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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전염, 돼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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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002
작품등록일 :
2020.07.30 20:02
최근연재일 :
2020.08.28 20:49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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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945

작성
20.08.1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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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업텐 멤버

DUMMY

“난 이미 게임을 관뒀어. 다 알려줄게”


형규 형이 담뱃재를 땅에 털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게임에 대한 정보.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던 게임의 비밀들.


하지만 제안에 선뜻 응하기도 힘들었다.


감시자들의 눈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미 도둑질 미션에서 속이려다 감시자에게 걸려 된통 얻어맞은 적이 있다.


땅만 보며 머뭇거리자 형규 형이 다가왔다.


“그래. 뭐가 문제인지 알지. 잠깐”


갑자기 내 가방을 어깨에서 풀더니 한 번에 뒤집었다.


“여길 봐.”


가방 밑모서리 쪽에 콩알만 한 크기의 검은색 금속 물체가 달려 있었다. 형은 물체를 바닥에 던지고 발 뒤꿈치로 강하게 짓밟았다.


“그게···.”


놀라는 내게 형규 형이 말했다.


“도청기”


“도청기···?!”


형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럼 감시자가 어떻게 아는 줄 알았어?”


하긴 감시자라고 24시간 내내 내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순 없었다.


“하지만 이건···.”


“그래, 너무 조잡하지. 그래도 예상 못 했잖아? 통하면 된 거야”




형규 형은 이쪽에서 소위 말하는 ‘업텐(up ten)’ 멤버였다. 돼지게임에서 10번 미션을 넘어선 사람에겐 ‘업텐’이라는 표식이 달린다. 업텐은 감시자를 넘어 피기피그가 특별히 눈여겨보는 멤버다.


“업텐이 왜 특별하냐면···. 일단 미션 내용이 궁금하지?”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한 자살미션이 여섯 번째. 7번부터 9번까지는 생뚱맞은 내용이었다.


“마라톤···?”


“그래. 마라톤 완주. 그게 7번 미션이야”


7번 미션은 42.195km를 완주하는 거였다. 그냥 단순히 완주하는 게 아니라 대회에 출전해 정해진 시간 내에 들어와야 했다. 보통은 다섯 시간이다.


“다섯 시간 안에 서울에서 수원까지 달려야 하는 거지”


여덟 번째도 몸을 쓰는 미션이었다. 프로복싱 라이센스였다.


“대회 같은데 나가야 하는 건가요?”


싸우는 종목은 배워본 적이 없다.


“아니. 한국은 그나마 쉬워. 그냥 라이센스 주는 사람에게 가서 스파링하면 돼. 대신 잘해야 되지”


하지만 그것도 절대 쉬운 게 아니었다. 들어보니 빨라야 6개월, 평균 1년 정도 걸리는 게 복싱 자격증이었다.


“마라톤···. 복싱. 정말 생뚱맞네요. 범죄 수준의 미션만 주더니 갑자기 왜”


9번은 더 생뚱맞았다. 남의 이성 친구를 뺏는 미션이었다.


“1년 이상 연애한 커플에 해당하고, 목표 달성은 섹스야”


“섹스요···? 와···.”


스물다섯 평생 섹스를 한 대상은 한 명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에 헤어진 여자친구였다. 어쩌면 이게 가장 힘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실 7 ~ 9번 동시에 통과하려면 1년 정도 걸린다고 봐야지”


“형은요?”


형규 형은 10번까지 완료한 후 포기했다.


“나? 8개월”


“8개월요?”


들어보니 형규 형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몸 쓰는 일에 원래 일가견이 있었다. 지금은 푸짐하게 변했지만, 왕년엔 완전 간고등어 뺨 칠 정도였다. 당연히 9번도 통과했다는 소리다.


“이거 봐봐. 이게 나야”


형이 스마트폰 사진을 보였다. 사진엔 선글라스를 쓴 베레모 남자가 하나 서 있었다. 구릿빛 몸에 탄력까지 넘쳤다.


7번부터 9번까지 아무것도 내게 호락호락한 건 없었다.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에게 인기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혹시 계속할 거면 내가 도와줄 순 있어. 그런데 진짜 문제는 10번이야”


“그건 1년 걸리고 그러는 건가요?”


“아니. 1초에도 할 수 있어.”


10번은 다시 범죄로 돌아온다.


사람을 칼로 찌르는 미션이다.


“칼로···.”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초점을 잃어버려 형규 형이 두 명을 넘어 세 명으로까지 변했다.


“그래, 칼로 찔러야 해. 몸통이나 머리만 해당해”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후드득 움직였다.


그때 형규 형이 10번을 깼다는 게 떠올랐다.


“형도···.”


“그래. 누구였을 거 같아?”


"설마...?"


설마가 맞았다.


형규 형의 대상은 안타깝게도 형의 누나인 형미 누나였다.


형에 따르면 100억 상금을 떠나 10번 미션 정도까지 성공하면 성취감에 취해 게임을 멈추기도 힘들다.


“어떻게 그 착한 누나를···.”


형미 누나는 최근 본 그 어떤 여자보다 착한 것 같았다. 스마트폰을 찾아 돌려주고, 당황하는 나를 위로하고 형까지 소개해줬다.


“사실 누나를 찌를 생각은 없었어.”


앱을 들여다보며 칼을 만지작거리는데 우연히 내용을 누나가 봤다.


“차도에 몸을 던질 때쯤부터 알아챘는데. 7~9번 미션을 할 땐 그나마 건전한 내용이라 아무 말 안 했지. 10번이 문제였어”


갑자기 들어온 누나가 몸을 날렸고, 날카로운 칼이 형미 누나의 배에 꽂혔다. 누나는 배에 피를 흘리면서도 영상을 찍어 형규 형에게 전송했다.


“누나가 그렇게까지 하는데, 더는 이딴 게임에 전념할 수가 없더라고”


누군가를 찔러야 한다니. 때리는 건 그렇다 쳐다 이건 감옥에 갈 정도의 범죄다. 죽기라도 하면 살인범이 되는 거다.


“난···.”


형의 말을 듣곤 생각이 많아졌다. 왜 이 게임을 하고 있는지 회의감도 들었다.


“이상하지? 그렇게 하면서 게임을 계속해야 한다는 게”


“그냥···. 그만두면···. 되겠죠···.”


그런데 형의 말에 따르면 10번을 넘으면 또 그런 반인륜적 미션은 나오지 않는다.


“이후 미션에 대해 잘은 모르는데. 그냥 힘든 미션이라고 들었어”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뭐. 조폭 일당 하나 날리고 오기 그런 거 정도? 진짜 그렇단 건 아니고”


조폭이라니. 역시 내게 불가능해 보였다.



한참 동안 땅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형이 뜻밖의 말을 했다.



“10번 깨면 상금 있어. 공지는 안 돼 있지만”


10번을 깬 사람에게는 상금 5억이 주어진다.


“형도···?”


“그래. 누나한텐 말 안 했는데, 연남동에 작은 건물 하나 사 놓았지. 누나 결혼할 때 선물로 그냥 줄 거야”


누나를 칼로 찌른 걸 생각하면 몇십 억으로 보답해도 모자라 보였다. 5억이라니. 실감도 안 가는 금액이다.


‘카톡!’


그때 형의 톡이 울렸다.


“누나가 국수 먹자는데, 먹고 갈래?”





누나는 사람만 좋은 게 아니라 요리 솜씨도 훌륭했다.


“급하게 만들었는데 먹을 만할지 모르겠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국물의 깊은 맛, 깔끔하고 예쁜 고명, 달콤새콤한 양념장까지. 거기에 시골 할머니가 해줬다는 배추김치 또한 일품 식당 이상이었다.


“아뇨, 너무. 너무 맛있어요, 진짜”


형제가 없는 내게 이렇게 알콩달콩하며 둘이 사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이런 남매가 칼로 배를 찔렀다는 게 상상되지 않았다.


집을 나서는 나를 형규 형이 배웅 나왔다.



그리곤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했다.


돼지게임이란 게임의 목적에 대해서다.



“게임을 가만 보면 좀 이상해”


“어떤 점이요?”


“악당을 만드는 것 같으면서도 중간중간 착한 미션이 있지”


생각해보면 2번 미션은 ‘선행’을 하는 거였다.


“그리고 몸을 단련하는 미션이 있고, 이성적 매력을 뿜어야 하는 것도 있어.”


단련에 관한 건 7번과 8번이 그랬다. 9번은 남의 여자를 뺏고 잠자리까지 가져야 한다.


결국 형규 형의 추론은 이랬다.


돼지게임이란 게임이 단순히 상금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어떤 `목적이 있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피기피그도 소개 영상에서 그 목적에 대해 잠깐 언급했다.




“그래서 내 추론은 이거야. 그 목적이란 게 말이야”


“목적이란 게 뭔데요?”






“특정 인원을 선별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거지. 뽑힌 인원으로 무언가를 다시 하려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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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돼지 게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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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주일에 세 번 연재됩니다 20.08.22 21 0 -
13 무차별 살인 20.08.28 25 0 8쪽
12 갑자기 분위기 청춘물 20.08.25 28 0 7쪽
11 남의 여자 뺏기 +2 20.08.22 31 0 8쪽
10 스포츠맨 +2 20.08.19 29 0 8쪽
» 업텐 멤버 +2 20.08.17 26 0 8쪽
8 강아지 누나 +2 20.08.14 48 0 8쪽
7 자살인가 +2 20.08.12 38 0 8쪽
6 x발이란 두 글자 +2 20.08.09 35 0 8쪽
5 감시자 +2 20.08.06 43 1 9쪽
4 착한 아들 +2 20.08.04 57 2 8쪽
3 피기피그 +4 20.08.02 87 1 10쪽
2 결단의 주먹 20.07.30 92 1 10쪽
1 프롤로그 20.07.30 131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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