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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무희 님의 서재입니다.

명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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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바람무희
작품등록일 :
2009.11.02 02:58
최근연재일 :
2009.11.02 02:58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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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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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글자수 :
383,723

작성
09.10.2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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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운기 2부 사비가 - 에필로그

DUMMY

사비가(沙悲歌)


에필로그



나슈자르는 거품을 무는 말의 상태에도 아랑곳 않고 채찍질을 거듭하여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사막에서 모래 먼지가 거칠게 일었다. 아름다운 정령과 명마(名馬) 닐다의 평화로운 거주지 마후느 벌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년 전, 사족과의 전투가 압승으로 끝나고 아스라흔의 이름은 만리(萬里)에 걸쳐 퍼지게 되었으나, 아스라흔은 조용히 떠났다. 푸른 새벽이었다.

“당신은 영웅(英雄)인데 왜 당신이 맺은 달콤한 열매를 맛보려 하지 않으십니까?”

나슈자르는 그를 다시 황위에 올려놓고 싶었던 것이다. 정말 아프고 격한 삶을 산 그에게 자식이 아닌 보통의 한 사람으로서 보상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건 슈만도 마찬가지였고 둘은 나름대로 계획도 세우고 있던 도중이었다.

그러나 녀리를 모래색 말에 태우고 조용히 걷던 아스라흔은 편안한 말투로 답했다.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사람들이 알아준다고 해서 한 것도 아니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안 할 일도 아니었다. 내가 원한 일을 내가 한 것에 무슨 보상이 필요하겠나?”

잠시 후 그는 자신을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 아들아.”

침묵이 흘렀다. 나슈자르는 끝내 아무 말 못하고 돌아서는 아스라흔의 뒷모습을 보며 그 스스로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았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나슈자르는 후회하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했어야 했다.

우탄은 황제가 되었고 재회한 나슈자르를 향해 자신을 볼모로 삼아 아스라흔을 살려두겠다고 말했다. 나슈자르의 행정 전반에 걸친 수완은 탁월하였으므로, 무엇보다도 소꿉친구로서의 정이 아직도 남아있었던 거였다.

그러나 어젯밤, 우탄은 포도주에 흠뻑 젖어 붉어진 얼굴로 거칠게 자조적으로 말했다.

“정통 후계자가 도대체 뭐란 말이야! 넌 잘도 네 정체를 숨겼더군. 하지만 아스라흔, 네 아버지는 다 알아! 날 사이비, 유랑극단의 왕의 역할을 맡은 배우같이 여기는 듯한, 그 벌레 보는 것 같은 귀족 놈들의 눈빛에 질렸어. 네 피가 그리 대단하냐!”

나슈자르의 냉소적인 눈빛에 그는 교활하게 눈을 빛내며 입을 쩍쩍 다셨다. 그 모습에 나슈자르는 비통함을 느꼈다. 너무나 망가져버렸다.

“그래서 자객을 보냈지.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거야. 전부 보내버렸으니까! 히히!”

나슈자르는 그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속삭였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내 손에 죽을 거다. 난 내 아버지와 달라!”

캑캑거리며 바닥에 걸레처럼 너부러지는 우탄을 두고 그는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눈에 보인 광경.

아스라흔 주위로 수십의 자객들이 쓰러져 있었다. 오두막은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무사했다. 그렇다고 일순 생각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순간, 그는 무너졌다. 복면이 벗겨진 자객의 얼굴은 아직 열 살도 안 되어 보였다. 우탄이 전부 보냈다고 한 말은 이제 자객 교육을 받기 시작한 어린애도 보냈다는 거였다. 아스라흔은 아이를 베지 못한 것이다.

모질지 못한 사람이란 건 알고 있었다. 나슈자르는 괴성을 지르며 아스라흔에게로 달려갔다. 아스라흔의 심장에 단검이 손잡이까지 푹 찔려 들어가 있었다. 빼지도 못하고 그저 그 주위를 눌러 출혈을 막으려 더듬더듬 미친 듯 애썼다. 찌른 아이는 멍한 얼굴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때 목소리가 들렸다.

『내 것이다. 그 터럭 하나도 너희들 인간에게 넘겨줄 수 없어.』

녀리였다. 나슈자르는 녀리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그만 손을 놓았다. 그가 전에 보았던 그 녀리가 아니었다. 마치 신(神)을 대한 듯한 경외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그리고 변하기 시작했다.

황금빛 빛이 녀리의 몸속으로부터 새어나오더니 겉의 바위가 모두 떨어지고 본 적 없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황금빛 털의 거대한 짐승이 푸른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먼 사막에서도 황금색 빛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아아아아…….』

비통하나 구슬프고 가련한, 아름다운 진정 천상(天上)의 음이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그건 귀로 듣는 소리이기도 했고, 가슴속에 가라앉아 있는 삶의 애잔함이기도 하였다.

나슈자르는 녀리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잃어버린 바다’를 되찾았다. 바다의 주인 사야(沙野)로 돌아왔다. 저주는 풀렸지만, 내 마음이 너무 아파.』

사막이었던 곳은 전부 황금빛 바다로 변해 있었다. 그 속으로 아스라흔을 데리고 사야는 풍덩 뛰어들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진 그들의 뒷모습을 그리며 나슈자르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아스라흔의 죽음과 함께, 그것과는 또 다른 어떤 영원한 이별을 알았기 때문이다.



산룡만강국 우탄황제력 3년.


세상의 모든 사막이 황금빛 바다로 변하는 기이한 일이 발생.



산룡만강국 우탄황제력 8년.


나슈자르가 이끄는 반란으로 산룡만강국 멸망.

그 후 기사국(己絲國)이 설 때까지

혼란의 세월 팔십 여 년 동안 계속 되다.





사야가, 녀리가 속삭였다.

『죽어버리는 거야?』

아스라흔이 힘겹게, 그러나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아.... 편안하다.”

사야가 푸른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말했다.

『그럼 다행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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