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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전염, 돼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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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002
작품등록일 :
2020.07.30 20:02
최근연재일 :
2020.08.28 20:4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659
추천수 :
6
글자수 :
45,945

작성
20.07.3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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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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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결단의 주먹

DUMMY

다운은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1분도 안 돼 스마트폰 화면에 돼지 이미지가 나타났다. 아이콘을 클릭하니 화면 가득 영어 메시지가 들어찼다. 메시지 하단엔 반가운 버튼이 있었다.


“한국어가 돼?”


언어 설정 버튼 세 개가 있었다. 하나는 영어, 두 번째는 라틴어, 마지막이 한국어였다. 중국어도, 일본어도 아닌 한국어 지원 외국 앱이라니.


버튼을 클릭하니 바로 첫 번째 미션이 나타났다. 페이드인도 뭐도 없이 갑자기 네모난 창이 나타났다.


- 첫 번째 미션. 다음 링크를 직접 작성한 추천 글과 함께 지인에게 추천하시오. 추천받은 사람이 게임을 다운받아야 미션을 통과합니다. 추천 글에 ‘100억’이라는 단어가 포함돼야 함.


혁수가 말한 그 미션이다. ‘100억’이 주는 무게감과 다르게 메시지 끝 부분엔 경박하게 웃고 있는 돼지 얼굴이 있었다.


“이게 무슨···. 아···.”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링크를 꾹 눌러 복사해버리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상금이었지만 너무 쉬운 미션이라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이걸 누구한테 보낼 것인가.


스팸을 뿌리는 거 같아 여러 명에게 링크를 보내긴 싫었다. 호기심에 게임을 다운받을만한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고른 대상은 동갑내기 5촌 당숙 현석이었다. 아주 많은 게임을 즐기는 게임 오타쿠라 적어도 다운 정도는 받을 거 같았다. 최신 게임이건 고전 게임이건 앱 게임이건 게임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녀석이다.


추천 글도 고민됐다. ‘100억’은 꼭 넣어야 했다.


- 야, 이 게임 재미있다. 최고니까 꼭 해 봐.


톡을 보내고 10분 동안 고민한 메시지를 덧붙였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데 완료하면 100억을 주는 미친 게임!>


추천한 뒤 인증샷을 보내야 했다. 현석에게 톡으로 링크와 추천 글을 보내고 이미지를 캡처했다.


다시 앱을 열어 전송버튼을 찾았다. 디자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 화살표 모양의 구질구질한 버튼이 오른쪽 아래에 보였다.


“이미지 붙여넣고, 전송···.”


전송버튼을 누르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 감사합니다. 확인은 24시간 이내에 완료됩니다.


24시간이라니. 너무 범위가 넓었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 25분. 열두 시간 후면 다시 아르바이트를 나갈 시간. 불을 끄고 침대로 몸을 날리다시피 던졌다.


그러나 잠이 아무래도 오지 않았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신경이 쓰였다.


“잠깐 확인하는 것 정도야···.”


톡을 열어 현석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순간 걱정이 들었다. 24시간 동안 현석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하루를 꼬박 기다리고 다시 미션을 시작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현석에게 보낸 메시지를 그대로 드래그해 친한 친구 넷이 모인 톡방에 넣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바로 숫자가 ‘3’에서 ‘2’로 줄었다. 가장 메시지 확인을 잘하는 친구는 규진이다.


<뭐냐 이거?>


역시 규진이었다.


<다운 받아봐. 존잼>


나머지 친구들은 자는 거 같았다.


<뭔 겜인데? 정말 100억 줌?>


규진이 물었다.


<진짜야, 100억 준대!>


<받은 사람 있데?>


나도 궁금한 부분이었지만 알아내기도 힘든 내용이었다.


규진의 톡을 그냥 씹곤 다시 잠을 청했다. 현석에게만 보냈을 때보단 좀 더 마음이 편안해졌다. 잠을 자기 위해 양을 머릿속에 한 마리씩 풀어 놓았다. 하나, 둘, 셋, 넷···.

.

.

.

.

.

진동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알람은 10시로 맞춰 놓았지만, 시계를 보니 9시 33분이었다.


진동의 범인은 돼지게임이었다. 화면에 나타난 돼지의 미소가 왠지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클릭해서 들어가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 미션 통과를 축하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2단계로 넘어갑니다.


반사적으로 다음 버튼을 눌렀다.


샌드위치 가게의 오전은 생각보다 바쁘다. 손님맞이 때문에 바쁜 게 아니라 준비할 게 많았다. 소스를 만들어야 하고 양상추와 양파도 썰어야 했다.


“그러니까 진짜 웃기지 않냐? 아니 20분 연락 안 됐다고 마누라한테 짜증을 뭐 그따위로 내는지”


점장인 지혜 누나가 옆에서 남편 흉을 계속 보고 있었지만, 귓등으로 들으며 다른 생각만 계속했다. 두 번째 미션에 대한 거였다.


“지는 세 시간 네 시간도 연락 안 되고 그러는데. 안 그래? 너 같으면 짜증 안 나?”


두 번째 미션도 어렵진 않았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착한 일을 하는 거였다.


“착한 일···. 착한 일 뭐 있지···?”


“엥, 뭐?”


지혜 누나가 발로 내가 앉은 우유 박스를 살짝 밀었다.


“누나 말 이렇게 잘 들어주는 거 착한 일이죠?”


소스를 휘저으며 내가 물었다. 마요네즈 2에 머스터드 1. 비율이 뒤집히기라도 하면 맛이 확 변한다.


“듣긴 뭘 들어. 내가 방금 뭔 얘기했는지 알아?”


누나가 칼을 살짝 치켜들며 눈을 부라렸다. 가뜩이나 큰 눈이 무섭게 변했다. 칼도 무서웠다.


“근데 그건 증명할 수 없단 말이지”


계속 혼잣말을 하는 나였다.


고민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다. 규진이도 하고 있었다.


<민태야 다운 받아 봐>


게임을 다운받은 규진은 그 톡방에 다시 링크를 올려 넣었다. 메시지가 가관이었다.


<다 깨기만 하면 100억 받는 게임! 민태도 신우도 할 수 있는 무뇌 게임!>


민태는 아무래도 흥미 없어 보였다.


<뭐야, 이거. 잠깐 들어가 봤는데 조잡해, 구려.>


설치는 하지 않고 사이트만 잠깐 보고 왔다고 했다. 신우는 읽었는데도 대답 하나 없었다. 분명 아침부터 주식 창을 열고 초 단위로 전쟁을 하고 있을 게 빤했다.


<착한 일 뭐가 있지?>


<그게 2번 미션이야?>


규진이 제안한 착한 일은 집안일 도와주기였다. 하지만 난 대답할 수 없었다. 2번부터는 게임에 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


<어···. 몰라>


그렇다고 부정은 아니었다. 규진은 이미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 뭐, 암튼 부모님도 돕고. 얼마나 좋아?>


그래도 왠지 그건 하기 싫었다. 지난주 대판 싸운 후 여전히 냉전 중이었다.


고민은 혁수가 오는 저녁 6시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혁수의 안색은 어딘가 모르게 어두웠다.


혁수가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다시 손가락 두 개를 폈다. 2번 미션 하냐고 묻는 거였다. 게임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으니 행동으로 대화하는 건 상관없을 거 같았다.


고개를 끄덕인 내가 다시 혁수를 가리켰다. 턱을 하늘로 찌르며 손가락 세 개를 폈다. 그러자 ‘OK’ 표시가 돌아왔다.


"뭐야, 니들? 왜 수화를 하고 앉아 있어?"


지혜 누나가 물었다.


“쉽지 않아, 세상 쉽지 않아. 그쵸, 누나?”


손을 씻는 혁수의 목소리는 기어가다시피 했다.


"야, 니네가 싫으면 결혼하고 남편 말 안 듣는 난 어떻겠냐?"


지혜 누나는 아침부터 5시까지, 난 정오부터 7시까지 일을 한다. 혁수는 6시부터 마감까지다. 7시부터는 사장님이 나온다. 식사 시간엔 꽤나 손님이 많지만 다들 손이 빨라 10명 정도가 한 번에 몰려도 10분 이내에 모든 걸 마무리한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온 혁수가 양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아···. 이거 진짜 개 웃기네”


“뭐가?”


내가 물어보자 혁수가 양손을 허리에 올린 채 입술을 깨물었다. 게임 얘기는 하면 안 된다.


“주문 안 받아요?”


손님이 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지혜 누나는 어느새 퇴근했다.


“아, 주문하시겠어요?”


가슴팍에 전공 서적을 들고 있는 안경 낀 여학생이 서 있었다.


“스테이크 호기 두 개 포장요”


한참 손님 폭풍이 몰아치고 벌써 집에 갈 시간이 다 됐다. 그때까지 난 어떤 착한 일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는데 혁수가 가슴팍을 찔렀다. 그리곤 다시 자기를 가리켰다. 서로 도와주자고 하는 거 같았다. 이번엔 내가 OK를 돌려줬다.


그러자 혁수가 오른편 앞쪽을 가리켰다. 쇼윈도 너머로 한 할아버지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도와주라는 얘기였다.


혁수가 핸드폰을 뺏으며 날 문 쪽으로 밀쳤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다.


혁수에게 쥐여주고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3번은 좀 더 힘든 미션이었다. 혁수는 내 주먹을 말아 쥐고 자신의 볼에 갖다 댔다.


“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묻자 혁수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당황한 나머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는데 혁수가 내 손을 끌어당기며 문밖으로 나갔다. 가게 문을 걸어 잠근 채 뒤쪽 골목으로 향했다.


“아, 씨발. 가자!”


기합을 한 번 내뱉은 혁수가 이를 앙다물었다.


“하······. 와···. 나도 맞아야 하는 건가?”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혁수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게임 이야기는 금물이다.


“아······. 아······.”


하늘을 보며 한숨을 뱉는데 혁수는 이미 준비가 끝나 보였다. 다리를 구부리고 자세를 단단히 갖췄다. 양손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아···. 진짜···. 미친 거 아냐?”


계속 갈등하는데 혁수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날 가리키더니 주먹을 휘둘렀다.


하긴 지금 서로를 돕기 제일 만만한 건 서로였다. 내가 도와주면 혁수도 쉽게 도와줄 게 빤했다.


“아! 몰라!!”


소리를 지르곤 오른손 팔목을 말아쥐고 힘껏 휘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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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돼지 게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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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주일에 세 번 연재됩니다 20.08.22 20 0 -
13 무차별 살인 20.08.28 24 0 8쪽
12 갑자기 분위기 청춘물 20.08.25 26 0 7쪽
11 남의 여자 뺏기 +2 20.08.22 31 0 8쪽
10 스포츠맨 +2 20.08.19 28 0 8쪽
9 업텐 멤버 +2 20.08.17 24 0 8쪽
8 강아지 누나 +2 20.08.14 48 0 8쪽
7 자살인가 +2 20.08.12 38 0 8쪽
6 x발이란 두 글자 +2 20.08.09 34 0 8쪽
5 감시자 +2 20.08.06 41 1 9쪽
4 착한 아들 +2 20.08.04 57 2 8쪽
3 피기피그 +4 20.08.02 87 1 10쪽
» 결단의 주먹 20.07.30 91 1 10쪽
1 프롤로그 20.07.30 131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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