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인드믹스, 하루에 헛소리 하나씩

그 마법사는 검으로 말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마인드믹스
작품등록일 :
2016.09.09 12:46
최근연재일 :
2016.10.07 23:02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29,819
추천수 :
191
글자수 :
181,863

작성
16.10.01 18:00
조회
348
추천
1
글자
8쪽

제 36화 - 노아와 약혼여행

DUMMY

슈나이더 선생님이 나의 어깨를 붙잡아 나를 멈춰 세운다.

뒤를 돌아 선생님을 바라보니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노아,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카를이 더 하운드의 요새를 공격한 이유가 순수하게 더 하운드를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무언가 카를이 원하는 것이 더 하운드의 요새에 있었을 거예요. 집적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정보를 모을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 카를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죠.”


“그리고,”


아버지와 같이 항상 나를 보살펴 주셨던 슈나이더 선생님에게 다시 한 번 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

혼자서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받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받고 부담을 주고 폐를 끼쳐서라도 이것만은 이루어 내야 한다.

평생을 거쳐서라도 갚아 나가야겠지.


“선생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더 하운드의 잔당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고. 제가 쾰른을 떠났다는 소식이 왕궁에 전해지면 자객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저를 진정으로 믿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에게 선생님의 목숨을 맡겨주세요.”


선생님의 자그마한 호의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몰라서 쩔쩔매던 꼬맹이가 갑자기 목숨을 맡겨달라고 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였다.

하지만 그만큼 절실한 일이었다.


마법사는 인간 위에 군림하려는 위험한 존재가 아니다.

로이스 가문의 연구가 마법사의 군림을 위한 초석이 되었다는 역사는 쓰이게 하지 않겠다.

나와 관계가 없다고 아니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고 침묵으로 방관하고 그 과실을 탐하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나는 마법사 이전에 인간으로서 세상을 혼란에 빠트릴 위험한 존재인 카를을 막을 것이다.


"어른이 되었구나."


슈나이더 선생님이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인자한 미소를 보여준다.


“어린애들은 책임을 지기 싫어서 빚을 지지 않으려고 하기도 해. 서로에게 빚을 지고 그 빚의 무게를 확실하게 느끼면서 갚아 나가는 게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란다. 제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데 돕지 않을 스승이 어디 있겠냐? 좋아! 노아 한번 해보자!”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루시와 에바가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뛰어 내게 다가온다.

나와 선생님의 대화를 들었는지 나를 바라보는 루시의 낯빛이 어둡다.

루시에게 한발 다가가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루시, 이건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 많은 사람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여태껏 해왔던 어떤 일보다도 아니 우리가 하려던 어떤 일보다도 위험한 일이야.”


루시가 낌새를 느끼고 먼저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나는......”


“그러니까 나와 함께 가줬으면 좋겠어.”


루시가 나의 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하던 말도 끝내지 못하고 눈만 껌뻑거린다.

잠시 후에야 나의 말을 이해한 듯 옅은 한숨을 내쉬고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기적인 부탁을 해서 미안해. 이런 위험한 일에 너를 끌어들이면 안 되는 건 알아. 하지만 내가 힘들 때, 쓰러지고 싶을 때 항상 나를 격려해주고 일으켜 세워주었던 루시 너의 힘이 필요해.”


루시가 코가 시큰한지 코로 숨을 한번 들이켜고는 왼손으로 코끝을 만진다.

눈가가 촉촉해져 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기 싫은지 고개를 살짝 돌린다.


“당… 당연하잖아? 내가 너를 안 도와주면 누가 너를 돕겠어?”


이번엔 에바에게 다가가 이야기한다.

에바는 머리만 풀었지 아직 예복도 갈아입지 못한 상태였다.


“이 일은 내가 독단적으로 벌이는 일이기 때문에 더 캐러밴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지도 몰라. 어쩌면 마법사의 이득과 반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어. 염치없지만 그래도 부탁할게. 에바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남편을 혼자 보내는 아내가 어디 있어? 당연히 따라야지.”


어쩌면 전혀 관계없는 에바까지 나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나를 믿어주는 고마운 동료들의 선택에 벅찬 감정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일렁이며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야, 누가 남편이야? 아직 결혼 안 했거든?”


“응, 아직.”


"아직 이래. 말이 헛나왔네. 절대 그럴 일 없을 테니까 꿈 깨셔.”


루시와 에바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니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벅찬 감정은 순식간에 증발하여 사라지고 씁쓸한 입맛만 올라온다.

아, 머리야.


슈나이더 선생님이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위로해 주시는데 하마터면 부둥켜안고 울뻔했다.


X X X


공식적으로는 약혼 여행이었으므로 화려하게 장식한 꽃마차를 준비하였다.

흰 백마 두 마리가 이끄는 하얀 마차는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 1킬로 밖에서 봐도 식별이 가능할 정도였다.

위험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러 가기에는 최악의 교통수단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와 에바는 당연히 약혼자로서 마차 안에 탔고, 슈나이더 선생님은 마부, 루시는 내 경호 역으로 마차 앞에 앉았다.

원래는 루시가 마부, 선생님이 경호 역이었는데 루시가 마차를 전복시킬 기세로 선생님을 협박해서 역할을 바꿨다.


얇게 판금 된 플레이트에 가죽을 씌워 만든 기동성 좋은 갑옷을 입은 루시의 모습은 꾀나 경호원다운 모습이었다.

마차 앞에 앉게 된 것이 불만인 듯 표정이 매우 날카로웠는데 덕분에 경호원다운 인상이 되었다.


수백 명의 쾰른 시민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으면서 마차는 더 하운드의 요새로 향했다.


쾰른 성이 안 보일 정도로 충분히 떨어져서 마차를 세운다.

약혼여행 흉내는 이제 필요 없다.

마차에서 꽃장식을 띄어내고 흙칠을 해서 마차가 조금이라도 눈에 띄지 않게 위장한다.

마차 뒤에 싣고 온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무기를 챙긴다.

무기는 제대로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건드려 보지도 못한 값비싼 무기들 이었다.


‘이거 흠이 날까 무서워서 제대로 휘두르기나 하겠나?’


마음 같아선 상점에 다 팔아버리고 마음 편히 휘두를 수 있는 평범한 칼로 바꿔오고 싶다.

이 와중에 돈은 남겨서 뭐하겠냐 만은 한번 몸에 밴 장사꾼 마인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전투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랬더니 원피스를 입으면 어떻게 해? 일부러 눈에 띄려고 그러는 거야?”


루시가 또 에바와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 같아서는 소리가 나는 반대쪽으로 전력으로 질주하고 싶었지만, 내가 가서 중재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날지 모르니 가보는 수밖에 없다.


에바는 내가 우테나에서 사준 다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뭐 활동하기 불편한 옷은 아니다.

방어적인 측면에서 아무 기능을 못 할 뿐이지.

어떻게 보면 싸움을 못 하는 에바에게 적당한 옷인지도 모른다.

색이 너무 눈에 띈다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편한데?”


“편하다고 쳐도 색은 어쩔 건데?”


에바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다른 옷을 입으려는 듯 원피스를 벗으려고 한다.

잠깐, 에바의 전투복이라 하면 떠오르는 옷이 하나 있다.

과도하게 편하고 눈에 잘 안 띄지만 한 번 눈에 띄면 눈을 돌리기가 힘든 검정색 란제리!


“잠깐, 잠깐! 루시, 에바는 어차피 망토를 두를 테니까 원피스 색은 상관 없을 꺼야.”


루시에게 양해를 구하고.


“에바, 그냥 그거 입는 게 좋겠어. 잘 어울리네!”


에바를 달랜다.


"그럼 됐고. 흥!”


제명에 죽기는 틀린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 마법사는 검으로 말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0/07일 50화로 완결 예정입니다. (연재시간 공지) +2 16.10.06 196 0 -
53 완결 후기 - 회귀는 반드시 실패한다. +3 16.10.07 541 1 11쪽
52 제 51화 - 에필로그 +2 16.10.07 494 3 2쪽
51 제 50화 - 노아와 최후의 결전(완결) 16.10.07 316 2 13쪽
50 제 49화 - 노아와 마법사 16.10.07 302 1 7쪽
49 제 48화 - 노아와 검은 골렘(2) 16.10.07 427 1 8쪽
48 제 47화 - 노아와 검은 골렘(1) 16.10.06 349 1 7쪽
47 제 46화 - 노아와 마왕의 성 16.10.06 260 1 8쪽
46 제 45화 - 노아와 우테나의 미궁(2) 16.10.06 253 2 7쪽
45 제 44화 - 노아와 우테나의 미궁(1) 16.10.05 300 1 9쪽
44 제 43화 - 노아와 로이스 16.10.05 340 1 7쪽
43 제 42화 - 카를과 왕궁의 몰락(2) 16.10.04 284 1 7쪽
42 제 41화 - 카를과 왕궁의 몰락(1) 16.10.04 319 2 8쪽
41 제 40화 - 노아와 더 핸드(4) 16.10.03 312 1 8쪽
40 제 39화 - 노아와 더 핸드(3) 16.10.03 305 1 8쪽
39 제 38화 - 노아와 더 핸드(2) 16.10.02 275 1 7쪽
38 제 37화 - 노아와 더 핸드(1) 16.10.02 365 1 8쪽
» 제 36화 - 노아와 약혼여행 16.10.01 349 1 8쪽
36 제 35화 - 노아와 더 캐러밴 16.10.01 342 1 8쪽
35 제 34화 - 노아와 약혼식 16.09.30 331 1 7쪽
34 제 33화 - 노아와 제 3왕자(2) 16.09.30 351 1 8쪽
33 제 32화 - 노아와 제 3왕자(1) 16.09.29 372 2 7쪽
32 제 31화 - 루시와 검은 마녀 16.09.29 343 1 8쪽
31 제 30화 - 노아와 루시 16.09.28 373 2 7쪽
30 제 29화 - 노아와 정략혼 16.09.28 357 2 10쪽
29 제 28화 - 카를과 침묵의 마법사들 16.09.27 326 3 7쪽
28 제 27화 - 카를과 왕궁의 균열 16.09.27 306 2 9쪽
27 제 26화 - 노아와 로이스 성 16.09.26 438 2 11쪽
26 제 25화 - 노아 로이스(2) 16.09.26 417 2 9쪽
25 제 24화 - 노아 로이스(1) 16.09.25 390 2 8쪽
24 제 23화 - 노아와 악어 사냥(4) 16.09.25 439 2 8쪽
23 제 22화 - 노아와 악어 사냥(3) 16.09.24 452 3 9쪽
22 제 21화 - 노아와 악어 사냥(2) 16.09.24 520 2 7쪽
21 제 20화 - 노아와 악어 사냥(1) 16.09.23 472 3 10쪽
20 제 19화 - 노아와 검은 마녀(4) 16.09.23 459 3 7쪽
19 제 18화 - 노아와 검은 마녀(3) 16.09.22 505 3 9쪽
18 제 17화 - 하우저와 더 핸드 16.09.22 777 3 7쪽
17 제 16화 - 하우저와 요새 방어전(2) 16.09.21 643 3 9쪽
16 제 15화 - 하우저와 요새 방어전(1) 16.09.21 606 4 9쪽
15 제 14화 - 하우저와 더 하운드 16.09.20 666 4 7쪽
14 제 13화 - 카를(2) 16.09.19 601 6 7쪽
13 제 12화 - 카를(1) 16.09.18 706 6 7쪽
12 제 11화 - 노아와 검은 마녀(2) 16.09.17 760 6 6쪽
11 제 10화 - 노아와 검은 마녀(1) 16.09.16 764 6 7쪽
10 제 9화 - 슈나이더 16.09.15 762 6 9쪽
9 제 8화 - 노아와 캐러밴(3) 16.09.14 942 6 5쪽
8 제 7화 - 노아와 캐러밴(2) 16.09.13 894 6 9쪽
7 제 6화 - 노아와 캐러밴(1) 16.09.12 1,070 8 9쪽
6 제 5화 - 하우저(2) 16.09.11 955 9 9쪽
5 제 4화 - 하우저(1) 16.09.10 1,056 9 7쪽
4 제 3화 - 루시(2) +2 16.09.09 1,182 14 7쪽
3 제 2화 - 루시(1) 16.09.09 1,244 13 8쪽
2 제 1화 - 노아 +4 16.09.09 1,503 11 5쪽
1 프롤로그 - 마법사 사냥 +4 16.09.09 1,696 1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