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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전염, 돼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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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002
작품등록일 :
2020.07.30 20:02
최근연재일 :
2020.08.28 20:49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660
추천수 :
6
글자수 :
45,945

작성
20.08.0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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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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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감시자

DUMMY

예정대로라면 일요일 낮, 다음 미션이 올라와야 했다.


토요일인 어제 낮 편의점에서 면도기 훔치는 사진을 서버로 전송했다. 정확히는 훔치는 척만한 사진이다.


그런데 거의 24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앱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보통 보낸 지 12시간이면 다음 미션이 뜨는데 아무 메시지도 뜨지 않았다.


설마 싶었다. 설마 내 꼼수가 걸린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기엔 나도 가족도 아무 이상 없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물어볼 사람은 없었다.


처음 떠오른 게 환자가 된 현석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녀석은 게임을 관둘 것 같지 않았다. 현석은 내가 갈 때까지 게임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그 게임 이상해. 돼지게임이라고 지난번에 내가 말했던 거 말이야”


집에 갈 때 현지가 내게 말했다.


“응? 그게 뭐지? 아, 그때 말한 거?”


현지는 갈 때 가져가라며 가방에 가그린과 음료수, 그리고 티슈를 몇 개 넣어줬다. 현석이 쓰기에도 많아 보였다.


“모르니까 다행이다. 오수야, 넌 하지 마. 돼지 얼굴 그려진 게임이야. 그런 그림 보면 조심해”


끄덕이며 병원 문을 나서는 내게 현지가 한마디 더 했다.


“패륜아 되기 싫으면 절대 하지 말고···.”


알바 동료인 혁수가 있었으나 걔에게 물어도 안 될 것 같았다. 혁수는 이미 현석이 이상으로 중독될 기미가 보였다. 규진은 나보다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민태나 신우는 하고 있지도 않았다.


인터넷엔 아무리 검색해도 대단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번 시작한 녀석들은 게임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1번이 성공하면 2번 이후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


게임을 관둔다면 얘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도 않은 게 운영자인 피기피그는 그야말로 막 나가는 거 같았다. 감시자를 곳곳에 두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게 두려워 사람들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일요일 저녁 떡볶이를 사 오기 위해 동네 분식집에 가는 길이었다.


골목 모퉁이를 지나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누군가 뒤에서 봉지 같은 걸 얼굴에 씌웠다.


“어? 뭐야?!”


발버둥을 치는데 뒤에서 내 무릎 안쪽을 걷어찼다.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거의 몇 미터나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몸을 물어뜯고 때리고라도 싶었지만, 공기가 부족으로 이미 내 의식은 반 이상 빠져 있었다. 의문의 인물은 날 질질 끌어당기며 등 쪽을 여러 번 걷어찼다.


그리고는 검은 마스크를 쓴 남자가 내게 얼굴을 바짝 갖다 댔다. 기억이 중간중간 끊겼으나 그가 한 말은 정확히 기억이 난다.


“허튼 짓 하지마”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몇몇 사람들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술 드신 거예요?”


여자 둘과 남자 하나가 보였다. 남자의 복고풍 투-브리지 금테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아···. 아! 괜찮아요”


급히 일어나려고 하는데 얻어맞은 등 쪽이 욱신거렸다.


“안 괜찮은 거 같은데... 119 불러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힘들게 몸을 일으켜 자리를 피했다. 정신없이 떡볶이집 문을 열었다.




“아이고, 또 왔네? 그래, 삼촌 뭐 줄까?”


떡볶이집 아줌마가 사람 좋게 인사를 건넸으나 내 정신은 이미 내 정신이 아니었다. 카운터 옆 탁자에 앉아 거칠게 몰아쉬었다.


“어머, 얘. 물 좀 줄까?”


물을 한달음에 들이켠 후 생각을 정리했다.


갑작스레 공격을 당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인가? 그렇다고 하기에 난 누구를 별다르게 괴롭힌 적도 없다.


답은 하나였다. 감시자, 감시자의 짓이다.


속임수를 쓴 죄로 감시자를 통해 내게 벌을 준 것이다.


“학생, 진짜 괜찮아? 물 좀 더 마셔. 어머, 여기 등 좀 봐? 누구한테 맞은 거야?”


아줌마가 소리쳤으나 다시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고맙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며 돼지게임 앱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빨갛게 번쩍이며 경고음이 들렸다.


‘Alert! Alert! Alert!’


들킨 게 확실했다.


경고 메시지가 몇 차례 나오고는 화면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나타난 건 네 번째 미션이었다. 도둑질을 다시 해야 했다.




저녁엔 종일 누워만 있었다.


엄마에게 들킬까 돌아오자마자 옷부터 빨래 통에 넣었다.


“얘, 너 그거 아까 입은 옷 아냐?”


캐물을까 두려워 빠르게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넘어진 거야?!”


엄마가 빨래 통을 본 것 같았다. 문을 열려 했으나 이미 내가 문을 잠가 놓았다.


“야, 뭐야? 왜 안 열어? 오수야?!”


“미안해요, 엄마. 혼자 있을게요.”


문을 몇 번 차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나만큼 엄마도 놀란 게 분명했다.


불량한 애들과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덩치도 작지 않아 맞고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집으로 오는 길에 깡패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x발, 야. 너 뒤져서 나오면 백 원에 백 대씩이다?!”


머리가 울긋불긋했으나 많아야 나보다 한두 살 많아 보이는 놈들이었다. 셋이 작은 남자애 하나를 둘러싸고 놀리며 협박하고 있었다.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꽤 골목으로 들어온 상태. 심호흡을 하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뭐야, 야, 너 뭐야?!”


뒤에서 소리쳤지만, 손을 크게 저으며 계속 앞으로 걸었다. 속으론 ‘제발, 제발’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다행히 날 붙잡으러 오진 않았다.


거울에 등 쪽을 비춰보니 벌써 파랗게 멍이 들어 있었다. 엄청나게 쑤셨지만 뼈가 부러진 거 같진 않았다.


“하···. 이게 무슨···.”


눈을 감고 침대에 있는데 폰에서 카톡 소리가 계속 울렸다.


시끄러워 톡을 보니 친구들 넷이 모인 단톡방이었다.


<야, 미친. 삼성 왜 이리 못하냐? 마무리 다 쓰고 졌어.>


삼성 팬인 증권맨 신우의 입이 간만에 터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톡방엔 1분이 지나도록 별 대답이 없었다. 숫자만 ‘3’에서 ‘1’로 빠르게 변했다.


당연히 야구팬인 나나 규진이가 치고 들어와야 하는데 일단 난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확인한 나머지 한 명은 규진이가 분명했다. 그리고 다음 미션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어떤 곳을 어떻게 훔쳐야 할지, 고민이 많을 거다.


결국, 만만한 건 편의점이었다.


월요일 오후, 지혜 누나에게 잠시 이야기하고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같은 곳에서 비슷한 짓을 하기는 싫었다. 이미 알바 여자애는 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 게 빤했다.


“어서 오세요!”


우렁찬 인사 소리. 대충 인사를 받으며 카운터를 보는데 간이 순간 콩알만큼 작아졌다.


오지 않은 사이 가게 근처 편의점 낮 알바가 바뀐 거 같았다. 전엔 분명 지혜 누나보다도 어깨 좁은 멸치 같은 남자애였는데. 지금은 흡사 강호동 같았다.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남자가 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뭐 필요 하세요?”


인상은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걸쭉했으나 차림을 보니 나보다 얼마 많지도 않아 보였다.


“저···. 박카스 한 박스만 주실래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합리적이고 똑똑한 주문이었다. 박카스 박스는 보통 카운터에서 먼 곳이나 창고에 두기 때문이다.


“아, 박카스······. 잠시만요?”


남자가 박카스 상자를 가지러 냉장고 뒤로 들어갔다.


타이밍은 지금뿐이었다.


카운터 바로 앞으로 손을 내밀며 폰으로 연사를 눌러댔다. 무얼 집었는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로 미루어 비닐 포장 같은 게 돼 있는 물건이었다.


급하게 주머니에 물건을 넣었지만 알바는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갖다 드릴게요!”


거의 2분이 다 돼서 나온 알바.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여유 있게 도둑질해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 8,000원입니다. 봉지 드릴까요?”


가게로 오자마자 박카스 박스를 점장 누나에게 내밀었다. 지혜 누나가 영문도 모른 채 받았다.


“뭐, 이거 마시라고? 왜? 나 다 마셔?”


“그냥요. 나도 마실 거예요.”


사물함 쪽으로 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바닥 절반만한 크기의 가벼운 물건이었다. 물건을 확인하고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뭐야, 그거 산 거야? 여친 생겼어?”


“아, 아뇨”


하지만 누나의 의문은 합리적이었다.




내가 훔친 건 알록달록 머리핀 세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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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돼지 게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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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주일에 세 번 연재됩니다 20.08.22 20 0 -
13 무차별 살인 20.08.28 24 0 8쪽
12 갑자기 분위기 청춘물 20.08.25 26 0 7쪽
11 남의 여자 뺏기 +2 20.08.22 31 0 8쪽
10 스포츠맨 +2 20.08.19 28 0 8쪽
9 업텐 멤버 +2 20.08.17 24 0 8쪽
8 강아지 누나 +2 20.08.14 48 0 8쪽
7 자살인가 +2 20.08.12 38 0 8쪽
6 x발이란 두 글자 +2 20.08.09 34 0 8쪽
» 감시자 +2 20.08.06 42 1 9쪽
4 착한 아들 +2 20.08.04 57 2 8쪽
3 피기피그 +4 20.08.02 87 1 10쪽
2 결단의 주먹 20.07.30 91 1 10쪽
1 프롤로그 20.07.30 131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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