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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 님의 서재입니다.

연기하면 재능복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홍규
작품등록일 :
2024.02.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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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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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6

작성
24.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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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연기하면 재능복사 011-수정

스타로 가는 길을 다시 쓴 글입니다. 제목을 바꾸고 몇 가지 설정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시 썼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감상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UMMY

“하여간 이 자식, 말이 많아. 얼른 이리 안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미적거리며 가서 앉았다.








‘처음부터 싹쓸이 해서는 눈총 받을 거야. 대놓고 따고 도망쳐도 문제고.“


처음엔 판돈이 소소했지만 곧 점차로 액수가 커졌다.


잔챙이들은 다 떨어져 나가 다른 방에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식이었다.


진짜 꾼들만 모인 방에 강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혼자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의 눈을 속여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진짜 큰 판이라면 기술 한 번 발휘해볼 생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판돈 자체도 아주 크지 않다.


다들 아는 사이였으니 그렇게까지 이 악물고 대들 일은 아니었다.


대신 강수는 소소하게 잃어주고 큰 판 몇 번 먹고 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바닥엔 늘 만 원짜리 몇 장 깔아놓은 정도.


오만 원짜리 지폐는 얼른 책상다리하고 앉은 채 접어서 양말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것도 손재주였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고액권을 빼돌리거나 감추는 기술.


화장실 다녀오며 양말의 돈을 꺼내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식으로 몇 번 하자 금방 몇백만 원을 넘겼다.


그렇게 그냥 조용히 노름 밑천을 빨아들이고 있을 때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모든 사람의 눈이 그리로 향했다.

인기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한 여배우.


이제 조연을 벗어던질 때가 거의 다 된 여배우.

곧 주연으로 발 돋음 할 여배우.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삼촌.”


“어이, 어서와.”


단장 대성이 형 뒤쪽으로 다가갔다.


“조금 구경할게요. 괜찮죠?”


“그럼요. 어서오세요.”


“서은씨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등등.

여기엔 나름 카드 좀 친다하는 사람들은 다 모여 있었다.


대성이 형은 옆으로 조금 움직였다.


장대성과 연출 이성호 사이의 공간에 공서은이 앉았다.


“죄송합니다.”


그녀가 성호에게 사과했다.


“아니야. 괜찮아. 너도 할거니?”


원래 아는 사이라 말도 편하게 했다.

모든 사람이 궁금해 하는 걸 물었다.


“아뇨. 구경.”


“그래.”





공서은은 장대성과 이성호 사이에 앉아 바닥에 깔린 것들을 살펴 보고 있었다.


“누구 차례야?”


영화계에서 조연으로 주로 출연하는 오래된 배우.

주병준.


“성호 형 차례요.”


강수가 대답했다.

연출 이성호부터 다시 순서가 돌아간다.


사람들이 돈을 툭툭 내던지 듯 한다.

그래도 룰에 의거해 순서가 돌아간다.


“첵.”


“콜.”


“다이.”


각자 따라가거나 죽거나.

이번 판은 별볼일 없는 판이다.



그 다음판에는 불이 붙었다.

다들 바닥 패가 좋다.


강수가 패를 돌리고 있었다.

남이 패를 돌릴 때는 대충 따라가거나 한다.


그러다 자기가 패를 돌릴 때면 판을 살살 키운다.

그게 아니라도 때로는 확 판을 키울 때도 있다.


다른 누군가가 그럴 때도 있고.

좋은 패를 들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치열한 눈치 싸움.


상대의 손에 어떤 패가들어 있을지 가늠해 보아야 했다.


‘성호 형이 클로버 퀸이 있으니 대성이 형은 기껏해야 스트레이트. 병준이 형이 문제네. 표정도 그렇고. 바닥패는 별 볼일 없는데 왜 판을 키우는 거지? 혹시 블러핑? 설마...가능성이 좀 있긴 하지. 아까부터 보니까 좀 승부욕이 있기도 하고. 공서은 배우 앞이라고 가오 잡는 건 아닐까?’


살짝 그런 분위기도 있다.





굳이 큰 기술 쓰지 않아도 눈치와 배짱만으로 큰 판 몇 번 먹었다.


슬슬 주의력이 떨어지는 분위기가 되어 판을 키웠다.


마침 운 좋게도 기술을 걸기 딱 좋은 상태.


술에 취하고 피곤함에 취하고 노름에 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한 판 확 쓸어 버렸다.


다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

공서은도 놀라 눈이 둥그레졌다.


몇십만 원은 훌쩍 넘을 액수다.

어쩌면 거의 백만 원?


“서은 씨도 한 번 하시지?”


주병준이 권했지만 공서은은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할 줄도 몰라요. 그냥 삼촌이 뭐하고 노시나 싶어 구경 온거예요.”


삼촌은 핑계다.

수많은 사람 중에 눈에 쑥 들어온 사람.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 방방마다 들여다보고 오는 길이다.


노래방이 끝나고서야 삼촌이 머물 방에서 나왔다.

그녀의 가방과 옷도 그 방에 두었다.


다른 사람도 같이 놀자고 했지만 삼촌을 찾는다는 말로 빠져나왔다.


척 봐서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남자다.

그녀보다 두 살 어린 남자.


그녀는 10대 후반에 데뷔를 했지만 남자는 연극 무대에서 조연을 주로 맡는 배우.


딱히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눈이 갔다.


물론 여배우로서의 자각은 있다.

남자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한동안 삼촌의 극단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마침 영화 끝나고 쉴 때였다.


삼촌의 극단이 워크샵을 간다고 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따라나선 것.




그나마 이곳은 좀 안전한 곳.

삼촌이 운영하는 극단의 MT장소.


마음 놓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

극단의 오래된 사람들도 대충 알고 있다.


최근에 몇 년 사이에 들어온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강수도 모르는 축에 속하는 사람.


강수는 극단에 매일 붙어 있지 못한다.

전에는 알바로 바빴고 최근엔 학원 등으로 바쁘다.


전엔 딱 연습 시간에만 와서 하고, 공연 때나 하고.

그러니 연기력도 제대로 늘지 않고, 매일 그 타령이다.


그렇다고 굶으면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 최근, 이모부 일을 해결해주고 난 후부터 알바들 그만 두고 연습에 더 몰입했다.




여태까지는 약간 취미처럼 하고 있는 것이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다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처지의 단원이 강수만은 아니니까.

그러니 서로 묵인하는 것.


연습이나 공연에 지장만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서로 봐주고 양해하는 것.


서로 어렵고 힘든 것 알고 있으니 네가 어려울 땐 내가 봐주고, 내가 어려울 땐 네가 봐다오, 하는 것이다.




강수는 잘 모르지만 공서은은 극단에 꽤 여러 번 찾아갔었다.


그러니 극단의 고참 배우나 스탭들은 다들 안면이라도 있다.


신입들이나 잘 모를 뿐.

단장도 평소에 내 조카가 여배우다, 이런 소리는 하지도 않았고.


“성호 오빠는 분발해야겠네?”


연출인 이성호 앞에는 지폐 몇 장만 남아 있을 뿐이다.


“지갑은 든든하니까 걱정 마셔.”


“나, 가기 전에는 한 판 따야지.”


공서은의 말에 헛기침을 한다.

그녀가 오고나서 한 판을 이기지 못했으니까.


“삼촌도 힘내.”


“야, 힘 안 난다. 저 자식, 으이구.”


단장이 강수를 쳐다보며 이를 간다.


“어, 아까부터 보니까, 되게 잘 하시네. 타짜?”


공서은이 강수를 보며 묻는다.


“쟤 말이야 저번에 무슨 얘기하다 말 나왔거든? 그랬더니 짤짤이 판에는 안 낀대.”


“그게 무슨...”


“푼돈 따기 싫다는 거지.”


“우와, 그럼 정말 타짜세요?”


공서은이 강수를 보며 물었다.


“에이, 아니죠. 그저 시골에서 누구네집 장사났다면 가서 밤샘해주면서 조금 친 정도죠.”


“너 저번엔 그런 소리 안 했거든? 뭐랬더라...아마추어판?”


“아니죠. 상가집에 내가 가면 꾼들이 슬슬 털고 일어선다, 뭐 그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그 말이 그 말이지.”


공서은은 너무 신기한 듯 강수를 다시 쳐다 보았다.


관심이 있으니 호감이 생기고, 호감이 생기니 뭐든지 다 멋있어 보인다.


특별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하여간, 이 카드는 제 전공은 아니예요.”


“그럼?”


“오늘은 패가 잘 붙기는 하지만 원래는 화투가 전공이라 이건 사실 좀 그저 그래요.”


살짝 거들먹거리는 듯한 표정.

장난기가 섞인 말투.

형님들 앞에서 막내가 재롱피우는 태도 였다.


“하, 이 자식이!”


이성훈이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형, 그러면서 슬그머니 딴 짓 하지 말고.”


강수의 매서운 눈초리에 이성호는 카드를 얼른 접어 손바닥 안에 감췄다.


바닥에 놓은 것과 바꿔볼까 했던 것.

다들 공서은 때문에 정신이 팔린 것 같아서였다.


“어허, 성호 형! 보아하니 선수네, 선수!”


강수는 사람들의 주의를 이성호에게 돌렸다.


다들 이성호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 봤다.

농담 비슷하게 막 던지는 말도 했다.


“야야, 여기서 왜 이래!”라거나 “성호야, 우리끼리 이러면 안되지!”라고 놀려댔다.


설마 우리 사이에 사기치겠냐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름이라는 건, 그리고 욕심이라는 알 수가 없는 괴물이다.




강수는 초반에 패가 몇 번 도는 동안 카드에 이런저런 짓을 해두었다.


아주 미세해서 사람들은 보고서도 알지 못하는 흠집.


노름꾼만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 말까한 표식.

그래서 초반에만 좀 조심하면서 소액을 배팅했다.


중반 들어서면서 상대의 패를 대략 짐작하게 되면서부터는 적당히 잃어주기도 하면서 크게 티가 나지 않게 따기도 했다.


판판이 다 따버릴 수도 있지만 아는 사이에 그럴 수는 없는 일.

큰 판은 되도록 자신이 먹거나, 중간에 죽어 버렸다.


이길 땐 입을 꾹 다물고 아주 조용히 이겼다.

작은 판은 잃을 때가 많고, 그럴 때면 엄살을 떨었다.


“오늘 정말 안 되네!” 라고 하거나 “끝발이 안서네!”라고 떠들어댔다.


나가는 돈은 꽉 움켜쥐고 소액만 풀었다.

들어오는 돈은 뭉텅이 돈.


그렇지만 몇 판 하다보면 어느새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 깔린 돈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책상다리하고 앉은 발이나 무릎 밑으로 들어갔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람들 눈이 다른 곳을 쏠렸을 때 슬쩍 옮겼다.

공서은이 들어온 후로는 더 쉽다.


사람들 신경이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

그녀의 눈길만 조심하면 된다.


그녀가 강수를 유심히 보기는 했지만, 휙휙 돌아가는 판세 때문에 눈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빠른 눈치는 그럴 때에도 도움이 된다.

능숙하고 재빠른 손재주도 큰 역할을 했다.


공서은과 마주치면 웃어주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밷는다는 말이 있다.


인기있는 배우에게 호감을 사려는 행동이기도 하고, 자신의 손놀림을 가리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런 후에 몇 판 더 하다가 슬그머니 일어나 버렸다.


더 이상 뭉텅이 돈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무릎이며 허리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다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민 PD님 가신대요!”


그 말에 얼른 판돈 십만 원쯤을 구경하던 후배에게 넘겨주었다.

이제부터는 니가 하라고 말하고 일어났다.




공서은도 돌아갈 시간이 된 모양이다.

매니저가 가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1층으로 내려가니 마침 민 PD가 먼저 나온 연출 성호 형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공서은 배우도 강수 등과 함께 나와 겉옷과 가방을 챙겼다.


“가시게요? 어우, 시간 늦었는데...”


금방 함께 트럼프 치던 대성이 형도 내려왔다.


“잘 가고. 누나한테 안부 전하고.”


아쉬워하며 그들을 보냈다.

공서은에게는 계속 눈길을 주었다.


다들 그러니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와 몇 번 눈이 마주쳤지만 그럴 때면 강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곤 했다.




굳이 연기하듯 가식적으로 할 필요도 없다.


‘저런 미모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저절로 미소가 나오니까.


그게 아니라면 ‘서로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도 미소는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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