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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작가의 서재

가스토리 1부 - 흑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TheZXCV
작품등록일 :
2020.02.23 12:50
최근연재일 :
2021.02.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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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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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식전 (式前) (2)

DUMMY

"저렇게까지 해서라도 힘을 과시하고 싶은 건가, 재-현."


마치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거짓말인 것처럼, 밖은 화려한 축제의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나로서도 저런 험악한 분위기보다는 단순하게 이런 반응을 좋아한다.


(...내 일이 줄어드니까 말이지.)


비록 끝까지 상황이 어떻게 되나 보고 싶었지만, 아마도 우리 F반에 좋지 않을 영향이 미칠 거라는 것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재-현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도박에 응하는 타입으로 보이니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광기만큼은 최강일지도 모른다.


그는 다이아가 뭔가 <그랜드 스쿨>에 꼭 입학해야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아는 듯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서 자신에게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 그런 위험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대놓고 그녀와 같은 F반인 정안섭한테 말하는 그 태도를 보니, 재-현은 이미 직접 F반을 노리기로 한 거군? 그렇다면 뭔가 노림수가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말이야."


그냥 아무런 편견 없이 본다면 그저 그녀에게 한 방 처맞고 나니 화가 나 선전포고한 것으로도 보이겠지만, 실제로 본다면 이것은 다 그의 계획대로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일단 일부로 그녀의 분노를 유발해 자신이 생각한 행동을 유도한 후에, 곧바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이익을 끌어내기 위해 이때다 싶어 달려든 거겠지. 거기에 정안섭을 끌어들여 더욱더 그녀의 선택지를 좁히는 데에 집중했다.


"계속 살펴본 정안섭의 성격으로 보아 같은 반인 그녀를 쉽게 버릴 성격은 아니기도 하고, 아마 정안섭을 끌어들여 더욱더 그녀의 행동을 봉쇄한 것이겠지."


아마 그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정안섭은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합의를 볼 것이고, 분명히 F반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이다. 같은 반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공격하는 건가.


"여러모로 성가신 타입이지, 저런 녀석은.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자폭도 서슴지 않는 녀석이면...."


문득 자신의 기억 속의 검은 그림자가 울렁거린다.

아.... 잊자, 잊어. 저런 녀석에 관련되어 하나도 좋을 것 없다. 그저 조용히 지나가는 사고에 관련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좋아, 학교에 들어가서도 귀찮은 사건이나 그런 것에 휩쓸리는 것은 피하자. 최대한 조용히 여러 지식을 가지고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어차피 여기서는 평범한 한 사람의 인간을 연기해야 하기에 그저 조용히, 넘어가면 될 부분이다. 저 위의 녀석들이 무엇을 하든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도 한다. 모두를 이끌어가는 것을 여기에서도 할 필요는 없으니까.


저런 썩어빠진 정치계의 학생들은 보지 말고, 주변의 좋은 환경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 자, 봐라. 저기 가게에 걸려 있는 여러 물건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다. 그들이 얼마나 용사에 대해서 애정을 품고 있는지.


"용사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방패라던가, 그들이 입은 망토를 재현한 거라든가. 우와.... 심지어 그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조각도 있는 거냐. 얼마나 인기가 높은 거냐."


수호자의 보고서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그들에 대한 인류의 희망이 담겨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대체로 강한 이가 모두를 지켜준다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용사 일행'이니까.


계속 거리를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면, 저 멀리서 익숙한 냄새가 풍긴다. 아, 분명 저번에 나에게 도움을 준 상인이 하는 가게일 것이다. 저쪽에서 걸어 나오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들고 있는 음식들을 보면, 이제는 확실하다.


(그자 덕분에 나름대로 유용한 정보를 얻었으니까 한 번 더 가볼까. 혹시나 더욱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곧장 가보면 역시나 건장한 남자가 바삐 손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손님들이 많아 판매지수가 호조를 보인다. 이 정도의 줄이라면 입학식에 늦을지도 모르겠는데.


아쉽지만, 그와의 재회는 조금 더 나중의 일이 될 듯하다. 뭐, 그로서 나에게는 단순히 한 명의 꼬맹이이며, 손님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이곳으로 내려와서 먹은 최초의 음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니까.


"어이쿠, 이러다가 진짜로 늦겠군. 서둘러서 가도록 해야겠어."



★★★



"<그랜드 스쿨>, 다시 와보니까 정말로 거대하다."


다시 온 학교의 정문에는 여러 명의 학생이 서로서로 모르는 상태인지 띄엄띄엄 개인으로 떨어져 가는 모습이 인상이 깊었다. 다들 무언가 하얀색의 종이를 들고 있었는데 오직 그것만을 보고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언데드인 좀비를 방불케 했다.


분명히 교복과 함께 들어있던 상자 안에는 몇 개의 도구들이 들어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이곳 학교에 관해 설명이 적혀있는 책자였다. 아마도 이것을 들고 있는 거겠지. 그런데 다들 어째서 이 타이밍에 들고 있는 걸까?


"여기에 적혀있는 건 <그랜드 스쿨> 안에서의 여러 규칙과 이 학교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언급을 일절 금한다는 비밀 유지밖에 보이지 않는데....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나도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무언가 내가 보지 못한 특별한 것이 있는 걸까, 하고 살펴보지만, 다시 살펴봐도 그런 것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영문을 알지 못하고 멀뚱멀뚱 정문 앞으로 나아갈 무렵,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치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얼굴을 마주치면, 저번에서도 이곳에 마주친 인물과의 재회가 다시 한번 이루어졌다.


"이 안 어울리는 버킷 모자와 어울리지 않는 긴 흑발을 가진 학생이라면...."

"나야, 라이. 그건 그렇다 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 두 번 들어갔다고? 보는 사람마다 내게 이야기하는데, 정말 나랑 이 모자는 안 어울리는 건가?"


아차, 무심코 본심이 나와버렸다. 저번의 로딘과의 첫 만남 때도 그렇고, 나는 정말이지 갑작스럽게 들이대면 그냥 속에 있는 말이 나온다니까.


"아, 아니. 아냐. 이건 정말 무심코...."

"아~ 그러니까 무심코 나온 아까 전의 말이 진심이라는 말인 거지? 어머나, 그것참 놀라운데?"


급하게 해명을 하려는 것이 나의 진심이 무심코 나오게 됐다는 말로 변질되었다. 뭐, 본심이 들켰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의 이름은 브론으로, 나와 같은 시험장에서 꽤 준수한 활약을 보여 C반의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이 주변에는 없었고, <플러스토어>에서 보이지 않았는데 여기에 있었구나.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다른 학생들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없는데."

"어, 그게 저기 앞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하얀색 종이를 보고 있길래, 어째서인지 알아?"

"응? 모르는 거야? 이곳 <그랜드 스쿨>은 반의 배치부터 이상해서, 다들 자신의 반을 찾기 위해 그런 거야. 그러는 라이, 너는 벌써 반 위치를 외운 거야?"

"...아니."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주위를 종이를 펼쳐보았다. 가만 보면,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반의 배치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학생들은 약도를 외우지 않을 테니, 나 또한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그러는 너는? 외운 거야?"

"응? 후훗, 당연히 나는 다 외웠지! 라이도 알다시피 이 학교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 가능하다면 이런 것들은 미리 알아두는 편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고. 그래서 아침에 외웠어!"


헤헤거리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며 우쭐거리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활발한 분위기에 맞물려진 표정이 은근히 어울렸기에 그다지 얄밉게 보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이런 걸 외워봤자 어차피 학교 다니면서 자연스레 숙달될 것이고, 큰 이익이 생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좋은 분위기니 넘어가는 편이 좋겠지.


(그나저나 이런 반 배치를 보면, 상당히 수상하긴 하군.)


모든 반이 각각 서로 떨어진 것이, 마치 격리라도 시키는 듯이 구조가 짜여있다. 서로 간의 접근을 경계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역시 무언가를 상정하여 이런 구조를 만들어낸 것일까?


(그렇게 되면....)


휙, 종이에서 눈을 돌려 브론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녀도 내 눈빛에 깃든 경계의 색을 눈치챘는지, 바닥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어색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다.


"아하하.... 맞아. 이 학교의 시스템상 아무래도 서로 다른 반끼리 경쟁하게 된다는 것 같으니까. 그런 눈빛으로 보는 것도 이해해."

"...미안."


이런, 또다시 본심을 숨기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오랜만의 대등한 관계로서 이야기하는 만큼, 그저 담담히 명령만을 내리던 습관과 더불어 속마음이 튀어나오는 것을 아직 고치지 못한 모습이다.


계속되는 뻘쭘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브론은 서둘러 반에 가려는 듯이 나에게로 멀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손을 흔들어 어색하게 헤어진다.


"아, 아무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늦을 것 같으니까! 그,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 라이!"

"...그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멀리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나.

다른 이들과 달리 종이에 그려진 약도를 보지 않고도 잘만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그녀의 말대로 정말 다 외운 듯하다. 그것도 오늘 아침에 상자가 왔을 테니, 정말 대단하군.


"그만큼, 적이 된다면 성가신 것이 되겠지만."


...아니, 나로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나. 그런 건 정안섭과 같이 리더의 자질을 가진 애들이 알아서 할 문제니까. 나로서는 그저 그들이 하라는 것을 편하게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보자, 우선 자신의 반에서 조례를 마친 다음, 곧바로 시험장으로 가 입학식을 시작한다라.... 그 흙먼지가 자욱한 곳에서 그런 게 가능할지가 모르겠네. 분명 학교 측에서 생각이 있기에 한 조치겠지만, 잘 모르겠다.


어쨌든 입학식이 끝나면 담임의 인솔하에 용사 파티의 환영식을 보기 위해 관중들 사이 속에 섞일 예정이다. 그 후의 일정은 쓰여있지 않은 것을 보니, 괜스레 마음에 걸리는군.


"...솔직히 지금의 나로서는 매우 불안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이곳으로 내려와 처음 몇 시간 동안은 좋았지만, 범상치 않은 일들이 이 <유메니티> 안에서만 자꾸 튀어나온다. 물론 치안 부분에서는 지난이 말한 대로 믿을만했지만 다들 정신 상태가 말이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재-현.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시스템상 여기 <그랜드 스쿨>에서는 그런 예측 불가한 상황이 자주 벌어질 것이 뻔하고. <유메니티>의 다른 인물들보다도 특이한 학생들이 많이 모일 가능성이 크겠지."


아무래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군.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야.

나는 이 학교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인 마지막에 적혀져 있는 살벌한 문구를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는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았다.


......


- <그랜드 스쿨>에서 유의해야 할 점 [1학년] -


1. 이곳으로 가져온 학생들의 개인적인 소지품은 전부 학교 측에서 관리한다

2.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학교 측의 허락 없이는 교외로 나갈 수 없다

3. 1학년 A~F반은 각각 한 팀으로 여겨지며, 반끼리 서로 경쟁한다

4. 시험은 2가지로, 필기시험과 실기 시험으로 나뉜다

5. 두 시험의 점수를 합쳐 기준점에 도달하지 못할 시, 즉시 퇴학 처분된다

6. 한 학기에 2번, 총 4번의 시험의 결과에 따라 반의 등급이 상승하거나 하강한다


...


10. 한 해가 지나갔을 때, 가장 반의 성적이 좋지 않은 F반의 학생들은 자격 미달로 판단되어 무조건 퇴학 처분된다



★★★



"밖이 참으로 소란스럽네...."


온몸을 붕대에 감겨 누워 있다 보면 건물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이 말이다.


"...이거, 움직이지도 못하고. 참으로 불편해 죽겠네."


김승호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두 팔다리에 한탄하고 있으면, 병실 문이 열리더니 자신과 같이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두 모험가가 들어오는 장면을 목격한다.


한 사람은 주로 금속 무기에 의한 직접적인 찰과상을 입었기에, 붕대를 감는 것과 동시에 여러 감염을 막고자 약을 투입받았다. 그 뒤에 들어오는 거구의 남성은 반대로 심한 타박상을 입은 채이다. 공통점으로는 두 사람 모두 왼손에 붕대를 감았다는 것.


"아, 이제는 괜찮아진 건가. 프리먼, 빙혈 씨."

"예, 저는 그다지 큰 피해는 받지 않았기에 며칠 후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나 또한 아무래도- 잠깐! 왜 나는 경칭을 담아서 안 부르는데! 당신, 나랑 만난 건 이틀 전밖에 없잖아!"

"짜증 난다고 시민들의 앞에서 경비 대장을 때리는 사람에게 경칭을 다할 필요는 없으니까."


정곡을 찌른 김승호의 말에 프리먼은 더 이상의 반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분노로 인해 흥분했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앞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은 맞으니까.


"그래, 프리먼. 아무리 그래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지. 흑월 기지 내부에서 날뛰는 건 상관이 없지만, 철저한 보안으로 유명한 <유메니티>에서 날뛰다니 그건 좀 아니지. 내가 말했던 위의 상황도 어디까지나 작전의 목적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이기는 하지만."

"...끄응."


거기에 이어진 빙혈의 추가타. 프러먼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빙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를 힐끔 쳐다본다.


"저 녀석을 대표해서 제가 사과드릴게요. 경비 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는 저 녀석이 잘못한 건 맞으니까요. 저 녀석이 생긴 건 저래도, 본성은 아마도 착하니까요."

"아마도라니.... 여전히 더럽게 착한 척하는구먼."


두 사람의 관계에 김승호는 잠깐 태평하게 있을 수 있었지만, 곧 그때의 고통이 다시 한번 그의 신체를 덮쳤다.


"-윽!"

"괜찮습니까?"

"어, 어이.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우리가 나가야 하나?"

"하아, 하아.... 아니, 괘, 괜찮아.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나는 나으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니까."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든 대피한 것에 비해 김승호는 지난의 보호가 있었다고 해도 다량의 폭탄에 의해 엄청난 폭발을 직접 맞은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그로서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군.... 우리도 기절해 있어서 보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우리를 밖으로 미리 대피시켜준 군에 의하면, 엄청난 폭발이었다고 하더군. 아마도 우리가 물량으로 쳐들어가면 한꺼번에 처리할 작정이었겠지."

"겸사겸사 증거도 모두 없애버리고요. 다행히 그 모든 사태를 염려한 당신의 작전 덕분에 부상자는 많아도 사상자는 한 사람도 없지만요. 기사 단장님도 그 점을 칭찬하셨습니다."


(아, 맞다. 분명 그자에게 부탁했었지.)


건물 안쪽에 쓰러져있던 두 사람을 목격한 김승호는 기사 단장에게 <전언>을 넣어 그들의 부축을 도왔다. 역시나 이 나라의 기사 단장이다.


(나중에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지 않으면.)


"단, 자신을 희생해서 그런 위험한 작전을 펼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분도 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렇겠지."


아무런 의논도 없이 무작정 들어간 셈이다. 배신이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니까. 다행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지만.


"뭐, 이 정도로 큰 상처를 입기도 했고. 언젠가는 은퇴해야 하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올해인 것 같네. 어차피 예전과는 달리 몸을 쓰는 것도 힘들어서 일찌감치 검문 쪽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 큰 실태를 저질렀으니 이제 그만두어야겠지."

"....."


한순간에 침묵으로 바뀌는 병실 안.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김승호는 능숙하게 공간의 분위기를 바꾼다.


"하하, 그나저나 두 사람은 어떤 강대한 적들을 상대했기에 부상을 입은 거야? 설마, 우리가 상정한 범위보다도 더 강력한 적들이었던 거야?"

"그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방식이 좀 어렵더군요. 저와의 신체적 능력에 대한 차이를, 특유의 기술과 급소를 노리는 것으로 저의 행동을 크게 만들어서 체력적인 소모가 늘어나도록 교묘하게 끌어내더군요."

"빙혈의 말이 맞아, 우리보다도 특출나게 강대한 녀석들은 딱히 없었다. 실제로 나는 '옆에 있는 누구'와는 다르게 한 명을 쓰러트렸으니까."


프리먼의 말에 김승호가 그를 힐끔 쳐다봤다. 아, 저 얼굴은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고 김승호는 직감했다.


"그, 그건 마스터가 도와줘서잖아! 당연히 나도 마스터가 와주셨다면 전세를 바꾸어버렸을 거라고! 너도 그곳에서 허무하게 쓰러졌다는 건 마스터에게 들었거든!"

"시끄러워! 나는 기절하면서까지라도 쓰러트렸지, 너는 내가 전에 준 그 반지가 없었더라면 불에 탄 시체가 되었을 거라고! 빨리 나한테 감사해 하란 말이야!"

"-그건 고맙다!"


뜬금없이 그러면서 악수를 청하는 빙혈. 그러자 마지못해 프리먼도 그의 손을 잡아준다. 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김승호로서는 어리둥절할 뿐.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반지라니."

"아, 그게 말이죠. 지금은 붕대에 감겨 있어 보이지 않지만, 이걸 풀면-"


빙혈이 왼손에 감긴 붕대를 풀자 손가락에 붉은색의 보석이 박힌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프리먼 녀석에게 빌려온 화염 저항의 반지입니다. 그 대가로 저는 모든 화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지만, 어차피 저는 얼음 계통의 마법만 쓰기 때문에."

"흥! 네 마법의 특성상, 너는 차가운 것에는 익숙해져 있겠지만 뜨거운 것에는 약하니까 말이야! 진짜 이걸 빌려줄까 말까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군."

"아무래도 내가 장갑 위에 반지를 끼고 있었지만, 피와 같은 붉은 색의 반지라 [선혈의 광란]이라는 녀석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만약 알고 있었다면 횃불을 던지기 전에 내 손에 있는 반지를 제거했겠지."


말없이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상황을 분석하고 있으면, 문득 김승호는 국가에 소속된 한 명의 조직원으로서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 뭐라고 했어? 빙혈 씨."

"-예?"


놀랍도록 차가운 자신의 말투에 김승호도 놀라긴 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그에 대해서는 재빨리 알려야 될 상황이기에.


"에에.... 제가 화염 저항의 반지를-"

"아니, 그거 말고. 아까 분명 [선혈의 광란]이라는 말이 나온 것 같은데?"

"아, 네. 제가 싸운 적이 그곳의 부문장인 암살 부문장이면서, 지금은 [선혈의 광란]으로서 싸우겠다고 자기 스스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빙혈은 말했다, 분명히 그자를 만났다고.

자칭했다는 점에서는 상당 부분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모험가 중에서도 실력자인 빙혈을 기절시킬 수 있는 자는 흔치 않다. 조사해볼 만한 가치는 있을 터다.


(그렇다는 말은- 아직 살아있었던 건가.)


한때, 뒷세계를 공포로 물들였던 한 남자. 분명 수많은 인원을 동원해 처치했을 것이 분명할 터였을 텐데. 정보가 모순되어 있다.


"이거, 아무래도 은퇴는 미뤄두어야 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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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외전 3. 모든 일의 수습 21.02.21 158 1 24쪽
74 종장 (完) 21.02.18 152 1 26쪽
73 종장 (1) 21.01.23 159 0 25쪽
72 끝나지 않은 일 (完) 21.01.08 166 1 26쪽
71 끝나지 않은 일 (5) 20.12.22 159 0 22쪽
70 끝나지 않은 일 (4) 20.12.03 157 0 19쪽
69 끝나지 않은 일 (3) 20.11.30 159 0 20쪽
68 끝나지 않은 일 (2) 20.11.28 158 0 21쪽
67 끝나지 않은 일 (1) 20.11.27 142 0 26쪽
66 광장의 전투 (完) 20.11.17 139 0 25쪽
65 광장의 전투 (5) 20.11.10 144 0 20쪽
64 광장의 전투 (4) 20.11.03 143 0 21쪽
63 광장의 전투 (3) 20.11.01 135 0 18쪽
62 광장의 전투 (2) 20.10.27 150 0 24쪽
61 광장의 전투 (1) +2 20.10.18 165 0 26쪽
60 습격 (完) 20.10.12 136 1 19쪽
59 습격 (1) 20.10.03 127 0 20쪽
58 환영식 (完) 20.09.23 120 0 23쪽
57 환영식 (4) +1 20.09.15 130 1 17쪽
56 환영식 (3) 20.09.09 126 0 17쪽
55 환영식 (2) 20.09.05 138 0 17쪽
54 환영식 (1) 20.09.03 135 0 18쪽
53 새 감각 (完) 20.08.31 112 0 17쪽
52 새 감각 (2) 20.08.22 165 0 18쪽
51 새 감각 (1) 20.08.18 131 0 18쪽
50 외전 2. 그랜드 스쿨 (Grand School) 20.08.15 144 0 12쪽
49 식전 (式前) (完) 20.08.13 140 0 15쪽
48 식전 (式前) (3) 20.08.09 145 0 16쪽
» 식전 (式前) (2) 20.08.01 155 0 20쪽
46 식전 (式前) (1) 20.07.25 15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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