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풀잎관 님의 서재입니다.

서울에는 신이 산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풀잎관
작품등록일 :
2024.04.11 11:18
최근연재일 :
2024.04.22 21: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65,961
추천수 :
1,675
글자수 :
82,810

작성
24.04.11 11:20
조회
7,757
추천
146
글자
16쪽

003

DUMMY

003.


“거기서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천태길의 말에 남자는 비척대며 마당을 가로질렀다.


마루에 올라선 그는 태길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에 주눅이 든 모양이었다.

남자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다.


━ 저··· 선생님. 도대체 여기가 어딥니까?


남자는 태길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공손한 호칭을 태길에게 대었다.


죽은 사람이라.


그랬다.

분명 남자에게서는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한여름 밤임에도 남자의 주변만 온도가 달랐다.


스산했다.


그 이유야 물어 무엇하랴.


죽은 영혼, 달리 부르자면 귀신이 자기 눈앞에 버젓이 있음에도 천태길은 태연하기만 했다.


“선생님? 이런 반응은 또 오랜만이네. 그렇게 공손한 척 예의 차릴 필요 없어. 어차피 당신, 살아생전에 멀쩡한 인간은 아니었을 테니.”


━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천태길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당신처럼 내 앞에 배달되는 혼령들은 말이야. 아주 험한 것들이라고. 예비 악귀거나 아니면 이미 악귀가 된 것들이거나···”


순간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천태길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내 말이 틀리지 않지?”


말을 마친 천태길이 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가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남자의 머리 위에 생전 그가 불리던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천태길은 그저 오래 살아온 것만이 전부인 남자가 아니었다.

죽은 자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는 것도 태길의 재주 중 하나였는데, 실상 그것은 가장 보잘것없는 능력 축에 속했다.


“구영훈.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직 사람의 형상은 하고 있잖아. 즉, 당신한테는 영멸(靈滅)을 피하고 저승 문턱이나마 밟아 볼 기회가 남아있다는 거지.”


순간 구영훈의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다.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도 펄쩍 뛸 일인데, 저승이고 영멸이고 다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알지 못하는 것들은 늘 두렵다.


숨이 끊어지자마자 보이는 것이 이 집 대문이었다.

어떻게 여길 왔는지 구영훈으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것도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인데, 단박에 죽은 자신을 알아보는 천태길의 존재가 구영훈에게 있어 그런 두려움의 범주 안에 포함되지 않을 리 없었다.


━ 저승이라니··· 그런 것 다 미신이잖아요. 현실에서는 있을 수가 없는···


“오백 년 전쯤에는 당연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다들 믿었어. 그 당시 인간들에겐 그게 현실이었다고. 하지만 믿는 것이 꼭 사실과 같은 것은 아니지. 애초에 지금 당신 꼴을 봐. 내가 당신이라면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거 같은데? 자, 이런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이제 고해성사나 시작해 보자고.”


━ 고해성사요?


“그래. 당신이 살아오면서 지은 죄들 말이야. 자잘한 건 빼자고.”


━ 내가 그걸 왜 선생님께 말해야 합니까. 혹시 그럼··· 선생님이 저승사자, 아니 그 염라대왕이라도 되는 겁니까?


천태길이 씁쓸하게 웃었다.


“번지수 틀렸어. 나는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야. 좀 별종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쪽이 내 앞에 있는 이상, 결정권 정도는 가지고 있어. 즉결심판 같은 거라고 생각해. 정식 재판 대신에 하는 그런 것 있잖아.”


━ 그럼··· 제가 죄를 지었으면 이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명부(冥府)의 지옥으로 가게 되겠지.”


━ 예? 지옥이요!


“뭘 그리 놀라. 세상에 서천국으로 직행하는 귀인(貴人)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야. 어차피 인간 대부분은 지옥 행이라고.”


대관절 서천국은 또 뭐란 말인가.


저승.


산 사람들은 짐작도 못 하는 그곳은 크게 서천국과 명부, 그리고 괴이(怪異)들이 사는 마굴로 나뉘어 있었다.


천태길의 말처럼 인간 대부분은 명부의 왕 염라의 판결을 받은 뒤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만큼 벌을 받았다.


지옥 안에서 죄인들은 몸 안에 눈물을 모두 뽑아낼 만큼 참회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삼도천을 건너 서천국으로 가 윤회를 거듭할 수 있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죽어서 ‘귀인(貴人)’으로 불리는 이들도 있는데, 살면서 선행을 세상에 널리 퍼트린 그들은 지옥을 건너뛰고 바로 서천국으로 가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된다.


권선징악.


착한 것은 상을 받고, 악한 것은 벌을 받는다는 그 간단한 이치는 사실 죽은 뒤를 위해 존재했다.


구영훈은 질린 듯 더듬대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냥 도박을··· 예, 도박에 손을 좀 댔습니다. 그런데 도박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게 지옥 갈 만한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 자신을 망치는 것도 죄야. 그리고 당신도 가족이 있었을 거 아니야. 그 가족들은?”


가족 이야기를 하자 구영훈은 왜인지 고개를 떨구며 천태길의 눈을 피했다.


“그래서, 그게 전부야?”


━ ··· 네, 저도 원래는 나름대로 건실한 회사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법 없이도 사는 성실한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으흐흑··· 어쩌다 내가 도박에 빠져서는···


천태길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구영훈을 감정 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태길이 앉아있는 대청마루에는 책상에는 다리가 짧은 책상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손바닥 크기만 한 거울, 그리고 칼집에 물려있는 채로 놓인 도검이 하나 놓여 있었다.

천태길이 손을 뻗어 두 개의 물건 중 거울을 집어 들고 구영훈이 서 있는 마당으로 걸어 내려갔다.


“이건 업경이야. 저승에서 가져온 기물(奇物)이지. 뭐, 염라가 쓰는 진짜 업경에 비하면 보급품 정도지만, 그래도 필요한 건 다 볼 수가 있어. 어디 정말로 당신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인간이었는지 확인해볼까? 고해를 할 시간은 줬으니 이제 당신 말들이 정말 진짜이길 바라.”


━ 잠깐··· 잠깐만요···!


순간 구영훈은 어떻게든 업경을 피해 보겠다는 듯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행동이었다.


업경은 이윽고 어떤 광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바로 구영훈이 아직 살아있던, 불과 며칠 전의 모습을.


* * *


“콜. 어디 끝까지 가 봅시다. 시팔 것! 이거 완전히 호랑이 등에 올라타 버렸구만.”


엄살을 부리는 남자를 보며 구영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구영훈은 혹시라도 자신의 표정이 드러날까 봐 손바닥으로 얼굴의 하관을 쓸어내렸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인이 밴 듯한 담배 냄새가 코를 쑤시고 들어왔다.


여기는 초대받은 손님만 출입 가능한 ‘하우스’로 쓰이는 폐창고.

판돈 1억 아래로는 출입조차 할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구영훈은 세 남자와 함께 테이블 주변으로 둥글게 모여앉아 있었다.


제대로 된 조명조차 없는 곳.

오직 테이블 위에 낡은 전구만이 껌뻑이며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둘러앉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가면이라도 쓴 듯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가면 밑에는 하나같이 욕망으로 부패해가는 짐승들의 얼굴이 숨어있었다.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쌓여있는 지폐들은 족히 몇억은 될 것 같았다.

어지럽게 쌓여있는 오만 원 지폐들은 누굴 매장하기라도 한 것처럼 높은 봉우리를 이루고 있었다.


무덤이다.

그야말로 돈으로 만들어진 무덤.

오늘 누군가는 이 무덤 안으로 기어서 들어가게 될 운명이었다.


오늘의 종목은 섯다.


사내 둘은 이미 화투패를 내려놓은 뒤였다.

그들은 조용히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이 화끈한 승부의 마지막 경주마는 구영훈과 그의 건너편에 자리를 잡은 사내뿐이었다.


구영훈의 손에 들린 두 개의 패.

화투장 하나에는 학 한 마리가, 그리고 다른 패에는 언덕 위에 둥근 달하나가 떠 있었다.


일팔광땡!


첫 번째로 들어온 화투가 일광일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믿어보고 싶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도박’이라는 말에 걸맞게 구영훈은 자기 감을 따라 미친 듯이 판을 키웠다.


그리고 믿음은 이번만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인생에 몇 번 오지 않을 큰 판에서 너무나 훌륭한 족보를 잡은 것이다.


‘이건 내가 다 먹는다. 얼마쯤 될까? 3억? 4억? 침착하게 돈 담고 바로 자리를 뜨자. 개평으로 천만 원 정도 던져주고 알아서들 나눠 먹으라지.’


“올인.”


구영훈은 짧은 호흡을 뱉었다.

그리곤 자신 앞에 남아있던 얼마간의 현금을 모두 테이블 중앙으로 밀어 넣었다.


“먹을 수 있으면 가져가 보던지.”


두 장의 화투패를 돈다발 위로 내던지자 짜릿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언제고 꼭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대사와 액션이었다.

아랫도리가 근질근질하다.

폭발하는 아드레날린과 함께 오줌보도 터져버릴 것 같다.


상대는 앉은 자리에서 미동조차 없었다.

그 모습을 본 구영훈은 지금 느껴지는 요의처럼 양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럼···”


구영훈은 준비해왔던 커다란 가방을 테이블 위에 턱 하니 올려놓았다.


··· 그리고 돈들을 가방 안으로 모조리 쓸어 담으려고 할 때!


상대가 덥석 구영훈의 손목을 잡아챘다.


“거, 구 사장. 대사가 너무 뻔하다. 그러니까 이런 뻔한 상황이 펼쳐지지.”


툭━


믿을 수가 없었다. 구영훈은 몇 번이고 손으로 자기 눈을 비벼대며 상대의 패를 확인했다.


사고도리와 칠열끗.


암행어사!


한 끗짜리 취급받는 죽은 패이지만, 일삼광땡과 일팔광땡를 잡아먹는 족보.


“이게··· 이게···”


이제 그는 다른 의미로 바지에 그만 실례를 할 것만 같았다.

머릿속은 커다란 우유 통 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뿌예지고, 두 다리는 부들부들 떨렸다.


“거, 손 떼쇼.”


구영훈이 여기에 어떻게 왔는가.

정상적인 루트로 돈을 구할 수 없어, 초고금리의 불법 사채를 통해 판돈을 만들어온 그였다.


“아냐! 아니야!”


구영훈의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짐승, 그것은 짐승의 울부짖음이었다.


“신사답게 구쇼. 허! 암행어사로 다 먹어보네. 하기야, 우리 구 사장이 하도 달리시길래 느낌이 찡하니 오긴 했지만.”


“시팔! 니들 다 같이 짜고 나 맥인 거지? 암행어사라니? 그걸 쥐고 여기까지 따라온다고? 이 개새끼들아! 하우스에서 잘 놀지도 않는 섯다를 하자고 할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나한테 일부러 광땡 잡아주고 멕인 거잖아!”


흥분한 구영훈은 테이블을 양손으로 잡고 힘을 주어 그대로 뒤집어 버렸다.

지폐들이 허공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흩날렸다.


“이 새끼가 미쳤나. 왜 진상질이야! 야! 가드! 뭐 하고 있어!”


남자의 말에 어둠 속에서 건장한 가드 2명이 나타나 구영훈의 양쪽 팔뚝을 잡아채었다.

가드들은 그를 개처럼 질질 끌어 녹슨 창고 문을 열고 하우스의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아···”


흙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구영훈은 초점 없는 눈으로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하우스에 들어오면서 장전해온 총알이 큰 거 2장.

불과 몇 시간 만에 2억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끼익━


철문이 열리더니 하우스의 사장이 쯧쯧 혀를 차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앉은뱅이처럼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구영훈을 애잔한 눈으로 잠시 쳐다보았다.

사장은 구영훈의 팔뚝을 잡아 일으키곤 손으로 옷에 묻은 흙을 탁탁 털어주었다.


“구 사장. 여기 가방은 가져가쇼. 안에 백만 원 넣어두었으니까, 저어기 시내 내려가서 국밥에 소주나 한 병 때리고 푹 주무시라고.”


사장은 구영훈의 품에 가방을 내던지듯 안겼다.


“혹여라도 나쁜 마음 품고 되지도 않게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하시지도 말고··· 그랬다간 돈이 문제가 아니고 모가지가 날아가는 거 알죠? 그리고, 오늘만 날이요?”


구영훈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축 늘어진 손에 들린 가방이 땅에 끌리며 드르륵드르륵 소리를 내며 땅에 끌렸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사장은 재빨리 구영훈을 따라가 어깨를 잡아챘다.


“거, 구 사장! 돈 만들어올 수 있으면 다다음 주에 봅시다. 그때 오늘보다도 더 큰 판 한 번 있을 거니까. 혹 아오? 오늘 잃은 것의 몇 배를 따게 될지. 구 사장 공장이고 집이고, 패 쪼다가 다 날려 먹은 거 얼른 다시 찾아야 할 것 아니야.”


구영훈은 제법 건실한 사업체의 사장이었다.

자산가인 부모 하나 잘 만난 덕에 그는 어려서부터 부족함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살면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특별한 노력 한번 해본 적 없는 구영훈은 어느 날인가부터 순항하기만 하는 인생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빠진 것이 도박이었다.


그리고, 그가 바닥까지 꼬꾸라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영훈 씨. 세달치 카드 대금 750만 원이 미납되었습니다. 계속 연체 시 강제집행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사업이야 진작에 간판 닫은 지가 오래.


매달 내야 하는 대출 원리금만 350만 원.

거기다 카드값까지 생각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았다.


카드사에서는 더는 그를 고객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2억을 만들기 위해 건드린 사채.


딱 일주일만 쓸 생각이었다.

큰 판 한 번만 먹으면 일단 당장은 은행과 카드사의 독촉 전화에서는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셈속이었다.


어두운 시골길을 두 발로 터벅터벅 걷고는 있었지만, 구영훈의 두 눈은 앞이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발신자는 구영훈의 아내였다.


“··· 왜.”


“당신, 지금 어디야? 또 도박장이지?”


구영훈은 아내의 갈라진 목소리가 듣기 싫어 휴대 전화를 귀에서 멀리 떼었다.

왜 아내가 그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


“아니야. 나 여기 지방 공사장에 일 나와 있다고.”


“당신 사채 썼어? 미쳤어, 진짜! 지금 집에 이상한 사람들 찾아오고···”


수화기 너머 아내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일단 끊어. 그 사람들한테는 내가 멀리 일 나갔다고 하고···”


“끊어? 어떡할 거야, 정말!”


“아, 끊으라니까!”


구영훈은 휴대 전화를 땅바닥에 집어 던졌다.


내가 혼자 먹고살자고 그 지랄을 했나?

그동안 남편 잘 만나서 호가호위하던 년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 딸년이 사장님한테 시집와서 뭐 하나 도움 준 것 있냔 말이야.


그때, 때 낀 손톱을 자근자근 물어뜯던 구영훈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도움··· 도움이라.


그의 머릿속에 다만 몇 푼이라도 건져보려고 해지를 위해 모아두었던 보험 서류들이 떠올랐다.

팔자 좋을 때 지인의 청으로 거절 못 하고 들었던 많은 보험들 중에는 아내의 명의로 가입된, 수익자가 자신으로 되어 있는 생명 보험이 있었다.


* * *


천태길과 구영훈 사이에 찬 바람이 불었다.


“거기, 법 없이도 사는 양반.”


━ 아닙니다. 아니에요!


“업경은 거짓을 보여주지 않는다. 뭐가 아니야.”


━ 정말 그냥 잠깐 생각만 한 겁니다. 정말로 생각만··· 나쁜 생각 같은 것은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어금니 꽉 깨문 천태길의 볼이 실룩거렸다.


매번 듣게 되는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의 사연.


“··· 그래서, 넌 왜 죽었지?”


구영훈은 천태길의 불호령에 불안하게 눈알만 굴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입 다물고 있어라. 내가 직접 보면 그만이다.”


천태길이 다시 업경을 구영훈을 향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서울에는 신이 산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알림 +3 24.04.24 452 0 -
공지 해당 글은 리메이크작입니다 24.04.11 3,935 0 -
14 014 +7 24.04.22 951 45 14쪽
13 013 +4 24.04.21 1,282 46 12쪽
12 012 +5 24.04.20 1,722 59 15쪽
11 011 +2 24.04.19 2,233 88 14쪽
10 010 +7 24.04.17 2,916 112 12쪽
9 009 +11 24.04.16 3,350 108 14쪽
8 008 +11 24.04.15 4,339 104 14쪽
7 007 +13 24.04.14 5,200 165 13쪽
6 006 +5 24.04.13 4,819 117 13쪽
5 005 +3 24.04.12 5,641 124 14쪽
4 004 +10 24.04.11 6,500 137 14쪽
» 003 +4 24.04.11 7,758 146 16쪽
2 002 +8 24.04.11 9,113 199 13쪽
1 001 +11 24.04.11 10,087 225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