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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리드링크

EX급 금고로 인생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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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링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7 17:10
최근연재일 :
2024.07.02 23: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339
추천수 :
56
글자수 :
28,742

작성
24.06.28 23:15
조회
240
추천
8
글자
10쪽

3. 튜토리얼

DUMMY

당했다.


뭐에 당했는진 모르지만, 그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튜토리얼이 시작됐네요. 두근두근.”


“날 속였어?”


두근두근?


속았다는 생각에 속이 부글부글, 혈압이 올랐다.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꼬마가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에? 속이다뇨. 저는 아무것도 속이지 않았습니다만.”


“너를 만나 내 인생은 달라질 거고, 금고 안에 든 돈은 깨끗 그 자체라며.”


“그렇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꼬마의 태도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튜토리얼? 이건 또 뭔데.”


“뭐긴요. 튜토리얼이 시작되었다는 건 이제 저와 연결된 아저씨가 사망, 혹은 금고를 비롯한 모든 재산이 텅텅 비기 전까지 우리가 함께한다는 정식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뜻이죠?”


“그런 말은 없었잖아.”


“묻지도 않았습니다만. 저와 연결되고 나서 금고를 사용했으니 정식 계약이 체결된 것뿐입니다.”


“그래. 묻지 않았지. 튜토리얼 같은 게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근데··· 하.”


반박하려 머리를 쥐어짤수록, 꼬마의 말이 틀린 건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맞는 말이라 뭐라 대답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저씨, 하나 팁을 드리자면 튜토리얼은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만. 왜냐, 시간제한이 있어서 말이죠.”


튜토리얼.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다.


게임 진행을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이나 상식을 플레이어에게 이해시키고, 몰입을 돕는 장치랄까?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의 튜토리얼이라니.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튜토리얼을 진행하시겠습니까?]

[제한 시간 : 71시간 57분 42초]


제한 시간이 있다더니, 3일.


72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치사하게 진행 의사를 물은 순간부터 시간이 카운트되다니.


튜토리얼과 관련된 홀로그램은 계속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의사를 표시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건가.’


꼬마 말대로 ‘정식 계약’이 내가 죽거나, 길바닥에 나앉기 전까지 계속되는 거라면.


내가 꼬마와 금고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면.


튜토리얼을 절대 넘겨서는 안 된다.


“진행.”


[초급 금고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번쩍하는 사이, 눈앞에 홀로그램이 변했다.


[Q1. 제한 시간 내 1억 원을 지출하세요. 튜토리얼을 위해 사용한 자산은 금고에서 차감되지 않습니다.]

[성공 시 : 다음 단계 진행]

[실패 시 : 금고 내 자산 절반 차감]


“퀘스트? 3일 내로 1억을 버는 게 아니라 쓰라고?”


“쉽다. 쉬워.”


꼬마는 마냥 즐거운 듯 추임새를 덧붙였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제한 시간이 있긴 하지만, 돈을 쓰라는 건 비교적 쉬운 퀘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면 금고 내 자산이 절반으로 차감된다니,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고.


튜토리얼을 위해 사용한 1억은 금고에서 차감되지 않는다니, 돈을 쓰는 데도 큰 부담은 없다.


‘일단은···’


아무리 거저 생긴 돈이라 해서, 허튼 곳에 막 써대고 싶진 않았다.


살면서 돈이 궁해 고민했을지언정, 1억을 반드시 3일 안에 써야 하는 고민은 상상도 안 해봤다.


“이틀 정도 휴가를 내야겠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지 않는 한, 돈을 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에 업무와 동시에 퀘스트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얼마만 인지 모를 휴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사장 놈? 사장이라면, 전 연결체를 뜻하는 것입니까?”


사장에게 전화를 거는 나를 빤히 보고 있던 꼬마가 슬쩍 물어왔다.


“내가 아는 한 이 금고의 주인이 사장이었으니까, 맞겠지?”


“아, 이런··· 그렇군요. 아무래도 그 사장 놈은 아저씨의 전화를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만.”


“아니? 주말에 웬 전화질이냐고 신경질 잔뜩 부려대면서 씩씩댈걸?”


휴가 이야기를 꺼내면 더 지랄할 테고.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통화 연결음을 끝까지 들었음에도, 꼬마 말처럼 사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못 받을 거라고 미리 말했습니다만.”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는다고?”


“그리고 잠깐, 사장이 전 연결체였고··· 꼬마 네가 말한 계약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연결 해지 사유는 죽었거나, 자산을 전부 탕진했음을 뜻한다.


설마.


“사장이 죽었어?”


“예··· 안타깝게도··· 비록 아주 마음에 안 드는 연결체였지만, 짧은 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에이.


사장은 멀쩡히 두 발로 걸어나갔다.


그런 사장이 갑자기 죽었다고?


***

휴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휴가를 결재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


사장의 부고 소식은 그렇게 뜬금없이 들려왔다.


‘갑자기 교통사고라니, 재수 없는 인간이긴 했어도 짠하네.’


장례식장에 들러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


사장이 죽은 이유는 우연히 가족들 간에 오가는 대화를 통해 듣게 됐다.


뭐, 딱히 일부러 엿들으려 한 건 아니지만.


“사장이 사고를 당했을 때 우연히 내가 금고 주변을 청소했던 모양이네.”


이제야 퍼즐이 하나씩 하나씩 맞춰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꼬마를 만나고, 금고와 연결된 건 연이은 우연이었다는 걸 알게 됐으니 말이다.


‘회사는 가족들이 알아서 정리할 테고, 천천히 다른 직장도 알아봐야겠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딱히 실적이랄 것도 없었다.


오히려 매 분기, 매년 적자가 일상이었다.


한 마디로 개판 오 분 전.


언제 문을 닫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회사였다.


그 지긋지긋하던 회사는 이젠 내게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사장의 놀이터나 다름없던 회사를 가족이 굳이 이어 운영하진 않을 테니까.


늘 사장이 어떻게 돈을 펑펑 써대는지 궁금했었는데 꼬마, 금고와 연결되어 있었다니 의심이 해소됐다.


“택시!”


지나가는 빈 택시를 향해 팔을 휘저었다.


평소라면 택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만, 오늘은 아무런 심리적 저항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청아 공원으로 가주세요.”


튜토리얼을 핑계 삼아 첫 목돈은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어 내린 결정이다.


나도, 엄마도, 어쩌면 아빠도.


우리 가족 모두가 알고 있다.


머지않은 시일 안에 우리 가족에게 봉안실이 필요할 것이라는 걸.


집과 가깝고, 괜찮은 시설로 호평받고 있는 청아 공원으로 택시가 내달렸다.


“필요한 것 있으실까요?”


입구에 들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직원 한 명이 근처로 다가왔다.


“봉안실 분양 상담 좀 하려고 하는데요.”


“아, 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상담실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작은 안내 책자와 함께 상담이 시작됐다.


“저희 프리미엄 봉안당 청아 공원은 아너관, 노블관, 로얄관. 이렇게 3개 층의 봉안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양가는 각각···”


오늘 처음 안 사실이지만, 봉안실 분양받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층마다, 관에 붙여진 이름마다 분양가는 천차만별.


그렇게 고른 관 안에서도 단 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그럼 로얄관 5층. 룸 타입으로 하겠습니다.”


“로얄관 5층··· 룸 타입으로··· 그리고 저희가 지금 부부단을 하시면 할인해드리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데, 한 번 생각해보시겠어요?”


“아뇨, 괜찮습니다.”


직원의 권유를 단칼에 거절했다.


살아생전 그렇게 고생한 엄마가 죽어서도 아빠 옆에 있고 싶을진 안 물어봐서 모르니까.


봉안실을 분양받았다는 사실도 엄마에게 비밀로 할 생각이다.


“그럼 총 분양비용은 10년 치 관리비 포함해서, 총 3300만 원 되겠습니다.”


3300만 원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침이 꿀떡 넘어갔다.


나름 프리미엄 봉안당, 그 안에서도 가장 좋은 층과 단을 계약해서 나온 금액이었다.


이 정도 지출이야 머리론 아무렇지 않았는데, 몸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모양이다.


“속이 후련하네.”


발등에 떨어진 불을 하나씩 끌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부모 봉안당을 계약하고 속이 후련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런걸.


죽고 나면 다 끝이고 소용없다고.


살아 있을 때 부모님 모시고 밥 한 번이라도 더 먹는 게 효도라고 생각하지만, 봉안실은 또 다른 문제다.


돈이 좋다, 좋다 하는 게 이래서 인가 보다.


‘앞으로 6700만 원 남았고, 더 쓰는 건 몰라도 덜 쓰면 안 되니까 긴장을 늦춰선 안 돼.’


남은 시간 동안 식비며 교통비, 아 맞다.


부조도 했지.


이런저런 생활비가 나가긴 했지만, 포함하지 않았다.


욕심이 과하면 넘치지만, 이번만큼은 넘치는 게 훨씬 나으니까.


“소환.”


“어휴! 정말 이러기에요? 답답하게 시리···”


꼬마는 내가 금고를 소환했을 때나 소환되어 있을 때만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내가 집에 있을 때만 금고를 소환했기에, 답답했던 모양이다.


“당분간은 네가 이해 좀 해. 이제 곧 이 집 계약이 끝나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안전하게 금고를 보관할 장소를 찾기 전까지는 금고를 편히 소환할 수 없으니까.”


“튜토리얼 중인 초급 금고는 아무도 못 건드려서 아저씨 생각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만.”


“그건 꼬마 네 생각이고.”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꼬마 말만 들었다간, 또 어떤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꼬마 말을 신뢰하되, 주도권은 내가.


당연히 결정도 내가, 그에 대한 모든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다.


“남은 6700을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나려나.”


나를 위해 돈 쓸 궁리를 한 게 얼마만 인지, 종일 바쁘게 돌아다녔음에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첫 번째 퀘스트를 깬다는 기대감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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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특별 보상 24.06.29 190 8 12쪽
» 3. 튜토리얼 24.06.28 241 8 10쪽
2 2.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24.06.27 287 10 9쪽
1 1. 금고 +1 24.06.27 306 1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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