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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작가의 서재

가스토리 1부 - 흑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TheZXCV
작품등록일 :
2020.02.23 12:50
최근연재일 :
2021.02.21 23:55
연재수 :
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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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3
추천수 :
23
글자수 :
647,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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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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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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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식전 (式前) (1)

DUMMY

똑똑, 밖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드디어 도착한 모양이군.


"네, 갑니다."


곧장 문을 열어보면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없는 상태로 상자 하나만 덩그러니 문 앞에 놓여있었다. 나는 아침까지 깨어있던 관계로 곧바로 밖으로 나왔지만, 곧바로 없어졌다는 말은 뭔가 서두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곳에 시험자들의 비율이 높을 테니까.


내가 이름과 모습까지 알고 있는 자들만 해도 재-현, 정안섭, 다이아 이렇게 세 명이나 이곳에 있었다. 내가 모르는 자들까지 포함한다면 아마 더 많겠지.


"분명 비율로 보면 이곳 <플러스토어>와 <더 다이스>라는 여관에 배송이 많이 된다 했었나. 아마 여관으로서도 매년 해온 행사 같은 거니 이미 익숙할 테고."


상자 안을 살펴보면 그곳에는 <그랜드 스쿨> 전용의 교복이 들어있었다. 그것과 더불어 '라이'라고 적힌 명찰과도 함께 담겨있어 내가 진정으로 합격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각인시켜준다.


"비록 120위의 턱걸이, 지만 말이야...."


아니, 그래도? 내가 골렘을 쓰러트린 장본인인데.... 설마, 이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

일단 악명이 자자한 <그랜드 스쿨>에서 내가 한 자리를 차지한 것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대접은 좀 거북한데 말이야.


"눈치채지 못했다고 하면, 눈에 띄지 않았을 날 합격시켜줄 이유는 전혀 없을 테고. 그렇다고 하며.... 아니, 모르겠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나를 이렇게 합격시킨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게 낫겠네. 괜히 주목받는 것은 싫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냥 잘 됐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근데 뭐지, 이 씁쓸한 기분은.... 아, 됐어. 마음을 바꾸고 오늘은 입학식이니까 교복이나 챙겨입고 빨리 나가도록 해야겠다. 첫날부터 늦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니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교복과 명찰을 착용하면, 마치 내 사이즈를 아는 것처럼 딱 맞았다. 계속해서 이런 점을 보면 도대체 그곳이 뭐하는 학교인지 궁금해질 정도이다. 난 분명히 이 신체의 사이즈에 대해서는 여기에 와서 한 마디도 발언하지 않았는데. 정말,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여러모로 수상하군. <그랜드 스쿨>."


......


식당으로 가보면 여러 종족이 밥을 먹고 있었다. 이곳에 온 이후로부터 계속 바뀌지 않는 배경이지만 오늘은 조금 긴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틀 전의 입학시험 때의 브론과 대화했을 때 느꼈지만, 나는 모르는 타인과 만났을 때, 내가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고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사회의 축소 버전인 학교에서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인간관계가 강제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 평소의 수호자들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의 대화를 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과연 내가 저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이름을 알고 있는 네임드들을 떠올린다. 그나마 브론, 정안섭과는 어느 정도 교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녀석들이었다.

타인에게 무작정 시비를 걸고 폭력을 시도하는 재-현, 감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마찬가지로 폭력을 쓰려고 한 장건영, 집안 이야기를 꺼내면 폭력도 불사하지 않는 이주헌 등.


"...아니, 이번 합격자에는 왜 이렇게 폭력적인 애들이 많아? 전국의 문제아들이 몰려온 거냐?"


끄응, 안 그래도 자신 없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더 불을 지피게 만드는 라인업이다. 다행히도 나와 같은 반인 건 장건영뿐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위안이 되려...나? 아니,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나마 다행히도 나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용사의 환영식이라는 <유메니티>의 중대한 이벤트의 날짜가 오늘이라는 것이었다. <유먼> 곳곳이 축제의 분위기라 <그랜드 스쿨>의 합격자들을 축하해주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어제까지만 해도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슬럼가의 건물 붕괴 사건은 모두가 잊은 지 오래다. 원래 이런 큰 사건은 또 다른 이슈에 의해 쉽게 묻혀버리는 경향이 크니까 말이다. 게다가 사망자도 없다는 점이 더욱더 빨리 여론을 빨리 쉽게 식게 만드는 데에도 일조했다.


"모두가 축제 분위기인가.... 아, 저는 이걸로."

"알겠습니다."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플러스토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친다. <그랜드 스쿨>은 기숙사 형식을 띄우고 있는 형태라 퇴학 통보가 되지 않는 이상, 향후 3년간은 이곳의 식사를 맛볼 수 없다.


"뭐, 이것도 여기에 와서 얻는 또 하나의 경험인가. 만약 가능하다면 수호자들과도-"

"잠깐, 너!"


아, 진짜 이번에는 또 뭐냐. 기껏 오랜만에 좋은 분위기를 유지한다고 했었더니, 또 이번에는 무슨 일인 거야.


마치 사흘 전의 데자뷔인 듯, 전과 같은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아, 저들에겐 용사 환영식인지, 입학식인지는 상관이 없다는 건가. 어제의 흑월 건물 파괴 사태 때도 그렇고, 다들 개인적인 상황에만 집중하고 타인의 사정은 알 바가 아니라는 건가.


(...참으로 이기적인 녀석들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건가?)


"...너, 이번에는 또 어떤 빌미로 내 앞길을 막는 거야."

"내가 분명히 저번에 말했을 텐데,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말라고."


재-현은 평소의 건들거리던 미소와는 다른, 확실히 살의를 품은 눈빛을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다. 다이아로서 갑작스러운 그의 변화를 감지한 듯, 저번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그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재-현의 기습에 대한 그녀 나름의 대처일 터.


그러나 그런 의심이 무색하게도, 재-현은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고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면서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강렬하게 인상에 남을 한 마디를 아주 작은 소리로 그녀에게 뿌린다.



"역시, 너는 내 상대가 안 될 듯하군. 널 노릴 바에는 차라리 네 언니를 노리는 게 좋겠어."

"...!"



사실상,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선언.

그것도 그럴 것이. 어제의 결과만 보면 재-현은 81위로 E반의 1위, 다이아는 119위로 F반에서도 19위를 자랑하고 있으니 볼 것도 없다.


(그리고 나는 120위로 꼴찌.... 젠장....)


물론 그녀도 자신의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결과표를 봤을 터, 그다음 시나리오는 안 봐도 뻔하다. 왕족으로서 프라이드가 높은 다이아로서는 그 결과에 필히 상처를 받았겠지. <그랜드 스쿨>에서도 최하위라는 말이 되니까.


"잠깐 기다려! 언니한테 폐는 끼치지 마! 분명히 그 결과는 뭔가 잘ㅁ-"

"-아니, 기다려주지 않을 거다. 너 같은 불량품을 상대하는 것보다 학년의 1위를 부숴버리는 것이 나에게는 더 가치가 있을 테니까. 그래야 네 얼굴도 절망으로 물들지 않겠어?"


그녀를 향해 돌아보며 다시 사악하게 웃음 짓는 재-현. 다시 원래대로의 자신으로 돌아온 듯 거친 미소를 짓는다. 손가락으로 그녀를 도발하듯 가리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게다가 F반인 네 녀석에게는 이제 더는 관심조차 생기지 않아. 나는 나보다 위의 녀석을 쳐부수는 것을 좋아하지, 나보다 하수인 녀석은 관심도 없거든.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정안섭!"


뒤로 다가오던 정안섭을 기색만으로 눈치채고 주먹을 휘두르는 재-현. 하지만 정안섭은 그런 그의 기습 공격을 당황도 하지 않고 감만으로 완벽히 방어하는 데에 성공한다.


"오호? 부상을 입어서 잘 움직이기 힘든 줄 알았는데, 제법이군. 정안섭. 역시 저 119위랑은 다른 건가."

"재-현, 너라면 당연히 이곳을 목표로 주먹을 휘두를 것으로 생각했어. 이곳은 내가 현재 부상당한 위치니까."


정작 방어한 정안섭도 약간 욱신거리는지 그의 주먹을 받아들인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머리의 붕대를 풀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나.


"하지만 정안섭, 너도 마찬가지로 내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았어. 너 또한 저 녀석과 같은 쓰레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싶군, 크큭."

"-누구보고 쓰레기래!"


더는 희롱당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건지, 다이아가 오른발로 공격을 시도한다. 바로 그의 정면에서 했던 것과는 다른 그녀의 사소하지만 큰 기습이었다.


빠각,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오른발이 그의 복부를 걷어찬다. 절대 힘 조절을 하지 않은 일발의 공격. 그리고 그 고통의 소리는 주변에 있는 모든 자가 집중하고 있는데도 아주 큰 소리로 울려 퍼진다.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재-현이 약간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비록 저 <그랜드 스쿨>에서만은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는 도가 지나쳤다고, 재-현."


싸늘한 눈초리로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다이아. 그 서늘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전염이라도 된 듯 한순간에 주위가 조용히 얼어붙는다.


정안섭 또한 이번에는 아무 말도 없이 쓰러져 있는 재-현을 바라보았다. 분명 그가 품은 생각은 아무래도 복잡하겠지. 가장 폭력을 잘 쓸 것 같은 남자가 폭력으로 인해 쓰러졌으니까.


"무, 무슨 일이야? 이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저어, 와, 왕녀님! 저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런 상황이?"


뒤늦게 <플러스토어>의 경비 역할을 맡은 자들이 사건 현장으로 달려 들어왔다.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 뒤늦게나마 그들에게 알린 것일까. 사실 아까 흑발의 여학생이 어딘가로 급하게 달려가는 것을 보았는데 아마 그녀가 아닐까 한다. 착용하고 있는 교복도 마침 나와 같았고.


하지만 저번의 스톤 사태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 3가지 있다. 그리고 그 세 가지 요인들이 이번 사건의 결과를 다르게 나타내 줄 것이다.


"저어,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겁니까, 다이아 님?"


첫 번째로 지금의 경비들은 눈앞의 여학생이 이 나라의 제 2왕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말은 웬만한 대형 범죄을 발생시키지 않는 이상, 그녀가 실형을 받을 확률은 굉장히 낮다는 것. 신분에 따른 특혜나 다름없다.


"저기에 쓰러져 있는 재-현이라는 남학생이 저를 상대로 협박을 시도했어요. 부디 조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죄송합니다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다이아 님."


거절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한 건지 그자를 다시 한번 똑바로 바라보는 다이아. 그러면 그가 당황한 듯이 재빨리 다이아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아, 아! 그게 아니라, 말이죠, 다이아 님! 혹시 저 남학생이 교복 말인데, 혹시 <그랜드 스쿨> 전용 교복이 아닌가요?"

"...예, 맞는데요. 그건 어째서 물어보는 거죠?"

"그, 저.... 법률적으로 저희 <유메니티>는 <그랜드 스쿨>과 관련된 자들에게는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런 사건이라면, <그랜드 스쿨> 쪽에서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거든요."

"-!"


두 번째는 그녀의 생각보다 <그랜드 스쿨>의 영향력이 거대하다는 것.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면 그 학교에 대한 수상함이 하나둘씩 넘쳐나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험관들 마음대로 학생들을 뽑는다는 불합리한 시스템부터, 시험이 끝난 지 하루 만에 결과 공지에다가 매년 120명만 뽑는다는 이상한 입학 방식까지. 거기에다가 알지도 못하는 내 사이즈를 맞추는 것 또한 그들의 수상함을 더욱 늘려주고 있었다.


"....."

"그리고 현재 주변의 증언을 들어보면 다들 다이아 님께서 폭력을 행사하셨다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랜드 스쿨> 측에서는 저 남학생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거기에 마지막 세 번째는, 이번에는 그녀가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도 포함한다는 것. 그것이 스톤과 재-현의 가장 방대한 차이다.


"그렇지만, 조금 전 재-현도 정안섭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요!"

"...그건 맞습니다. 그 증언도 주위의 모두에게 들어볼 수가 있을 겁니다."


즉시 다이아의 말을 보조해주는 정안섭, 또 다른 피해자의 말을 듣고 경비가 목격자들의 증언을 받는다. 이것 또한 사실이므로 그들이 거짓말할 이유는 없다.


"다이아 님의 말도 사실인 것 같네요. 아! 물론 의심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문제가...."

"...문제가 뭔데요?"


이제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다이아. 그녀의 곁에 있는 정안섭도 점차 사건이 커지는 것을 느꼈는지 불길한 조짐이 일어날 것 같다는 직감을 느낀다.


"알다시피 <그랜드 스쿨>은 각종 논란에 예민합니다. 그에 따라 입학자들의 퇴학률이 다른 학교들에 비해 훨씬 높죠. 심지어 그 정도가 심할 때는 졸업생이 절반가량도 안됐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문제가.... 설마-"


다이아와 동시에 정안섭도 알아차린 듯, 경악한 표정으로 쓰러진 재-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충격을 받는다.


"예, 만약 저 소문들이 사실이라 한다면 사건을 더 키울 경우, 두 사람 모두 퇴학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폭력을 당하기만 한 남학생은 제외하고, 말이죠."


<그랜드 스쿨>은 절대적으로 실력만을 본다. 신분은 이곳에 있어서 아무런 무기가 되지 못한다. 이 나라의 왕녀라고 해도 이 점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이 퇴학당할지도 모른다는데 재-현은 오히려 그녀를 보면서 미소지으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미칠 듯한 광기를 품은 목소리가 점점 그녀의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자아, 다이아 왕녀.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냐. 퇴학이라고? 이대로 가다가는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퇴학이라고? 아무래도 넌 이 <그랜드 스쿨>에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목표를 이룰 수가 없게 되겠네? 어떻게 해야 할까?"

"저 미친 자식...."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그의 말대로 일방적으로 퇴학 통지가 올지도 모른다. 그녀로서는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퇴학당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로 한다.


"으읏, 저 녀석이 먼저 저를 협박했다고요! 분명 다른 사람들의 증언에도 그런 말이-!"

"-아뇨, 죄송하지만 다이아 님. 저들에게서 그런 증언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 말로는 저 남학생이 다이아 님께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과 주먹을 휘두른 것밖에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일부로 그녀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성량으로 말을 꺼낸 것이 틀림없다. 저 녀석, 막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 같아도 은근 이런 데에서 발목을 잡는다니까.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면 퇴학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니, 방법은 있는 건가요?"

"그야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이 사건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게 되는 거니까요. 저 남학생과 합의를 보는 방법밖에 지금으로선 없을 것 같네요."

"그 말은 즉-"


저기에 있는 재-현을 상대로 불리한 거래를 해야 한다는 뜻. 그것도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모를 그 상대로 말이다.


"다이아, 축하한다. 넌 훌륭하게 나를 상대로 어그로를 끌었어. 네 바람대로 우선 너를 먼저 쓰러트리고 그 녀석에게 도전하도록 하지. 내가 입학하자마자 할 것이 정해졌군. 바로 F반의 완전 붕괴다."

"....."

"크큭, 하지만 나 또한 거래할 생각은 있지. 내 거래 조건은 정안섭에 대한 내 폭력을 없던 일로 해주는 것과 동시에 우리 E반에 대해 너희들이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어떠냐?"

"-웃기지 마! 지금 퇴학을 당할 대상자는 나뿐만이 아니라고! 재-현, 너도 나와 같은 대상이야!"

"그렇다면 뭐, 이 거래를 취소할 거냐? 난 나름대로 상관없지만, 너 자신은 괜찮을지 모르겠네, 다이아 양."


분한 듯이 자신의 입술을 깨무는 다이아. 그런 그녀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재-현은 곁에 있던 정안섭을 쳐다본다.


"그럼 저 우유부단한 녀석보단 네가 정하는 게 맞는 것 같군, 정안섭. 좋은 기회잖냐? 네 앞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는 경쟁자가 둘이나 사라지는 거라고? 게다가 나는 너희들에게 일종의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 제안을 거절해도 좋다고."


그저 이 상황이 즐거운 듯, 모든 부담을 그 쪽에게 던져놓는 재-현은 곧바로 의자에 걸쳐 앉는다. 이제 지금쯤은 일어나야 여유롭게 <그랜드 스쿨>의 입학식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기는 힘들겠지.


"나도 이제 슬슬 일어나봐야 하나."


짐을 챙겨, <플러스토어>의 식당을 나간다. 뒤에서는 모두에게 과시하려는 듯 큰 소리로 재-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제 2왕녀! 어떻게 할 거야! 내 제안을 받아들일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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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외전 3. 모든 일의 수습 21.02.21 158 1 24쪽
74 종장 (完) 21.02.18 151 1 26쪽
73 종장 (1) 21.01.23 159 0 25쪽
72 끝나지 않은 일 (完) 21.01.08 166 1 26쪽
71 끝나지 않은 일 (5) 20.12.22 159 0 22쪽
70 끝나지 않은 일 (4) 20.12.03 157 0 19쪽
69 끝나지 않은 일 (3) 20.11.30 159 0 20쪽
68 끝나지 않은 일 (2) 20.11.28 158 0 21쪽
67 끝나지 않은 일 (1) 20.11.27 141 0 26쪽
66 광장의 전투 (完) 20.11.17 139 0 25쪽
65 광장의 전투 (5) 20.11.10 143 0 20쪽
64 광장의 전투 (4) 20.11.03 143 0 21쪽
63 광장의 전투 (3) 20.11.01 135 0 18쪽
62 광장의 전투 (2) 20.10.27 150 0 24쪽
61 광장의 전투 (1) +2 20.10.18 165 0 26쪽
60 습격 (完) 20.10.12 135 1 19쪽
59 습격 (1) 20.10.03 127 0 20쪽
58 환영식 (完) 20.09.23 120 0 23쪽
57 환영식 (4) +1 20.09.15 130 1 17쪽
56 환영식 (3) 20.09.09 126 0 17쪽
55 환영식 (2) 20.09.05 137 0 17쪽
54 환영식 (1) 20.09.03 134 0 18쪽
53 새 감각 (完) 20.08.31 112 0 17쪽
52 새 감각 (2) 20.08.22 165 0 18쪽
51 새 감각 (1) 20.08.18 131 0 18쪽
50 외전 2. 그랜드 스쿨 (Grand School) 20.08.15 144 0 12쪽
49 식전 (式前) (完) 20.08.13 140 0 15쪽
48 식전 (式前) (3) 20.08.09 145 0 16쪽
47 식전 (式前) (2) 20.08.01 154 0 20쪽
» 식전 (式前) (1) 20.07.25 15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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