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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으로 신이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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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데미
작품등록일 :
2023.05.10 23:46
최근연재일 :
2023.06.09 05:58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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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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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71,551

작성
23.05.1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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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만남

DUMMY

함박눈이 내리던 2월의 어느 저녁.


추운 날씨때문인지 한산한 거리와 달리 어느 대학가의 작은 주점 안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자리인 듯.


어색하게나마 꾸미고 온 학생들의 표정엔 천진함과 설렘으로 채워져 있었다.


술자리가 시작된지 얼마 안되서일까?


반 이상 차 있음에도 주점을 가득 채우겠단 기세로 신입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떨리는 표정으로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보린 역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OT은 시간이 여의찮아 빠졌어도 동기들과 처음 마주하는 자리까지 빠질 순 없었기에 늦게나마 환영회 장소로 향했다.


입구 앞에서 크게 호흡하며 떨린 마음을 진정시키곤 주점 안 으로 들어섰다.


춥고 시린 밖과는 다른 내부의 공기가 보린을 더욱 긴장시켰다.



문 앞쪽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다른 조금은 어색함이 묻어있는 안쪽의 공기.


아무래도 안쪽에 신입생들을 모아둔 듯 보였다.


주뼛주뼛하며 안을 살피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일까? 출입문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 중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햇볕에 그을린 듯 붉으면서도 검은 피부를 가진 남자의 얼굴은 또래로는 보이진 않았기에 자연스레 존대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 정보린 입...”


“그래. 알고 있어. 영문과 신입생 맞지? 잘 찾아왔네. 안쪽에 비어있는 아무 자리에나 앉으면 돼.”


오늘 하루 동안 수많은 인사를 받아서인지 선배로 보이는 이는 귀찮다는 듯 보린의 말을 끊고는 안쪽을 가리켰다.


그러곤 다시 고개를 돌려 낄낄거리며 자기들끼리의 수다를 이어갔다.


선배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신입생들로 모여있을 것 같은 자리로 향했다.


채워져 있는 자리들을 지나 비어있는 한자리가 눈에 띄었다.


자리에는 이미 여자와 남자 동기가 한 명씩 앉아있었다.


“안녕 반가워 정보린 이라고 해.”



2시간 뒤


4년이란 시간을 함께할 동기들과 나눌 사랑과 우정을 기대하고 간 신입생환영회는 기대했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 진짜? 호호. 그게 말이 돼?”


“진짜라니까! 그래서 말이야···”


멍때리다 옆에서 터지는 폭소에 고개를 돌리니 동기 둘은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채워져 있는 술잔을 서로 부딪치며 낄낄거리고 있다.


‘나쁜 연놈들 나도 좀 끼워주지.’


보린이 테이블에 앉았을 때부터 대화하던 두 사람.


보린 역시 대화에 끼고 싶어 지난 두 시간 동안 틈틈이 용기 내 말을 건넸지만 둘은 보린과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는 듯


‘음··· 그래?’ ‘그렇구나.’ 등 성의 없는 기계적인 답변만 내뱉었다.


보린도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기에 더 이상 그 둘 사이에 끼는 걸 포기하였다.


혼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앉아있기엔 뻘쭘한 분위기···


입은 있으나 대화할 상대가 없으니···

머쓱한 입을 달래기 위해선 마시는 방법뿐이었다.


생맥주를 앞에 놓인 빈 잔에 한 잔 가득 따른 후 시원하게 들이켰다.


꿀꺽-


“캬···.”


톡 쏘는 탄산에 목구멍이 시원해진다.


옆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든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레 주변을 살피게 된다.


처음 주점에 들어왔을 때와 다르게 신입생 재학생 상관없이 섞여 앉아 즐기고 있었다.


건너편 테이블에센 훤칠한 키와 함께 훈훈한 스타일의 동기에게 선배들의 시선이 몰려있었다.


“학군이라고 했지?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는 있어?”


“아니요. 없습니다.”


“여기에 마음에 드는 누나 있으면 말해봐. 누나가 이어줄게”


“하하. 괜찮습니다.”


“어머. 학군이 너 운동 좀 하나 봐? 왜 이렇게 몸이 단단해?”


학군 뿐만 아니었다. 반대편엔 여자 동기또한 선배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수지야 한잔해. 넌 앞으로 선배라 하지 말고 오빠라 불러라.”


“아니에요.”


“야.. 넌 양심도 없냐? 수지한테 그만 껄떡거려.”


“그래. 수지야 이 자식이 너 따로 부르거나 하면 언니한테 말해.”


“제주도에서 왔다며? 그럼, 혼자 사는 거야?”


다른 테이블에서도 힐끗힐끗 보는 게 모두의 관심을 받는 듯 했지만, 술 마시느라 선배들 물음에 대답하느라 정신없어 보이는 모습이 편해 보이진 않았다.


혼자 술 마시는 것도 지루하지만. 저것도 쉬워 보이진 않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 보니 슬슬 취기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동기들한테 말하고 잠깐 나가 취기를 없애고 와야겠다는 생각했다.


“얘들아. 술기운이 올라서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래서. 그 자식 버리고 바로 도망갔잖아.”


“헐··· 너무 했다.”


사람이 말하는데 대꾸도 없네.


아마 내일이면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도 잊어버리겠지.


나갔다 와선 다른 자리로 옮겨야겠네. 아니 진작 옮겼어야 하는 건가.


자리로 돌아올 생각이 사라졌기에 소지품을 주섬주섬 챙겨 주점 밖으로 나섰다.



“쓰읍- 꽤 춥네···”


매서운 2월의 겨울 한파는 내뱉는 입김마저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 정도였다.


조금 추운데 다시 안으로 들어갈까?


참기힘들정도로 강한 추위에 되돌아갈까 고민했지만 이왕 나온 김에 맑은 공기 좀 들이켜다 들어가기로 했다.



가만히 서 있기엔 심심하였기에 핸드폰을 찾기 위해 재킷과 바지 주머니를 툭툭 치며 확인했다.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스마트폰을 꺼내니 아빠에게 온 부재중 통화 두 건이 떠 있었다.


통화하기 귀찮긴 하지만 걱정하겠지?


걱정을 끼치기 싫었기에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뚜- 털컥.


신호음이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바로 전화가 연결되는 것으로 보아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하다.


곧이어 아빠의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들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잖아.


“미안. 술집 안이 시끄러워서 늦게 확인했어.”


-그래. 선배들이랑은 좀 친해졌어?


“어··· 뭐 오늘 처음 보는 거니깐. 금방 친해지겠지.”


-술은 조금만 마시고 정보린 너 이따 집에 도착해서도 꼭 연락해!


“지금 집 아니야? 오늘 한국 오는 날이잖아”


-아빠도 그러고 싶었는데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네. 그래도 모레가 네 엄마 기일이니 오전까진 무슨 일이어도 갈 테니 너무 걱정마렴.


“준비는 내가 하면 되니깐 빨리 오려고 너무 무리하진 마”


-어이구 우리 장손 아빠가 고맙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제사상 차리는 것에는 익숙했다.


통화를 마치고 이왕 휴대전화를 꺼낸 겸 최근 들어 시작한 게임에 들어갔다.


수능이 끝난 후부터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기까지 약 두 달의 기간.


친구도 취미도 없던 나에게 두 달은 긴 시간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찾은 게 모바일 게임이었다.


처음부터 이 게임에 빠진 건 아니었다.


다양한 게임 중 순위권에 있는 게임 몇 개를 찾아 해봤지만, 잘만들었다 생각드는 게임들은 초반부터 결재를 유도하는 방식이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게임을 발견했다.


라미큐브


십 년은 넘어 보이는 게임으로 화려하고 멋진 이펙트와 광고들을 하는 요즘 모바일게임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양한 색상과 숫자의 타일들을 조합하여 내려놓는 단순한 규칙을 가진 어떻게 보면 심심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단순함에 쉽게 손이 갔다.


매칭을 기다리던 중 상대가 매칭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착.착 소리와 함께 하나씩 들어오는 타일.


검은색. 11, 12, 13 시작부터 패가 좋다.


운이 없으면 타일 하나도 내지 못한 채 아무것도 못 하고 지는 경우도 있기에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오늘따라 운이 좋은지 시작 이후 꾸준히 조합을 완성하여 차곡차곡 패를 내려놓다 보니.



어느덧 단 하나의 패만이 손에 남게 되었다.


검은색 숫자 4라···


차례를 마친 이후 상대의 차례.


상대 역시 3개의 패만이 남아있기에 누가 먼저 끝내든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잠깐의 정적 후 끝내지 않고 띄엄띄엄 자신의 패를 모두 공개하고는 비웃는 이모티콘을 연달아 띄우는 상대.


공개된 패는 어떤 숫자나 색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조커 두 개와 나와 같은 색의 4타일 하나.


전 턴 완성하지 못하고 실수로 공개된 내 패를 기억한 듯 보였다.


아쉽지만 게임에서 질 수도 있지. 패배를 직감하며 게임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패를 조합하지 않고 꺼내기만 한 채. 우는 이모티콘과 비웃는 이모티콘만을 번갈아 올리던 상대는 한번 기회를 준다는 듯 자신의 패를 수거하고는 차례를 종료했다.


곧이어 코 고는 이모티콘을 보내는 상대.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이모티콘으로 명백하게 조롱의 의미였다.


술기운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였는데. 머리에 열이 오름이 느껴졌다.


이 자식은 꼭 이긴다.


투지가 솟구치며 조롱하는 상대를 보란 듯이 역전하고 싶었지만.


어디 현실이 마음먹은 대로만 흘러갈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아도 승리로 향하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30초.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은 굳어만 가고 지금 당장 필요한 기발한 수는 떠오르지 않은 채 초조함만 커졌다.


계속하여 코 고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조롱하는 상대.


“에휴···진 건가.”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생각되었다.


화를 삭이며 포기하고 게임을 종료하려던 찰나.


“아니 이걸 포기한다고? 핸드폰 좀 잠깐 줘볼래?”


뒤에서 들려오는 아니시에이팅에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술기운 때문에,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는 수지가 서 있었다.


인기척 없이 나타난 것에 놀란 건지. 거친 말을 뱉은 모습에 놀란 건지는 알 순 없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순간 몸과 입이 굳어버렸다.


자기 말에 아무 반응이 없자. 수지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듯 내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잡아채고는 양해 아닌 양해를 구했다.


“이거 내가 대신 한다?”


이미 패색이 짙은 게임. 안될 이유가 없지만···


남은 시간은 15초 남짓.


핸드폰을 가져간 수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거의 모든 타일 조합들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분해되는 조합들과 분해되는 와중 자석이라도 붙은 듯 다시 꿰맞춰지는 타일들. 술을 마신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민첩한 손놀림이었다.


3···. 2···. 1


남은 시간이 0이 되기 직전. 수지는 결국 남아있는 모든 타일을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꺄아아아! 끝!”


만세를 하며 승리의 세레머니를 하는 수지를 보며 나 역시도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상대에게 한 방 먹여 줬다는 희열에 도취하여 주먹을 꽉 쥐었다.



“휴··· 정말 아슬아슬했다. 갑자기 핸드폰 가져가서 미안. 허락 안 받고 가져가서 화난 건 아니지?”


씨익 웃으며 휴대전화를 건네는 수지의 모습 뒤로 빛과 함께 꽃향기가 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승리에 대한 흥분이 떨림으로 바뀌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우선 감사 인사부터 하자.


“어.. 괜찮아. 고마워. 질 거로 생각했거든. 게임을 하는 거 보니 엄청 능숙하던데 자주 하는 게임이야?”


“루미큐브? 어렸을 땐 자주 했지! 보드게임이라면 다 좋아하거든.”


보드게임? 지금은 바둑, 체스 같은걸 하나?


예상외의 취미에 더 묻기 위해 말을 꺼내려는 찰나 밖에서 남자 선배 하나가 들어왔다.


“수지야 택시 도착했다! 얼른 나와”


“감사해요. 선배.”


“하하. 선배라니 오빠라고 편하게 부르라니까.”


아까 나오기 전 수지 옆에 앉아있던 선배였다.


둘이 사귀게 된 건가? 아니면 단순히 집 가는 방향이 같아서?


선배의 뒤를 따라 건물을 나가려던 수지는 무언가 생각난 듯 뒤돌아 말을 건넸다.


“이름이 정보란 맞지? 엿들으려던 건 아닌데 전화 소리가 커서 통화내용을 조금 들어버렸네. 혹시 보드게임 좋아하면 같이 보드게임동아리에 들어가지 않을래? 고민해 보고 관심 있으면 연락줘”


그 말을 끝으로 수지와 선배는 택시를 향해 걸어갔다.


연락을 달라고? 휴대전화를 보니 언제 적어놨는지 변호하나가 눌러져 있었다.


보드게임이라··· 애초에 게임이라고는 시간을 죽이는 용도로만 사용하였기에 큰 관심은 없었다.


그렇게 잠깐 고민이 깊어 질 때쯤 수지와 함께 나간 선배가 혼자 구겨진 표정으로 욕을 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둘이 사귀는 사이는 아닌가보네...


이날 나의 첫사랑과 함께 보드게임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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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8 정진용
    작성일
    23.05.11 01:08
    No. 1

    ㅋㅋ소재가 신선해서 넘 재밌네요
    선호작,추천 둘 다 누르고 갑니다
    제 작품도 구경하고 가세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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