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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규 님의 서재입니다.

연기하면 재능복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홍규
작품등록일 :
2024.02.28 13:53
최근연재일 :
2024.04.26 07: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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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6

작성
24.03.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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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연기하면 재능복사 018-수정

스타로 가는 길을 다시 쓴 글입니다. 제목을 바꾸고 몇 가지 설정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시 썼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감상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UMMY

촬영 전까지 기간은 한 달 정도 남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맡은 조연 역할을 제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천재대학생, 재능있는 배우, 능글맞은 바람둥이 전직 경찰, 눈치 빠른 도박꾼 법무사 등 필요할만한 재능을 모두 이끌어 내려 계획했다.







미로에서는 그런 역할이었지만 이번 조연은 오히려 여주인공의 지인.


이 영화도 잔잔한 멜로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전쟁이나 대단한 액션 영화도 아니고.


*****


“어, 대성이 형!”


단장이 전화를 해왔다.


-잘 지내냐?


“큭큭, 며칠 전에도 봤잖아!”


-그건 그렇지. 바쁘냐? 바쁘지? 조연 맡았다며?


“네, 운이 좋았어요.”


-주연들이랑도 많이 붙겠네?


“그렇지요.”


-서은이랑 붙는 신도 있냐?


“두세 번 있어요.”


-대사는 다 외웠고?


“아직 외우는 중이예요.”


-서은이가 그러는데 자기네 회사 연습실에서 보자더라. 서로 연습해봐야 할 것 같다는데? 같이 나오는 장면 있다면서?


“아, 그런 장면 있어요. 혼자 하기는 좀 그렇겠더라고요. 뭐랄까, 감정이 잘 살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대사가 입에 붙지 않는다고 해야할지.”


-이번 감독이 에드립 싫어한다면서?


“그러게 말이예요.”


-서은이 전화 번호 아니?


“아뇨. 모르죠. 그런 대배우 전화번호를 단역 나부랭이가 어찌 알겠어요?”


-하하, 너 좀 웃겼다. 서은이 한테 네 번호 알려줄 테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 와도 받아라. 아마 매니저 번호겠지만. 촬영 전에 같이 연습 두어 번 해보면 되지 않겠니?





“알겠어요. 그럴게요. 저야 좋죠.”


-잘 해라. 니가 많이 도와주고.


“어휴, 내가 돕기는요!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아야죠.”


-그래,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라고. 잘 지내고.


“하하, 며칠 후에 또 볼 거잖아요?”


-그때는 극단에서 보는 거고. 이건 영화 얘기니까.


“알겠어요. 며칠 후에 봐요.”


-어, 들어가라.


“네. 들어가세요.”



장대성은 전화를 해주면서도 이게 맞을까, 를 고민했다.


조카인 공서은이 강수를 좋아하는 걸 눈치 챘다.


그렇지만 말리거나 제지하지 못했다.


그럴 나이도 아니다.

그럴 사이도 아니다.


친누나의 딸이라 해도 어려운 일인데 친누나가 아니라 사촌 누나의 딸이다.


게다가 잘 나가는 인기여배우.

강수는 자기 극단 소속이지만 그 역시 미성년자도 아니다.


젊은 남녀의 감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마음이 무겁다.


잘나가는 인기여배우와 작은 극단의 무명 연극 배우.

비극적인 드라마의 클리셰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공서은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강수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다.


이제 선택은 그 두 사람의 몫.




강수는 대성이 형의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했다.


‘별 일은 아니겠지? 여태는 대개 인사만 하고 지나갔었는데...혹시 그 회사에서 스카웃 안 해 주려나? 꽤 큰 회사로 알고 있는데.’


단장 장대성이나 강수는 그냥 무심하게 넘겨 버렸지만 공서은의 마음은 조금 복잡했다.


연하의 남자, 인기라는 걸 모르는 연극단의 무명 배우.


그런데 자꾸 눈에 띄인다.

연기를 잘한다.


순전히 주관적인 평가는 아니다.

볼 때마다 연기력이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각각 다른 현장에서 봤지만 맡겨진 배역을 잘 소화해낸다.


그저 무난하다는 정도가 아니다.

어떨 땐 정말 씬스틸러라는 소리가 이해될 정도였다.


그렇지 못한 배역도 있긴 했지만.


‘매번 그렇게 한다면 그건 이미 천재 배우 아니겠어?’


천재배우니 대배우 수준은 아니지만.

뛰어난, 잘 하는 신입 배우쯤?


그런 배우는 흔하다.

흔하다 못해 쓸어버릴 만큼 많다.


그녀의 소속사에만 해도 수십 명이다.


그냥 처음부터 배우를 꿈꾸는 사람도 있고 아이돌이나 모델 하다가 연기를 배우고 배우의 길로 들어선 사람도 많다.


촬영 현장 가면 아주 많다.

방송국 가면 더 많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꽃미남들도 아주 흔하다.


아이돌 가수 출신이 배우 보다 더 잘 생긴 경우도 흔하다.



아이돌 가수는 대게 여럿이 나온다.


팀으로 구성된다.

춤이 좀 어설퍼도 묻어서 갈 수 있다.


가창력이 좀 떨어져도 배분을 적게 받아 가면 감출 수도 있다.


장비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함께 갈 수도 있다.


배우는 오롯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보여야 한다.

연기력, 매력, 노력, 성실함, 몰입력.


상대 배역과의 케미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자신 혼자뿐이다.


연기력이 떨어지면 딱 눈에 보인다.


발음을 절면 당장 귀에 들린다.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피부의 잡티는 화장으로 가릴 수 있지만 연기력이나 발음이나 매력은 감추기가 어렵다.




강수는 아주 매력적인 배우다.


그건 확실하지만, 과연 자신이 신경을 쓸만한 사람인가 생각하면 그건 좀 의문이다.


조건이 너무 열악하니까.


그런 상대가 왜 자꾸 눈에 들어오는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중이지만 아무도 모른다.


강수도 모를 것이다.








좋은 능력만 복사되는 게 아니다.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때로는 자기 성격이 조금 이상해진 걸 느끼기도 한다.


어느 배역의 것인지 모를 급격한 감정 변화.


‘사이코나 소시오 패스들이 많아서 그런 걸지도 몰라.’


버럭 화를 냈다가도 마치 대인배인 것처럼 너그럽게 굴기도 하는 등 성격을 종잡기 어려운 인물인 것 같았다.


그런 것도 복사되었다.


‘재능 복사가 아니라...재앙 복사인걸까? 재앙까지는 좀 그렇고...성격 복사? 아님 기질?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지만 좀 조심해야겠어. 배역 중의 누군지 모르지만 사이코패스 기질도 좀 있는 것 같아. 또 누군가는 소시오패스 같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강박증, 편집증 같은 성향도 좀 보이고. 좀 느긋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배역이면 좋겠는데...’



이번의 배역도 성격이 모난 사람이다.


조연롤이기도 하고, 연기력을 뽐낼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뭔가 다른 사람들이다.


까칠하고 거칠고, 모난 성격들.


그러니 사방을 들이 박거나 벽을 쌓고 사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작가님께 뭔가를 묻기에는 너무 모르는 사이.


게다가 단역만 전전하다 이제 겨우 조연을 맡았는데, 작가에게 미주알고주알 묻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감독이 쉽냐하면 절대로 아니다.


현장의 제왕인 감독하고 하하호호, 하려면 주연 배우쯤이면 모를까.




최근에는 능력 복사, 재능 복사가 거의 되지 않는 것 같다.


아주 희미하게라도 느낌이 있다면 그런가보다 할 텐데.


그것 때문에 강수는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고 살짝 조급해지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연습이 부족한 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나름 몰입을 해서 너무 메소드 연기에만 빠져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럼에도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실망감과 함께 두려움이 생겨났다.


‘어흐, 이거야 원! 쫄려서 어디 살겠나! 될려면 되고 말려면 말지. 느낌이 없다는 건...씨앗이 심어지지도 않았다는 뜻일까? 달랑 1%도? 진짜 재능 복사가 끝난 걸까? 아니면 인물 설정이나 뒷 서사가 없어서? 아니면 다른 조건이 안 맞아서? 슬롯이 벌써 다 차버린 걸까?’


조건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 답답했다.


‘사용설명서 없는 최신 장비?’


살짝 그런 느낌이었다.


‘벌써 열댓 명이나 배역을 맡았지만 실제로 능력이나 재능을 복사 받은 것 같은 인물은 고작해야 6~7명? 절반 정도 비율일까?’


그 정도가 받은 것 같은 느낌을 느낀 것.

나머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필요 충분 조건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아 궁금한 것이 문제다.


그래도 해결 방법이 없으니 여태 해오던 대로 그저 열심히 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뿐이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다 해도.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절로, 우연히 주어진 능력이니까.


능력이나 재능도 역시 그가 느끼는 것일뿐, 정확하게 뭐가 어떻다! 하는 식은 아니다.


촉 또는 감?




공서은과의 연습은 그녀가 바빠서 자꾸 미루어지다가 촬영은 얼마 앞두지 않은 시기에 급박하게 잡혔다.


강수나 그녀나 개인적으로 연습 했다.


곧 대본 리딩을 할 때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약속 몇 개를 미루고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


“일단 가볍게 한 번 훑어 보는 식으로 해보고, 그 다음에 디테일하게 맞춰보는 걸로 하면 되겠죠?”


강수의 말에 공서은도 고개를 끄떡였다.


연습은 세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중간에 두어 번 쉬고.


그녀의 매니저가 음료와 간식을 가져 왔지만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공서은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은 아직 대본을 충분히 읽어보지 못했다.


그 때문에 리딩을 앞두고 연습을 하려 한 것.


그러나 강수는 대본을 다 외운 것은 물론이고 그녀의 대사까지도 다 외우고 있었다.


외운 게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배역에 몰입을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그녀의 캐릭터는 어쩐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겉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아!”


공서은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엉망이죠?”


“네? 아뇨. 잘 하시는데요?”


“에이, 공치사 말고.”


“진짜로요.”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 말을 들으니 살짝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자신감이 없어 조금 투덜거리는 것처럼 대꾸했다.


“음, 그러면 말입니다...이거 좀 주제 넘는 소리 같기는 하지만...”


그러면서 몇 군데 포인트를 짚어가며 이러저러하게 바꿔보면 어떠냐고 물었다.


눈으로는 대본을 보며 입속으로 중얼중얼 해봤다.


조언에 따라 빠르게도 하고 끊어서도 해보고, 조금 느리게도 해보고, 살짝 억양을 바꿔보기도 했다.


“녹음을 해서 들어보실래요? 물론 자기 목소리는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경험이 많으시잖아요?”


“그래볼까요?”


처음 연습할 때처럼도 해보고, 이러저러하게 방법을 달리 해가며 녹음을 했다.


몇 번이나 앞뒤로 돌려가며 들어보았다.


“저는 세 번째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공서은이 말했다.

강수가 얼른 말했다.


“어, 나는 다섯 번째 것인데...”


“그러면 세 번째 거랑 다섯 번째 것만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죠.”


“그래요.”


매니저까지 불러서 어느 게 좋은지를 검토해보았다.


1:2로 다섯 번째 것이 낫다고 결정되었다.


사실 그 차이는 크지 않다.

미묘하게 다를 뿐.


그런 식으로 몇 번이나 미진한 곳을 고쳤다.


“대충 된 것 같아. 여주가 이런 느낌으로 사람을 상대한다는 거지?”


“그런 셈이죠. 극 중반까지는 이렇게 가다가...”


“연인이 다치는 걸 보고 그때부터는 확 바뀌어서 날뛰는 거고.”


“그렇죠.”


배우마다 배역의 캐릭터를 달리 잡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다른 배역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안해야 한다.


그게 틀어지면 혼자만 툭 튀거나 아예 묻혀버릴 가능성이 있다.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강수는 그 미묘한 선을 잘 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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