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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자.

시스템이 나만 편애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야찬
작품등록일 :
2019.12.29 01:32
최근연재일 :
2020.02.16 19: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42,819
추천수 :
674
글자수 :
173,336

작성
20.01.22 16:00
조회
582
추천
13
글자
10쪽

대균열(1)

DUMMY

웅성거리던 좌중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제법 강해진 탓에 자신감이 생긴 모양인지 용기있게 질문했던 한도경도 말문을 잃은 상태다.


“반신들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초월자들을 사육, 아니 육성하는 것이죠.”


잠시 말을 멈춘 아준이 각성자들을 둘러봤다. 모두가 그의 뒷말을 기다리는 표정이다.


“트릭스터는 단 하나의 퀘스트라고 했지만... 그 퀘스트가 서로를 죽게 만들 겁니다.”

“무슨 말입니까?”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 주세요!”


웅성웅성.

찰칵! 찰칵! 찰칵찰칵······


아준의 말에 각성자들은 전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서로가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준 이외에는 명확한 답이 나올 수 없었다.

아준이 각성자들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지켜만 보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상민이 나서서 각성자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진정들 하세요! 일단 이아준 각성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봅시다!”

“그래요! 일단 들어봅시다!”

“더 들어보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아요!”


상민의 말에 동조하는 몇 명의 각성자들 덕분에 이내 소란스러움이 사그라졌고 다시금 아준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말 한 마디에도 혼란스러워 하는 여러분들이 과연 대균열을 버틸 수 있을까요?”

“······.”

“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아마 결국에는 서로에게 칼날을 들이밀게 되겠죠.”


찰칵! 찰칵찰칵-


카메라의 셔터음만 장내에 요란하게 울릴 뿐,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각성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린 트릭스터의 손 안에서 놀아나겠죠.”

“그래서 뭘 어쩌란 말입니까!”


한도경이 침묵을 참지 못하고 소리쳐 물었다. 내일 있을 대균열만 공략한다면 모든 것이 끝날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에 침을 뱉는 소리를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


찰칵! 찰칵! 찰칵찰칵-


좌중을 잠시 둘러 본 아준이 정면의 카메라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내일 어떠한 퀘스트가 부여되더라도 움직이지 마십시오. 퀘스트를 공략하지 않습니다.”

“뭐, 뭐라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당신이 아무리 초월급 각성자라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대강당 여기저기서 아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준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계속해서 카메라를 응시했다.


“내가...”


목소리에 마력을 실어 퍼뜨린 아준의 말에 순식간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트릭스터를 한 번 더 처리하겠습니다. 그 때까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마십시오. 이건 부탁이 아닙니다.”


꿀꺽.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만약 경고를 어길 시,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합니다.”

“······!”

“특히!”


쾅!


아준이 다음에 이어질 말을 강조하기 위해 단상을 주먹으로 내리 찍었다.


“트릭스터와 내통하는 누군가가 선동질 따위를 한다면 즉시 내게 말하거나 필요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이십시오.”


아준이 민영환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민영환은 오금이 저린다는 말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어찌나 떨리고 두렵던지 바지에 실례까지 해버렸다.

아준이 눈빛을 거두자 그제야 경직된 몸이 활력을 되찾으며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지만 이미 바지에 지려버린 까닭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주변의 각성자들은 온통 아준에게 신경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진땀을 닦아내며 안심할 수 있었지만 아준의 눈치를 보느라 나갈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오늘따라 너무 처량해지는 순간이었다.


“만약 내 말을 어긴다면.”


‘시스템! 저 좀 도와줄 수 있어요?‘


말을 끊은 아준이 급하게 시스템을 찾았다.


[말씀하세요.]


‘제 마력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활성화시켜서 각성자들에게 경고를 할 생각인데, 혹시 각성자들에게만 영향을 끼치도록 보조해줄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각성자들에게만 적용되도록 조치해 놓겠습니다. 이아준님께서는 마력의 경로와 감각을 잘 기억해뒀다가 다음에는 직접 컨트롤해보세요.]


‘저 혼자 가능하다구요?’


[네. 이아준님의 기감은 이미 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마력이 퍼지는 경로와 마력이 각성자들에게 적용될 때의 감각을 느껴보세요.]


시스템의 도움을 약속받은 아준은 오른 손의 손등을 보이게끔 올렸다. 잠시 카메라를 응시한 아준은 주먹을 강하게 쥐며 마력을 발산했다.


후웅-


아준의 주변으로 기류가 생성되면서 마력이 퍼졌고 장내에 있던 각성자들이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다.


“크읏.”

“큭...”

“흐억...”

“아악!”


아준은 제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고통을 표현한 각성자들과 그들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일반인들을 무시한 채 카메라를 보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의 고통이 더는 고통처럼 느껴지지 않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전 세계가 아준 한 명 때문에 난리가 났다.

당시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미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아준의 성명을 듣던 각성자들은 코웃음을 치다가 봉변을 당했고, 아준의 성명을 모르고 있던 각성자들도 갑작스레 찾아온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 부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아준의 마력에 혼쭐이 난 전 세계의 각성자들은 아준의 말에 강력한 힘이 담겨 있음을 체감하였고, 그의 말대로 내일 소환될 대균열에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삼인방은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


-미친! 이거 선전포고 아니냐? 전부 덤비라능 ㅋㅋㅋ

-나 각성자라서 이아준 마력에 당했는데 오금이 저리더라.

└네, 다음 일반인.

-지가 초월급 각성자면 다야? 뇌까지 초월했네?

-나 때는 말이야. A급이 짱 먹었을 때였는데, 그때 A급이 말 한마디 하면 다들 발발 떨면서 기똥차게 말을 잘 들었는데 말이야. 요즘 것들은 쯧쯧...

└어휴~ 꼰대 냄새~ 극혐 냄새~ 루저 냄새~

└뭐, 인마? 이 새끼가! 너 몇 살이야?

└나 초2. 홍은초등학교 2학년 1반 18번 나일진. 현피 뜨러 오든가? 쫄리면 뒈지시고~

└오냐, 너 이 새끼. 내가 안 갈 줄 알지? 너 딱 기다려. 연장들고 간다.

-나일진ㅋㅋㅋㅋ 일진이냐? ㅋㅋㅋㅋㅋㅋㅋ

-일진한테 처맞은 초딩이 나일진인 척하고 복수하는 거 아니냐? ㅋㅋㅋ 꿀잼~ 팝콘각!

-근데 진짜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닐까?

-나 이아준 동창인데, 내 빵셔틀 했었음. 많이 컸네, 아준아?

└정신질환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전화주세요. 02)5959-5959

└나 이상민인데. 너 이름 뭐냐?

-얘들아! 이거 지금 대박이야! 클릭해! [여교수의 상의탈의.avi] http//humor.net/board/8885

└미친놈아! 전 국가대표 여덕철 교수잖아!

└안 본 눈 삽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트릭스터입니다. 이아준님의 입장은 잘 알겠습니다. 제가 준비를 잘 해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러한 것에서 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잘 검토해서 우주가 나서서 돕도록 하면 됩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관심을 주지 맙시다. 무관심이 답입니다.

-갑질로 보일 수 있지만 저렇게 안하면 각성자놈들이 말을 듣겠어?

└이젠 하다하다 각성자를 상대로 갑질하는 놈까지 나오다니ㅋㅋㅋ

-사퇴하세욧!

-화끈하긴 하넼ㅋㅋㅋㅋ 내일 촬영해 줄 각성자없냐? 천원 후원한다ㅋㅋㅋㅋㅋㅋ

-대한민국의 이름을 먹칠하는 이아준을 구속하라!

└이아준을 국회로 구속하라!

└꺼져, 이아준. 국회로!

└얼어 죽어도 아준! 얼죽아! 얼죽아!

-이아준이라도 신들 앞에서 별 수 있겠어? 이럴수록 힘을 합쳐야지. 왠 협박질?

-컨트롤 봐. 각성자만 건드렸잖아. 그것도 이상민, 서지연은 제외하고 ㄷㄷㄷ

-지구의 운명을 이아준 한 명한테 맡기는 게 옳은 일일까?

└그럼 옳은 일이 뭔데?

└내 말은 이아준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족쇄같은 게 필요하다는 말이지!

└초월급 각성자 족쇄는 누가 채우게? 너가?

└······.

-자존심 강한 각성자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번 일로 복수할 거 같은데?

└누구나 다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지. 이아준한테 처맞기 전까지는.


“크크큭... 크흠! 아준아, 괜찮을까?”

“······.”


댓글을 보며 실소를 터뜨린 상민은 상황의 심각성이 다시 떠올랐는지 아준에게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정작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은 태연한 표정, 아니 감정이 없어 보였다.


‘휴가를 다녀온 뒤론 뭔가 감정 없는 목석같아.’


비단 상민만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 아닌 게 서지연도 같은 생각이었다. 휴가를 다녀온 뒤부터 마치 감정 없는 기계와 말하는 느낌이다.


“사람들 반응이 제각기지만 대체로 나쁘진 않은 거 같아.”

“너희 둘.”

“응?”

“네?”


아준은 고민 끝에 상민과 서지연에게 휴가 기간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줬다.

시련에서 돌아가신 엄마와 재회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말에 같이 눈물을 훔친 상민이는 신격을 얻기 위해 감정을 버렸다는 친구의 결정에 크게 화를 내며 걱정했고, 서지연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준을 바라봤다.


“둘만 알고 있어라.”

“너... 진짜 괜찮은 거냐?”


아준이 씨익 웃었다. 예전과 변함없는 그의 웃음이었지만 일행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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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달의 이면(3) 20.02.10 325 10 7쪽
44 달의 이면(2) 20.02.08 328 11 10쪽
43 달의 이면(1) +2 20.02.07 332 11 8쪽
42 지구사령부(4) +2 20.02.06 336 12 7쪽
41 지구사령부(3) +2 20.02.05 351 12 7쪽
40 지구사령부(2) +2 20.02.04 374 12 7쪽
39 지구사령부(1) 20.02.03 427 12 8쪽
38 폭풍전야(3) 20.02.02 421 14 7쪽
37 폭풍전야(2) 20.02.01 441 13 7쪽
36 폭풍전야(1) 20.01.31 461 13 8쪽
35 거신 키클롭스(5) 20.01.30 459 11 9쪽
34 거신 키클롭스(4) 20.01.29 464 11 9쪽
33 거신 키클롭스(3) 20.01.28 485 10 7쪽
32 거신 키클롭스(2) 20.01.27 501 9 8쪽
31 거신 키클롭스(1) 20.01.26 508 10 7쪽
30 대균열(4) 20.01.25 533 11 7쪽
29 대균열(3) 20.01.24 555 12 7쪽
28 대균열(2) 20.01.23 565 14 7쪽
» 대균열(1) 20.01.22 583 13 10쪽
26 신격을 얻다(2) 20.01.21 613 11 8쪽
25 신격을 얻다(1) 20.01.20 629 13 9쪽
24 빛의 여왕 레나엘(2) 20.01.19 608 13 8쪽
23 빛의 여왕 레나엘(1) 20.01.18 607 11 7쪽
22 선택(2) 20.01.17 597 11 8쪽
21 선택(1) 20.01.16 646 13 12쪽
20 시련(3) 20.01.15 649 10 9쪽
19 시련(2) 20.01.14 649 13 8쪽
18 시련(1) 20.01.13 712 15 8쪽
17 재생균열(2) 20.01.12 719 14 9쪽
16 재생균열(1) +2 20.01.11 743 15 8쪽
15 트릭스터의 정체(2) 20.01.10 804 13 8쪽
14 트릭스터의 정체(1) 20.01.09 793 16 7쪽
13 악마 포르네우스 20.01.08 832 12 9쪽
12 스토어 방문 20.01.07 929 14 8쪽
11 하지 못한 말 20.01.06 1,013 14 7쪽
10 모든 일의 전말 20.01.05 1,134 15 10쪽
9 무스펠헤임의 악마(2) 20.01.04 1,186 14 12쪽
8 무스펠헤임의 악마(1) +2 20.01.03 1,531 17 9쪽
7 뒷거래와 동상이몽 20.01.02 1,891 19 9쪽
6 초월자로 돌아오다(2) 20.01.01 1,996 23 8쪽
5 초월자로 돌아오다(1) 19.12.31 2,161 22 8쪽
4 시스템의 은밀한 제안 +4 19.12.30 2,350 23 7쪽
3 두 번째 죽음(2) +4 19.12.29 2,434 25 9쪽
2 두 번째 죽음(1) +2 19.12.29 3,275 27 8쪽
1 프롤로그 +6 19.12.29 3,463 2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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