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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 님의 서재입니다.

연기하면 재능복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홍규
작품등록일 :
2024.02.28 13:53
최근연재일 :
2024.04.26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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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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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1,466

작성
24.04.0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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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연기하면 재능복사 036

스타로 가는 길을 다시 쓴 글입니다. 제목을 바꾸고 몇 가지 설정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시 썼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감상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UMMY

계약서를 썼다는 소속사의 전화에도 믿어지지가 않아 몇 번이나 되 물었다.


새로운 대본, 온전한 대본을 받고서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운이 좋았었는지, 연기를 잘했었는지.

박은태 배우님의 로비나 부탁이나 압력이 있었는지.


강수는 알지 못한다.

어찌되었건 주연으로 계약을 했다.


이를 악물고 연습, 또 연습.

그리고 촬영 현장에서 보여 주었다.


대배우라 불리는 박은태 배우와의 연기에서 제대로 합을 맞췄다.


눌리거나 밀려나거나 어그러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합.


합을 제대로 잘 맞춘 것이다.

박은태 배우보다 더 잘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장단만 맞춰줘도 잘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런데 제대로 합을 맞췄다?


대성공인 것이다.

그걸 이루어냈다.


강수는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자신의 모든 재능과 장점을 다 쥐어 짜내려고 애를 썼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모든 것을.

어찌 생각해 본다면 수험생이 수능날 모든 능력을 다 짜내는 것과 비슷하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2년 간의 모든 노력과 고생하며 쌓아 올린 지식을 단 하루 동안 다 쏟아부어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강수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사당패 노인으로부터 연유된 모든 재능과 기술과 지식과 경험을 다 사용했다.


‘그런 기연없이도 이렇게 연기하는 박은태 배우의 재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걸까?’


강수의 의문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아마 박은태 배우에게 직접 물어도, 그 자신도 모를 것이 분명했다.





어찌되었건 강수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 댓가는 연기에 대한 호평.


감독은 박은태 배우에게 밀리지 않고 연기하는 강수에게 엄지손가락을 펴고 내밀었다.


만족한다는 의미.

쵤영 감독 역시 크게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 이제 막 1화와 2화를 찍고 있는 중이다.

섣부른 기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첫 발을 제대로 잘 내디딘 것 같아서 강수도 마음이 기껍다.





사소한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배우의 멘탈은 어찌보면 강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한없이 나약하다.


그 때문에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주연 배우들의 지원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강수 역시 소속사에서 지원 받은 차가 있다.


그 안에서 다음에 찍을 장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들여다 보고 있다.


머릿속으로 장면을 떠올리고, 자신이 맡은 배역의 인물이 무슨 뜻으로,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하고 행동하는지를 가늠해 본다.


물론 연습 과정에서 수없이 반복해 온 일이다.


이제 찍고 나면 끝이다.

되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자칫하면 흑역사의 한 장면으로 영원히 박제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가슴이 두근거리면 크게 숨을 들이 쉬고 천천히 내 뿜는다.


실수도 실수지만 잘못 해석하는 것도 두려운 일이다.


잘못된 해석에서 잘못된 액션이 나오는 것이니까.





“컷! 굿!”


감독의 사인에 다들 길게 숨을 내쉬었다.

다들 숨을 참고 있었던 그런 느낌.


박은태 배우와 갈등을 빚는 장면이었다.


똑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다시 찍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숨을 참고 바라본다.


같은 장면이 반복되면 긴장감이 약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박은태 배우도 매번 새로 연기하는 것처럼 임하고 있다.

강수도 덩달아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제대로 본 거야!’


박은태 배우도 속으로 만족했다.

매번 나날이 더 실력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강수는 아직 초보이고 신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눌리지 않고 자신과 합을 맞춰 연기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어지간한 배우들도 자신과 연기할 때면 자칫 잡아먹히는 수도 종종 있다.


그런데 신인인 강수는 바득바득 대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떻게든 합을 맞춘다.


그런 패기, 실력, 노력, 마음가짐이 귀엽다.

사실 몇 번 기회를 주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해준다.

어지간히 마음에 들면 이런저런 기회를 줘 본다.


오디션 기회일수도 있고, 만남이나 대화나.

선배들과 만날 자리에도 데려가 본다.


몇 번 그러다 보면 밑천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연기를 하는 배우지만 오래도록 속이고 감춘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든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해도 나름대로 촉이 오거나 감을 잡을 수 있다.


‘이 사람은 대충 이런 사람이구나!’


강수 역시 그런 신인 배우.

나름 열심히 하는 배우.


노력하고 애쓰는 배우.

실력과 인기가 차이를 보이는 그런 배우였다.


그래서 단역으로 있던 강수와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간간이 기회를 제공했다.


오디션 정보도 주고, 자기 이름 대로 오디션 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서든지 배역을 따냈다.

원래 계획과 다른 배역이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물론 마음 먹은 배역을 따지 못할 때는 박은태 배우 본인도 살짝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강수는 아주 작은 단역이라도 따는 일이 잦았다.


즉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차차 더 좋은 인상을 주며 자라나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드라마, 태풍의 계절.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작가의 작품.


역시 예전부터 친하게 지내는 PD의 마지막 작품.

이 PD는 이제 CP로 승진할 것이 확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연출할 작품으로 이 드라마를 정하고 신중하게 임했다.


그래서 오랜 친구인 박은태 배우에게 조심스럽게 주연을 부탁했다.


박은태 배우와 합을 맞출 배역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르는 누군가라도 상관은 없다고 했다.

박은태 배우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를 배척하거나 꺼려하지 않는다.

마음 속으로 정한 선은 있지만.




그런 박은태 배우가 뜻밖에 비공개 오디션을 열자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


젊은, 아니 아직 어린 신인배우에게 오디션 기회를 주자고 했을 땐 더 놀랐다.


오디션으로 선발된 배역이 그 신인 배우라는 것에 또 놀랐다.


대본 리딩때도 혹시나 실망할까 싶어 마음속의 기대를 내려 놓았었다.


리딩에서는 잘해도 현장에서 실수할 수도 있어서 마음을 다독였다.


뜻밖에도 리딩 현장에서도 잘 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더 잘했다.


나날이 더 잘하는 것이 느껴졌다.

성장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뭔가 다음 촬영에선 또 얼마나 성장했을지 살짝 기대가 되었다.


이제 겨우 1, 2화를 찍는 중이다.


어차피 순서대로 찍는 것이 아니니 한 번 한 방소에서 찍을 때 비슷한 장면을 미리 다 찍어두면 경제적이다.


배우들이 감정 잡기 어렵고, 의상 같은 것도 계속 바꿔줘야 하지만.


어지간하면 몰아 찍는 것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여건이 닿지 못해 하지 못할 뿐이다.


대본은 벌써 거의 15화 까지 나와 있는 상태.


그러니 몇 화 정도 같은 배경의 장소에서 몰아 찍어도 아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편집해야하는 감독만 힘들 뿐이지.




장면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할 일은 아니다.

다만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중요할 뿐이다.


서로 힘내자고 화기애애하게 읏싸읏쌰하는 현장이면 성공할 가능성이 확 올라간다.


그 반대로 서로 소 닭 보듯하고 데면데면하거나 썰렁하거나 살벌한 분위기라면?


짜증과 분노와 화풀이에 고함과 욕설이 겹쳐지는 그런 현장이라면?


그런 드라마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감독이 능력이 좋아도,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 하더라도.


융합이, 내적 친밀감이, 화합이, 잘 이루어지는 곳과 그렇지 않은 현장의 차이.




강수도 여러 촬영 현장을 경험했다.

단역으로, 조연으로.


분위기가 좋았던 곳도 있고 그렇지 않았던 곳도 있다.

대개 비슷한 분위기이긴 하다.


일하는 현장이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직장이니까.


그러나 유독 분위기가 좋은 곳은 나중에 보면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그런 현장은 보기 드물다.

그러니 대작이나 성공작이 드문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수는 자신이 처신을 잘해야 한다는 걸 안다.


‘친절하고 상냥한 배우를 연기하는 거야!’


잘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악역이 아닌 선역을 잘 하면 되는 것.


단역일 땐 착하고 순진한 단역 배우를 연기하면 되고.


‘어쩌면 나도 본능적으로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적인 성격 변화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재능의 복사만이 아닌, 성격이나 기질의 복사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걸.


본인이 깨닫지는 못했겠지만.

그저 눈에 띄는 재능을 반기기는 했지만.


그러나 강수의 본능은 그걸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한 것 같았다.


‘그래,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


강수는 이렇게 판단을 했다.

사실 대부분 그렇기도 하고.


장점만 있다거나 단점만 있는 경우는 드무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이랄지, 하여간 연기하는 배역의 재능을 복사해 내는 것.


거기에도 단점이 있을 건 당연했다.

그동안 자신이 의식을 하지는 못했겠지만.




드라마의 진행은 순조롭다.


“이렇게 순조로운 것도 흔치 않은 경우야.”


박은태 배우는 강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요? 대개 그냥저냥 진행이 된 것 같았는데...”


“찍다가 중간에 엎어지는 경우도 꽤 많아.”


“정말요? 저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운이 좋았던 거지.”


자기가 겪은 그런 엉망인 현장에 대해서 얘기해준다.

들어보면 얼마전에 벌어진 일 같지만 꽤 오래전의 얘기다.


‘풋!’


강수는 속으로 웃었다.


왜냐하면 고향 시골 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강수의 눈이 초생달처럼 휘어지자 박은태 배우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


“선배님 말씀이 웃긴게 아니라...”


그러면서 자기가 생각했던 걸 얘기했다.


“으음, 그건...”


자기가 생각한 예상을 말해준다.


“아마 그게 맞을 거예요. 제 기억에는 말이죠...”


강수도 자기가 경험한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오래된 시골 마을이라서 여기저기 다 사연이 있거든요. 뭐, 저기는 누구네 며느리가 뭘 했던 자리다, 이런 식으로요. 나중에 어른들께 물어보면 그 며느리가 죽은지 100년도 넘었다거나 하는 식이죠. 그래도 애들은 동네 형들한테 몇 해 전에 벌어진 일처럼 듣는단 말이죠.”


“하하, 맞아. 그런 식이지. 아아, 그래서 네가 웃었구나? 허어, 그렇긴 하다. 좀 전에 내가 해주었던 얘기도 벌써 수십 년 전에 벌어진 일이니까.”


대인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새카만 후배가 그런 생각 했는데 탓하거나 꾸짖지 않고 허허 웃어버리는 것이.

자칫하면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저 안 웃었는데요?”


강수의 그 말에 박은태 배우의 눈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입은 웃질 않고 있었다.


“어떠니? 내 표정이.”


“어, 입매는 그대로이신데, 눈가에는 웃음이...아아, 저도 그랬었나요?”


즉석해서 마음 상태를 표현해내는 것이 놀랍다.

그냥 얼굴의 표정만 흉내 낸 것이 아니다.


강수도 배우였고, 연기 연습도 많이 해봐서 아는 것이다.


이건 진짜 마음 속으로 그런 상황을 설정하고 스토리를 짜서 그걸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것.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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