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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렴 님의 서재입니다.

천검무가(天劍武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가렴
작품등록일 :
2013.04.24 23:51
최근연재일 :
2013.05.10 00:56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9,349
추천수 :
69
글자수 :
27,256

작성
13.04.25 00:15
조회
2,265
추천
5
글자
6쪽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2)

DUMMY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2)


~~


“어머, 언니? 벌써 아침 수련 끝난거예요?”

“응...”


검도관 옆에 나란히 서있는 커다란 전통 한옥(韓屋). 여동생들과 함께 사는 그녀의 집으로 돌아와서 처음 본 모습은, 분홍색 병아리앞치마를 걸치고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막내여동생의 모습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아침수련을 마치고 돌아온 자신의 큰언니를 올려다보며, 서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트러지지 않게 어깨까지 내려오는 짧은 머리를 고정시켜놓은 고양이 핀이 그녀의 고개를 따라 흔들렸다.

그 자신을 바라보는 순진한 눈망울에 서지혜가 살짝 시선을 돌렸다.

사실을 말하자면 처음 기본자세수련 이후로 거의 수련을 하지 못했다. 나민철이 돌아간 후, 어떻하면 좋을지 고민을 거듭하다 머릿속만 더 복잡해져서 도저히 수련할만한 기분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동생에게 그런 시시콜콜한 것들을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나 좀 씻고 올게.”


찔끔찔끔 서유리의 시선을 피하던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저 여우같은 계집애는 눈치하나는 백단이어서 이대로 있으면 자신의 근심거리를 알아 챌지도 모른다.

아직 어린 막내여동생에게만큼은 이런 걱정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은 그녀로서는 자리를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별달리 눈치 챈 것은 없는 듯 국에 들어갈 채소를 써는 서유리의 목소리는 쾌활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집안일을 하는 소녀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네에~ 아직 아침 준비되려면 시간 좀 남았으니까 느긋하게 하세요. 아, 오늘 아침은 구운 고등어에 된장국을 메인으로 하려하는데 괜찮죠?”


타올과 세면도구를 챙겨 욕실로 향하던 서지혜가 그녀의 물음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중간에 수련을 멈추기는 했지만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땀 흘린 몸이 샤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확인할 것은 제때해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줄어드는 법.

그녀는 마치 시험성적표를 받아가는 고3수험생처럼 잔뜩 굳은 얼굴로 물었다.


“...된장국? 새우는?”

“알고싶어요?”


서유리가 배시시 웃으며 새우를 지독히 싫어하는 그녀의 언니를 향해 말했다. 서지혜는 야무지지만 가차없는 자신의 막내 여동생을 보며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아니. 괜찮아. 때론 모르는 게 약인 때도 있는 법이니까.”

“으휴. 언니, 언제나 말하지만 편식은 안 된다고요? 정말이지, 겉으로는 야무져보이는 언니가 중증의 편식증후군이라니. 다른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요?”

“으윽. 어, 어쩔 수 없잖니... 새우는 싫은걸.”


서지혜는 입술을 삐죽이며 정론을 말하는 서유리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시선을 피했다. 의젓하고 바르게 자란 그녀의 막내여동생은 평소 그녀의 자랑이었지만, 이럴 때만은 그녀가 정말이지 원망스러웠다. 다른 아이들처럼 음식도 좀 가리고 떼도 좀 쓰고 하는 아이라면 좋을 텐데.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 그 안에 든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서지혜의 모습을 보며 서유리가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헤헤. 언니, 귀여워요.”

“바, 바보! 언니를 놀리는 거 아니야!”


히죽이며 능글맞은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동생을 새빨간 얼굴로 바라보며 서지혜가 소리쳤다. 빙글빙글 웃는 표정으로 서유리가 대답했다.


“네네. 곧 있으면 등교할 시간이에요? 빨리 씻고 나오지 않으면 지각할 거에요.”

“으으...”


작은 악녀처럼 웃음을 터뜨리는 서유리의 얄미운 얼굴을 째려보며 서지혜가 눈을 흘겼다. 지금이라도 저 어린 막내동생의 교육방침을 변경하는 것은 어떨는지 심각하게 속으로 고민하면서.

꿀꺽꿀꺽. 다시한번 냉수가 든 통을 입가에 가져다 대는 서지혜의 모습을 바라보던 서유리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 참. 언니 혹시 지금 남자친구 있어요?”

“푸우웃?!”


막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려던 차가운 물이 성대하게 뿜어져나왔다.


“콜록.콜록... 너,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어? 아니에요?”

“있을리 없잖아!”


사례가 들린 후유증으로 띵하고 울려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서지혜가 소리쳤다.


‘나, 남자친구라니!’


남자친구.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단어다. 검도 외길 인생 17년. 급우들에게나 동생들에게 믿음직한 학급반장이자 든든한 언니로서 맏은 역할에 충실한, 기본적으로 성실한 성격의 그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성에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녀는 얼마 전 봤던 영화에서 사귀는 사이의 남녀가 서로 뒤엉키던 19금 영상을 떠올리고는 얼굴을 붉혔다.


‘꺄아악!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난?!’


머릿 속으로 떠오른 핑크빛 망상을 고개를 붕붕 휘저어 지워버린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여동생을 향해 외쳤다.


“어, 없어, 없어! 남자친구라니! 그런 거 나한테 있을리 없잖아!”

“그래요? 우음, 이상하다?”

“그러니까 뭐가!”


얘가 오늘 아침따라 증상이 심각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서지혜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내리누른 채 소리쳤다. 그런 그녀를 향해 서유리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오늘 아침에 우체통을 살펴봤더니 언니 앞으로 편지가 한 통 왔더라고요.”

“...편지?”


서유리가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개수대 한켠에 놓아두었던 새하얀 봉투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요즘처럼 형형색색의 예쁜 봉투가 넘쳐나는 시대에 보기 힘든 새하얀 봉투. 그녀는 그 앞면에 적혀있는 발송인의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내는 이 : 유신영


처음보는 이름이었다. 편지봉투를 앞뒤로 뒤집어보았다. 하지만 그것 뿐, 유신영이라는 이름과 받는 이에 씌여있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제외한 다른 것은 씌여져 있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투를 찢어 그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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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8) +3 13.05.10 1,365 10 8쪽
8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7) 13.05.08 2,153 7 8쪽
7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6) +2 13.04.30 1,821 6 7쪽
6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5) +1 13.04.26 1,769 7 5쪽
5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4) 13.04.25 1,902 9 7쪽
4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3) 13.04.25 2,219 6 7쪽
»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2) 13.04.25 2,266 5 6쪽
2 1. 달을 베는 검, 여덟 신선의 꽃(1) 13.04.25 3,072 11 10쪽
1 +2 13.04.24 2,783 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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