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2부 오토 청소년 시절
오토와 스테판은 프로이센 왕립학생사관훈련단에 들어갔다. 이렇게 왕립학생사관훈련단에 들어가게 되면 첫 2년은 소년사관학교에서, 그 다음은 프로이센 중앙소년사관학교에서 4년간 다니게 된다.
사람들은 아직 어린 나이의 소년들은 폭력을 그다지 휘두르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한 이 나잇대의 생도들은 인간이 아닌 괴물이나 다를 바 없었다. 선배 생도들은 중대장, 기숙사 사감, 반장으로서의 모든 역할을 도맡았고 신체적 체벌 또한 용인되었다.
프로이센 중앙소년사관학교는 베를린에 있기 때문에 에밀라로서도 약간의 안심이 되었지만 홀슈타인에 위치한 소년사관학교에서 첫 2년을 보내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토는 오늘도 스테판과 함께 선배들한테 얻어맞고는 에밀라로부터 온 편지를 읽었다. 스테판이 계란으로 범벅이 된 제복을 닦으며 이를 갈았다.
"그 망할 클라우스 새끼!! 언젠가는 제대로 보복을 해야 해!"
클라우스 켈러는 사소한 복장 규정을 빌미로 후배들에게 체벌을 했고,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의 동기들은 모두 클라우스 켈러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하지만 그 새끼는 반장이잖아! 내년부터는 그 새끼가 사감 역할까지 한다고!"
오토가 머리를 굴리다가 중얼거렸다.
"누군지 모르게 하면 그만이지.."
그 날 밤, 클라우스 켈러는 실컷 후배들을 괴롭히고는 시원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이것이 권력의 힘이다!!'
다음 날, 클라우스 켈러는 후배들을 트집잡기 위해 평소처럼 빨리 일어났다.
'이불 조금만 비뚤어져 있어봐라! 아작을 내주지!'
그렇게 클라우스 켈러가 문을 여는 순간, 문짝 위에 있던 똥오줌이 들어있던 양동이가 클라우스 켈러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후드덕
"우아아아악!!!!!!!!"
그 날 수업이 끝나고, 클라우스, 라우리, 아리베르트 등 선배들은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등 1학년들을 집합시켰다.
클라우스는 증오심에 가득 찬 눈으로 1학년들을 바라보았다. 라우리가 말했다.
"이 새끼들 절대 안 불 것 같은데?"
1학년 생도들은 각잡힌 자세로 앞을 바라보았다. 아리베르트가 말했다.
"연대 책임 물어야지."
그렇게 1학년은 모두 기합을 받았다. 오토는 팔굽혀펴기를 하며 이를 갈았다.
'아직 복수는 시작도 안했다!!!'
첫번째 방학이 시작되고, 오토는 왕립소년사관학교 제복을 입고는 각잡힌 자세로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에밀라가 오토를 반겼다.
"오토! 그 동안 잘 지냈니?"
에밀라는 오토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는 오토의 얼굴을 살폈다.
"사관학교 생활은 힘들지 않니?"
오토는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다.
'정규 수업은 재미있지만 매일매일이 좆같아요. 그 밉살스러운 클라우스, 라우리, 아리베르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것을 생각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토는 이렇게 말했다.
"힘들지 않아요. 아주 재미있어요."
에밀라가 말했다.
"사관학교에서는 선배들이 기합을 주고 심지어 물리적 체벌을 한다는 소문까지 돌던데..사실은 아니겠지?"
오토는 입술을 깨물고는 말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 한참 어린 오토는 군사학교에 다닌 이후로 말투도 완전히 군인처럼 변해버렸다. 에밀라는 오토에게 초코 케이크를 요리해주고는 생각했다.
'내 귀여운 아이가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오토는 침대에 드러누워서 기계 공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냥 때려칠까?'
다음 날, 오토가 아침을 먹으러 내려왔는데 에밀라는 부산스럽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손님 와요?"
"히틀러 부인과 리히트호펜 부인이 온단다. 밀리나와 샬롯도 온다고 하니까 잘 놀아주렴!"
밀리나는 히틀러의 딸로 오토보다 조금 어린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귀여운 여자아이였다. 밀리나는 운동을 좋아했고, 춤을 추는 것 또한 좋아했다. 하지만 오토로서는 손님이 오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손님 오는건 귀찮아...방에서 책이나 봐야겠다...'
그렇게 오토는 2층 자기 방에서 책만 읽었다. 마침 스테판도 놀러와서는 오토의 침대에 엎드려서 온갖 건축물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한참을 쉬다가 스테판이 말했다.
"야 지루한데 골프나 치자."
오토네 집 정원에는 골프를 칠 수 있는 미니 골프장이 있었다. 그렇게 오토는 스테판과 함께 골프채와 골프공을 들고는 집 밖으로 나갔다. 에바 히틀러 부인이 오토와 스테판에게 인사했다.
"오토, 스테판! 오랜만이구나! 사관학교에 다닌다며?"
"안녕하세요 부인"
에바 히틀러 부인 옆에는 밀리나가 예쁜 원피스를 입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밀리나가 오토가 들고 있는 골프채를 보고는 외쳤다.
"나도 골프 칠래!"
에바 히틀러가 자신의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
"밀리나도 가서 골프 칠래?"
스테판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우리끼리 놀아야 해서요!"
에밀라가 말했다.
"오토, 스테판! 밀리나와 샬롯과 잠시만 놀아주렴!"
스테판이 대답했다.
"네! 아주머니!"
그렇게 오토와 스테판은 밀리나와 샬롯을 데리고 나가서 놀아주었다. 밀리나는 신나서 골프채를 휘둘렀다.
"와!! 한 번에 들어갔다!!"
오토와 스테판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귀찮아 죽겠네...'
샬롯이 물었다.
"카를은 어디있어?"
그로부터 얼마 뒤, 오토는 베를린에 있는 프로이센 중앙소년사관학교를 다니다가 스테판과 함께 왕궁 견습사관으로 선발되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자리지?'
오토와 스테판이 왕궁 견습사관으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에 클라우스 등 선배들이 잔뜩 열받은 것을 보니 좋은 자리인 것은 분명했다. 일주일 뒤 오토는 스테판과 함께 왕궁 알현실에서 귀부인을 에스코트하는 개인 수행원, 라이프파게 Leibpage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제각기 자신이 에스코트하는 귀부인의 긴 드레스 끝자락을 받쳐 들어야 하는, 일종의 병풍 같은 역할이었다.
망할 놈의 예법은 지독하게도 까다로워서, 사관학교에서도 규칙을 지키는 것에 이골이 났던 오토로서는 참을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오토는 쉬는 시간에 스테판에게 쑥덕거렸다.
"지루해 죽겠어!!"
"그냥 튈까?"
"그건 안되지!!"
"뭔 놈의 결혼식이 이렇게 기냐!"
"좆같아!"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왕궁 견습사관 이거 말만 그럴듯하고 하나도 재미없잖아! 다음에 관둬야겠다!'
그 날, 오토와 스테판은 조만간 왕궁에서 대규모 기사단 서임식이 있으니, 다음에는 이 서임식에서 견습사관 역할을 맡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토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기사단 서임식이라니!!"
스테판이 외쳤다.
"솔직히 난 군사 학교에 온 것이 늘 좆같았어! 하지만 여태까지 고생한건 지금을 위해서였어!"
기사단 서임식날, 오토는 스테판을 포함한 다른 견습사관들과 함께 행사 뒤에 병풍처럼 서서 빌헬름 2세, 화려한 왕궁, 음악, 그리고 흑독수리 기사단을 보았다. 각잡힌 정자세로 계속 서 잇어야 해서 좀이 쑤시긴 했지만 오토는 거실에 있는 한스 파이퍼가 예전에 받았던 훈장들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적수리 훈장에 이어 흑수리 훈장을 받았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오토는 가슴 속에서 야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꼭 최고의 사령관이 될 것 이다! 언젠가는 내가 아버지, 한스 파이퍼를 뛰어넘겠어!'
프로이센 중앙소년사관학교에 다니는 생도들은 제복을 입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토는 하찮은 연애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공부에 열중했다.
'빨리 육군 대학에 가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선배들의 괴롭힘은 계속되었다. 추운 겨울날,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와 동기들은 반팔 반바지만 입고는 차가운 얼음판 위에서 덜덜 떨어야 했다.
'으드드드...으드드...'
클라우스가 외쳤다.
"이 얼음 구멍으로 들어가서 헤엄쳐서 저 쪽으로 나오면 된다!!"
라우리가 외쳤다.
"이 훈련은 제군들의 정신력을 강하게 해줄거다! 원래 지구는 적자생존이다!"
게오르크가 중얼거렸다.
"이건 미친 짓이다..관둬야겠어.."
아리베르트가 외쳤다.
"누가 먼저 할테냐!!"
'분명 아무도 못 하겠지!!'
오토가 뚜벅뚜벅 앞으로 나왔다. 클라우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놈!! 그냥 뒤져버려라!'
오토는 신발을 벗고는 차가운 물 속으로 들어갔다.
첨벙!!
"저..저거!!"
"미친 놈!!"
오토는 차가운 물 속을 헤엄쳤다. 살을 칼날로 베어내는 듯한 추위가 느껴지더니 순식간에 감각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토는 얼음판 밑을 헤엄쳐서 반대편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푸!!!흐억!!!"
그렇게 오토는 얼음 밖으로 빠져나왔다. 선배들은 이 광경에 이를 갈았다.
'저 망할 놈의 새끼가!!'
매일 같이 덜덜 떨며 아침 운동을 해야 하는 추운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이 되었고, 오토는 여름방학을 맞아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저 왔습니다!"
'어머니는 안 계신가?'
탕!
탕!
'이게 무슨 소리지?'
그 때,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녀가 마당에서 테니스를 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탕!
탕!!
테니스 라켓과 공이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오토는 천천히 그 쪽으로 걸어갔다.
'샬롯?'
한 여자는 리히트호펜의 딸인 샬롯이었다. 샬롯이 자신의 쌍둥이 동생인 카를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은 오토는 알고 있었고 은근 둘이 잘 되기를 밀어주었다. 하지만 오토의 시선은 반바지를 입고 있는 짧은 금발 머리 소녀의 뒷모습으로 꽂혔다.
'누구지?'
그 소녀는 공을 받아치는 것에 실패했고, 샬롯이 외쳤다.
"내가 이겼다!!"
순간 소녀가 뒤를 돌아보며 파란 눈이 오토와 마주쳤다. 그 소녀는 공을 주우러 달려가며 오토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오랜만이야! 오토!"
소녀가 옆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수레국화의 향기와 같은 좋은 냄새가 은은히 풍겨왔다.
"밀리나?"
소녀는 공을 줍고는 오토에게 손을 흔들고 다시 테니스라켓을 휘둘렀다.
탕!! 탕!
그 때 집에서 에밀라와 리히트호펜 부인, 히틀러 부인이 나왔다.
"오토! 왔구나!"
"어머, 어른이 다 되었구나!"
오토는 인사를 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밀리나는 여전히 샬롯과 테니스를 치고 있었고 경쾌한 소리가 마당에 계속해서 울렸다. 오토는 2층으로 올라가서 자신의 방에 짐을 풀었다. 카를은 왔다갔다하며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토가 말했다.
"리히트호펜 부인과 히틀러 부인이 오셨어. 샬롯도 왔고."
카를이 중얼거렸다.
"인간 따윈 관심없어."
오토가 중얼거렸다.
"샬롯이 몇 살이지? 아마 밀리나와 동갑이었지?"
카를이 말했다.
"물리학 외에 다른 생각은 나에게 사치야."
오토는 창문 밖으로 밀리나를 바라보았다. 밀리나는 테니스를 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때 밀리나가 시선을 느끼고는 오토를 올려다보고는 활짝 웃었다.
'!!'
오토는 어색함을 느끼며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