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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하루에 헛소리 하나씩

양판작가 이계 난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6.10.18 21:21
최근연재일 :
2017.01.25 16:31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7,327
추천수 :
253
글자수 :
221,610

작성
16.10.18 21:44
조회
2,255
추천
20
글자
9쪽

1편 – 이고깽?! 이작깽!!

연재 시간은 월, 수, 금, 토 오후 7시 입니다.




DUMMY

나는 글 쓰는 기계다.

하루에 1만 자 그것이 마지노선.

엔터가 나를 구원하리라.


"탁, 탁, 탁, 탁······”


[제목 - 문서 1]


하염없이 엔터를 눌러보지만, 워드프로세서의 하얀 바탕에 검은 색이라고는 깜빡이는 커서뿐.

안되겠다.

작가는 커피를 넣으면 글씨가 나온다 카더라.


“보글보글······ 보글보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나온 프레시한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마신다면 엑설런트한 뽠타지 노블을 롸이팅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전기 주전자에 믹스 커피뿐이라니.

아~ 10할. 10할.

커피 준비 완료.

입구에 투입.

음······ 기계가 고장 났나 보다.

글씨는 안 나오고 오줌만 마렵네.


한때 정통 판타지 소설작가를 꿈꾸며 여러 공모전에 응모하기도 했지만, 조회 수와 선호작품 등록에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어느 날 보니 양을 판 소가 되어있었다.

양산형 판타지 소설 작가.

어그로 끄는 기술이 괜찮은 덕분에 팬 반 안티팬 반으로 겨우 잎에 풀칠은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저번 주까지의 이야기.

번 아웃이라고 하던가?

매일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써댔더니 단 한 글자도 머리에서 떠오르지 않는다.


아 10할. 집세 내야 되는데.

그래! 머리에 자극을 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를지도 몰라.

키보드 위로 머리를 몇 차례 내리 찍어본다.


“티딕, 탁, 타닥.”


작가에겐 키보드가 칼이랍시고 수십만 원 들여 사들인 기계식 키보드가 간만에 경쾌한 소리를 내며 글자를 만든다.


[제목 - 문서 1]

ㄹㅅㅌㅣㅇㅏ 쇼ㅕㄹ휴초ㅓㅜㅍㄺ ㄴㅇㄷㅊㅌㅍㅋㅈ


한 줄 썼다.


“미친~ 크크크.”


이렇게 대가리로 키보드 몇 번 더 내리찍고 사이트에 업로드 한 다음에 ‘독자님 이 글은 제 고양이가 쓴 글입니다.’ 이 X랄하면 바로 잘리겠지?

에휴. 10할. 10할.

자극이 부족한가 보다.

이번엔 키보드에 머리를 좀 세게 찍어보자.


“쾅!”


음, 생각보다 별로 안 아프네.

이 정도로는 안 되겠다.

이번엔 제대로 각 잡고 한 번!


“콰콰콰콰아아아!!! 퍼어어어어어엉!!!!!!”

“우아아악! 시입~~~~ 하~~~~~알~~~”


조올라 아프다!!!

대가리를 키보드에 찍는 소리가 이리 스펙타클할 수가 있나?

아, 그리고 왜 이리 어두워?

키보드에 머리를 너무 세게 찍어서 장님이 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는데.


“저 사람 죽었나 봐.”


응? 죽어? 누가? 내가?


“죽긴 누가 죽어!!!”


죽었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일어났다.

주위에 바닥에 대가리를 처박고 대자로 뻗어 있던 나를 구경하는 구경꾼들이 보인다.

무슨 중세시대 코스튬을 입은 것 같은 복장의 사람들과 돌로 만든 보도블록.

분명히 처음 와보는 곳인데 이상하게 낯이 익은 골목이다.


“뭐야? 여기 어디야?”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한 노인이 앞에 나와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이런 소년이 머리를 다쳤나 보구먼. 여긴 라세티아 왕국이라네.”


응? 라세티아 왕국? 소년?

구름 하나 없이 청명한 파란 하늘에 폐가 뻥 뚫리는 듯한 맑은 공기.

확실히 서울은 아니다.

바닥을 돌아보니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이 거울처럼 비치는 물웅덩이가 보인다.

뭐야? 맑은 날에 웬 물웅덩이?

아니, 넉 줄 전에는 구름 한 점 없다며?


마치 누가 내 얼굴을 확인하라고 가져다 놓은 것 같은 편리한 설정의 웅덩이라니.

잠깐! 어디서 본 듯한 골목!!

개연성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편리한 설정!!!

이것은 설마, 내가 내 소설 속으로 들어온 것인가?


허겁지겁 물웅덩이에 비친 내 얼굴을 확인해본다.

또렷한 이목구비!

미백이라도 한 것처럼 눈부시게 희고 덧니 하나 없이 가지런한 치열의 이빨들!!

남자치고는 기다란 속 눈썹과 곱상한 외모가 기생오라비처럼 보이는 것을 방지해주는 뻗친 머리!!!

결정적으로 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검은 머리카락!!!!

양판소를 미친 듯이 썼더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나를 양판소의 세계로 보내줬구나.


“누군진 몰라도 땡~큐~!!!!!”


하늘을 향해 크게 포효하니 주위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이 ‘제대로 미친놈일세.’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슬금슬금 사라진다.


소설을 손으로만 쓰라는 법 있냐?

난 소설을 몸으로 쓴다!

이계에서 난입한 고등학생이 깽판을 친다고?

고등학생이 깽판 쳐봤자 애들 장난이지.

이계에서 난입한 작가가 깽판 치는 거 한번 보여주지.


이고깽? 이작깽이다!! 이 새퀴들아~~~~!!!

다 죽었어!!!


어디 보자.

이게 내가 쓰려던 양판소라면 도착하자마자 나를 광렙 시켜줄 드래곤 같은 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설마 제목도 못 쓰고 들어와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요즘은 주인공이 나오자 마자 먼치킨인게 대세야.

어째 몸에 힘도 넘치는 것 같고.

이미 이계의 힘이 발휘돼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먼치킨이 된 거 같은데?


“따시야!!”


골목의 벽에 있는 힘껏 펀치를 날려본다.


“뚜깍!”

“우아아아아악!!! 시~~입~~하아아앍!!!”


눈물이 핑 돈다.

이건 분명히 부러졌다.

손목과 팔꿈치 사이에 제3의 관절이 생겨서 손이 추욱 쳐져 버렸다.

그나마 왼손이라 다행이다.

오른손이었으면 젓가락질도 못 할 뻔했네.


“이계의 용사님?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누가 봐도 마법사처럼 생긴 캐릭터가 회색 로브를 두르고 나타나서 나에게 말을 건다.


“아오 새퀴 10초만 빨리 오지.”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아니, 우선 이것 좀.”


덜렁거리는 팔을 흔들어 보여주니,

그에 맞춰 마법사가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아 좀! 그게 아니라, 이 팔을 고쳐달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셔야죠. 성질 하고는.”


마법사가 회복마법을 쓰니까 부러진 팔이 감쪽같이 나았다.

소설 쓸 때마다 생각한 거지만 이세계에서 의사는 굶어 죽기 딱 좋은 직업이야.

어머니가 이걸 봤어야 그놈의 ‘의대를 갔었으면’ 타령을 안 하실 텐데.

그리고 성적이 안 되는데 의대를 어떻게 가냐고요?


“나는 대현자 메피스토라고 합니다. 전설의 예언대로군요.”


예언이면 예언이고 전설이면 전설이지 전설의 예언은 뭐야?

비밀의 암호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내 이름은 김······”


이런 본명이 튀어나올 뻔 했다.

10할.

생각해보니 주인공 이름도 안정하고 여기로 들어왔네.


“용사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대현자인 저를 우습게 너무 보시는 거 아닌가요? 용사님의 이름은 아스..드..프?”


이미 알긴 뭘 알아? 더듬거리는 게 뭐 보고 읽은 것 같구먼.

아스드프?

작가 작명 센스가 왜 저 모양이야?

물론 작가는 나겠지만.


“아스드프? 잠깐······”


물웅덩이에 다시 얼굴을 비추고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이마를 드러낸다.


“ASDF”


이런 미네랄! 마빡으로 키보드 찍을 때 글자가 대가리에 각인돼 버렸잖아!!!


“길에서 너무 오래 말하는 것도 그러니 일단 우리 집으로 가시지요. 아스드프님”


계속 내버려 두면 진짜 아스드프 되겠네.

이름······ 이름!

아 이세계로 왔는데도 여전히 글은 더럽게 안 써지네!!!


ASDF니까 아스드프보다는 아스드F?

이건 아니지.

무슨 피로회복제도 아니고.

필살기를 또 쓰는 수밖에. 필필(必筆)! 전두엽 자극!


“쿵!”


골목의 벽에 대가리를 냅다 들이받았다.

몇 번 해봐서 그런지 이번엔 적당한 세기로 박았다.

뭐든지 경험이 중요하다니까.

그래! 생각났다!


“내 이름은 아스드프가 아니라 에이스다. 에이스다? 아니 '아스다'다.”


“'아스다'라고요? F는요?”


“F는 묵음이야.”


로브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눈빛에 의심이 가득하다.


“엘프어라면 E가 묵음인 경우는 있지만 F가 묵음이라니요?”


엘프는 불어 쓰냐?

내 머리에서 나올만한 적당한 설정이군.

내가 내 이름을 아스다라고 하겠다는데, 쓸데 없는 거 의심하지 말고 스토리나 진행하자. 응?


“나도 그냥 넘어가 줬는데, 그만 따지고 집으로 가줄래? 니 이름은 흑막냄새가 풀풀 풍기는 데다가 왠지 저작권에도 걸릴 거 같은 그런 이름이거든?”


“이세계에서 온 용사님이라서 그런지 생각이 좀 특이하시네요. 앞으로 차차 맞춰가기로 하고, 일단 움직이시지요.”


“텔레포트!”


메피스토가 마법을 쓰자 눈 깜짝할 사이에 메피스토의 집으로 순간이동이 되었다.

그리고 멀미 작살이다.


“우웨엨.”


작가의말

최대한 문장을 짧게하고, 가독성을 위해서 문장 끝마다 엔터를 넣었습니다.

’소설은 이렇게 써야돼‘라는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비문, 통신체, 개그를 위한 오타까지 그냥 다 넣었습니다.

혹시 거슬리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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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편 – 굿 바이 +2 16.12.27 30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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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편 – 완드 오브 저스티스 16.11.30 326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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