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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마왕의 세계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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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근남
작품등록일 :
2024.07.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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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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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생산자

DUMMY

생태계를 구성하는데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하는 생명체는 확실하다.


‘생산자’다.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생물. 지구에서는 남세균이라고 하는 생물이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하면서 ‘생산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번쩍!


최초의 생명체가 아마 이렇게 신성한 빛으로 창조된 건 아니겠지. 실제로 최초의 생명체는 의외로 ‘생산자’가 아니기도 했다.


아무튼 먹이 피라미드의 최하층, 생태계의 가장 근간이 되는 생명체를 만들었다. 말캉말캉한 작은 생물이다.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셨습니다! 이름을 뭘로 할까요?」


“넥타르젤리.”


「[넥타르젤리]를 창조했습니다.」

「최초의 생명체에게는 어떤 특성이든 자유롭게 붙일 수 있습니다.」


“왕성한 신진대사.”


『왕성한 신진대사: 생명체의 생명활동이 빨라집니다. 에너지 소모량은 상승합니다.』


왕성한 신진대사. 넥타르 샘이 있으니 에너지는 넘쳐나므로 이게 좋다.


“저기 지금 뭘 하시는 건가요······? 기왕 첫 창조 특전이 있는데 최초의 지성체나, 아니면 식물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


아니, 식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생산자’를 만들어야 한다.


요컨대 심해 밑바닥에는 열수구에서 나오는 열과 황 화합물을 통해 황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관벌레라는 생물체가 존재한다.

동물인데, 생산자이면서, 또 광합성이란 메커니즘을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나도 굳이 물, 이산화탄소, 빛을 통해 포도당과 산소를 만드는 식물이라는 메커니즘을 이용할 것도 없다.


「보호 기간이 시작됐습니다. 보호 기간동안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의 세계와 접촉하지 않습니다. 보호기간이 끝난 이후 다른 세계와 충돌하게 됩니다.」


보호 기간 내에 내 생태계를 완벽하게 만든다. 전략은 이미 다 있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그냥 인간이 하나 사라질 뿐.


일단 한번 지켜봐라. 눈이 번쩍 뜨이게 해줄 테니까.


천사랑 대화하는 사이 이미 내가 만든 넥타르젤리는 넥타르 샘에서 벌써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지 않는 게 더 신기할 것이다. 이 황량한 사막에는 <빛> <열> <광물> <넥타르>가 너무나도 많으니까.

그것을 모조리 소비하면서 이 생태계에서 가장 부족한 <물>과, 《넥타르 샘》 성장에 필요한 <마력>을 생산한다.


<넥타르>자체가 게임 내에서 가장 효율 좋은 자원이고, 이 사막의 일조량 하나만큼은 진짜 끝내주는 수준이기 때문에 넥타르젤리는 곧 샘을 가득 채웠다.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수가 늘어난 넥타르젤리는 계속해서 물과 마력을 토해내고, 그로 인해서 기껏해야 지름 5미터, 깊이 10미터였던 넥타르 샘은 점차 물에 희석되어서 넘쳐 흐르게 된다.


나는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자 전능한 자원. <신성>을 소모해서 이 번식 속도과 생장 속도를 가속시켰다. 게임과 인터페이스가 비슷해서 사용은 간단했다.


「《넥타르 샘》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자 0레벨이었던 샘이 1레벨이 된다.

레벨이 오른 넥타르 샘은 지름 100미터, 깊이 7미터 정도의 오아시스가 됐다. 물론 전부 넥타르는 아니고, 대다수는 물이라서 희석된 상태지만 그걸 감안해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 넥타르 자체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 1레벨이 한계인 듯했다. 넥타르젤리는 넥타르를 먹고 물과 마력을 뱉는다. 그리고 내 생태계에는 아직 ‘물’을 소비하는 생명체가 없다.


번식에 <빛>과 <열>이 필요한 넥타르젤리들은 햇빛이 내리쬐는 호수표면에 다닥다닥 붙는다. 빛도 열도 흡수한 탓에 넥타르 오아시스의 표면은 넥타르젤리들로 다 차버려 전체가 젤리 호수 같다.

깊어진 수심, 희석된 넥타르, 그리고 훨씬 더 부족해진 광물질들로 인해서 번식이 둔화되고 결국 환경은 평형을 이룬다.


“좋은 빌드업입니다. 이런 척박하고 좁은 환경에서 생물의 힘만으로 넥타르 샘의 레벨을 올리다니. 확실히 눈이 번쩍 뜨일 전략이에요. 게임 시절을 생각하고 다짜고짜 식물부터 심었다면 이렇겐 안 됐겠죠.”


이 천사도 이해했군. 맞다. 빌드업이다.


전략 시뮬레이션에서 다짜고짜 전투 유닛 뽑으면 어떡하나? 일단 자원을 채취하고, 멀티를 세워서 자원 수급량 부터 늘린 다음 더 큰 군대를 꾸릴 걸 생각해야지.

선내정. 후전투. 기본이다.


“그럼 이제 물도 늘어났겠다. 진짜로 식물을 창조하고 문명을 건설할 건가요?”


아니. 보호 기간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 빌드업을 할 거면 한계까지 해야지.


넥타르젤리는 넥타르를 먹고, 물과 마력을 뱉는다.

수십억 년 있으면 알아서 훌륭한 생태계로 변모하겠지만, 내가 신인데 굳이 그럴 것까지 있을까.


나는 마침 진화 효율도 올랐겠다. <신성>을 통해 그 진화를 인위적으로 가속시켜 새롭게 생물을 탄생시킨다.


「[넥타르젤리]가 [바위젤리]로 진화했습니다.」


바위젤리는 넥타르젤리보다 훨씬 큰 생물이다. 세균에 가까웠던 넥타르젤리와는 달리 이놈들은 <물>과 <넥타르>를 통해 대충 해파리 같은 육체를 만들었다.


바위젤리는 또 인간의 위액보다도 조금 못한 수준의 산성 용액을 분비해서 이 생태계에서 역시 넘치는 자원인 바위를 직접적으로 녹여 먹을 수 있다.

그렇게 광물질 성분을 빨려 먹힌 바위는 돌들로 쪼개진다.


주변 암반을 쪼개면서 넥타르 오아시스는 더 넓어지고, 바위젤리는 생장하면서 물을 엄청나게 소비하기 때문에 넥타르 오아시스의 물이 줄어든다.


그러면 호수는 수심은 별 변화가 없는데 호반을 깎아나가며 넓어지게 되고, 결국 더 많은 넥타르젤리가 표면에서 증식한다. 그러면 물이 늘어난다.

그러면 다시 바위젤리의 수가 늘어나고, 바위젤리도 근간이 넥타르젤리라서 바위와 햇빛을 통해 마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넥타르젤리보다도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넥타르 샘에는 충분한 마력이 끊임없이 공급된다.


이 작업은 다시 생태계가 평형 상태가 될 때까지 무한히 반복된다.


「《넥타르 샘》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넥타르 샘은 이 결과로 엄청나게 넓어져서 깊이는 10미터, 지름은 300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오아시스가 되었다.


“굉장하네요! 넥타르 샘이 벌써 2레벨이 됐어요! 2레벨이면 무려 다른 세계와 2번은 충돌해서 이겨야 도달 가능한 수준이라고요!”


알아. 그리고 지금은 넥타르 샘의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결과가 있었다.


「세계의 <생명> 점수가 100점을 넘어 레벨이 1로 상승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생명> 특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 생태계의 생명이 워낙 번성한 탓에 새로운 특성이 개방된 것이다. 이제 내 생명체들은 더욱 강력해진다.


다만 원하는 특성을 고를 수 있었던 초기의 특성과는 달리 이번에는 무작위다. 다만 내 생명체들에게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특성들 중 하나를 골라 선택하는 구조다.


천사가 빛을 내는 마법으로 카드를 세 장 만들더니, 내 앞에 둥둥 띄워주었다.


“자. 여기 필요해 보이는 특성 세 가지에요. 아시겠지만 (선택)은 어떤 종 하나를 지정해야 하고, (신성 능력)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영구적으로 적용돼요.”


『(선택)진화속도 증대: 자연적인 돌연변이가 빈번해집니다.』

『(선택)에너지 효율 증대: 생명체가 적게 먹고도 비슷하게 활동하게 됩니다.』

『(신성 능력)인위적 진화: 직접적으로 <진화>시킬 때 <신성> 효율이 110%이 됩니다.』


“인위적 진화.”


딱 좋은 특성이 있다. 새로 창조할 것 없이 이 젤리들만 만져대면서 빌드업을 더 해도 되겠다.


“좋습니다. 이제 진짜 한계인 것 같은데 이제 문명을 건설할 거죠? 식물은 필요없이 젤리들을 먹고 사는 생명체를 만들어도 되겠네요.”


아니. 기왕 환경이 조성된 이상 끝까지 간다.


“예?”


바위젤리는 큰 바위를 쪼개는데 능하고 광물질을 섭취하지만, 마인크래프트도 광물질을 하나로 구분하지 않는다.


당연히 바위젤리가 섭취하지 못한 광물질, 바위의 찌꺼기들이 있다. 이것을 섭취할 수 있는 다른 생물들을 바위젤리에서부터 진화시킨다.


「[바위젤리]가 [자갈젤리]로 진화했습니다.」

「[자갈젤리]가 [흙젤리]로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바위젤리도 검은바위젤리, 회색바위젤리 등 다양한 광물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분화한다.

내 빌어먹을 사막 생태계는 땅을 아무리 파헤쳐도 보석도 귀금속도 하다못해 일반 금속도 없는 바위덩어리였지만 돌 종류만큼은 다양했다. 바위는 자갈이, 자갈은 흙이 되어서 최종적으로 모래가 되어 나온다.


「《넥타르 샘》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이제 넥타르 샘은 레벨이 무려 3. 넥타르 호수는 거의 지름이 800m에 가까워졌고, 희석된 넥타르들은 쪼개진 암반으로 인해 흘러들어가 강을 형성하고 물렁물렁해진 대지에 스며들어 늪이 된다.

넥타르젤리가 물을 만들면 바위젤리가 성장하고 바위젤리가 바위를 먹고 남긴 자갈을 자갈젤리가 다가와서 자갈을 토막토막 해체해서 흙으로 만들고, 흙젤리가 그걸 먹고 마지막으로 모래를 뱉는다.


넥타르 샘과 바위밖에 없던 지형이었는데, 이제는 거대한 오아시스, 모래, 흙, 자갈, 그리고 아직 젤리들이 도달하지 못한 바위 암반이 있는 지형으로 바뀌었다. 저 바위 지형은 넥타르 오아시스가 더 커져야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동적일 정도의 생태계가 완성되었다. 완벽해지려면 아직 몇 가지 과정이 더 필요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생명> 점수가 210점을 넘어 레벨이 2로 상승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특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더더욱 감동적이게도 또 새 특성이다. 그야 다른 성장을 다 포기하고 생명 생산에만 전부 투자하고 있으니 특성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지.


게임 내 시스템에서는 균형잡힌 발전을 중요시하라지만 아예 하나에 몰아넣으면 이렇게 달라지는 거다.

천사는 이번에도 세 가지 특성을 추천해 주었다.


『(신성 능력)인위적 진화 2: 직접적으로 <진화>시킬 때 <신성> 효율이 130%가 됩니다.』

『(선택)에너지 효율 증대: 생명체가 적게 먹고도 비슷하게 활동하게 됩니다.』

『(선택)넥타르 의존: 넥타르에서 얻는 에너지가 2배가 됩니다. 넥타르밖에 섭취할 수 없게 됩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인위적 진화 2”


진화는 앞으로도 꾸준히 해야 하며 작업할 텐데 이 정도는 해야지.


“저기. 이제 진짜 문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젤리와 넥타르가 흐르는 멋진 땅이 됐는데 이것들을 먹고 사는 문명이면 정말로 엄청나게 강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걸요?”


앵무새처럼 계속 문명. 문명. 하는데. 미안하지만 난 문명을 건설할 생각이 없다.


“네?”


문명은 쓰레기다.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물학적으로 지능을 높이는 생존 전략 자체가 쓰레기다.


멍청한 공룡들은 수억 년동안 번성을 이어가다가 운석 억까에 전부 뒤졌지만, 가장 머리 좋다는 호모 사피엔스는 문명을 건설하고 1만 년 만에 자기네들이 사는 별을 조져버렸다.


진정 영원히 군림하는 신이 되려면 지성체 따위는 키우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저, 실례지만 이 게임이 자기 세계에 문명을 건설해서 이종족들끼리 서로 싸우는 게임인 건 아시죠? 플레이어셨으니까.”


아니, 이 게임은 판타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임이었다. 적어도 나한텐 그랬다.


나도 게임을 하면서 문명건설 플레이를 완전히 배제했던 건 아니지만, 이제는 다른 플레이 방식이 더 익숙하다.


그러니까 석기시대부터 시작하는 판타지는 다른 놈들이나 해라.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을 거다.


그 어떤 문명과 종족이라도, 아무리 지능이 높은 지성체라도 도저히 살아남는 게 불가능한 궁극의 야생. 판타지 세계이기에 가능한 문명을 능가하는 완벽한 생태계 말이다.


“무슨 괴물들을 부리는 마왕이라도 되시려는 거예요?”


오. 그거 좋은 말이군.


다른 플레이어들이 신이라면, 난 마왕이다. 내가 만든 생명체들은 저들의 문명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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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소비자 +7 24.07.01 352 33 13쪽
» 2화. 생산자 +10 24.07.01 374 32 12쪽
1 1화. 인간은 쓰레기다 +8 24.07.01 491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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