 없는 거요?”


“···돈이 없긴 한···”


“허.. 참 돈 없이 숙박하겠다니 이런 뻔뻔한 자를 봤나.”


말을 끊은 헤라스가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눈으로 위아래로 살폈다.


“몸도 고른 것이 힘을 쓸 것 같지도 않고. 요리는 좀 할 줄 아나?”


“할 줄 모릅니다.”


“허허··· 무슨 생각으로 찾아온 건진 모르겠지만 음··· 그래도 솔직한 것 하난 마음에 드는군. 그래서 돈은 없지만 머물 곳을 찾고 있는 거 같은데 맞나?”


“··· 일단은 맞습니다.”


숙박비로 포인트를 지불할 생각이었지만 상대의 반응이 그리 부정적이지 않았기에 일단 수긍했다.


“그래. 그럼,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도록 하게. 아침에 일어나 청소 후 오전엔 요리하는 걸 보조하면 되네. 봉급은 따로 없고 숙식 제공으로 하지. 어떤가?”


혼자 착각하고 제안하는 여관주인에 황당했지만. 그렇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사실 포인트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진 몰라도 이곳에서 숙박하기 모자란다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라엘에게 포인트는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들었기에 되도록 아껴두고 싶었다.


첫 번째 시련 속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지만 결국 던지기를 제외하곤 공격 스킬이라 불릴만한 스킬은 얻지 못했다.


그렇기에 1포인트라도 아껴 조금 더 좋은 공격 스킬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게 이득이라 생각됐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좋아. 자네 이름이 먼가?”


“스텔라입니다.”


“스텔라? 계집 이름 같군. 난 헤라스. 편하게 헤라스 아저씨라고 부르도록. 청소가 끝났으니 이제 좀 쉬어야겠군. 앞으로 자네 방은 302호니 방에서 편하게 쉬다 점심때 내려와 요리를 도와주면 되네”


간단한 면접을 마친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헤라스를 보며 보린 역시 헤라스가 안내해 준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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