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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하루에 헛소리 하나씩

양판작가 이계 난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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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6.10.18 21:21
최근연재일 :
2017.01.25 16:31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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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37
추천수 :
253
글자수 :
221,610

작성
17.01.16 18:00
조회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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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60편 – 하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

연재 시간은 월, 수, 금, 토 오후 7시 입니다.




DUMMY

용사라는 자의 정신상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용사는 사력을 다해서 불의에 맞선다.

용사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가치는 바로 정의.

정의라고 말하면 공명정대한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뜻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이상론이다.

정의는 도덕적인 우의를 바탕으로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상대적인 가치일 뿐이다.

용사에게는 용사의 행동 자체가 정의이고 용사에게 반하는 것은 전부 불의이다.

용사에게 법질서는 참고사항 일뿐 용사는 사실상 잠재적 또는 실질적 범죄자이다.

한마디로 용사는 자신의 신념을 절대신봉 하는 확신범이다.


용사의 논리에 의존해서 상대를 설득하지 않는다.

용사는 상대를 감정적으로 동요시키고 감화시킨다.

그리고 설득이 되지 않는 상대에게는 정의의 응징을 가할 뿐이다.

용사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용사는 파쇼이며 독재자이고 심지어는 판타지 세계의 유일신이기까지 하다.

다른 종족들을 설득해서 규합한다고?

그건 용사의 일이 아니라고!


“그런 기약 없는 귀찮은 짓을 할 수는 없지.”


“아다스님, 릴리스의 말이 옳습니다. 드래곤들은 그 개체수가 많지는 않지만 혼자서 하나의 종족 전체를 상대할 만큼 엄청난 힘을 지녔습니다. 모든 종족이 힘을 합쳐 함께 싸우지 않으면 승산이 없습니다.”


메피스토가 진지하게 나를 설득하였다.

뭐, 틀린 말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 정도의 논리로는 나의 귀차니즘을 꺾을 수는 없었다.


“전쟁을 치를 때 전선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강한 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 뭔지 알아?”


메피스토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대답했다.


“음··· 드래곤이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가지.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적이라고. 어찌어찌 해서 다른 종족들을 설득해서 연합군을 만들었다고 치자. 전쟁 중에 드래곤 녀석들이 협박하거나 회유해서 배신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설득하고 이해를 같이해서······”


“그런 게 되겠냐? 지금 나도 설득 못 하면서 누굴 설득한다는 거야? 몇 십 년이 아니라 몇 천 년이 지나도 드래곤과의 전쟁을 시작도 못할걸?”


생각지 못한 나의 반대에 릴리스와 메피스토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깽판 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쯤에서 답을 줘야겠지.

헛기침을 하여 주위를 환기시키고 말을 이었다.


“그래 설득 좋지. 하지만 그 설득이 실질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


“먼저 해야 할 일이요?”


나의 대사를 적당한 길이에서 잘라주기 위한 릴리스의 문장 반복이 이어졌다.

저런 반응이 없다면 말을 할 때마다 중간중간 물을 마시던가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하는 쓰잘데기 없는 모노드라마를 찍어야 하는 것이다.

릴리스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는데 메피스토가 먼저 치고 나왔다.


“라세티아의 정세분석, 종족 별 인구 분포 및 현황파악, 드래곤과의 우호도 조사 및 지도자의 성향분석 같은 사전 작업들이지.”


“아니거든?”


대현자라 아는 게 많아서 그런지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구나.

중간 가기는 그른 녀석이었다.

메피스토가 아니라 모아니면도라고 했어도 믿길 정도였다.

내가 짜증을 내자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아카네짱은 애매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듯 수면안대를 끼고 꿈나라를 향해 현실도피에 나서고 있었다.

2초만에 잠들었다!

아카네짱 수면속도 대단해!

이런, 또 딴 길로 샜잖아?


"전선을 명확히 해서 중간지대를 없애는 게 우선이다! 애매하게 양다리 걸치고 있는 놈들을 빨갱이 아니 불온세력으로 몰아 붙여서 피아식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릴리스가 메피스토가 놀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뜨고 말을 잇지 못했다.

순진한 녀석들 원래 정치는 대화와 설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야 분열과 선동이 승리의 열쇠라고.


“그 다음은 우리가 드래곤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거야. 어느 편을 선택해야만 한다면 이기는 편에 서고 싶은 것이 인지 상정이지. 밴드웨건 효과를 극대화 해서 대세를 타고 한방에 승부를 결정 짓는다.”


메피스토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태클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기는 편이라면 누가 보아도 드래곤 쪽입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오히려 궁지에 몰릴 것 같은데요?”


역시 단순한 캐릭터구만.

먼치킨들이 설치는 솔플 위주의 세계관이라 그런지 정치력이 완전 제로다.

지혜가 없을 뿐 지식은 넘쳐 흐르니 적절한 질문을 해주면 스스로 깨닫게 되겠지.


“메피스토,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적이 뭐라고 했어?”


“드래곤이요?”


“금붕어냐? 어떻게 방금 했던 말도 기억을 못해? 내부의 적이라고 했잖아! 어우 열불 나네.”


릴리스가 생수가 든 500ml 페트병을 넘겨 주었다.

500ml를 원 샷으로 마시니까 답답함이 좀 가시는 것 같았다.

페트? PET? 폴리에스테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라세티아에 산업혁명이라도 일어났나 보다.


“모르겠어? 약한 고리를 끊는 거다.”


메피스토는 그야말로 순수 그 자체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연상퀴즈라면 저 표정을 보자마자 곳 바로 ‘모르겠다’가 나올 정도였다.

메피스토의 백치미라 이것도 좋구나가 아니라......

내가 메피스토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어려운 질문을 했나 보다.

차근차근 답변을 유도해보자.


“메피스토 너는 하프 드래곤인 주제에 왜 드래곤 의회를 배반할 생각을 한 거야?”


“릴리스가 이유 없이 차별 받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공부하다가 역사가 왜곡된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유가 크겠지. 하지만 자신의 종족을 배반한 이유가 오직 그거 하나는 아니었잖아?”


“마족의 억울하게 매도 당하는 현실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응. 그건 알겠는데 니가 마족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을 벌이기 시작했냐는 거지.”


“릴리스와 같이 부당하게 차별당하는 일이 더 이상은······”


“그건 알았다고!”


이건 무슨 청문회도 아니고 똑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어.

차근차근 질문해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답은 압박면접이다.


“내가 드래곤 의회를 유심히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딱 보니까 드래곤들도 모두 평등한 게 아닌 거 같던데? 맞습니까?”


메피스토가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 드래곤 일족간에도 상하관계가 있습니다. 드래곤 중에서는 레드 드래곤이 최상위 계층입니다.”


“본인은 화이트 드래곤 그 중에서도 하프 드래곤으로 드래곤 사이에서는 지위가 낮은 편이죠?”


“화이트 드래곤이 레드 드래곤보다 지위가 낮은 것은 맞지만 그 권능이 절대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예 아니오로 대답하세요! 낮아요? 안 낮아요?”


메피스토가 나의 강압적인 태도에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하였다.


“낮습니다.”


“본인은 하프 드래곤임에도 드래곤의 능력을 뛰어 넘는 재능으로 유래 없이 높은 지위인 대현자의 자리에 올랐죠?”


“네. 그렇습니다.”


야, 이런 건 좀 사양하라고.

0.1초도 주저함 없이 대답하네.


“하지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더 이상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없는 것을 알게 된 거 아닙니까? 신분의 한계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레드 드래곤이 장악한 현재 드래곤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된 거 아닙니까?”


메피스토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고개를 살짝 돌려 릴리스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맥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릴리스도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릴리스가 메피스토에게 다가가 어깨를 살짝 안아주었다.


“매번 난 불평만 했는데. 오빠에게도 힘든 일이 있다는 생각은 못 해봤네. 미안해. 나도 오빠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드러난 이유일 뿐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메피스토의 경우 벽에 부딪힌 출세에 대한 내제된 불만의 바탕에 릴리스에 대한 보호 본능이 현 체제에 대한 혁명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진실은 진실일 뿐이다.

추악한 진실이라는 것은 없다.

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다.

행위의 옳고 그름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드래곤들 사이에 균열이 있다는 것이고, 나는 그 균열을 극대화하여 역전의 발판으로 만들 것이다.


“드래곤들의 의리가 얼마나 돈독한지 한번 확인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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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편 – 오퍼레이션 블랙메일 17.01.18 281 2 8쪽
» 60편 – 하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 +4 17.01.16 254 3 9쪽
59 59편 - 더 컬렉션 +2 17.01.14 277 3 8쪽
58 58편 – 불멸의 제국 +2 17.01.13 264 1 8쪽
57 57편 – 리저렉션 +2 17.01.11 219 1 9쪽
56 56편 – 파멸의 전주곡 +2 17.01.09 206 2 8쪽
55 55편 – 굿 바이 +2 16.12.27 308 1 8쪽
54 54편 – 대격돌 +2 16.12.24 37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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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편 – 육박전, 정보전 그리고 정치시전 +2 16.12.12 429 1 7쪽
46 46편 - 3개의 공격로 +2 16.12.10 300 2 8쪽
45 45편 – 라세티아 언더 파이어 +2 16.12.09 201 2 8쪽
44 44편 – 금단의 마법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 +2 16.12.07 439 3 8쪽
43 43편 – 세계의 질서 그리고 무질서 16.12.05 176 3 8쪽
42 42편 – 완드 오브 저스티스 16.11.30 326 3 7쪽
41 41편 – 라세티아의 진실 16.11.29 288 3 7쪽
40 40편 – 영웅 만들기 16.11.28 311 3 7쪽
39 39편 – 진격의 아카네짱 16.11.27 415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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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편 – 모모의 동굴 16.11.23 379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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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편 – 늪지대 탐험 16.11.10 40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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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편 – 고블린 신전 16.11.08 36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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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편 - 펑펑 터집니다! 16.10.29 476 7 9쪽
8 8편 - 초대받지 않은 하객 16.10.29 636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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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편 - 언어의 마술사 +8 16.10.20 1,65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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