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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리드링크

EX급 금고로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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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링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7 17:10
최근연재일 :
2024.07.02 23: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353
추천수 :
56
글자수 :
28,742

작성
24.06.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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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 특별 보상

DUMMY

눈은 여느 때와 같은 시간에 떠졌다.


출근에 대한 압박이 사라진 탓인지, 몸은 전과 다르게 가벼웠다.


‘우선 씻고, 근처 아울렛부터 좀 돌아볼까?’


작은 방 한쪽에 몰아놓은 옷장은 듬성듬성, 휑하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일상은 늘 회사와 집의 반복이었다.


여름용 정장과 겨울용 정장.


똑같이 생긴 싸구려 와이셔츠 몇 장, 집에서 입는 목 늘어난 티셔츠를 제외하면 옷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없었으니까.


“소환.”


“흐암. 굿모닝.”


금고를 소환하자 꼬마가 기지개를 켜며 모습을 드러냈다.


금고 속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진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이기에는 방금 막 잠에서 깬듯한 모양새였다.


“너 정말 남들 눈에는 안 보이는 거 맞지?”


“그럼요. 왜, 혹시 저도 어딜 같이 가나요? 어디? 어딜 가는 데요?”


“튜토리얼 중엔 아무도 금고에 손댈 수 없는 것도 분명하고?”


“정말이래도 그러네.”


“씻고 나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


“오-예!”


오늘은 꼬마도 데리고 나가봐야지.


아직 금고와 꼬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무작정 금고를 숨기기만 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 같으니까.’


또 오며 가며 적어도 심심하진 않을 테고.


“그래서 어디 가는데요? 말 안 해 줄 거에요? 혹시··· 서프라이즈?”


“좀 정신없는데, 귀찮을 것 같기도 하고.”


내 한마디에 꼬마가 입을 닫았다.


진작 그럴 것이지.


***

롯데 아울렛 입구.


입구가 붐볐다.


오늘이 평일, 그것도 오전 시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보니 한 해도 빠짐없이 경제가 어렵다, 가계부채가 급상승한다는 뉴스가 사실인가 싶을 정도였다.


“남성 캐쥬얼 매장이 4층이니까··· 4층부터 돌아보면 되겠네.”


층별 안내를 확인한 뒤,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렸다.


“아저씨! 같이 가, 같이 가야죠!”


1층 향수매장에서 코를 킁킁대던 꼬마가 이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도움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처음으로 들린 곳은 손님도 적당히 있고, 젊은 직원들의 영혼이 반쯤 빠져있는 것으로 유명한 매장이었다.


직원이 옆에 딱 달라붙어 친절하게 이것저것 추천해주는 것도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나는 글쎄.


도움을 청하기 전까진 직원이 무관심한 편이 더 편했다.


“혹시···”


“네?”


하도 옷에 관심을 끊은 지 오래다 보니, 그게 그거 같았다.


뭐가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매장으로 가려던 찰나, 직원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이 옷이 저희 매장에서 밀고 있는 신상인데, 고객님께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저기,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옷과 같은 옷인데, 한 번 입어보시겠어요?”


“그래요?”


그나저나, 여기 직원들이 이렇게 친절했던가?


“이 여자, 아저씨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주세요. 입어보게.”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옷을 건넸다.


하긴, 이렇게 슬렁슬렁 쇼핑하다가는 옷은커녕 퀘스트 진행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어쩌면 옷이 별로인 게 아니라, 아끼고 아끼던 짠돌이 습성이 눈을 어둡게 만들었을지도.


의식적으로 가격표는 보지 않았다.


“음···”


“어떠세요? 제가 보기엔 너무 잘생··· 잘 어울리시는 것 같은데.”


“괜찮은 거 같네요. 비슷한 느낌으로 몇 가지 더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요? 알겠습니다!”


대충 눈으로 흘겨보는 것과 직접 입어보는 건 천지 차이였다.


맞춤인 듯 딱 맞는 길이감, 너무 꾸민 것 같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태가 나는 것이 내가 원하는 느낌의 옷이었다.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왜 옷이 날개라는 말이 생겼는지 알 것 같다.


“고객님··· 정말 이것 다 하시는 거 맞으세요?”


“네. 주세요.”


다른 매장에 가려 했던 내 두 팔엔 옷이 한가득 들려 있었다.


재수 없게 들릴진 모르지만, 하나둘씩 입어보다 보니 다 어울렸다.


“아저씨, 보기보다 옷빨 좋은데요?”


꼬마도 동의했고.


“전부 다해서 145만 8천 원인데, 제가 특별히 점장님께 말씀드려서 10% 해드릴게요. 저는 목요일 빼고는 다 근무하니까, 편하게 찾아주세요. 131만 2천 2백 원 결제하겠습니다. 교환이나 환불은 영수증 지참하셔서···”


“괜찮습니다. 영수증 버려주세요.”


전부 입어보고, 옷은 나를 안내한 직원이 꼼꼼히 살폈으니 교환과 환불을 위한 영수증은 딱히 필요 없었다.


티셔츠 하나에 수십, 수백씩 하는 명품은 도무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고, 예상치 못한 할인까지 받다 보니 생각보다 돈이 덜 나와버렸다.


‘아직 6500은 더 남았네.’


늘 돈 모자라 걱정만 해봤지, 돈 쓰는 것도 나름 걱정이다.


그야말로 걱정 아닌 걱정.


“제가 따로 명함이 없어서, 이건 제 번호니까 혹시라도 뭐든 문제 있으면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직원이 자신의 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건넸다.


많이 샀다고 사후 서비스까지?


훌륭하네.


이렇게 일하는 직원 하나면, 점장은 정말 열 직원 부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왜?”


“이렇게 눈치 없는 연결체는 처음 봅니다. 설마 계속 이러고 살았어요?”


눈치?


눈치라니 기가 찬다.


친절한 직원이 고객을 친절하게 응대한 것뿐인데 뭘.


“응. 이러고 살았어.”


“어휴.”


꼬마가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미리 빈틈없이 알아보고 가긴 했지만, 중고차를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차만 고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취득세, 등록세, 공채, 매도비, 성능보증보험료에 알선 수수료.


거기에 자동차 보험까지 전부 비용을 내고 나서야 진짜 내 차가 됐다.


“자, 방금 보험까지 전부 끝났습니다. 고객님! 제네시스 오너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기, 차 키 받으세요.”


딜러가 과장된 몸짓을 하며 키를 내밀었다.


22년식 제네시스 G80, 가솔린 2.5 터보 AWD 모델.


사실 이렇게까지 비싼 차를 살 생각은 아니었다.


전세 재계약 대신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집을 옮길까 생각도 해봤지만, 전세 사기로 매스컴이 흉흉한 요즘.


남은 시간 안에 사기가 아닌, 내 맘에 쏙 드는 집을 구하는 건 어려우니까.


퀘스트 진행을 위한 금액에 맞추되 대신 최대한 감가가 적은, 보증기간이 끝나면 감가가 심한 수입차 대신 요즘 잘나가는 제네시스를 골랐다.


이렇게 쓴 돈이 6천, 이제 5백이면 퀘스트 성공이다.


‘차는 괜찮네. 잘나가고, 잘 서고.’


오랜만에 하는 운전이 처음엔 몹시 어색했지만, 운전을 시작한 지 1시간쯤 지나자 서서히 익숙해졌다.


“안녕하세요. 201호인데, 아주머니 혹시 지금 집에 계신가요?”


집에 도착하기 직전,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어, 그래. 그럼 집에 있지?


“재계약 때문에요.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재계약? 그럼 당연히 괜찮지. 안 그래도 지금 부동산 김 씨랑 같이 있는데 잘됐다. 내가 김 씨랑 내려갈까? 아니면 총각이 올라올래.


“제가 갈게요. 한 10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집에도 주차 공간이 있지만, 차를 집에서 조금 떨어진 주차장에 세운 뒤 걸었다.


갑작스레 비싼 차를 타고 나타나면, 오지랖 넓은 집주인 아주머니의 관심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까.


매우 매우 사양하고 싶은 일이다.


“오늘 실컷 바깥 구경했으니, 이제 좀 들어가 쉬어.”


“빠잇!”


금고 소환을 해제했다.


밖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꼬마는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똑똑.


집주인 아주머니 집인 건물 꼭대기, 501호 문을 두들겼다.


몇 번의 쿵쿵거리는 소리 끝에, 문이 열렸다.


“어서 와 총각, 총각이 갑자기 전화하는 바람에 김 씨가 지금 서류 가지러 갔어.”


재계약한다고 말도 안 했는데 벌써 서류를?


계약하지 않으면 살아 나오지 못하는, 호랑이 굴이나 던전에 들어온 기분이다.


“총각, 뭐 좀 마실래? 커피?”


“괜찮습니다. 그냥 냉수 한 잔 주세요.”


아주머니가 내어준 냉수 한 모금을 마시자, 곧바로 공격이 시작됐다.


“아니, 총각. 내가 글쎄 있잖아···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힘들잖아. 해서 전세금은 그냥 놔두려 했는데, 요즘 여기 전, 월세 시세가 너무 많이 올랐지 뭐야. 총각도 알고 있었지?”


시작부터 아주머니 사족이 긴 걸 보니, 쉽게 가긴 글렀다.


“네. 뭐···”


“그래그래, 역시 알고 있을 줄 알았어. 우리 건물보다 더 오래된 옆 건물도 전세를 글쎄 3500에 계약했다지 뭐야? 어휴··· 요즘 젊은이들이 그런 돈이 어딨다고 그치?”


3500?


지금 내가 사는 집 전세 보증금이 2000, 아무리 물가와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지만 2년 사이에 두 배라니.


일단 말을 끝까지 들어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렇죠. 월급은 그대로지,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지. 집에선 거의 잠만 자는데 그만큼 오르면 죽어난다고 봐야죠. 집을 옮기거나···”


“멀쩡히 잘살고 있던 집을 옮기기는 왜 옮겨, 이사도 돈이 좀 많이 들어? 내가 설마 총각한테 1500 올려달라 하겠어? 총각 사정 뻔히 아는데?”


아주머니가 입에서 따발총을 쏘아댔다.


‘어차피 남은 시간 동안 집을 구하는 건 무리고, 최대한 남은 금액 안에서 조율하는 게 최선이다.’


결론은 이미 정해뒀기에, 쓸데없는 기 싸움은 시간 낭비일 뿐.


이럴 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작전으로 가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얼마 올려드리면 될까요? 금액을 먼저 말씀해주시면 생각해볼게요.”


“음··· 생각하기로는 한 천···”


아주머니 머리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전문가인 김 씨가 서류를 가지러 간 지금.


김 씨가 오기 전에 이 협상을 타결시키는 게 최선이다.


“오백. 그 정도면 재계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말하고도 살짝 놀랐다.


자본주의와 사회생활이라는 굴레에 갇혀 열심히 굴러대다 보니 내가 말을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당당하게 할 수 있었던 사람인지 몰랐으니까.


회사도, 돈 걱정도 줄어든 탓인지 입에 저항이 걸리지 않는 기분이었다.


“에이, 총각. 그건 형평성에···”


“주택 임대차보호법에 의거, 임차인인 저는 갱신청구권을 1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주머니는 재계약을 거부할 수 없고 임대료는 최대 5% 이내에서만 인상이 가능한 건 아시나요? 지금 전세가 2000이니까··· 법이 정한 최대 인상은 100이 됩니다만.”


“뭐··· 뭐라고? 법? 아니 총각, 우리 사이에 무슨 법을 따지고···”


갱신청구권 이야기를 하자 상상도 못 한 시나리오라는 듯, 아주머니가 화들짝 놀랐다.


‘원래 세상이 그렇지 뭐.’


우리 사이를 논하는 사이는 아무것도 아닌 사이며, 돈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종자들은 돈에 제대로 미친놈들.


“부동산 김 씨 아주머니가 오시면 제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아실 수 있겠죠.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500. 이게 제 최대한의 성의에요. 아시잖아요. 저 힘든 거.”


“아니··· 안 그래도 김 씨가 그런 법이 있다고 한 것 같긴 한데··· 우리가 또 남이야? 그래, 기분이다. 500, 콜!”


됐다.


이 정도면 훌륭한 협상 결과물이다.


최악의 경우 갱신청구권을 사용해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집주인 아주머니와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


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이 부리는 히스테리까지는 막아주지 못하니까.


나와 집주인 아주머니 사이의 구두 계약은 부동산 김 씨 아주머니가 오자마자 정식 계약이 되었다.


보증금을 이체함과 동시에.


[Q1. 제한 시간 내 1억 원을 지출하세요. 튜토리얼을 위해 사용한 자산은 금고에서 차감되지 않습니다.]


[튜토리얼 Q1에 성공하였습니다.]

[다음 단계를 진행합니다.]


다음 튜토리얼로 가는 문이 열렸다.


[잔여 시간이 24시간을 초과하였습니다.]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특별 보상?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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