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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렴 님의 서재입니다.

천검무가(天劍武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렴
작품등록일 :
2013.04.24 23:51
최근연재일 :
2013.05.10 00:56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9,343
추천수 :
69
글자수 :
27,256

작성
13.04.25 23:52
조회
1,901
추천
9
글자
7쪽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4)

DUMMY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4)




“으음...”


등굣길. 조잘대며 학교에가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분주한 가운데 서지혜는 심각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원인은 다름아닌 아침에 받았던 한 장의 편지 때문이었다.


“설마... 정말로? 아니 하지만 사실이라고 해도 대체 거기에 무슨 의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마치 정신을 반쯤 다른 곳에 놓고 온 것같았다. 그만큼 편지의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일까?


“여어, 지혜야!”


그런 그녀의 뒤로 다가오는 한 소년이 있었다. 여느모로 보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년의 이름은 장운성. 그녀의 동급생이자, 얼마 전에 학교에 전학 온 전학생이었다. 살가운 표정과 넉살덕에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서 스스럼없이 녹아드는 장점이 있는 친구. 당연히 그녀와도 면식이 있는 사이였다.


“아, 운성아. 안녕.”

“하핫. 이거 아침부터 운이 좋은 걸? 상연고 이대퀸카 중 한 명인 서지혜와 나란히 함께하는 등교라.”

“후후. 그렇게 띄워줘도 나오는 건 없다?”


서지혜의 장난섞인 핀잔에 장운성이 과장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띄워주다니! 상연고등학교 이대 퀸카하면 이 주변 학생들 사이에서는 알아주는걸. 오죽하면 전학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 귀에까지 들려왔겠어.”

“네 귀가 그런 쪽으로 많이 밝은 건 아니고?”

“킥킥. 뭐, 부정은 안하지. 그런데 우리 작은 공주님들은 어디 계시나?”

“내 동생들을 알아?”


장운성의 말에 깜짝 놀란 서지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응? 아아, 그거야 당연하지. 우리 동네 미인 세자매. 유명하잖아?”

“어머어머. 후후후. 방금 전에는 이대 퀸카더니 이번에는 미인 세자매? 운성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이제보니까 완전 제비구나?”

“무슨 그런 오해를. 난 언제나 사실만을 말한다니까.”

“웃기고 있네. 사실만 말하기는 무슨, 그냥 구라쟁이지. 딱 보니까 완전 구라투성이구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는 퉁명스러운 목소리. 그 낯익은 목소리에 서지혜가 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수도(手刀)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베어들어갔다.


덥석!


“여어.”


나민철은 오른 손으로 자신의 목을 향해 베어들어오는 서지혜의 수도를 붙잡고 태연스레 왼손을 흔들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서지혜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적대적인 태도에 나민철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길. 전세라도 냈나요?”

“뭐라고요?”

“우연이란 말입니다, 우연. 거참. 내 목이 그렇게 좋아요? 만날 때마다 목에다 대고 칼질이네요. 서지혜 양은.”

“당신...”


아침의 그와 다를 바 없는 경박스런 태도에 서지혜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이지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면 바로 저런 사람일 거라고 확신하는 그녀였다.

자신을 노려보는 그녀의 모습에도 아랑곳없이 나민철의 시선은 장운성을 향했다.


“이 아가씨의 친구인가?”


나민철의 물음에 그의 자주색 비단옷차림과 삿갓을 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던 장운성이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아, 혹시 지혜의 아는 오빠신가요? 저는 장운성이라고 합니다! 그냥 운성이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래그래, 운성 군. 운성 군은 저 아가씨가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고 접근하는 건가?”

“네? 사정요?”

“시끄러워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운성. 그는 서지혜와 나민철을 연겨푸 번갈아 바라보았다. 서지혜는 그런 그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나민철을 노려보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나민철, 흑사회... 그리고 야왕.


‘전부 다 증오스러워.’


검도관에 손을 뻗어오는 흑사회의 행사도 이제 지긋지긋했다. 그 행동대장격인 나민철과, 흑사회주인 야왕에대한 분노는 한층 더했다.

그녀는 지쳐있었다. 무예를 익혔다고는 하나 그녀는 어디까지나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진 거액의 빚을 떠맡았다. 얼마 전까지는 아버지의 아시는 분에게 도움을 받고, 방과 후에나마 검도관을 조금씩 운영하면서 어찌어찌 변통하고 있었지만 그 빚이 흑사회에 넘어간 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흑사회의 손길은 하루가 지나갈 수록 점차 노골적이었다. 흑사회의 수작때문에 그나마 있던 관원들도 대부분 빠져나가버린 지금, 그럼에도 검도관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과거에대한 집착때문일까, 아니면 언젠가는 좋아지리라는 희망 때문일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절대로.'


그녀의 전신에 미세한 살기가 어렸다. 그런 그녀의 기세를 느꼈음인가, 나민철은 그녀에게서 반발자국 물러나며 양 손을 어깨 위로 들어올렸다.


“오오, 무섭군요, 서지혜 양. 칼만 있었더라면 회를 쳐버릴 것같은 눈인데요? 멋져요.”

“...”


서지혜는 말없이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기세가 장난이 아닌 것을 느낀 듯 나민철이 과장스레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뭐, 위험물은 자극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더군다나 아침 일도 있으니... 경고는 이쯤이면 되었겠죠?”

“...”


증오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지혜를 향해 빙긋 웃으며 나민철이 말을 이었다.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는 ‘그 양반’이 지금 당장 본때를 보여주라면서 무사 몇 명을 푼 모양이더군요. 최대한 빨리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지혜 양. 그래... 평소와같은 일상이 부서져내리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방금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나길 원하는건 아니겠죠, 설마?”

“...알았으니까 빨리 꺼져요.”

“꺼져요? 흐음. 여기서 ‘난 불이 아닌데~’하고 답하면 정말로 화내시겠죠?”


고오오. 문답무용으로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살기에 나민철은 양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에그, 알았어요. 알았어. 하여튼 성질 참 급하기는. 그럼 이 몸은 갑니다~ 명심해요, 서지혜 양.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그렇군요. 오늘 방과 후까지 결정을 내려두도록 해요. 그렇지 않으면 선불맞은 멧돼지처럼 내 친구들이 당신네 집에 찾아갈 테니까요.”


후후후. 그렇게 웃음을 흘리고는 나민철은 몸을 돌려 휘적거리는 걸음걸이로 떠나갔다. 서지혜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장운성은 그런 그녀와 떠나가는 나민철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서지혜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야? 별로 좋은 사람같아보이진 않던데.”

“누구냐고?”


서지혜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씹어뱉듯이 대답했다


“탐랑금충(貪狼金蟲). 탐욕스런 돈벌레이자, 최악의 사기꾼. 가자. 늦겠어, 학교에.”

“어... 그래.”


장운성은 떠듬거리며 그렇게 대답하고는 나민철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있던 몸을 돌렸다. 착각이었을까. 고개를 돌려 사라져가는 장운성의 얼굴에는 미미하게 신경질적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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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8) +3 13.05.10 1,365 10 8쪽
8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7) 13.05.08 2,152 7 8쪽
7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6) +2 13.04.30 1,821 6 7쪽
6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5) +1 13.04.26 1,769 7 5쪽
»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4) 13.04.25 1,902 9 7쪽
4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3) 13.04.25 2,219 6 7쪽
3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2) 13.04.25 2,264 5 6쪽
2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1) 13.04.25 3,071 11 10쪽
1 +2 13.04.24 2,781 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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