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운기(明運記) 3부 운상기담(雲上奇譚) - 프롤로그
운상기담(雲上奇譚)
프롤로그
극락조(極樂鳥)의 푸른 날개가 창공을 유유히 부유했다. 그 위에 여강(如康)이 팔베개를 베고 편히 누워 있었다. 동트기에 출발했지만 이제 하늘이 옅은 붉은 기운을 띠기 시작해 흰 구름은 홍조를 띤 얼굴을 숙여 그림자를 드리웠다.
친우(親友)와의 이별로 상심하기는 잠깐이었다. 다시 만날 것이라 확신어린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론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이 있음이 삶이 있다면 죽음이 있는 것처럼 당연했기 때문이다.
극락조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낮잠도 자고, 뒤척거리며 폭신한 청색 깃털 사이로 얼굴도 묻고, 구름 사이로 손도 뻗어보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도 이제는 지루해졌다.
“새야. 어디까지 가려고?”
극락조는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대답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그는 물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영물(靈物)인 극락조는 다른 방식으로 그에게 답했다. 온몸에서 푸른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검은 눈에서는 황금빛 화염이 너울거렸다. 이에 여강은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 했다.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두터운 구름들 사이로 햇빛이 고여 황금빛 어린 주홍색으로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 속으로 들어가는데 극락조의 푸른빛이 햇빛과 기묘한 반발을 일으키더니 일순 은빛이 비치는 얇은 종잇장 같은 틈이 보였다.
금강석처럼 단단한, 만곡(彎曲)을 그리는 부리가 그 공간을 억지로 쪼아 비집어 열었다. 기이한 진동이 느껴져 여강은 얼른 동북 염풍(炎風), 동방 조풍(條風), 동남 혜풍(惠風), 남방 거풍(巨風), 서남 양풍(凉風), 서방 요풍(飂風), 서북 여풍(麗風), 북방 한풍(寒風)의 팔풍(八風)을 모두 불러 모았다. 태어날 때의 색은 갈색이나, 천년이 흐르면 그 색이 검게 변하고, 만년이 흐르면 희게 변한다는 극락조이다. 그런데 이 극락조는 청색인 것이다. 세월을 헤아릴 수 없는 영조(靈鳥)가 이리 몸을 지탱하기 힘들어 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풍신(風神)들의 조력을 얻어 겨우 그 은빛 공간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서로운 구름들이 가득 깔려 있는 별천지가 여강의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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