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 순우가 일본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는 것으로 저의 상상은 막을 내립니다. 이미 프롤로그에서 밝힌 내용이기도 하고요. 신기하게도 그 이후는 상상해본 적이 없습니다.
투수 K1은 오래전부터 시간 날 때마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야구 영웅이었습니다. 신나는 대목에서는 혼자 웃으며 희한한 표정을 짓다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한참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글로 쓰기 시작한 것이 1년 6개월을 끌었네요. 그토록 오래 걸릴 줄 몰랐고 도중에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습니다. 상상과 표현은 아주 다르더군요. 상상은 내 맘대로지만 표현은 독자들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글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체험한 것이 그나마 얻은 유익이라고나 할까요.
권순우는 실존 인물입니다. 92년생에 시드니에서 자라 대학을 마친 것도 같습니다. 저의 큰아들이기도 합니다. 야구와는 인연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고요. 한국어에 서툴러 제가 쓴 소설을 읽지 못하죠. 분야는 달라도 투수 K1처럼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습니다.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은....... 실은 제가 경험한 부분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었을 때 저는 평양에 있었고 금수산 태양 궁전에서 열린 장례식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때 본 장주 김정은과 그 뒤에 일렬로 선 사람들은 TV로만 보던 유명한 사람들이더군요. 당시 악수를 했던 김정은은 아버지를 잃은 초췌하고 불쌍한 아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짧은 순간 손을 마주 잡았던 그가 저를 기억할 리는 없겠지만 제가 받았던 그의 인상이 그대로 남아 저의 소설에 등장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설지현은 제 아내입니다. 새터민이고요. 올 3월에 아들을 봤습니다. 이름은 우애. 원산에서 태어나 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신 순우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제 아버지의 배경은 소설과 같습니다. 이렇게 소설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네요.
이제 투수 K1은 막을 내립니다. 매리너스에서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친구들이 그를 따라가 시애틀에 제2의 뒷마당이 생길지, 강원도에서 K2들이 쏟아져나와 순우의 뒤를 이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누군가 이어서 글을 써주신다면 열심히 구독하겠습니다.
졸작을 읽어주신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DPRK 드림
Comment '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