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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하루에 헛소리 하나씩

양판작가 이계 난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6.10.18 21:21
최근연재일 :
2017.01.25 16:31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7,331
추천수 :
253
글자수 :
221,610

작성
16.10.29 18:00
조회
475
추천
7
글자
9쪽

9편 - 펑펑 터집니다!

연재 시간은 월, 수, 금, 토 오후 7시 입니다.




DUMMY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데 몸을 칭칭 감고 있던 망토에 발이 걸려서 앞으로 크게 굴러버렸다.


“우왁!”


정신 없이 데굴데굴 구르다 보니 바닥의 카펫이 몸에 칭칭 감겨서 마치 멍석말이를 해 놓은 것 같은 꼴이 되었다.

고개를 드니 주변에 해골들이 나를 둘러싸서 번쩍 들어올린다.


“얼씨구? 야, 이거 안 놔?”


그리고는 콘서트장에서 관중 사이로 뛰어든 가수를 무대로 돌려보내듯이 나를 공중에서 패스해서 언데드킹의 발 앞에 던져 놓는다.


“놓으란다고 진짜 놓냐?! 여긴 좀 아니잖아!”


멀리서 볼 때는 그렇게 무서워 보이지 않았는데, 눈 앞에서 3미터짜리 해골을 보니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영혼이 불타오르는 듯한 시퍼런 불꽃이 타고 있는 눈.

인간이 입을 수 있는 두께가 아닌 풀-플레이트 아머.

그리고 한 손에는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쥐고 있었다.

10할, 칼은 언제 들었어?


“릴리스!”


우왓! 이러다 진짜로 뒈지겠다.

제길, 소드마스터가 되었어야 하는 건데.

마법은 제약이 너무 많잖아!


“부웅~”


내 키보다도 더 킨 육중한 클레이모어가 허공을 가르며 나의 몸을 향해 돌진한다.


“반으로 잘라 드릴까요?”


불현듯 이세계로 진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햄버거집 알바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런게 주마등이란 것인가?

주마등 한 번 최저시급마냥 저렴하구나.


“아다스님!”


리리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나를 구하기 위해서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릴리스, 짧은 기간이지만 고마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 날렵하게 쭉 뻗은 다리나 한 번 만져보고 죽을 걸.

어렴풋이 나의 묘비명이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3류 작가 용사가 되었다가 변태로 죽다.


“파앙!”

“으아아악!”


몽둥이로 이불을 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엉덩이가 엄청나게 아파왔다.

평소에 무기 관리를 안 했는지 언데드킹의 클레이모어는 날이 무뎠다.

덕분에 내 몸에 칭칭 감긴 카펫을 뚫지 못하고 내 엉덩이를 강타한 것이었다.


“파앙! 파앙!”

“꺄아아울! 아오오오옭! 콜록 콜록!”


언데드킹이 클레이모어로 나를 멍석말이 하듯이 흠씬 두둘겨 팼다.

어이 없게도 칼에 맞아 죽게 생겼다.

아니 맞아 죽기 전에 반쯤 썩어가는 카펫에서 나오는 엄청난 먼지 때문에 질식사 하는 게 먼저일 것 같았다.

‘차라리 한 방에 죽여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릴리스가 나를 가로채 걸레가 된 카펫에서 끄집어 내었다.


“게놈쉐이크 방심한 틈을 노려? 너 죽었어!”


릴리스의 부축을 받고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망토 안에서 파워스태프를 꺼냈다.

납골도 못하게 뼛가루 하나도 남김 없이 소멸시켜주마.

추제할 수 없는 분노를 담아 모든 마나를 파워스태프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야아아압!”


내가 가진 모든 마나를 파워스태프에 주입하자 파워스태프가 형광등처럼 빛을 발했다.

계속 마나를 주입하자, 더욱더 밝은 빛이 지진이라도 일어날 듯 파워스태프에 번개 모양으로 새겨졌다.


“콰아아앙!!”

"우아아앗!"


그리고 용량을 초과하는 마나가 주입된 파워스태프가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뭐야 이거! 배터리가 중국산인가? 왜 터져? 10할!”


폭발 때문에 파워스태프를 쥐고 있던 내 팔도 너덜너덜 해져 버렸다.

우선 치료부터 해야겠다.

제일 앞 줄에 엘프의 3서클 힐 마법이 눈에 띈다.

파워링크냐?

이게 왜 맨 앞줄에 있어?

그런거 따질 때가 아니지.

온몸이 망신창이인데 3서클로 충분할까?

일단 눈에 띄었으니 써보자.


“···”


헤헤, 마나를 다 써버렸네?

마나가 많기는 했지만 무한은 아니었구나.

체력도 마나도 동나버린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릴리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의 상처를 바라본다.


“릴리스 조금 더 가까이······”


움직일 수도 없어진 나는 릴리스를 부르고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릴리스의 허벅지로 왼팔을 뻗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다스님을 지키겠습니다.”


릴리스가 눈시울을 붉히며 언데드킹과의 목숨을 건 결전을 선언했다.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던 왼팔을 조용히 접었다.

릴리스가 비장한 각오로 손톱을 늘려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리고는 발을 크게 내딛으며 뛰어올라 언데드킹의 머리를 노린다.


육중한 갑옷을 둘렀음에도 언데드킹의 몸짓은 민첩했다.

언데드킹이 팔을 들어 릴리스의 공격을 막아낸다.

해골 따위는 무 썰듯 잘라버리던 릴리스의 손톱도 강철로 된 두터운 팔목보호대를 잘라내지 못했다.

그대신 릴리스의 손톱이 팔목보호대를 긁자,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끼기기기기~”


“아오! 간지러!”


견딜 수 없는 소리였다.

온 몸에 닭살이 돋고 저절로 온몸이 뒤틀렸다.

멍석말이 당한 몸을 뒤틀었더니 통증이 심해져서 눈물이 핑 돌았다.


“부우웅~”


언데드킹의 클레이모어가 허공을 가르며 언데드킹 주변을 뛰어 다니는 릴리스를 추격해 보지만 릴리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긴 다리를 쭉쭉 뻗어 언데드킹 주위를 어지럽게 뛰어다니는 릴리스는 한 마리의 임팔러 양을 보는 듯 했다.

릴리스는 기회가 올 때마다 언데드킹에게 달려들어 무차별적으로 손톱공격을 가했다.


“끼끼끼기~ 기기기~ 끼이이기~”


“아오 시앙!”


릴리스의 본의 아닌 음파 공격에 간질이라도 걸린 듯 발작이 오려고 했다.

나의 비명에 순간 집중력을 잃은 릴리스가 언데드킹의 클레이모어에 직격당했다.


“꺄아악!”


다행히 양팔로 클레이모어를 막아내기는 했지만 신문지 뭉치에 맞은 똥파리처럼 불쌍할 정도로 세게 바닥에 처박혀 버렸다.


"너랑 만난 뒤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3학년 4판 유채린.

나의 마지막 여자 짝궁이 자리를 옮기며 남겼던 한마디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의 선견지명에 감탄이 나온다.

괜히 나랑 만나서 인생을 허무하게 조지게 된 릴리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용사 체면이 말이 아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꿈틀은 하고 죽어야겠다.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내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마나 없는 팔병신이라는 사실만을 확인해줄 뿐이었다.

땅에 처박혀 있던 릴리스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릴리스, 도망쳐. 살수 있는 사람은 살아야지.”


"약속 드렸잖아요.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다스님을 지키겠다고.”


“고맙긴 한데, 내가 너한테 뭘 해줬다고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거야?”


릴리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검은색 피가 이마에서 눈을 통해 볼로 흘러내려 마치 검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릴리스는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수십 년간 저를 가두어왔던 콤플렉스를 치유해 주셨으니까요. 마족이라고 보라색 괴물이라고 놀림을 받던 저를 진심으로 예쁘다고 말해주신 건 용사님뿐이었어요.”


내 기억엔 성폭력이라고 해도 딱히 반박하지 못할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그것에 감동하다니.

역시 사람은 잘생기고 봐야 된다.

성폭력은 남자의 얼굴이 기준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

뭐, 말 한마디에 콤플렉스가 치유됐다니 그걸로 됐나?

경사로세~ 경사로세~


“어쩔 수 없이 용사님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될 것 같네요.”


릴리스가 나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 무언가를 외치기 시작한다.


“마족과 드래곤의 힘을 개방한다!”


릴리스가 온 몸을 쭉 핀채로 공중으로 30센티 정도 떠올랐다.

앙증맞은 작은 날개가 릴리스의 키만큼 커지고, 이마에서 붉은색 뿔이 돋아났다.

손 주변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검은색 비늘이 돋아 눈과 입가를 제외한 전신을 감쌌다.

손톱과 발톱이 길게 뻗어 10개의 붉은 칼날이 만들어졌다.


“우와~”


거대한 날개와 윤기 나는 검은 비늘로 덮인 몸이 릴리스의 갑옷과 어우러져 마신과도 같은 형상이 되었다.

그것은 릴리스의 말과는 정반대로 내가 태어나서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생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언데드킹은 릴리스가 변신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보고만 있는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캬아오옹!”


릴리스가 재규어같이 앙칼진 소리를 내며 언데드킹에게 달려들었다.

릴리스는 달려드는 릴리스를 향해 언데드킹이 휘두른 클레이모어를 양손으로 막아내었다.

괴력의 언데드킹이었지만 변신한 릴리스도 만만치 않은 괴력이었다.

두 괴수가 막상막하로 치고 박으며 싸움이 길어질 조짐이 보여 나는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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