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꽁장

전염, 돼지 게임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일반소설

dob002
작품등록일 :
2020.07.30 20:02
최근연재일 :
2020.08.28 20:4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652
추천수 :
6
글자수 :
45,945

작성
20.08.22 15:21
조회
29
추천
0
글자
8쪽

남의 여자 뺏기

DUMMY

2020년 10월 춘천 마라톤.


출발선에 미리 도착해 현장을 둘러봤다.


서로 담소를 나누는 참가자들, 그리고 꼼꼼하게 출발선을 체크하는 관계자들. 방송 카메라도 많았고 포즈를 취하는 연예인들도 보였다.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등을 두드렸다.


“일찍 왔네, 오수야”


알바 친구 혁수였다.


내 추천으로 함께 마라톤에 참가하게 됐다.


“직전에 비가 오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덥네···.”


혁수가 물 묻은 바닥을 손으로 만졌다. 미끄러운 바닥은 질색이지만 더운 건 그보다 심하다.


“천천히 가자고, 천천히”


혁수는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뻔 했다.


큰마음을 먹고 부모님 앞에서 쌍소리를 뱉었으나, 그게 그에게 트라우마로 다가왔다.


며칠을 샌드위치 가게에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소식을 들은 다음 주 병원을 갑자기 찾았는데 혁수는 나를 보자마자 급히 담요로 몸을 덮었다.


“어, 오수야. 왔구나”


애써 밝은 척했지만, 예전의 활기는 보이지 않았다.


담요로 몸을 가린 이유를 집에 갈 때가 돼서야 알 것 같았다.


혁수의 오른 팔목엔 빨간 줄 여러 개가 있었다.


“회장님은 언제 오신데?”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엔 독산 마라톤 동호회 회장 님이 많은 도움을 줬다. 마라톤 완주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알려줬고, 그에 따라 차근차근 완주 계획을 짰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어. 특히 너희처럼 젊고 건강하고 의지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고”


대회 보름 전, 첫 풀코스를 뛰기 전 회장님이 말씀했다.


안양천을 따라 안양을 찍고 다시 돌아와 영등포를 거쳐 목동 쪽으로 들어가는 코스였다.


방해 요소가 많았지만, 혁수와 나의 목표는 오직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거였다.


혁수가 중간에 잡초를 밟고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회장님 덕에 암밴드 덕에, 그리고 중간중간 섭취한 게토레이와 일용한 바나나 덕에. 무사히 연습 풀코스를 완주했다.


기록지엔 네 시간 오십오 분이 찍혔다.


“뭐 레일 상태도 안 좋고, 방해꾼도 안 좋은 상황에서 이 정도면 괜찮아. 실제 대회 도로는 훨씬 좋으니까”


회장님의 말대로 코스는 정말 달리기에 좋아 보였다.


오전임에도 기온이 18도까지 올랐지만, 더위에 강한 나는 별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혁수가 더위에 약해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일단 이거 머리에 눌러”


내가 집에서 가져온 쿨링 파스를 혁수 머리에 눌렀다. 가스 같은 게 뿜어져 나와 체온을 낮춰주는 제품이다.


경기 30분 전이 되자 회장님과 동호회 식구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야~ 꼬맹이들. 컨디션 좋아?”


회장님이 오자마자 친한 척을 했다.


“네, 뭐. 괜찮아요”


“가뿐합니다!”


혁수가 주먹을 하늘로 높이 찔렀다. 시계 뒤쪽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흉터가 보였다.


혁수는 내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내가 들은 건 간호사의 뒷담으로부터였다.


“식칼로 팔목을?”


“그래, 세 번인가 네 번을 연달아 그었데”


다행히 혁수를 일찍 발견한 혁수 아버지가 119에 신고했고, 약 24시간 만에 혁수가 의식을 찾았다.


“오수야, 너 복싱은 어떻게 됐어.”


난 7번 마라톤 미션과 동시에 복싱 라이센스도 준비하고 있었다. 라이센스는 여덟 번째 미션이다.


“글쎄요. 모르겠어요”


“관장이 맨날 때린다며?”


회장님 동생이 한마디 거들었다. 동네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분이다.


“훈련이니까 계속 때려야죠······. 요즘은 근데 좀 피해요”


맞기 싫어하는 내가 터득한 전법은 아웃파이팅이었다. 처음엔 인파이팅을 주문하던 관장님도 점차 내 스타일을 격려했다.


“그래, 쉬지 않고 움직이라고. 아웃파이터는 단 한 순간도 정지해선 안 돼”


그렇게 주에 네 번씩 체육관에 갔고 10km 달리기를 매일 아침 달렸다. 첫 두 주 정도는 녹초가 돼 자리에 누워 있기도 했지만, 점차 몸이 빡센 일정에 익숙해져 갔다.


“잽, 잽! 숙이고! 다시 원투!”


이젠 몸도 관장이 말하는 대로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빡!!!’


관장이 허리쯤에 갖다 댄 미트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잽 한 방을 주고 기습적으로 들어가는 오른손 어퍼컷. 이젠 내 필살기가 됐다.

두 달의 기간 많은 일이 있었다.


친구 규진은 친척 현석같은 신세가 됐다.


여섯 번째 미션을 하다가 1톤 트럭에 치였다.


갈비뼈와 골반이 으스러졌고, 왼쪽 발목과 오른손이 으스러졌다.


다행히 기가 막히게 장기 등엔 이상이 없었다.


태도도 현석과 비슷한 게, 게임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거다.


현석은 소식이 끊겼다.


<오수야, 오빠 소식 들은 거 있어?>


종종 현아에게 톡이 날아왔다.


실종 신고를 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럴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연락이 날아왔다.


<나 찾지 마, 잘 있으니까>


납치된 게 아닌지 의심까지 했으나 추석 되기 며칠 전 연락했을 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현석아, 나 오수야!!”


“.....어, 알아”


기운은 없었지만 분명 현석의 목소리였다.


이후 몇 마디를 더 건넸으나 별 또렷한 답이 없었다.


“잘 있으니까 연락 좀 자제해주련?”


이젠 내 멘토 역할을 하는 업텐 멤버 형규 형은 아홉 번째 미션을 준비하라고 일렀다.


아홉 번째는 남의 여자를 뺏는 일이다.


“아무 여자나···. 뺏으면 돼요?”


“아니, 친한 사람의 여자”


이상하게 내 주위엔 애인 있는 놈들이 없었다.


확실하게, 그리고 잘 연애하고 있는 건 혁수 정도였다.


혁수는 한 살 어린 여자친구와 3년 넘게 사귀고 있다.


“오수야, 내 뒤만 쫓아와라. 알았지?”


혁수가 민소매 티를 고쳐 입으며 내 엉덩이를 툭 쳤다.


나보다 늦게 마라톤 훈련을 했지만, 혁수의 기록이 나보다 항상 좋았다.


“미친, 니가 내 뒤따라와야지”


20km 구간까진 혁수가 앞서 나갔다.


동호회장님이 두 번째, 회장님 동생이 일 번. 그리고 혁수와 나 순서였다.


반환점을 힘겹게 돌자 회장님이 페이스를 살짝 늦췄다.


“이제부터가 힘드니까 호흡 관리 잘하라고. 음료수랑 바나나도 받아먹고”


마라톤은 특이하게 달릴수록 배가 고팠다.


그래서 시작 한 시간 전쯤 가볍게 배를 채우고, 거의 15km 단위마다 무언가를 먹는다.


아침 대신 수프로 배를 채웠다는 혁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를 앞으로 내밀기 시작했다.


“야, 포기하지 마. 달려! 앞에 봐!”


어느새 뒤쪽으로 온 회장님 동생이 혁수의 등을 밀었다.


숨을 헐떡이는 혁수 오른쪽으로 내가 나란히 서서 달렸다.


“호흡을 한 박자 늦추자. 하나둘셋넷 둘둘셋넷 하나둘셋넷”


일행이 혁수를 위해 모두 박자를 하나씩 늦추고 보폭도 작게 했다.


“으아!!! 현진아!!!!”


혁수가 여자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바로 세웠다.


현진은 두 번 정도 본 적 있다.


한 번은 가게에 놀러 왔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혁수를 만나고 있을 때 현진이 뒤늦게 조인했다.


“오빤 왜 여친 없어요? 괜찮은데?”


혁수가 화장실에 간 사이 현진이 물었다. 술을 잘 먹는다고 하더니 소주 석 잔 정도에 얼굴이 벌게졌다.


“에이, 무슨···. 어디가 괜찮아”


내가 손사래를 치자 현진이 몸을 내 쪽으로 살짝 기울였다.


“아니에요. 몇 가지 괜찮은 게 있는데···.”


현진이 말꼬리를 흐렸다.


“뭔데?”


“음, 일단요. 생긴 게···.”


그때 갑자기 혁수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무슨 이야기 해?”


“아? 아냐!!”


현진과 내가 동시에 몸을 뒤로 빼며 소리쳤다.


예쁘고 키도 크고 피부도 하얗고, 착하기까지 한 혁수의 여자친구 현진.


“현진아!! 포기 안 한다!!!”


5km 지점을 남기고 다시 한 번 혁수가 소리 질렀다.


“현진아... 포기 안 한다”


혁수의 말을 내가 조그맣게 따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염, 돼지 게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주일에 세 번 연재됩니다 20.08.22 20 0 -
13 무차별 살인 20.08.28 23 0 8쪽
12 갑자기 분위기 청춘물 20.08.25 26 0 7쪽
» 남의 여자 뺏기 +2 20.08.22 30 0 8쪽
10 스포츠맨 +2 20.08.19 28 0 8쪽
9 업텐 멤버 +2 20.08.17 24 0 8쪽
8 강아지 누나 +2 20.08.14 48 0 8쪽
7 자살인가 +2 20.08.12 38 0 8쪽
6 x발이란 두 글자 +2 20.08.09 34 0 8쪽
5 감시자 +2 20.08.06 41 1 9쪽
4 착한 아들 +2 20.08.04 56 2 8쪽
3 피기피그 +4 20.08.02 86 1 10쪽
2 결단의 주먹 20.07.30 90 1 10쪽
1 프롤로그 20.07.30 129 1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