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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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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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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05.29 19:3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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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03
글자
12쪽

정말 깨끗하게 관리하네요

DUMMY

서로의 소개가 어느 정도 끝이나고 일행은 영주성으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 이왕자는 영주인 발쟈크 공작과 함께 말을 타고 이동을 하였고, 그 뒤를 아들인 헤리오스와 슬로안 후작가의 장남인 베로니안이 함께 따랐다.


“그러고보니 베로니안 공자께서는 이왕자님의 조카가 되시는군요.”

“예. 그래서 이 곳까지 함께 오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미리 연락을 주셨다면 준비를 제대로 했을텐데... 어제 연락을 받아 준비가 많이 미흡합니다.”

“그렇게 신경을 쓰시지 않아도 이왕자님께서는 뭐라 하시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도 지금 영지는 오크족을 향해 오늘 내일중으로 출진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는 많이 놀랐죠.”


헤리오스는 ‘너희가 늦게 통보한 것이니 대접 따위는 바라지도 마’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었고, 그에 대해 베로니안은 반박을 하지 못하였다.

사실 귀족의 성을 정식으로 방문할 때에는 5일 전에는 연락을 하여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전날 근처 마을에서 통보하고 방문하는 이왕자 일행이 먼저 예의를 지키지 않았으니 헤리오스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굉장히 바빴나 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먼지도 많이 묻어있는 것을 보니 상당히 급하게 오신 것 같은데...”


괜히 당하자 화가 나 헤리오스에게 한마디를 쏘았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는 국경지대로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이동할 것이라고...”

“정말 전쟁을 할 생각이었습니까?”

“그럼 이왕자님이 계신 곳에서 농담이나 할 것 같았습니까?”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베로니안이 지적하려는 것은 전쟁에 대한 것은 영주의 자치권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오크와의 전쟁은 국가적인 전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을 영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려 홀로 전쟁을 시작한다면 추후에 큰 전란으로 다가 올 경우 그 사태를 수습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왕성에 먼저 이야기를 하고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매년 세금을 납부하면 우리는 항상 보고를 했고, 오크들을 이대로 둘 경우 우리 영지는 버틸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아니 그렇다고 해도 전쟁이라는 것이...”

“그럼 공자께서는 오크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셨습니까?”

“네?”


헤리오스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이야기는 조금 후 영주성에 도착하면 이왕자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뭐 그러시지요.”


가장 앞에 가고 있는 이왕자 역시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왕자라고 해서 이 땅의 영주는 자신을 대접해주거나 대접이 약하다고 미안해하지도 않았으며, 상당히 무뚝뚝하고 말수도 적었다.


“영지가 상당히 넓습니다. 이런 땅에 밀을 심는다면 상당히 많은 소출이 있을 것 같아요.”


이왕자가 잡초만 무성한 대지를 보며 말을 했다. 이는 ‘이 곳을 경작지로 만들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지 않겠냐?’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발쟈크는 무뚝뚝하게 대답을 했다.


“그 땅에 농사를 지을 사람이 모두 오크들에게 죽어 놀고 있는 땅입니다.”

“...”


이런 식으로 대화가 끊어지니 속이 터질 정도로 화가 났지만 일단은 공작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참고 분위기를 전환했다.


“왕국의 정세에 대해 추후 어찌 변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왕자의 질문은 추후 누가 왕위를 이어받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었지만,


“이제 곧 이 땅은 멸망하거나 한 동안 조용히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죽은 자를 땅에 묻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그런 것에 마음을 쏟을 여유가 없습니다.”

“하?”


기가 막힌 왕자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보는 사람이 많은 이 곳에서 공작과 다툰다면 추후 일왕자에게 틈을 줄 수도 있기에 참고 저택으로 가는 말의 속도를 높였다.


영주성에 도착하였지만 왕자를 환영하는 인파도 없었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을 정도로 거리가 휑했다.


“성 안에 사람이 별로 없군요.”

“문을 열어주는 병사와 성 위의 병사들이 있지 않습니까?”

“군사들 말고 여자나 아이들이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저기 성 위에 있는 병사들이 여자들과 덩치가 큰 아이들입니다.”

“뭐라고요?”


왕자는 기가막힌다는 얼굴로 발쟈크를 바라보았다.


“매년 우리는 사람이 죽어 소출이 적어진다고 하였고, 이대로 버티는 것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세금 납부와 함께 해왔습니다. 이제는 여자도 성을 지켜야 하고 나이가 차지 않더라도 덩치가 커지면 성 위에서 돌이라도 던져야 하는 지경입니다. 왕실에서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 봅니다?”

“그럴리가요. 국경을 지키는 그대의 노고를 모르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쏘아대는 발쟈크의 말에 기분이 상하기도 했지만 여자들까지 병사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자...잠깐! 그렇다면 지금 농사는 누가 짓는 거요?”

“농사요? 내일이면 모두 전쟁에 나갈 것이니 죽지 않고 돌아온다면 그들이 농사를 지을 것입니다.”

“전쟁?”

“처음에 뵈었을 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국경으로 지원을 나갈 것이라고...”

“...”


이왕자는 입을 벌리고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시고 몸을 씻은 후 저녁 식사를 드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저녁 식사가 입에 맞지 않으실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알겠소...”


딱딱해진 분위기로 영주성에 들어가 저택에 당도하자, 뒤따라오던 가신들 중 집사장이 앞으로 나와 일행을 저택의 빈 방으로 안내했다.


* * *


“분위기가 생각보다 많이 좋지 않군.”

“큰 일입니다. 이들이 왕실에 가진 반감이 너무도 큽니다.”


이왕자와 그랑크 자작이 걱정스럽게 벨로시아 영지의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을 준다면 그들은 우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입니다.”


베로니안이 다른 의견을 냈지만,


“이 곳에 얼마나 퍼줘야 할 것 같소? 오면서 복도에 초가 아닌 횃불이 걸려있고, 미술품이 아닌 검과 방패가 걸려있었소. 아마 식당에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참담한 식사가 나올 지도 모르오.”


그랑크 자작이 베로니안의 의견에 반대를 표시했다.


“베로니안. 나는 지지를 얻어 나에게 권력의 기반이 되어줄 귀족을 찾아온 것이지 이런 전쟁놀음이나 하고있는 가난한 영지를 원한 것이 아니다.”

“커흠... 전쟁놀음이라는 말씀은... 흠... 저에게도 그리 좋은 뜻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이왕자의 말에 후크 백작도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 말에 이왕자는 아차 싶었는지 얼른 변명을 했다.


“오는 동안 공작의 불손한 언행에 기분이 상해서 그런 것이니 백작은 오해하지 마시게.”

“흠...흠! 알겠습니다.”


후크 백작은 벨로시아 영지 바로 아래에 서로의 땅을 맞대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오크들의 땅과도 맞닿아 있어, 왕국에서 오크들과 전투를 벌이는 두 곳이 바로 벨로시아와 후크 영지였다.

하지만 벨로시아와 다르게 후크영지는 1년에 한 번 침략이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조요했고, 벨로시아 영지는 한달에 한 번 가까이 전투가 있어 그 빈도가 상당히 차이가 났다.


“왕실에도 벨로시아 영지의 사정을 살펴보러 간다고 했으니 한 번 둘러보기는 해야겠지만 이리 전쟁을 한다고 모든 병력을 국경으로 이동시키면 우리도 가야 하는 것 아니오?”


이왕자의 짜증섞인 말에 후크 백작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갔다.


‘하... 오크에 대해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다.’


결국 후크 백작이 벨로시아의 편을 들고 말을 했다.


“만약에 말입니다. 정말 만약에... 벨로시아 영지가 오크와의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그리고 이 땅을 오크가 차지할 경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하십니까?”

“뭐라고요?”


후크 백작의 말에 팔짝 뛰는 것은 그랑크 자작이었다. 그랑크 영지는 벨로시아 영지 서쪽에 땅을 맞대고 있어, 벨로시아 영지가 무너진다면 다음은 바로 그랑크 영지가 오크들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이왕자도 심각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왕자를 지지한다고 표명한 영지들은 모두 벨로시아 영지의 서쪽과 맞닿아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북쪽부터 메이안 남작, 휴머스 남작, 유리켈론 자작, 에스워프 자작이 오크들에게 위협을 당한다면 이들은 과연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베로니안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슬로안 후작이 이끄는 파벌이 바로 이왕자를 지지하는 것인데, 이들과 대립하는 쟈이네크 후작의 파벌은 오크의 위협도 없고, 따르는 수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는 오크들과 부딪힌다면?


“이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베로니안이 무겁게 말을 뱉었지만 이왕자는 애써 무시했다.


“그래봐야 오크다. 그 미개한 것들이 우리 왕국의 기사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다 엄살이고, 나약한 벨로시아 영지의 군사들이 제대로 싸우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오크를 막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베로니안의 말에 이왕자가 당당하게 말했다.


“좋다! 내가 직접 오크들과의 싸움을 지켜보겠다. 과연 이 영지가 제대로 왕국의 평화를 위해 그 의무를 다하는지 아니면 나태하고 나약하여 그 권리에 마땅한 의무를 저버리는지 왕실의 명예를 걸고 이 두 눈으로 확인할 것이다.”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후크 백작은 더 이상 대화에 끼지 않고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몇 백년간 오크들과 전투를 해오고 항상 전쟁에 대비해 살아온 전투를 위한 영지입니다. 당신들의 군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단 말입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하인들의 말에 벨로시아 영지를 방문한 귀족들은 파티복을 차려입고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이층에서 일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음악소리나 음식의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그랑크 자작이 옆에 있는 후크 백작에게 속삭였다.

베로니안도 자신의 고모부가 되는 이왕자에게 말했다.

“어제 이 곳으로 소식을 전하라 보냈던 기사도 밤새 병사들이 움직이고, 무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 시녀장님. 이제 초가 없어요. 어쩌죠?

- 응접실과 손님방의 복도에만 초를 놓거라.

- 나머지는...?

- 그냥 놓던대로 놓아라.


“이런 대화를 엿들었다고 하니 환영 연회를 못하는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이왕자가 코웃음을 쳤다.


“연회도 못할 정도로 가난한 곳이라면 귀족작위를 반납해야지.”


그 말에 뒤에서 따라오는 귀족가의 부인들도 한마디씩 했다.


“저택이 너무 누추하네요.”

“뭐 그래도 먼지는 없잖아요? 돈도 없고 먼지도 없고 정말 깨끗하게 관리하네요. 호호호.”


다만 저 뒤에서 후크 백작과 삼공주가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 한 번 터질 것 같습니다.”

“음... 할아버지가 알고 있는 벨로시아 영주가 이렇게 노골적인 사람이었나요?” “글쎄요? 하지만 최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저택의 홀이 아닌 식당으로 안내되었고, 식당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이왕자를 비롯한 모든 귀족들은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이... 이게 뭔가?”

“이... 이걸 음식이라고...?”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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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오크들이 쳐들어왔어요 +12 21.06.02 13,084 193 13쪽
22 그럼 부탁하지 +7 21.06.01 12,900 202 12쪽
21 시간이 맞을 것 같군 +7 21.05.31 13,065 193 11쪽
20 믿는다 +8 21.05.30 13,132 200 11쪽
» 정말 깨끗하게 관리하네요 +8 21.05.29 13,319 203 12쪽
18 귀하신 분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8 21.05.28 13,641 206 11쪽
17 심도있는 이야기 좀 하시죠 +7 21.05.27 14,053 200 11쪽
16 내 활솜씨 알지 +5 21.05.26 14,278 206 10쪽
15 개종할 생각 없냐 +5 21.05.25 14,376 214 11쪽
14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말고 +9 21.05.24 14,390 2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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