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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전염, 돼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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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002
작품등록일 :
2020.07.30 20:02
최근연재일 :
2020.08.28 20:4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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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45

작성
20.08.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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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피기피그

DUMMY

세 번째 미션은 내게 어렵지 않았다. 혁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날 혁수의 태도는 전날보다 더욱 이상했다.


계속해서 지혜 누나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혁수 어디 아프냐?”


지혜 누나가 물었다. 뚱뚱하고 몸이 둔해도 예민하고 날카롭기는 점쟁이 못지않았다.


“아, 아뇨. 괜찮아요, 누나”


괜찮다곤 했지만 여러 가지로 이상했다. 샌드위치에 양상추 넣는 걸 빼놓지 않나, 조리 기구를 냉장고에 넣기까지 했다.


6시에 누나가 퇴근하고 나자 혁수의 표정이 변했다.


“방해하지 마, 알았지?”


무슨 일일까 싶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네 번째 미션이 분명했다.


한창 손님이 휘몰아치고 나가자 혁수가 갑자기 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 줬다. 촬영하라는 거 같았다.


혁수의 다음 행동은 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입구를 열어 놓더니 냉동고 문을 열었다. 그리곤 냉동고 안에서 햄 덩어리 세 개를 가방에 담았다. 그리곤 지퍼를 채우더니 가방을 옷장에 다시 넣었다.


“너······.”


도둑질이었다.


4번 미션은 도둑질이었던 것이다.

.

.

.

.

가게에서 나와 편의점에서 삶은 달걀 하나를 샀다. 얻어맞은 부위를 문지르기 위해서다. 혁수는 사정 봐주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야, 내일 토요일 낮에 신도림에서 잠깐 보자.>


규진의 개인 톡이 와 있었다.


<왜?>


물어보자마자 이유가 짐작 갔다.


<말 못해. 내일 두 시에 홈플 앞쪽으로 와.>


역시나 돼지게임을 하는 규진. 3번 미션은 혼자 할 수 없는 내용이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밥을 차려 놓았다.


“아들, 밥 먹어”


거의 3주 만에 내게 말을 건 엄마였다.


가족 식사를 하다 사소한 이유로 내가 폭발했고 아빠가 뺨을 때렸다. 그 후로 계속 부모님과 아무 말도 않고 냉전 중이었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으나 들키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식탁에 앉았다. 계란후라이와 장조림, 김치찌개와 나물 등, 내가 좋아하는 게 가득 차 있었다.


“알바는 할 만하고?”


밥을 반 공기 정도 비웠을 때 엄마가 물었다. 이유 없는 자존심에 식탁만 보고 있는 내게 엄마가 다가왔다.


“하여간 꽁한 건 지 아빠 똑 닮아 가지고는”


꿀밤을 한 대 쥐어박은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알바는 전혀 걱정 없었다. 대부분 메뉴를 눈감고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단지 말 못 할 고민 하나가 늘었다. 말을 하지 말라고 게임 규칙에 적혀 있었다.


생각해보니 며칠 동안 게임을 하면서도 정보를 뒤져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바로 책상에 앉아 ‘전염 돼지 게임’이라고 검색했다. 구글에 커뮤니티가 검색됐다.


클릭해서 들어가니 새카만 배경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그러다 갑자기 돼지 여러 마리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꽤액!’ 소리를 내며 달려갔다. 소리가 너무 커 볼륨을 바닥으로 내렸다.


사실 커뮤니티라고 하기엔 어려웠다. 이용자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공지사항, 그리고 질문하기가 전부였다.


조잡하고 단순해 보였지만 이곳에도 언어 설정 버튼이 있었다. 역시 영어와 라틴어, 한국어였다. 제작자가 한국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공지사항엔 총 세 개의 글이 있었다. 첫 번째 글인 ‘게임 설명’을 클릭했다.


그 안엔 내가 모르는 내용 몇 개가 있었다.


일단 게임 미션은 스무 개가 끝이었다. 오픈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특정 순간, 게임을 열심히 하는 유저에게 선물이 지급된다. 선물 내용은 다양한데 돈이 될 수도 있고, 그 밖의 것이 될 수도 있다.


또 감시자라는 존재가 있다. 감시자는 플레이어 중 선정되며, 세계 곳곳에서 감시의 눈길을 보낸다.


감시자를 통해 여러 가지 내용이 보고되고, 규칙을 어긴 사람에게 벌칙이 주어지는 것도 이들을 통해서다.


“감시자라니···.”


두 번째 게시물은 운영자의 인사 영상이었다.


재생 버튼을 클릭하자 누군가의 방이 나타났다. 화면 왼쪽에서 돼지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안녕, 여러분. 운영자 겸 개발자 피기피그입니다. 꽤 유창하죠, 한국말? 왜냐하면, 난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는 굉장히 어려 보였다. 많아야 내 또래 정도일 것 같았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영상에선 여러분이 의심하는 내용에 대해 보여주려 해요. 100억을 진짜 주느냐는 궁금증이 있을 텐데요. 따라와 보세요~.”


피기피그가 카메라를 들고 문밖을 나서자 높은 천정의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엔 미술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익숙한 그림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이건 모네의 작품, 이건 르네 마그리트. 아시죠? 모자 쓴 사람 그리는 화가. 저건 고흐···. 저건 한국 화가인데···. 김중만인가? 암튼 그래요. 물론 모두 정품이고요.”


유명 화가 이름을 열 개 정도 대고 복도 모퉁이를 돌았다. 그러자 계단 밑으로 널찍한 거실이 나타났다. 거실이라기보단 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홀이었다.


“집엔 이런 공간이 다섯 개 정도 있죠. 고용인만 열다섯 명 정도고. 아, 저기 집사들이 지나가네요. 하이, 프레드. 미피”


그러자 홀을 가로 지르던 남자 하나와 여자가 손을 흔들었다. 얼굴엔 역시 돼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여긴 어딘지. 난 누군지. 하지만 IP로 잡을 수 없는 위치고 미술 작품들도 모두 경로를 꼬고 꼬아서 들여온 거라고. 보다시피 내 재산은 엄청나게 많고 말이지.”


방을 몇 개 구경시켜주던 피기피그가 금고처럼 생긴 문을 힘겹게 돌렸다.


“이 문이 좀 뻑뻑해, 끙차!”


문을 열자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방이 돈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다. 예전 디즈니 만화에서 스크루지가 헤엄치고 놀던 그것과 흡사했다.


“으랏차! 이히!”


피기피그가 몸을 던져 돈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맞아요, 스크루지 따라 한 곳이에요. 그런데 수영은 이렇게 잘 되진 않는다고”


돈 수영장은 다양한 지폐로 구성돼 있었다. 영국 화폐인 파운드도 보이고 달러, 그리고 원화도 있었다. 피기피그가 돈다발을 하늘 높이 뿌리자 돈이 비가 되어 떨어졌다.


“100억, 그러니까 그 상금. 너무 껌이야. 쉬워. 난 재미있고, 여러분은 돈 벌고. 얼마나 이게 상부상조하는 일이야. 안 그래? 그러니까, 절대 의심하지 말라고. 알았지? 그럼 안녕~”


그때 피기피그가 영상을 끄려다 말고 다시 카메라를 고쳐 잡았다.


“아, 게임의 목적이 하나 더 있어요. 있는데······”


그의 마지막 말은 게임의 목적에 관한 것이었다. 재미 외의 또다른 게 있었다.


“궁금하겠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건 열 번째 정도 미션을 깨면 알게 될 거야”


영상은 거기에서 끝났다.


세 번째 게시물은 플레이어들의 자료였다. 서른 개도 넘었지만 4번 이후의 미션에 대한 건 없었다.


얻어맞는 영상이 열 개 정도, 그리고 착한 일 하는 장면이 다섯 개 정도였다. 야구 배트로 친구의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에 나도 모르게 실소했다.


게시물을 모두 읽고 나자 의문이 어느 정도 가셨다.


운영자에게 100억은 너무 적은 돈이었다. 재밌자고 게임을 만들 정도면 재밌자고 100억, 500억이라도 줄 인물 같았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감시자가 있다니. 내 주위에서 나를 지켜보는 또 다른 눈이 있다니.


게임에 대한 그 밖의 자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게임에 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운영자의 경고 때문인 거 같았다. 그리고 짐작건대 그런 자료들은 일일이 삭제되는 것 같았다.


게임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 블로그 밑에 ‘이 글도 곧 삭제되겠군 ㅋㅋ’라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넷플릭스를 켰다. 재미있는 액션 영화나 보면서 기분을 풀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내가 돼지게임을 추천한 5촌 현석의 동생, 현지였다. 분명 현석은 어제까지도 카톡을 읽지 않았다.


“어, 야. 오랜만이네?”


현지는 현석과 나보다 두 살 어리다.


“응, 오빠···. 잘 있었어?”


“그래, 잘 있지. 근데 웬일이야?”


통화를 하는 사이는 아니다. 일이 있으면 차라리 카톡을 나누면 나눴지.


“아니, 음···. 말해줘야 할 거 같아서. 울 오빠 사고 났어.”


“사고···?!”


순간 의자에서 미끄러져 엉덩이를 찧었다.


“미친놈이 차도에 뛰어들었어. 또라이야 진짜, 울 오빠”


그리곤 현지가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이다.


8차선 정도로 돼 보이는 도로에, 거의 시속 5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는 블랙박스 차량. 갑자기 현석으로 보이는 남자가 팔을 벌리고 뛰어들었다.


“뭐야, x발!!!”


“꺄악!!!”


운전자가 급히 제동을 걸었지만, 차와 퉁 부딪친 현석이 인도 쪽으로 거의 4, 5m를 굴렀다.


“정말 미친놈이야.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그러는 건지···.”


벌써 ‘미친놈’ 소리만 열 번 정도 반복한 현지다.


“살아는 있는 거지?”


“그런 거 같은데···. 의식이 돌아왔다 나갔다가 하네. 뼈가 좀 부러지고···. 꿰매고···. 암튼 죽진 않았어.”


전화를 끊으려는데 현지가 소리쳤다.


“오빠”


“어?”


“오빠, 혹시 돼지 게임이라고 알아?”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 아니? 그게 뭐야?”


그러자 현지가 수화기 너머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냐, 그냥”


끊기 전 현지가 뱉은 한마디가 그 밤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냐, 그냥. 우리 오빠가 하는 거 같더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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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돼지 게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주일에 세 번 연재됩니다 20.08.22 20 0 -
13 무차별 살인 20.08.28 23 0 8쪽
12 갑자기 분위기 청춘물 20.08.25 26 0 7쪽
11 남의 여자 뺏기 +2 20.08.22 29 0 8쪽
10 스포츠맨 +2 20.08.19 28 0 8쪽
9 업텐 멤버 +2 20.08.17 24 0 8쪽
8 강아지 누나 +2 20.08.14 48 0 8쪽
7 자살인가 +2 20.08.12 38 0 8쪽
6 x발이란 두 글자 +2 20.08.09 34 0 8쪽
5 감시자 +2 20.08.06 41 1 9쪽
4 착한 아들 +2 20.08.04 56 2 8쪽
» 피기피그 +4 20.08.02 85 1 10쪽
2 결단의 주먹 20.07.30 90 1 10쪽
1 프롤로그 20.07.30 129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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