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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그랜드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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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8.16 08:58
최근연재일 :
2008.08.16 08:58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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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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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글자수 :
284,685

작성
08.05.3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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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그랜드 블루(Grand blue) - 2화. 재회

DUMMY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차가운 물속. 그것도 연중 온도 차이가 없다는 어쩌면 극한의 추위가 느껴지는 해저. 그 심해저 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추울 것 같은 방안의 사늘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가장 먼저 걷어낸 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아젤레나 황녀였다.

황녀의 질문에 인도자들의 표정은 더더욱 어둡게 변해갔다. 아젤레나 황녀가 묻는 생각이라는 건, 바로 퓨엔테가 떠나기 전 상의라는 명목으로 남기고 떠난 아젤레나 황녀에 대한 비밀조사 부탁과 퓨엔테의 집으로 부른 초대장 때문이었다.


“…우선은 비오렌치아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습니다.”


뭔가는 대답해야 할 것 같은데, 대답할 만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은 그레베가 억지로 짜내어 한 말은 이것이 고작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아젤레나 황녀의 죽음에 대한 조사라 할 수 있었다. 퓨엔테 말에 의하면 ‘황실에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필리스 상단에게 의뢰합니다.’ 라곤 했지만, 반대로 코델리아를 믿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코델리아가 아젤레나 황녀라는 사실을 눈치 챘기 때문에? 아니면 황실과 직접적 관련이 없기 때문에?

앞서 말한 모든 문제를 그저 그럴 수도 있다고 치부하고 넘긴다 해도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일개 상단에 그런 엄청난 사건을 의뢰한다는 것이었다. 신흥 세력이기 때문에. 라고 웃고 넘기기에도 고작 두어 번 만난 사이에 황실의 치부를 들쑤시는 데 끌어들일 정도로 퓨엔테 비오렌치아의 두뇌구조가 나쁜 편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의심스러울 수밖엔 없었다.

게다가 뜬금없는 저녁식사 초대… 물론, 초대에 얼마든지 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은 퓨엔테가 초대하는 목적에 좋지 못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초대했을 리는 없다. 다만 그 목적과 이유가 아젤레나 황녀의 신변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면 그건 그것 나름의 문제라 할 수 있었다.


“…제가, 비오렌치아의 뒤를 캐보겠습니다. 마마.”


그레베의 뒤를 이어 카우론이 나섰다. 슬픔의 인도자. 다른 별명은 괴뢰사(傀儡師 : 인형술사) 카우론. 온갖 형태의 인형을 만들고 그 인형을 부려 암행이나 첩보 등에서 그 활약이 두드러지는 카우론이었고, 이 자리의 인도자 중 그 어느 누구도 추적과 같은 은밀한 행동에 능한 인도자는 없었다.


“자네가 비오렌치아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겠단 말인가?”

“네, 마마.”


카우론은 아젤레나 황녀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도록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당당하게 외쳤다. 갑자기 튀어나온 카우론의 우렁찬 목소리에 적잖게 놀란 표정으로 카우론을 쳐다보던 아젤레나 황녀는 이내 시선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동안 카우론의 말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고민하였다.


“…좋아. 믿어보지.”


어쩌면 답은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아젤레나 황녀에게 가장 필요한 사안은 바로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르니안 황제에 대한 정보, 그리고 퓨엔테에 대한 정보, 귀족들에 대한 정보, 주변 나라들과의 관계에 대한 정보. 너무나 많은 량의 정보가 필요했다. 그런 상태에서 퓨엔테 하나만이라도 전담해서 그의 뒤를 캐내면 분명 뭐라도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럼, 귀족에 대한 정보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마마.”

“…좋아. 그렇게 하라.”


뒤이어 나선 것은 마리에네였다. 흔쾌히 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카우론에게도 임무를 부여한 이상, 자신을 위해 뛰겠다는 마리에네의 말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제 남은 건 그레베의 위치 설정 뿐. 그레베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르니안 황제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던지, 아니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주는 밥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뒹굴며 노는 것만 남았다. 문제는 아르니안 황제에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것 정도랄까.

결국 주위의 따스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 그레베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


“비오렌치아 후작이 방금 전 필리스 상단을 떠났다고 합니다. 폐하.”


시종이 아르니안 황제의 집무실로 들어오자마자 책상 앞에 넙죽 엎드리곤 방금 들어온 필리스 상단과 비오렌치아 후작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이라 해도 약 1케리(시간) 전의 일이지만, 퓨엔테 비오렌치아 후작이 필리스 상단을 떠난 건 사실이었고, 퓨엔테 비오렌치아가 향하고 있는 곳은 수도인 류아레닌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수도에 있는 비오렌치아 가문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필리스와의 대화는?”

“아젤레나 황녀에 대한 죽음을 밝히는 데 도와달라는 말과 집으로 초대한다는 초대장을 준 것이 전부라 합니다. 폐하.”


아젤레나 황녀의 죽음에 대해 밝히는 데 도와 달라.

집으로 초대했다.

아르니안 황제는 미간을 찡그렸다. 코델리아 필리스가 아젤레나 황녀가 아닐까? 하는 가설이 틀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뭐라 해도 아젤레나 황녀가 죽기 직전까지 아젤레나 황녀 곁을 지켰던 퓨엔테인 만큼 코델리아 필리스가 정말 아젤레나 황녀라면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리는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1년 전 사고 당시 발견된 피는 아젤레나 황녀와 시녀인 플로스의 피가 확실했지만, 사고로 죽은 자들이 흘린 피의 량이 너무 적은 게 이런 의심을 낳게 된 이유였는데, 아무리 수압에 압축되어버린다 해도 피까지 압축될 순 없기 때문이었다.


“…알았다. 나가봐라.”

“네, 황제 폐하.”


시종이 밖으로 나갔다.

퓨엔테의 속임수일지 아닐지는 알 길이 없었다. 전쟁 전에 제시했던 아젤레나 황녀의 죽음을 밝혀달라던 요구 조건을 지금까지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상했다.

아젤레나 황녀의 죽음에 대한 결론도 결국 그녀가 확실히 죽었는지 아니면 죽지 않았는지 명확하게 판명된 게 없었고, 아젤레나 황녀가 죽은 이후 갑자기 거대한 상단으로 거듭난 필리스 상단도 이상했다. 더더군다나 고아 출신이면서 필리스 상단의 양녀로 들어가 3개월 만에 필리스 가문의 일가가 사고로 죽고 혼자 살아남아 필리스 상단을 이끌기 시작했다는 것도 의문점이라 할 수 있었다. 코델리아가 살았다는 고아원도 찾아가 봤지만, 이미 고아원은 폐쇄된 지 오래 되었고, 고아원의 관계자와 그들의 가족들도 모두 사고나 병으로 숨을 거둔 뒤라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었다.


“우연일까? 아니면 치밀한 것일까?”


우연의 일치라 보기엔 코델리아 필리스의 주위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걸 단순하게 우연의 일치라 볼 수 있을까.

퓨엔테 비오렌치아에 대한 의문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아젤레나 황녀에 대한 죽음을 거론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전쟁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아젤레나 황녀의 죽음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런 것을 전쟁이 끝난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표정으로 넘겼다는 건… 그 이전에 코델리아 필리스와 만났다는 것은 결국 퓨엔테 비오렌치아가 코델리아 필리스를 만나 어떠한 심경의 변화를 겪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아젤레나 황녀와의 재회였다면?


“낮은 확률이라 해도 안심할 순 없지.”


아르니안 황제는 문을 닫고 나갔던 시종을 다시 불러들였다. 명령을 내리기 위함이었다.


----------


“황실이 더 바빠진 것 같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르니안 황제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전해 듣던 3황자가 비웃음을 지어보였다.


“필리스 상단이라…”


레헬 고원에 나타났던 그 삐쩍 마른 체구의 필리스 상단의 상단장이라던 여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에브게니아에 올라탔던 퓨엔테 비오렌치아를 떠올렸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였다면 모르겠지만, 그 둘이 함께 있는 일은 거의 보질 못했다. 게다가 3황자가 기억하는 아젤레나 황녀의 그 도도한 눈빛은 코델리아에게서 느껴지지도 않았다. 3황자의 입장에선 아르니안 황제가 조금 과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우선은 나 역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군.”


3황자는 시종을 불러들였다. 그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시종이 빠른 걸음으로 3황자의 방으로 들어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3황자에 대한 인사이며, 동시에 명령을 받을 준비가 되었다는 모든 의미가 내포된 행동이었다.


“지금 당장 에브게니아를 꺼내 비오렌치아 가문으로 보내줘라.”

“네, 황자 저하.”


분명 당황했을 시종이지만 그는 놀라는 기색하나 없이 정확한 발음으로 3황자의 명령을 받은 뒤, 방을 빠져나갔다.


“자, 이제 어떻게 행동할 것이오. 황제 폐하.”


3황자의 입 꼬리가 사정없이 올라갔다.


----------


필리스 상단과 퓨엔테 비오렌치아에 대한 모든 기록을 오늘 이 시간부로 말살한다.


유레일 시에 파견되어 대기상태의 루스 기사단에 내려진 명령이었다. 명령이 전달되고, 명령에 따라 루스 기사단의 움직임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도라 믿어지지 않을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각 15명씩 나뉘어 유레일 시의 필리스 상단과 수도인 류아레닌의 비오렌치아 가문을 향해 출발하였다.

필리스 상단 주인인 필리스 가문의 저택을 포위하고 매복하였다. 작전 시작시간은 새벽. 모두들 잠이 들었을 때, 기습하여 저택 안의 모든 사람들을 살해한 뒤, 마지막으로 불을 질러 사고사로 위장하는 것이 필리스 가문을 제거하는 작전이었다.


필리스 가문의 저택에 죽음의 그림자가 어두워지는 심해저의 풍경과 함께 느릿느릿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


잡설 1.

소설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잡설 2.

3황자가 하려는 짓은 재밌는 짓! 인 겁니다. 모두들 뒤의 전개가 예상되시겠지만... 뭐, 이 이상 머리 굴린다는 건 제게 있어 두통을 유발시키기에 머리 아픈 겁니다. ㅡ_-)a

... 귀찮다는 겁니다;;;


잡설 3.

퓨엔테의 작위가... 전(前)화와 이번화를 제외하곤 나온 적이 없던 걸로 기억... 합니다;;; 나왔다면 낭패 수준을 넘어서 크아아! 인 겁니다. ㅡ_-)a


잡설 4.

이거... 두 권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잘못하면 예상을 뒤엎고 한 권으로 끝날지도요... ㅡ_-)a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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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랜드 블루(Grand blue) - 1화. 그 후 +9 08.05.10 534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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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랜드 블루(Grand blue) - 1화. 그 후 +8 08.05.05 1,916 5 10쪽
2 그랜드 블루(Grand blue) - 1화. 그 후 +8 08.05.04 3,54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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