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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시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부수는 S급 귀환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토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16:50
최근연재일 :
2021.08.24 23:57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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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4
추천수 :
390
글자수 :
135,967

작성
21.08.03 00:22
조회
488
추천
10
글자
12쪽

레이더스(Raiders) (1)

DUMMY

헌터면허증.

민수는 헌터면허증을 쥐곤 한참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10년 전, 그는 이 카드 한 장을 얻으려 했다. 부모님의 빛나는 뒷모습을 보며 자란 소년은, 그들과 같은 길을 걷기 위해 18년을 살아왔다.


그로부터 10년 후, 민수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집에 돌아가면 환영해줄 이도, 면허를 취득한 것을 칭찬해줄 이도, 아무도 없었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카드 한 장을 봤을 때, 민수가 느낀 감정은 벅차오름이나, 감격스러움이 아닌, 허탈감이었다.


그때, 하루만 더 늦게 시험을 봤다거나, 앞서나가지 않았다거나, 차라리 스탯을 열지 않고 포탈 타고 나가버렸으면 이런 일은 안 일어나지 않았을까.

온갖 상념이 민수 머릿속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우와, 뭐에요 그 등급!”


“네, 네?”


우동훈은 민수의 면허증을 흘깃 보곤, 충격을 받은 듯 소리쳤다. 그 소리에 민수도 덩달아 놀라 우동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A잖아요! 재수생이 아니라 고인물이었네! 뭐 몰래카메라 같은 거였어요?”


“아뇨···. 진짜로 재수생이에요. 그냥 헌터 면허증을 따기 전에 폐관 수련··· 같은 걸 했어요.”


민수는 우동훈의 물음에 대충 얼버무렸다.

민수는 황현아와 최인성 이외에 사람들에겐 앞으로 자신의 10년에 대해서는 함구하기로 했다. 기자들이 몰려들었던 일도 그렇고, 괜히 귀찮아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폐관 수련이라니···. 국내 던전은 요즘 길드들이 나오는 족족 입장권을 사들여서 비싼 데다, 애초에 면허증이 없으면 들어가기 힘들 텐데요?”


우동훈은 민수의 대답이 의문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질문했다.

이에 민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세계는 넓으니까요.”


“아하, 유학파셨구나! 하긴, 통역 주문 덕에 딱히 외국어 공부할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죠.”


통역 주문.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언어를 통역하는 마법이다.

마력이 단 1만 되어도 발동할 수 있는 마법으로 발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지를 자신이 익숙한 언어로 바꿔서 들을 수 있게 한다. 이로 인해 세계 간 장벽이 거의 허물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동훈은 납득한 듯 손가락을 튕겼다.

민수 역시 거기에 호응하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어쨌든 나갈까요? 여기에 온종일 있을 것도 아니고.”


“네, 그러죠.”


발걸음을 옮기며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우동훈은 갑자기 멈춰서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번호 교환해도 될까요?”


우동훈의 부탁에 민수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핸드폰 번호를 남겨줬다. 또, 자신의 핸드폰에도 그의 번호를 저장했다.


“고마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봬요. 저는 동생 밥 챙겨줘야 해서 먼저 가볼게요!”


우동훈은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민수는 천진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민수는 문을 열고 헌터면허학원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황현아가 차에 몸을 기댄 채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수 씨. 시험 끝났어요?”


민수는 황현아에게 자신의 헌터면허증을 보여줬다.


“네. 면허증 땄어요.”


“축하드려요, 드디어 따셨네요! 그런데···.”


황현아는 민수의 헌터면허증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경악했다.


“A··· A급??!”


황현아의 놀란듯한 태도에 민수는 멋쩍은 듯 웃으며 목덜미를 긁었다.


“아··· 1억 마리를 잡으면 그럴 수도 있겠죠···.”


민수의 과거를 떠올린 황현아는 빠르게 수긍했다.


“일단, 타세요! 부장님께 보여드려야죠.”


민수는 황현아의 차 조수석에 탔다.

황현아는 시동을 걸고 세계헌터협회 건물로 출발했다.



***



출발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쯤, 민수는 창문에 시선을 둔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현아 씨··· 물어볼 게 있는데요···.”


“네? 어떤 거요?”


“새로 생겼다던 저 헌터면허학원. 제대로 검증된 던전을 쓰는 건가요?”


“음··· 면허학원에서 쓰이는 던전은 국가기관이랑 세계헌터협회의 검증이 이루어진 던전인데··· 뭐 이상한 점이라도 있었나요?”


민수는 작게 한숨을 쉬고 나서, 눈가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채 말을 이었다.


“그루츠랑이라고··· 아시나요?”


“물론이죠. 정글형 던전에 나오는 D급 보스몬스터잖아요.”


그 말을 들은 민수는 황현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따지듯 이전보다 커진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히 D급이죠··· 그런데 그게, 초보자 던전에 나왔어요. 그 덕에 전부 수험생 전원이 만신창이가 되었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그건···.”


“던전의 등급은, 국가와 협회의 인정을 받은 협회 회원이 매기는 것 아닌가요?”


“···.”


민수의 심문에 황현아는 어두운 표정이 되어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민수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제가 10년 전에 학원에서 잡았던 자이언트 그렘린은, 강하긴 했어도 E급, 초보자 수준의 보스몬스터였어요. 제가 아니었어도 다른 수험생들이 힘을 합치면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루츠랑? 수험생 전원이 덤벼들어도 상처하나 안 나던 몬스터···. 면허 취득 수준이 높아진 건가요 아니면···.”


“제대로 일하지 않는 건가요···?”


민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

황현아는 곤란한 듯, 말을 하지 못하다 이내 한숨을 쉬었다.


“자세한 얘기는 부장님께서 해주실 거예요. 꽤 길고, 복잡한 이야기니까요.”


민수와 황현아는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협회까지 향했다.



***



협회에 도착하고 나서, 민수와 황현아는 곧바로 부장실로 향했다. 이때까지도, 둘 사이에는 어떤 대화조차 없었다.


황현아가 앞서 부장실 문을 열었다.

부장실에는 서류 더미를 쌓아두고, 컴퓨터로 작업을 하며 커피를 한잔 홀짝이는 최인성이 있었다.


“부장님, 저희 왔습니다.”


황현아는 최인성에게 다녀욌다는 인사를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일은 잘 마치셨습니까?”


최인성의 인사에 대한 대답 대신, 민수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를 불렀다.


“저기, 인성 씨.”


“네?”


“물어볼 게 있는데요··· 협회는 지금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요?”


“무슨 말씀이신지···.”


최인성은 민수의 질문이 의아한 듯, 안경을 올려 고쳐 쓰며 되물었다.


“그루츠랑. 모른다고 하시진 않겠죠?”


민수는 헌터면허학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최인성은 무슨 일인지 이해한 듯, 낯빛이 어두워졌다.


“아시는 대로, 던전의 등급은 협회 회원과 직원, 그리고 이외의 헌터들이 선발대를 조직해 공략한 후 매기는 겁니다.”


“보통 국가 내에서 발생한 던전은 그 국적을 가진 회원이 선발대로 나섭니다. 인력이 부족할 때는 해외의 회원을 초청해 등급을 매기지만, 그들 역시 상당히 바쁘므로 거의 불가하다시피 합니다.”


“이전까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던전 대부분을 공략하셨던 회원은··· 민혁 씨와 이세아 씨였습니다.”


‘부모님이···.’


민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부모님이 세계의 여러 던전을 공략함과 동시에, 직접 국내 던전의 등급을 매겼다는 것을.


“그분들은 자기 길드의 각 등급의 헌터를 대동하고 서너 번은 공략해서 확실히 등급을 매기셨죠. 그래서 타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등급이 적절히 매겨진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돌아가신 지금은··· 국내 최상위 길드 ‘레이더스(Raiders)’의 마스터이자 협회 회원인 A급 헌터 ‘강석호’가 대부분의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순간 민수는 이를 까득이고, 도끼눈이 되었다. 흥분한 듯, 그의 손에는 핏줄이 심하게 돋아나왔다.


“강석호···.”


민수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10년 전, 자신의 중소 길드 레이더스와 함께 던전을 다수 공략하여 이름을 날리던 B급 헌터였다. 10년 사이에 A급이 되어 협회 회원이 된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가 화난 것은 강석호 뿐이 아니었다. 최상위 길드. 그것이 레이더스라는 사실이 그를 분노하게 했다. 그의 기억 속 최상위 길드는 레이더스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업무를 맡고 나서는, 던전 등급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A급답게 빠른 속도로 해치우고 나오지만, 제대로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사상자도 급증하고··· 아마 이번 학원도 그가 담당했을 겁니다.”


“하여튼, 학원에 대한 건은 제가 직접 알아보고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던전 등급에 대한 문의나 항의가 셀 수 없이 쌓여있어서··· 제때 확인하지 못했던 것 같군요.”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


민수는 매서운 표정을 짓고서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강석호의 거취를 물었다.


“그건 왜···?”


“왜긴요. 남이 열심히 일궈놓은 밭을 망쳐놓고 있는데, 몇 마디 날려줘야 할 거 아니에요.”


“민수 씨. 그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민수의 말을 듣자마자, 최인성은 걱정되는 어조로 민수를 말렸다.


“그의 길드는 어째선지 높은 사망률을 보입니다. 물론 그들이 매번 높은 등급의 던전을 공략하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흉흉한 소문이 돌기 때문입니다. 가령 살인 의혹이라든지.”


“살··· 인···?”


살인이라는 단어에 민수는 굳은 듯, 멍하니 있었다.


“던전 내부는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추방되는 것은 산 사람뿐. 시신은 직접 가지고 나오는 방법 이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람을 죽여도, 안 들킬 수 있다는 거군요.”


“몬스터가 시신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후발대가 진입하면 시신을 수거할 수는 있겠지만··· 강석호는 치밀한 자입니다. 꼬리를 밟힐 여지 따윈 남겨두지 않을 겁니다.”


“확증이 없을뿐더러, 현 대한민국 최강 A급에, 인맥도 넓고··· 국가조차 그를 건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협회 한국 지부가 어떻게 할 만큼 만만한 자가 아닙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왜 살인을 하는 거죠?”


“수익 분배나 사람 간의 갈등 같은 문제로 살인이 벌어지곤 하는데, 일설엔 사람을 죽이면 그 사람의 던전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민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어쩌면 그들의 강함의 출처는···.’


최인성은 길어진 말에 목이 탄 듯, 커피를 또 한 번 홀짝였다.


“그러니까 그를 만나는 건···.”


- 뚜르르


갑작스레 최인성의 탁상 위 전화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최인성은 민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최인성 부장입니다.”


“···!”


통화를 하던 최인성의 안색이 파래졌다. 그의 냉철한 인상에서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식은땀이, 그의 턱선을 따라 흘러 떨어졌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대기하라고 전해주십시오.”


최인성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는 이마에 손을 짚고선,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사뭇 달라진 최인성의 분위기에, 민수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질문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민수 씨.”


“네?”


“아무래도 그가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이라면···?”


민수는 벙찐 표정을 지은 채,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가 당신을 만나러 협회에 왔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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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레이더스(Raiders) (4) +1 21.08.06 31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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