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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보관소

신촌 선율 음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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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4dh
작품등록일 :
2019.08.13 13:24
최근연재일 :
2019.11.25 14:26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147
추천수 :
30
글자수 :
20,923

작성
19.08.22 11:40
조회
67
추천
1
글자
7쪽

track 5. 아 나로 하여금 이토록 가슴이 뛰고, 벅차오르게 만드는 사람 그대라는 것만 알아요

DUMMY

민지는 대학교에 입학한 뒤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

처음에는 잘생기거나 유명한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아는 정도였지만,

동아리 활동을 한 지 1년이 된 지금은 선수들은 물론 감독이나 전술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되었다.


신입생 때, 친한 남자동기들로부터 매니저 제안을 받아 들어온 축구 동아리는 꽤나 실력이 좋아서 학교 축제에서는 4강에 들었다. 축제용으로 구성된 소모임이나 급조된 팀들도 있었다곤 하지만, 4강 상대가 체대 축구동아리였고 2대1로 안타깝게 졌으니 나름 강팀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매니저 오늘도 수고!”


연습경기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는 민지에게 현호가 다가왔다.


“오빠! 매너저가 뭐에요. 매니저가!”


“그래. 정민지. 오늘도 수고했다.”


민지가 잠깐 둘러보려고만 했던 축구 동아리에 매니저가 된 이유는

언제나 자신에게 툴툴대며 장난치는 현호 때문이었다.


“말로만 수고했다고 하지마시고 밥이나 한 끼 사주면서 말씀하시죠?”


“음..그래 우리 매니저. 아니지 우리 민지 고생하니까. 대신 너무 비싼 건 안 된다?”


“비싼 거 먹어야지~”


현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들떠있는 민지의 모습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줬다.


“선우랑 윤재도 데려갈까?”


“아, 걔네 오늘 동기들끼리 술 마시러 간대요.”


“지들끼리만? 어이구 늙은이 서러워서 살겠냐. 민지 넌? 왜 안 갔어?”


“저 술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그리고 독거노인 챙길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


“독거노인이라니. 네가 몰라서 그렇지 이래 뵈도 나 인기 많다?”


“네, 네. 그러시겠죠~”


“어휴. 빨리 여친을 사귀든가 해야지 원.

잠깐만 있어봐. 또 같이 갈 만한 애들 있나 물어보고 올게.”


“...그냥 둘이 먹어도 되잖아요?”


“응? 야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둘만 먹으러 가냐?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 건 한 번 소문 돌면 피곤해지는 법이야.”


“전 별로 상관없는데요?”


“내가 상관있어서 그런다. 기다려 물어보고 올게.”


현호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저녁식사를 권했다.

민지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3학번이나 윗 선배니 어린애 취급 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조금만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내려고 하면 어느새 뒷걸음질 치는 현호가 조금 미웠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민지는 현호의 관심을 끌기위해 축구를 공부한 것은 물론, 못 먹던 순대국을 먹게 됐고

관심 없던 밴드의 음악을 찾아 들었다. 그럴 때마다 현호는 말이 잘 통하는 후배라며 좋아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야. 아무래도 둘이 먹어야겠다. 일단 물어봤으니까 뒤에서 딴소리하진 않겠지.”


“오빠 인기가 있는 거 맞아요?”


“뭐, 남자 놈들한테 인기 많아봐야 의미 없다.”


“인기 최대치가 인류의 절반으로 줄었는데요?”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 한 명만 있으면 되는 타입이라 말이지.”


“흐응. 그래서 후보는 있구요?”


“...뭐 찾아봐야겠지? 사실 지금 당장은 좀...”


“어휴. 또 청승. 빨리 가서 밥이나 먹어요!”


민지는 애써 태연한 척 현호를 이끌었다.


현호는 세 달 정도 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민지는 쓸쓸해하는 현호가 안타까운 한편으로 자신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기뻐했지만,

현호는 늘 장난처럼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 청승떨 거에요!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거래요!”


언젠가 현호의 태도에 화가 나 이렇게 쏘아붙였던 적도 있지만,


“민지 넌 아무 것도 몰라.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냐?”


라는 대답에 상처만 받을 뿐이었다.


조금 어색해진 분위기였지만, 금세 기운을 차린 현호는 다시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풀었고, 민지는 그런 현호를 보며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까지 함께 걸어가기로 했다.


“오. 여기 많이 바뀌었네. 민지야 여기 들렀다가 가자.”


현호는 평소 밴드음악을 즐겨 듣기 때문에 음악사에 자주 들렀다.

최근엔 새로운 앨범 소식이 없어서 발이 뜸했는데, 그 사이에 새 단장을 한 모양이었다.

현호는 뒤에 민지가 따라오는지 어떤지 돌아보지도 않은 채 휙 하고 음악사로 들어갔다.


민지는 황당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군말없이 뒤를 따랐다.


“어서오세요. 선율음악사입니다.”


평소 자주 보던 주인 아저씨가 아닌 탓에 조금 망설였지만,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맞아주는 것에 마음이 놓인 현호는 곧바로 용건을 말했다.


“혹시 밴드음악 좀 볼 수 있을까요?”


“네. 마침 진열을 다시 한 참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현호는 남자를 따라 한 쪽으로 갔고, 혼자 뻘쭘해진 민지는 여기저기 둘러보기로 마음 먹었다.


‘밴드, 솔로, 듀오. 이별, 여행... 되게 다양하게 정리해뒀네.’


민지는 규모에 비해 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그런 민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한 팻말이었다.


‘짝사랑’


조금 청승맞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에 앨범들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앨범이 있었다.


예쁜 앨범 커버에 마음이 끌려 한 번 들어볼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더니 언제 온 것인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남자가 앨범에 대한 간락한 설명과 함께 듣는 법을 알려줬다.


“그건 루시아 EP 꽃그늘이에요. 오프라인 CD에만 있는 수록곡도 있어서 소장가치가 충분하죠. 뭐 사실 요즘처럼 더운 날씨보단 조금 추운 초봄에 듣기 좋은 앨범인데, 좋은 노래들 많으니까 한번 들어보세요.”


남자는 슬쩍 위의 팻말을 보더니 사람 좋게 웃으며

트랙을 넘기곤 민지에게 헤드셋을 건넸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대는 내게 너무나 자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현호는 원하는 앨범을 찾은 것인지 곧장 민지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지만,

노래에 푹 빠져 있는 민지를 보곤 잠시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사랑 앞에 뭐 그리 두려움이 많나요. 나는 몰라요. 그대 말처럼 잘 모르겠어요]


민지는 노래에 빠져 있다가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현호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나로 하여금 이토록 가슴이 뛰고 벅차오르게 만드는 사람 그대라는 것만 알아요.]


노래가 끝났다.


[루시아 EP 꽃그늘, 담담하게]


작가의말

이번 화는 다음 화와 이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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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선율 음악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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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rack 8. 무너진 나의 도시 오가는 말들 속을 난 헤매고 19.11.25 36 0 4쪽
9 track 7.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19.09.02 55 2 4쪽
8 track 6. 다시 누군가에게 내 맘을 준다는 게 겁이 나 19.08.24 55 3 6쪽
» track 5. 아 나로 하여금 이토록 가슴이 뛰고, 벅차오르게 만드는 사람 그대라는 것만 알아요 19.08.22 68 1 7쪽
6 track 4. 어쩌면 너는 내가 꽉 머릿속에 붙잡아 놓고서 방 안에 키운 코끼리였나봐 +1 19.08.19 89 3 5쪽
5 track 3. 들어주겠니. 바람이라도. 내 마음 모두 날려줘 19.08.16 112 5 5쪽
4 track 2. 친구들은 조금씩 다 적응해가고, 분주함에 익숙한 듯 표정 없어 +1 19.08.14 137 4 6쪽
3 track 1.5 그녀의 고양이 19.08.13 157 4 2쪽
2 track 1. 안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2 19.08.13 194 4 5쪽
1 Intro-선율음악사의 주인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19.08.13 245 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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