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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전염, 돼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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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002
작품등록일 :
2020.07.30 20:02
최근연재일 :
2020.08.28 20:4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663
추천수 :
6
글자수 :
45,945

작성
20.08.09 16:14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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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x발이란 두 글자

DUMMY

사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4번까지는 그나마 어떻게라도 비벼볼 수 있는 미션. 물론 도둑질은 불법이지만 천 원짜리 머리핀을 훔친 게 큰 가책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단지 편의점 측에서 나중에 확인하고 어떤 조처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정도였다.


앱에 나타난 미션은 예상대로였다.


‘부모님에게 욕을 하시오(없는 경우 미션 불가).’


고아들은 걱정은 일순간뿐. 다정한 엄마와 근엄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현아가 한 경고도 귀에서 울렸다.


“그딴 게임 하지 마. 패륜아 되기 싫으면”


다음 미션도 문제다. 차가 달리는 차도로 뛰어들기라니. 목숨이 걸린 수준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운전사들의 능력이 수준 이상이란 걸 생각할 때 어디 한 군데 다치지 않고 끝날 수도 있다. 현석이 불운했을 뿐 욕이나 먹는 정도에서 끝나기 십상이다.


그날 저녁 야간반인 혁수를 보자마자 수화를 시도했다. 혁수를 가리킨 후 다시 손가락 여섯 개를 폈다.


그러자 혁수가 고개를 양쪽으로 크게 저으며 손바닥을 쫙 폈다. 5번에서 막혀 있단 소리. 혁수나 나나 같은 단계였다.


이상하게 그날 저녁은 손님이 별로 없었다. 할 일도 별로 없어 다시 출납기를 열고 시재를 맞추기 시작했다.


“말이란 게 무언지. 왜 이리도 힘든 건지”


혁수가 홀을 쓸며 하는 말이었다. 그날따라 혁수의 행동거지엔 맥아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냥 뱉으면 그만인 것을. 우리는 왜 그깟 몇 마디 단어 때문에 고민하는 건지”


혁수의 말을 내가 받았다. 나 역시 게임을 시작한 뒤로 별로 크게 웃어본 기억이 없다.


욕은 길 필요도 없었다.


두 글자 정도만 말하면 된다. 두 글자 욕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퇴근 후 커피숍에 앉아 인터넷을 뒤졌다. 욕 중에서도 가장 양호한 게 뭐가 있을지 찾았다.



x발

jot까

미친year

병신

훡유

우라질

뒤져라



그나마 어감이 괜찮은 건 ‘우라질’이나 ‘병신’ 정도. 단어가 너무 평범하고 알아듣기 쉽다는 게 문제였다. 부모님이 못 알아들을 만한 욕을 뱉고 통과하는 게 이상적이었다.


또 걸리는 게 있었다.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하는데, 부모님이 욕을 듣고 별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피기피그가 이 게임을 만든 데엔 아무래도 ‘사디스트(sadist)’ 취향이 작용한 느낌. 평범한 자식이 욕을 하고 그걸 들은 부모님이 충격받길 기대했는데 표정 변화조차 없다면? 미션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모님이 알아들을 욕을, 충격적으로 뱉어야 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게 일종의 ‘상황극’이었다. 욕을 뱉은 다음 부모님에게 한 게 아니라고 하는 거다. 영상은 욕까지만 촬영해서 제출하면 된다. 아무리 감시자라도 집 안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아버지가 오기 전에 끝내고 싶었다. 집에 오니 저녁 9시. 다행히 아버진 회식이 잡혀 있었다.


빨래를 너는 엄마 몰래 거실 선반에 핸드폰을 올렸다. 각도를 잘 맞추고 촬영버튼을 눌렀다. 손에는 애써 인쇄한 성적표가 들려있었다.


“오수야, 밥은 먹···.”


저녁을 먹었는지 물어보려는 찰라, 준비한 멘트를 개시했다.




“x발!!! x발!!!”



순간 엄마의 눈과 입이 벌어졌다.


“뭐? x발? 너 지금 엄마한테 뭐하는 말이야?!”


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 핸드폰 쪽으로 다가가며 한마디 더 뱉었다.


“x발....”


정확히 그 타이밍에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 죄송해요. 엄마 말고 성적표 때문에요”




성적표를 보고 분노한 것처럼 꾸몄다. 성적이 맘에 들지 않긴 했다.


그러자 엄마가 가슴을 쓸며 다가와 꿀밤을 먹였다.


“얘! 아무리 화나도 집에서 욕이 뭐야, 욕이?! 그래, 성적 어떻게 나왔는데”


가만히 뒀으면 애써 물어보지도 않으셨겠지만, 미션을 위한 연극이니 어쩔 수 없었다.


“3.0 간신히 넘었어요···.”


결국, 그날 밤 한 시간 동안이나 부모님께 훈계를 들어야 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점심시간 샌드위치를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있는데 메시지가 떴다.


‘미션 5 성공. 미션 6 오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앱을 조심스레 눌렀다. 여섯 번째 미션 내용이 그게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미션6. 달리는 차에 몸을 던질 것’



게임은 정말이지 사람을 갉아먹고 있었다. 보통 미션을 성공하면 성취감이 들어야 하는데, 이 게임은 성취감과 동시에 아득함이 다가온다. 미션을 하다 죽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았다.


일하면서도 계속 그 생각뿐이었다. 할라피뇨를 넣어달라는 손님에게 양송이를 넣지 않나, 양파를 빼달라는 주문에 양상추를 빼질 않나. 가뜩이나 날카로운 점장 누나의 목소리가 더욱 올라갔다.


“야, 권오수. 정신 안 차리지?!”


그런 멍한 정신으로 야간까지 해야 했다. 혁수에게 못 온다는 연락이 왔다.


“왜 못 온대요?”


연락은 점장인 지혜 누나가 받았다.


“몸이 아프데. 너한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네”


순간 이상한 기운이 머리를 스쳤다.


“혁수가···. 직접 전화한 거죠?”


이 게임은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혁수에게 뭔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


“응, 그렇지. 애가 목소리가 완전 다 죽어 가는데. 아프긴 아픈가보다 야”


다행히 혁수에겐 별일 없었다.


그렇게 거의 11시가 돼서야 가게를 나섰다. 집에 가서는 씻지도 않고 누웠다. 바로 잠들어야 내일도 일할 수 있는데, 역시 버릇처럼 돼지 그림을 클릭했다.


그런데 한 쪽에 처음 보는 버튼이 보였다. ‘Ranking’이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 전까진 없었는데, 아무래도 5번 미션을 깬 보상인 거 같았다.


버튼을 누르자 게임 순위와 아이디가 보였다.


내 순위는 12,367위. 내 아래로는 거의 20만 명이 더 있었다.


랭킹 1위는 ‘Fred’라는 아이디였다. 벌써 14번 미션을 완료했다.


랭킹 2위도 다섯 명이나 됐다. 2위는 13번을 끝냈다.


“미친···. 14번이라니”


겨우 여섯 번째 미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미친 게임이다. 10번이 넘어가면 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순위는 국가별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 열 개 이상 성공한 사람은 스물여섯 명이었다.


한 시가 돼도 잠이 오지 않았다. 답답함에 핸드폰만 만지고 있는데 갑자기 톡이 날아왔다. 규진이었다.


<자냐?>


<아니>


단 두 글자만으로도 규진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규정상 물을 순 없지만 규진은 타이밍 상 4번이나 5번을 하고 있을 터였다.


<x발 돈이 뭐라고 이 지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규진이 얘기했다.


<그만둘까, 그냥>


아무래도 정신 건강상 그편이 나았다. 딱히 주어를 사용하진 않았다.


<그래. 너라도 관둬라>


내가 관둔단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답답함의 이유는 역시 미션 때문이었다. 역시 게임에 관한 이야기는 최대한 피해가며 말했다.


<오늘 돈을 훔쳤어.>


그렇게 운을 뗀 규진의 스토리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 계산을 하려는 찰나 돈 통에 손을 넣고 도망갔다. 대충 50만 원이 넘는 돈이었다. 그 금액을 훔치려 한 건 아니다. 단지 그런 행동의 결과가 그 정도였다.


<아, x발 내가 이런 재능이 있는지 몰랐는데···. ㅋㅋㅋ 생각보다 재미는 있더라 ㅋㅋㅋㅋ 그런데 무서워······. 무서워서 잠이 안 와>


카메라가 곳곳에 깔린 요즘 세상에 너무 위험한 짓이었다. 모자를 푹 눌러쓰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 경찰의 도둑 잡는 능력은 세계에서 알아줬다.


<이러다 감방 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주말을 앞두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다행히 수갑은 차지 않았다.


규진은 초범이라 돈을 돌려주는 거에서 끝이 났다. 가게 사장에게 사과도 해야 했다.



<후련하다. 진짜 후련하다!>


경찰서에서 규진이 보낸 톡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눌러보진 않았다. ‘1’을 없애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난 다른 데 집중하고 있었다.




남부순환도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눈앞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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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돼지 게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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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주일에 세 번 연재됩니다 20.08.22 21 0 -
13 무차별 살인 20.08.28 25 0 8쪽
12 갑자기 분위기 청춘물 20.08.25 27 0 7쪽
11 남의 여자 뺏기 +2 20.08.22 31 0 8쪽
10 스포츠맨 +2 20.08.19 28 0 8쪽
9 업텐 멤버 +2 20.08.17 24 0 8쪽
8 강아지 누나 +2 20.08.14 48 0 8쪽
7 자살인가 +2 20.08.12 38 0 8쪽
» x발이란 두 글자 +2 20.08.09 35 0 8쪽
5 감시자 +2 20.08.06 42 1 9쪽
4 착한 아들 +2 20.08.04 57 2 8쪽
3 피기피그 +4 20.08.02 87 1 10쪽
2 결단의 주먹 20.07.30 91 1 10쪽
1 프롤로그 20.07.30 131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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