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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나만 편애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야찬
작품등록일 :
2019.12.29 01:32
최근연재일 :
2020.02.16 19:0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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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20
추천수 :
674
글자수 :
17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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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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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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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9쪽

거신 키클롭스(5)

DUMMY

“허억! 헉... 헉...”


아준은 키클롭스의 분신들을 피해 섬을 삥 둘러 수풀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러나 보통의 아준이었다면 생각지도 못할 저질 체력 덕분에 날이 저물도록 키클롭스의 분신들을 따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더는 못 걷겠어요. 탈출할 방법은 있는 거예요?”


결국 아준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참지 못하고 쓰러지듯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가졌다.


[키클롭스의 분신들을 따돌려야 합니다.]


“권능은커녕 능력치도 적용이 안 된 상태에요. 체력 저질인거 봐요...”


[여기는 이아준님의 무의식 공간입니다. 다시 말해 이아준님이 원하는 데로 조종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죠.]


“그게 안 되니까 이러고 있잖아요. 키클롭스의 정신지배가 너무 강해요.”


[정신을 집중하고 의식의 흐름을 되찾으세요. 빨리요! 분신들이 오기 전에 해내야 합니다.]


아준은 시스템의 말대로 정신을 집중했다.

나무에 기대어 있던 자세에서 벗어나 허리를 곧게 세우고 눈을 살짝 감은 채 두 손은 아랫배를 감싸듯이 양반다리 위에 올려두었다.


“으... 집중이 안 돼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요.”


[억지로 키클롭스의 정신지배를 벗어나려고 하지 마세요. 예전처럼 이아준님의 신체를 관조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집중해보세요.]


아준은 더욱 편한 자세를 위해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리곤 항상 해왔듯 자신의 몸을 관조하기 위해 손을 가지런히 모아둔 명치 부근에 정신을 집중했다.

온갖 신경과 잡생각을 버리고 감각을 집중하자 비어있던 공간에 마력이 싹트기 시작했다. 소량의 마력이 점차 덩치를 불려가더니 신체 구석구석에 퍼지면서 잠들어있던 마력들을 두들겼다.

계속된 두들김에 드디어 모든 마력이 잠에서 깨자 미간에서 아준을 제약하고 있던 키클롭스의 마력이 정체가 들통 난 범인처럼 이리저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음...”


전신의 마력이 총동원되어 키클롭스의 마력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키클롭스의 마력은 아준을 비웃듯이 전신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아준의 마력을 이리저리 잘만 회피했다.


-여기 있었네?


결국 키클롭스의 분신들이 누워있는 아준을 찾고야 말았다. 그들은 먹잇감을 찾은 맹수처럼 침을 질질 흘린 상태였다.

그때였다. 그들 중 맨 앞에 서 있던 분신이 아준의 다리 하나를 붙잡고 높이 들었다.


쩌억.


아준을 맛깔스럽게 지켜보던 분신이 아준을 그대로 집어삼키기 위해 커다란 입을 벌렸다.


스윽.


분신의 입안으로 아준의 머리부터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준의 전신이 분신의 입안에 들어갔고 분신은 만족스러움에 입을 다물며 활짝 웃었다.

이 얼마나 마지않던 순간인가!

그러나 키클롭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악! 서걱!


“끄아아아악!!”


키클롭스가 온통 난자된 입을 어쩔 줄 몰라 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웬만한 무기로는 상처 입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공격에도 순식간에 치유되는 회복력을 가진 키클롭스지만 이상하게도 난자된 입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휴~ 하마터면 먹힐 뻔했네. 어쨌든 돌아온 건가?”


아준이 분신의 입안에서 날카로운 이빨에 먹히기 직전, 미꾸라지처럼 도망치던 키클롭스의 마력을 잡아내고 전신의 주도권을 되찾으면서 「필멸자의 절규」를 재빨리 소환하여 입안을 갈라버릴 수 있었다.

아준의 몸속에서 아준을 제어하던 키클롭스의 마력이 사라지고 분신마저 치명상을 입은 까닭에 정신지배가 자연스레 해제되었고 아준은 현실의 키클롭스에게 먹히기 전에 돌아올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분신의 상처와 고통이 현실의 본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정신지배는 양면의 날입니다. 적을 베려면 자신도 베일 각오를 해야 합니다.]


키클롭스는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주도권을 억지로 넘기려고 했지만 브론테스와 아르게스 모두 거부했다.


“크윽, 제기랄! 무구라도 사용할 수 있게만 해다오! 이렇게 죽을 수 없지 않느냐!”


스테로페스는 아르게스와 앙숙 관계.

아르게스의 뜻에 따라 신의 무구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어찌 됐든 공동체 관계고 한 몸을 공유하는 존재들이다.


“퀴네에! 클라뮈스!”


무구에 대한 사용권을 획득한 스테로페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투명 투구와 보호 망토를 소환했다.

잔뜩 멋을 내며 착용하던 이전과 달리 스테로페스의 자아가 주도하는 키클롭스는 무구를 허겁지겁 착용했다.


“최후의 발악답다.”


퀴네에 덕분에 모습을 감춘 키클롭스는 서둘러 대균열을 떠나려고 했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입의 상처를 한시바삐 치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츄왁- 츄왁- 서거걱!


“끄르르...”


쿵! 스으으-


아준은 키클롭스의 입안에서 탈출하기에 앞서 피를 잔뜩 발라놓았다. 빛의 여왕 레나엘과의 일전에서 유용하게 써먹었기 때문에 잊지 않았었는데 이게 웬걸? 알아서 입을 벌려주니 아준으로서는 써먹지 않을 수 없었다.


거신 키클롭스의 거대한 몸체가 쓰러지고 「필멸자의 절규」에 의해 손상된 퀴네에가 키클롭스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모습이 드러난 키클롭스의 얼굴은 굉장히 처참한 상황.


꿈틀. 꿈틀.


키클롭스는 의식을 잃었음에도 얼굴을 헤집어놓은 상처가 고통스러운지 몸을 들썩거렸다. 지독히도 긴 생명력이다.


키클롭스의 불멸과도 같은 생명을 끊기 위해 아준이 그의 목 언저리까지 다가갔다.


“어려운 상대였음은 인정하마.”


샤-악.

서걱!


거신을 죽였다.

불멸의 존재에게 필멸의 징벌을 내린 것이다.

굉장한 희열을 느끼리라고 여겼던 것과는 달리 아준의 기분은 무덤덤했다.

연이은 「꺼지지 않는 염화」에 의해 타들어 가는 키클롭스를 말없이 바라보는 아준과 그런 아준에게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 시스템은 키클롭스가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침묵을 유지했다.


“자, 잠깐만! 절 보내준다고 약속하신다면 이 모든 걸 계획한 반신들의 거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뒷걸음치다 돌부리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은 트릭스터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피에 얼룩진 머리와 여기저기 찢어진 정장만이 트릭스터의 다급한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젠장! 대체 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무언가 막고 있는 기분이야.’


트릭스터는 거신 키클롭스의 죽음에 놀랄 겨를도 없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근거지로 내빼려고 했다. 그는 해킹한 시스템을 활용, 어느 공간이든 이동할 수 있었지만 알 수 없는 힘으로 막혀버린 적은 처음이다.


‘시스템을 막을 존재는 없는 만큼 해킹한 시스템을 활용한 나의 이동을 막을 존재는 없...’


“서, 설마!”

“설마 뭐! 네 이동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시스템뿐이라고?”

“헉! 어, 어떻게...?”


퍽.


넘어져 있는 트릭스터의 얼굴에 아준의 주먹이 꽂혔다.


“아악!”

“액면가는 어르신이라 공경의 마음을 담아서 맨주먹으로 때렸어. 어디서 엄살이야?”


트릭스터는 얼얼한 입 주변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얼른 자세를 고쳐 잡았다.

두 무릎을 꿇어 땅에 댄 다음 머리마저 땅에 대어 두 팔로 간절히 비는 트릭스터의 모습에 아준은 코웃음 나왔다.


“이거 왜 이래? 그냥 얌전하게 죽자?”

“제발! 살려주십쇼! 반신들의 거처를 알려드린다니까요!”

“응. 시스템이 알려 줄 거야.”

“시, 시스템! 역시...!”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예상을 했다는 반응을 보인 트릭스터는 실낱같은 정보를 기회 삼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시스템의 사자셨군요! 그렇다면 제가 큰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머리 굴리는 거 봐. 너는 진짜 안 되겠다. 시스템!”


온갖 감언이설과 달변으로 사기를 쳐왔던 트릭스터지만 아준에게만큼은 어떠한 잔꾀도 통하지 않는 법.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을 내리고 싶은데 좋은 방법 있을까요?”


[염라에게 보내겠습니다. 매우 반길 겁니다.]


염라가 있는 곳이라면 그 어느 곳보다 뜨거운 지옥뿐. 아준은 입꼬리가 활짝 피었다.


“보내 줄게.”

“안 됩니다! 제발! 저를 보내... 네?”

“보내 준다고.”

“오! 시스템의 사자시여... 아량을 베풀어 주시다니!”


비굴함 따윈 버린 채 아준에게 절을 하며 아부하는 트릭스터의 등 뒤로 검은 공간이 열렸다.


쉬익. 턱!

쉬익- 쉬익- 턱! 턱!


검은 공간에서 나온 까만 촉수 여러 개가 트릭스터의 양팔과 두 다리 그리고 허리와 목을 감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촉수는 더 이상의 헛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지 입안으로 들어가 트릭스터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컥! 커억! 어억! 억!!”


트릭스터의 붉게 충혈된 두 눈이 아준을 노려봤다.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흘러나오고 양팔과 양다리를 미친 듯이 흔들면서도 아준을 끝까지 노려봤다.


“잘 가.”


아준은 밝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트릭스터가 노려보면 어쩔 것인가? 그 누구도 지옥을 빠져나올 수 없다. 설사 탈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내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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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달의 이면(2) 20.02.08 328 11 10쪽
43 달의 이면(1) +2 20.02.07 332 11 8쪽
42 지구사령부(4) +2 20.02.06 336 12 7쪽
41 지구사령부(3) +2 20.02.05 351 12 7쪽
40 지구사령부(2) +2 20.02.04 374 12 7쪽
39 지구사령부(1) 20.02.03 427 12 8쪽
38 폭풍전야(3) 20.02.02 421 14 7쪽
37 폭풍전야(2) 20.02.01 441 13 7쪽
36 폭풍전야(1) 20.01.31 461 13 8쪽
» 거신 키클롭스(5) 20.01.30 460 11 9쪽
34 거신 키클롭스(4) 20.01.29 464 11 9쪽
33 거신 키클롭스(3) 20.01.28 485 10 7쪽
32 거신 키클롭스(2) 20.01.27 501 9 8쪽
31 거신 키클롭스(1) 20.01.26 508 10 7쪽
30 대균열(4) 20.01.25 533 11 7쪽
29 대균열(3) 20.01.24 555 12 7쪽
28 대균열(2) 20.01.23 565 14 7쪽
27 대균열(1) 20.01.22 583 13 10쪽
26 신격을 얻다(2) 20.01.21 613 11 8쪽
25 신격을 얻다(1) 20.01.20 629 13 9쪽
24 빛의 여왕 레나엘(2) 20.01.19 608 13 8쪽
23 빛의 여왕 레나엘(1) 20.01.18 607 11 7쪽
22 선택(2) 20.01.17 597 11 8쪽
21 선택(1) 20.01.16 646 13 12쪽
20 시련(3) 20.01.15 649 10 9쪽
19 시련(2) 20.01.14 649 13 8쪽
18 시련(1) 20.01.13 712 15 8쪽
17 재생균열(2) 20.01.12 719 14 9쪽
16 재생균열(1) +2 20.01.11 743 15 8쪽
15 트릭스터의 정체(2) 20.01.10 804 13 8쪽
14 트릭스터의 정체(1) 20.01.09 793 16 7쪽
13 악마 포르네우스 20.01.08 832 12 9쪽
12 스토어 방문 20.01.07 929 14 8쪽
11 하지 못한 말 20.01.06 1,013 14 7쪽
10 모든 일의 전말 20.01.05 1,134 15 10쪽
9 무스펠헤임의 악마(2) 20.01.04 1,186 14 12쪽
8 무스펠헤임의 악마(1) +2 20.01.03 1,531 17 9쪽
7 뒷거래와 동상이몽 20.01.02 1,891 19 9쪽
6 초월자로 돌아오다(2) 20.01.01 1,996 23 8쪽
5 초월자로 돌아오다(1) 19.12.31 2,161 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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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번째 죽음(2) +4 19.12.29 2,434 25 9쪽
2 두 번째 죽음(1) +2 19.12.29 3,275 27 8쪽
1 프롤로그 +6 19.12.29 3,463 2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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