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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시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부수는 S급 귀환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토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16:50
최근연재일 :
2021.08.24 23:57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894
추천수 :
390
글자수 :
135,967

작성
21.07.30 01:00
조회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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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2쪽

돌아왔다 (2)

DUMMY

“부모님이 돌아가신 걸 봤어요···?”


민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최인성에게 물었다.

최인성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입을 열었다.


“민수 씨가 사라진 지 5년쯤 되었을 때, 법적으로 사망 간주 처리되었을 때, 던전관리본부는 베링 해협에서 신생 포탈을 발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때 당시, 협회에서 해당 던전을 공략할 선발대를 모집했는데, 민혁 씨와 이세아 씨, A급 헌터 5명과 협회 직원인 제가 모여 선발대를 이루었습니다.”


“배를 타고 베링 해협에 도착했을 즈음, 저희는 포탈을 보고 놀랐습니다. 전례 없던 거대한 규모에 막대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포탈. 그러나 어떤 던전이라도 공략해낸 저희였기에 주저 없이 포탈로 진입했습니다.”


그때, 전기 포트의 신호음이 울렸다. 최인성은 민수와 자신의 앞에 잔을 놓고, 차를 따라주었다.


“계속하세요.”


민수는 최인성을 노려보며 재촉했다. 차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최인성은 차를 조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고급 헌터들답게, 그들은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일사천리로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보스몬스터 스팟까지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보스몬스터는 강했습니다. 협회 직원이었지만, 겨우 C급 헌터였던 저로서는 놈에게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했고, 민혁 씨와 이세아 씨, A급 헌터 전원이 덤벼들어야 겨우 주춤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A급 헌터 3명이 사망했고, 저와 2명은 중상, 전투가 가능했던 사람은 민혁씨와 이세아씨 뿐이었습니다. 두 분은 사력을 다해 저희를 보스몬스터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주셨습니다.”


“한동안 공방이 이어졌고, 민혁 씨와 이세아 씨마저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분들은 마지막으로 힘을 모아, 검을 들고 보스몬스터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것은 최후의 일격이었습니다. 두 분의 검은 보스몬스터의 거구를 갈랐습니다. 그러나 놈은 그대로 소멸하지 않고 두 분을 붙잡았습니다.”


“힘이 다한 두 분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놈의 폭발 속에서, 소멸하셨습니다. 그렇게 출구 포탈이 열리고, 저희는 탈출해 귀환했습니다.”


- 쾅!


민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최인성의 멱살을 붙잡았다.

민수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충혈되어있었다.


“왜, 돌아가시게 뒀어··· 왜, 너희만 살아남았냐고···.”


“왜 아무것도 못한 놈들이 살아가는 거야! 왜 부모님이 희생됐어야 했냐고! 중상? 사지 멀쩡하잖아··· 부모님을 희생시켜야 할 만큼 크게 다쳤었냐? 차라리 다 같이 덤볐으면 사셨을지도 모르잖아!”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눈물이 고인 채, 민수는 원망 가득한 목소리로 최인성을 힐난했다.

최인성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멱살이 잡힌 채로 말했다.


“민수 씨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슬픕니다. 말단 사원이었던 시절, 그분들은 S급 헌터에 협회 회원이셨음에도 제게 살갑게 대해주셨습니다. 그분들은 저에게 있어 소중한 동료이자 친우였습니다. 그분들의 죽음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최인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약했던 제가··· 혐오스러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민수의 손은 힘이 풀렸다.

최인성은 구겨지고 헤쳐진 옷깃을 정리하지 않았다.


“저는 두 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협회의 회원 중 두 분 만큼 임무에 열의를 다하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는 헌터는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식이 실종된 상황에서도 항상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아들은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더구나 법원에서 사망 간주가 내려졌을 때도, 법이 이상하다고 웃으면서 여느 때와 같이 임무에 나서셨습니다.”


최인성은 착잡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비극입니다. 자식의 죽음을 선고받은 날의 임무에서 목숨을 잃다니, 그토록 보고 싶어 하시던 자식이 이제야 돌아왔는데···.”


민수는 온몸에 힘이 풀린 채, 의자에 주저앉았다.

민수의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민수는 신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

신에게 빌었다. 제발 부모님을 살려달라고. 과거로 돌려보내 달라고. 민수는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민혁 씨와 이세아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셨습니다.”


최인성은 탁상의 서랍을 열었다.


“언젠가 민수가 돌아올 때, 이 편지를 꼭 전해달라고.”


최인성은 서랍에서 편지 봉투를 꺼내 민수에게 건네주었다.


“저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그럼...”


최인성은 부장실을 나갔다.

한 사람만 있기엔 너무 넓은 방. 그 안은 적막이 가득했다.


민수는 편지 봉투를 조심히 뜯었다. 그 속에는 분홍색 편지지가 들어있었다.

편지지 위에는 단정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어머니의 글씨체였다.

민수는 천천히 내용을 읽었다.


------------------------------

수 에게


안녕 수야! 이 편지를 쓰는 오늘은 네가 집에 안 돌아온 지 2년째 되는 날이야. 뭐 하고 지내니? 엄마랑 아빠는 네 걱정 딱히 안 했단다. 당연히 별 탈 없이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겠지. 처음에는 막 난리가 났단다. 밤늦게 돌아오지도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너를 찾기 위해 경찰이나 협회, 헌터 등등 정말 많은 사람이 도와줬단다. 계속 찾기야 했지만, 우리는 그저 네가 제 발로 돌아오는 걸 기다렸어.

검을 닦을 때마다 네 어릴 때가 생각나더라. 목검을 들다 넘어진 널 보고 아주 놀라서 어쩔 줄 몰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더라. 중학생 때는 어찌나 반항하던지, 많이도 싸웠었지? 수능 날에도 바빠서 얼굴 한번 못 봤는데, 그냥 일 한번 내팽개치고 네 얼굴 보러 갈 걸 그랬네. 네 사진 볼 때마다 아직도 눈물이 고인단다.

엄마랑 아빠는 열심히 일하면서 기다릴게. 여느 때처럼 대문을 열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돌아온다면, 비싼 레스토랑에서 외식하자꾸나. 먹고 싶은 거 전부 사줄게. 갖고 싶은 것도 전부. 그러니 언제가 되든, 돌아와 줘 수야. 하나뿐인 우리 아들,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보고 싶어.


널 사랑하는 엄마랑 아빠가.

------------------------------


- 툭, 툭


민수의 눈물이 편지지 위에 떨어져, 글씨가 하나둘씩 번졌다.

그렇게 민수는 편지를 붙들고 한동안 흐느꼈다.


최인성은 바깥에서 문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



잠시 후, 부장실 문을 열고 최인성이 들어왔다.


“좀 괜찮아지셨습니까?”


“네···.”


양 볼에 눈물 자국을 남긴 채,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예의 없는 짓을 저질렀어요.”


“괜찮습니다. 누구라도 그만큼 화를 냈을 겁니다.”


최인성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는 민수를 응시하며 말을 꺼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야기···?”


“민수 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지난 10년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민수는 차에서 황현아에게 말했던 것처럼, 헌터 면허학원에 들어간 것부터, 이공간으로 소환된 것. 1억 마리의 몬스터들을 베고 탈출한 것까지, 잃어버린 10년에 대해 늘어놓았다.


최인성 역시 민수의 이야기를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딱딱한 인상에서조차 당혹감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그랬군요, 1억 마리를...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니, 어쩐지 20대 후반일 나이에 비해 앳돼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실례지만, 스탯을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최인성의 부탁에 민수는 스탯을 열고, 최인성에게 보이도록 했다.

최인성의 눈앞에 민수의 스탯이 드러났다.


---------------------------

이름 : 민 수

성별 : 남성

나이: 18

신장 · 체중 : 176.5cm · 67kg

던전 에너지 : 89.3/100

레벨 : 71


[체력 : 78]

[근력 : 82]

[내구 : 77]

[민첩 : 86]

[지력 : 73]

[마력 : 4]


[스킬 : 회전 베기 / 신속 / 이검발도 / 검뢰 / 염화검 / 화륜참 / 천검난무 / 회전 찌르기 / 단두쌍검]

---------------------------


“이럴 수가.”


최인성은 민수의 스탯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수의 스탯이 이미 웬만한 A급 헌터 수준까지 도달해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됐습니다.”


민수는 스탯을 닫았다.


최인성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민수에게 말을 건넸다.


“잠시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민수 씨에게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보여줄 거요···?”


“네, 민수 씨께서 꼭 보셔야 하는 겁니다.”


최인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민수는 최인성을 따라갔다. 둘은 사무실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곳은 협회 건물의 지하.

둘은 조금 걷다가 보안이 엄중해 보이는 문에 다다랐다.

최인성은 안경을 벗고, 문에 달린 장치에 눈을 댔다.


[최인성 부장. 홍채 인식 확인되었습니다.]


- 치익


문이 열렸다.

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수많은 파일과 물건들이 쌓인 창고였다.

민수와 최인성은 창고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최인성은 한 금고 앞에 멈추었다.

그는 스캐너 잠금장치에 손바닥을 인식시킨 후, 금고를 열었다.


“이건···!”


민수는 금고 안의 물건을 넋 나간 듯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아밍 소드와 어머니의 카타나였다.


“민혁 씨와 이세아씨가 돌아가시던 때에, 두 분의 검만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두 분의 유품... 언젠가 민수 씨께서 거두어주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인성은 민혁과 이세아의 검을 보며 말을 이었다.


“두 분은 항상 아들 자랑을 하셨습니다. 언젠가 자기들을 뛰어넘을 대단한 헌터가 될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셨죠.”


그리고, 몸을 돌려 비장한 표정으로 민수를 응시했다.


“민수 씨,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헌터가 되지 않으시겠습니까?”


최인성의 제안에, 민수는 놀란 듯 대답도 못 하고 빤히 그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


최인성은 말을 이었다.


“지금 민수 씨의 스탯은 A급 헌터의 수준에 도달해있습니다. 10대에 그 정도 스탯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런 제안은 적절치 않지만, 저는 민수 씨께서 협회 회원으로 들어오셨으면 합니다.”


“물론 거절하셔도 좋습니다. 10년 동안 고생했는데, 던전이나 몬스터만 봐도 신물이 날 겁니다.”


“할게요.”


민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부모님이 그러셨다면서요, 우리 아들은 자기들을 뛰어넘을 대단한 헌터가 될 거라고.”


최인성은 민수의 눈을 응시했다.

그것은 슬픔을 묻어둔 채, 부모의 의지를 이어갈 사내의 불타는 듯한, 더없이 뜨거운 눈동자였다.


“그 말, 꼭 지켜드려야죠.”


“민수 씨···.”


최인성은 감격한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민혁 씨와 이세아 씨도 기뻐하실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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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7 [탈퇴계정]
    작성일
    21.07.30 02:02
    No. 1

    재미있게 보고 꾹 찍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이토시
    작성일
    21.07.30 02:07
    No. 2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전개도 기대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초록거머리
    작성일
    21.08.19 07:44
    No. 3

    최인성 이새끼 인성보소. 10년만에 탈출해온 애한테 부모님 부고 전하면서 당연히 유품 전달했어야지. 그걸로 간보고 애가 혼란한 틈 타서 슬쩍 트라우마 생길 던전으로 끌어들이네. 완전 개쓰레기네.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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