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유실물 보관소

신촌 선율 음악사

웹소설 > 일반연재 > 중·단편, 시·수필

RO4dh
작품등록일 :
2019.08.13 13:24
최근연재일 :
2019.11.25 14:26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153
추천수 :
30
글자수 :
20,923

작성
19.11.25 14:26
조회
36
추천
0
글자
4쪽

track 8. 무너진 나의 도시 오가는 말들 속을 난 헤매고

DUMMY

현준은 대학교때부터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백양로에서 신입생들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여 선배에게 반해 엉겁결에 들어간 사진동아리였지만, 선배에게 멋지게 보이겠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공부하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동아리 활동이라곤 하지만, 매년 축제 때 열리는 전시회 때는 진지하게 작품을 걸었고,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졸업생 선배로부터 재능이 있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땐 별다른 취미도, 꿈도 없었던 현준은 남들이 다 하는 공부를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현준에게 신선하고 기분 좋은 깨달음이었다.


군대에 들어가 장래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이 늘어나면서 전문적인 사진작가의 꿈을 꿨던 적도 있었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간 아들을 자랑하는 것이 낙인 부모님 앞에서 꿈을 이야기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요즘 시대에 공무원이면 최고다'라는 주변 어른들과 지인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던 현준은 담담하게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였다. 결국 마음을 전하지 못한 선배의 결혼식 기념사진을 촬영했던 때처럼.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도 제법 화질이 좋아졌지만, 현준은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버린 후에도 카메라만은 좋은 것을 사고 있다. 사실 본격적으로 하자면 렌즈며 카메라며 돈 들어갈 곳은 차고 넘쳤지만 공무원 월급으로 그게 감당이 되냐는 윤호의 말에 뜨끔했던터라 입맛만 다실뿐이었다.


초저녁 쌀쌀한 바람에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었던 현준은 사진기를 들고 나왔지만, 마땅히 찍을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했다.


'오랜만에 학교나 가볼까.'


이맘때쯤에 기말고사 준비를 했던가 하는 생각을 하던 현준은 정문을 지나 백양로를 걸었다.

졸업할 때까지만해도 조금 삭막해 보였는데, 가로등불에 의지해 바라보는 학교의 풍경은 새삼 낭만스럽기까지 했다.


'졸업한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낯선 곳에 온 기분이네.'


천천히 학교를 둘어보는 현준의 걸음에 쓸쓸함이 섞인다.

발걸음을 계속하다보니 어느새 단과대학 건물 앞에 도착했다.

이 이상 올라가면 나중에 내려갈 때 고생이라는 생각에 현준은 건물 앞 벤치에 걸터 앉았다.


'학교 다닐 때 여기서 사진 많이 찍었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엔 별 차이가 없을 텐데도,.

찬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을 보며 그때와 지금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곱씹는다.


[현준~ 사진 고마워! 신랑도 되게 좋아하더라 잘 나왔다고.]


그 때는 그 선배와 함께 걷고 싶어서 이 벤치에 앉아 덜덜 떨며 선배를 기다렸지만

졸업한 후 몇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같은 건 느껴본 적이 없다.


[합격 축하한다. 아 나도 빨리 글 써서 인기 작가 되어야지ㅋㅋ 나중에 밥 한 번 사라]


그 무렵 졸업하면 소설을 쓰겠다며 여러가지 소재를 들려주던 도언은 여전히 글을 쓰고 있지만

현준의 카메라는 겉만 번지르르할 뿐 피사체에 맞는 렌즈조차 카메라 가방에 들어있지 않다.


애써 무시하던 것들이 겉잡을 수 없이.

살을 에는 추위가 된다.


친구들이 보고 싶은 밤.

예전이라면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을 현준은

그러고보니 윤호의 생일이 한 달정도 남았다며

추억과

.

꿈을 마주하기를 미룬다.



[참깨와 솜사탕 꿈결 프로젝트 3/4 나의 도시, 나의 도시]


작가의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것저것 바쁘고, 장기 연재에 치여 단편 연재를 쉬고있었는데

조금씩이나마 써서 올릴 예정입니다.


이번 글은 2번 트랙의 프리퀄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촌 선율 음악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track 8. 무너진 나의 도시 오가는 말들 속을 난 헤매고 19.11.25 37 0 4쪽
9 track 7.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19.09.02 56 2 4쪽
8 track 6. 다시 누군가에게 내 맘을 준다는 게 겁이 나 19.08.24 56 3 6쪽
7 track 5. 아 나로 하여금 이토록 가슴이 뛰고, 벅차오르게 만드는 사람 그대라는 것만 알아요 19.08.22 68 1 7쪽
6 track 4. 어쩌면 너는 내가 꽉 머릿속에 붙잡아 놓고서 방 안에 키운 코끼리였나봐 +1 19.08.19 89 3 5쪽
5 track 3. 들어주겠니. 바람이라도. 내 마음 모두 날려줘 19.08.16 112 5 5쪽
4 track 2. 친구들은 조금씩 다 적응해가고, 분주함에 익숙한 듯 표정 없어 +1 19.08.14 138 4 6쪽
3 track 1.5 그녀의 고양이 19.08.13 158 4 2쪽
2 track 1.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2 19.08.13 195 4 5쪽
1 Intro-선율음악사의 주인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19.08.13 245 4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