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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하루에 헛소리 하나씩

양판작가 이계 난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6.10.18 21:21
최근연재일 :
2017.01.25 16:31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7,329
추천수 :
253
글자수 :
221,610

작성
16.11.12 07:00
조회
437
추천
3
글자
7쪽

24편 – 엘더 와이번 던전

연재 시간은 월, 수, 금, 토 오후 7시 입니다.




DUMMY

“엘더 와이번의 배속이라니? 우리가 잡아 먹혔다는 말이야?”


“보세요. 벽이 딱딱하긴 하지만 손을 대고 가만히 있으면 맥이 뛰는 게 느껴져요.”


릴리스가 진맥을 하듯 벽에 손을 대고 이야기한다.

순간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릴리스가 한의사 자격증도 없는 야매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벽에서 느껴지는 게 꼭 맥이 아닐 수도 있잖아? 용암의 흐름이나 지진 같은 게 느껴졌을 수도 ···...”


릴리스가 나의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손으로 맞은편 벽을 가리킨다.


“상점은 항상 지명에서 따오기 마련이죠.”


“응?”


릴리스의 날렵한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거기에는 매표소가 있었다.

그 매표소에는 라세티아에서 봤던 평범한 간판과는 차원이 다른 어지러운 문구로 장식된 간판이 붙어 있었다.


‘♚♚엘더 와이번 뱃속☆던전♚♚ 입장료 $$ 무료 ☜☜전설의 반지 100% 획득할 가능성 1 nano% 이상※ ♜완주 실패 시♜ 묘비 무료증정¥ 상시 이벤트 §§마법 완전 무효§§ ★즉시 입장★’


“저게 뭐여 10할!”


어이가 없어서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보았다.

저거야 말로 여기가 엘더 와이번 뱃속이 아니라는 증거다.

짐승 뱃속에 매표소를 차렸을 리가 없잖아?

매표소 창구를 두들겼다.

건물 내부에서 불이 켜지더니 직원인지 용역깡패인지 본직이 의심스러운 남자가 문을 열어준다.

우락부락한 인상과 묘하게 어울리는 분홍색 꽃무늬 남방이 포인트라면 포인트랄까?


“한밤중에 손님이 왔네.”


남자는 잠이 덜 깬 표적으로 혼잣말 하듯 툭 내뱉었다.

나를 위 아래로 훑어 보는 눈빛이 물건을 사라고 하면 포스에 못 이겨서 빚을 지고라도 사버릴 것 같았다.


“실례지만 길을 잃어서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평소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말이 나가는 나였지만 전과 20범 면상의 남자에게는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절대로 마법을 못 쓰게 돼서 비굴해 진 것은 아니었다.

내 질문을 들은 남자가 정색한다.


“길을 잃어? 그럴 리가 있나? 엘더 와이번의 선택에 실수가 있을 수 없지.”


엘더 와이번의 선택?


“저기, 설마 여기가 진짜로 엘더 와이번의 뱃속인가요? 하하하.”


내가 묻고도 이상한 질문이라 겸연쩍은 마음에 소리 내어 웃어 보았다.

남자는 내 질문에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 무안하네.

이 동네 접객은 왜 이 모양이냐?


“에헴, 흠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뱃속에 건물이 있는 건 이상하잖아? 요?”


“던전지기로서 한 마디 충고 하자면, 그런 편협한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엘더 와이번 던전에서 살아나가기 힘들 거야. 여기는 엘더 와이번의 뱃속이기도 하지만 고등마법사들이 마법 없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능력이 있는 지 확인해 보는 증명의 장이기도 하지.”


마법사를 시험하는 던전이라고?

와이번 뱃속이라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던전 지하에 전설의 반지가 잠들어 있다는 것은 흔하디 흔한 클리셰.

이상한 거 따지지 말고 원래 목표대로 아이템이나 빼가야겠다.

던전지기의 설명을 듣고 나자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한 남자가 떠올랐다.


“그럼, 메피스토도 여기를 통과했나요?”


던전지기가 두루마기를 펼쳐 참가자 명단을 확인해 보더니 고개를 가로 지었다.

메피스토녀석 자기는 통과하지도 못한 곳으로 나를 보내?

돌아가면 두고 보자.

던전지기가 펜과 종이를 나에게 건낸다.


“자, 이름이랑 묘비명은 여기에 적고. 길게 적으면 새기기 귀찮으니까 웬만하면 짧게 적어줘.”


묘비명이라니 불안하게.


“여기서 죽은 마법사들이 많나요?”


던전지기가 다시 명단을 집어 들고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우락부락한 첫 인상과는 달리 은근히 성실해서 질문에 꼬박꼬박 답변해 주었다.


“어디 보자, 여태껏 참가한 마법사가 하나, 둘...... 마흔 세명이네.”


“그래서?”


“마흔 세명이라고.”


이런 님이 10할 아니 100할?

사망률 100%?

던전이 아니라 묘지네?

던전지기가 아니라 묘지지기였어!

너무 우습게 생각했다.

마법사가 마법 없이 던전을 클리어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던전 통과 말고 그냥 밖으로 나가는 길은 없을까요? 헤헤.”


“아다스님! 목숨을 걸고 와이번들이 사는 늪지대까지 일부러 찾아온 이유를 잊으신 건 아니겠죠? 전설의 반!지!를 찾으러 오셨잖아요?”


반지에 기묘하게 엑센트가 들어가서 살짝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틀린 말을 아니었다.

앨리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언데드킹을 상대하고, 라세티아의 멸망을 막기 위해 리치로드와 맞선 것은 분명히 목숨을 걸고 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나에게 신념에 가까운 확신 있었다.

내가 주인공인데 설마 죽겠어?라는 확신.

하지만 주인공 보정 따위는 누가 먹어버린 지 오래고 마법마저 봉쇄당한 이 마당에 던전에 들어가면 확실히 죽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死십死번째는 나랑께?

불길한 예감에 썩은 표정으로 굳어버린 나에게 릴리스가 다가온다.


“저는 아다스님은 해낼 거라고 믿어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 누구도 나에게 이렇게 무한한 신뢰를 준 적은 없었다.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런, 하마터면 감성팔이에 넘어갈뻔했다.

절대 안 되지.

나는 나노튜브처럼 가늘고 길게 살 예정이라고.

릴리스가 더욱 가까이 다가와 나의 오른 손을 부드럽게 감싸쥔다.


“바쁘니까 빨리 쓰세요.”


릴리스가 나의 손에 펜을 쥐어주고는 명부에 내 이름을 적었다.

반항을 해보지만 전사계열이라 그런지 메피스토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었다.

대필 전문 남매에게 두 번이나 당하다니.


“묘비명은······ 이 정도면 되겠죠.”


‘ASDF was here with his fiance Lilith.’

뭔가 썼는데 해석이 안 된다.

트랜슬레이션 마법도 없으니 말 그대로 문맹.

뭘 적었는지 뿌듯해 하는 릴리스가 묘비지기 아니 던전지기에게 종이를 건냈다.

던전지기가 종이를 받아 들고는 나와 릴리스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묘비에 내 이름을 새기기 시작했다.


“아니, 왜 묘비를 지금 새겨? 아직 죽는다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


“준비는 미리미리 해 둬야지. 자기 묘비에 오탈자 없는지 미리 확인도 해야지?”


맞아, 오타체크는 중요하지.

묘비명 아래에 오타 지적하는 리플이라도 달리면 죽어서도 개쪽이잖아?

이걸 동감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아니, 그러니까 왜 이미 죽는 게 정해진 건데?”


“아다스님, 제가 마지막까지 옆에서 함께해 드릴께요.”


야, 자꾸 사망 플래그 세울래?

던전지기가 묘비에 내 이름을 새기는 모습을 뒤로하고 릴리스에게 질질 끌려 던전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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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편 – 블랙 오크 16.12.14 262 1 7쪽
47 47편 – 육박전, 정보전 그리고 정치시전 +2 16.12.12 429 1 7쪽
46 46편 - 3개의 공격로 +2 16.12.10 300 2 8쪽
45 45편 – 라세티아 언더 파이어 +2 16.12.09 201 2 8쪽
44 44편 – 금단의 마법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 +2 16.12.07 439 3 8쪽
43 43편 – 세계의 질서 그리고 무질서 16.12.05 176 3 8쪽
42 42편 – 완드 오브 저스티스 16.11.30 326 3 7쪽
41 41편 – 라세티아의 진실 16.11.29 288 3 7쪽
40 40편 – 영웅 만들기 16.11.28 311 3 7쪽
39 39편 – 진격의 아카네짱 16.11.27 415 3 7쪽
38 38편 – 마이크로월드 16.11.26 306 3 7쪽
37 37편 – 픽시 워리어 16.11.25 352 3 7쪽
36 36편 – 미니 사이즈 미 16.11.24 22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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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편 – 릴리스의 꿈 16.11.15 311 5 7쪽
26 26편 – 공학용 하프드래곤 16.11.14 378 4 7쪽
25 25편 – 생각만 하는 용사, 답을 내는 릴리스 16.11.13 418 3 8쪽
» 24편 – 엘더 와이번 던전 +2 16.11.12 438 3 7쪽
23 23편 – 와이번 사냥 16.11.11 325 4 8쪽
22 22편 – 늪지대 탐험 16.11.10 400 4 9쪽
21 21편 – 첫 번째 아이템 16.11.09 273 3 7쪽
20 20편 – 고블린 신전 16.11.08 363 3 7쪽
19 19편 – 트롤링 함 16.11.07 40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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