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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co 님의 서재입니다.

그랜드 블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elco
작품등록일 :
2008.08.16 08:58
최근연재일 :
2008.08.16 08:58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34,929
추천수 :
141
글자수 :
284,685

작성
08.05.06 06:35
조회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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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그랜드 블루(Grand blue) - 1화. 그 후

DUMMY

“신 퓨엔테 비오렌치아.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퓨엔테는 황궁에 들어오자마자 거칠게 엉클어진 머리와 수염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르니안 황제를 만났다. 아르니안 황제는 자신 앞에 엎드려 있는 퓨엔테를 거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래, 내가 왜 자네를 불렀는지, 그것에 대해선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

“네, 황제 폐하.”


퓨엔테의 짧고 간략한 대답 안에는 명령하는 모든 걸 따르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고, 그 덕분에 아르니안 황제의 거만한 표정에 만족의 미소가 덧씌워졌다.


“오르벤시아 제국의 다리스 황태자가 이 황궁에서 죽었다. 그리고 오르벤시아의 여 황제 오르벤시아 8세는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했지. 지금은 사절을 보냈지만 실패했을 경우, 곧바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때, 자네는 에브게니아에 올라타 우리의 위대한 라미에른 제국군의 승리를 위해 싸워주길 바란다.”

“네, 황제 폐하.”


아르니안 황제의 말에 퓨엔테의 간결한 대답이 이어졌다.


----------


퓨엔테는 아르니안 황제가 이끄는 대로 에브게니아가 잠들어 있는 황궁 안의 지하 봉인실로 내려갔다. 지하 봉인실이라 해도 이미 충분히 수압이 높은 해저이기에 거의 해저지면에 드러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자네의 에브게니아이지. 오랜만이지 않나?”


아르니안 황제의 말에 퓨엔테는 상황실 너머로 약 2넨(약 4m)가 넘는 크기의 에브게니아를 내려다보았다. 크다고 하면 크지만, 작다고 보자면 매우 작은 크기의 인간형 전투병기 에브게니아가 보였다. 아젤레나 황녀가 쫒길 당시 저 에브게니아를 탈 수 있었다면, 주인인 아젤레나 황녀를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에브게니아를 보고 싶지도 않아졌다.


“네, 1년 전과 바뀐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고작 1년 전에 봉인한 에브게니아의 외형이 바뀌어봐야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그것도 퓨엔테가 사라진 직후 황제의 칙령에 따라 서둘러 봉인되었던 에브게니아이기에 외형적 변화는 있으려 해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대답은 의미가 없는 대답이지만, 반대로 현재 복잡한 퓨엔테의 심리 상태론 가장 적절한 대답일 수밖엔 없었다. 보고 싶지도 않은 에브게니아이기에…


“타보게.”

“…네.”


퓨엔테는 이미 모든 결정을 아르니안 황제에게 맡긴 듯 그의 말에 따라 에브게니아에 오르기 위해 아르니안 황제에게 절을 올리고 상황실을 빠져나와 탈의실로 향했다. 탈의실까진 아르니안 황제의 명령을 받은 시녀의 안내가 있었다. 탈의실에 도착한 퓨엔테는 곧바로 에브게니아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변화할 중력으로 인해 몸 안에 흐르는 혈관이 터지지 않도록 도와주면서 동시에 전투 시에 받을 외부의 물리적 충격에서 조종사의 몸을 보호해주는 지-스펜소를 입었다.


“…갈까.”


퓨엔테는 지-스펜소를 다 착용한 뒤, 탈의실을 나서서 곧바로 에브게니아를 향해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갔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에브게니아를 다시 탄다는 설렘과 에브게니아 따윈 보고 싶지도 않다는 감정이 빠르게 교차하였다. 그리고 그 감정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퓨엔테는 이미 에브게니아에 도착해 있었다.


“오랜만이야. 에브게니아.”


처음 시작은 지상의 기사의 모습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는 모습은 그래도 해저의 세계에서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일까, 머리는 철로 만들어진 잠수 모자를 쓴 것 같은 형상이었고, 몸체와 팔은 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는 문어의 발처럼 8개로 나눠진 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은 불가사리 같다고 할까? 만일 광석 레피스로 만든 게 아니라면 해저의 괴생물체 정도로 보일 정도였다.


“언제 봐도 이상한 모습이야.”


퓨엔테의 말처럼 정말 이상한 모습, 그러나 이 이상한 모습 덕분에 승리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해저의 괴물…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이 모습을 처음 본 적이라면 누구라도 괴물을 봤다는 공포심을 가지게 될 수밖엔 없기 때문이었다.

퓨엔테는 쓸데없는 생각이었다며 생각한 뒤, 곧바로 에브게니아에 탑승했다.

내부의 조종실은 일 년 전과 마찬가지로 변화된 게 없었다. 거의 세워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기다란 의자의 양 옆에 놓인 반투명한 흰색의 광석 코롤만 있을 뿐이었다. 애초부터 해저의 기계공학은 멕틴을 그 기초로 두고 연구되어지고 제작되기에 사실상 멕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광석 코롤만 있으면 될 일이었다. 일단 지상과는 다르게 전기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퓨엔테는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한 뒤, 코롤 위에 손을 올렸다.


“오랜만에 해볼까.”


퓨엔테는 양 손에 멕틴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에 반응하여 코롤이 환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웅웅웅 하는 소리가 에브게니아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오랜만의 느낌을 온 몸으로 느끼려는 순간, 에브게니아는 온 몸에서 물방울을 배출하듯 몸 전체에서 피워 올리며 퓨엔테의 명령에 따라 1년 동안 봉인 속에서 굳어졌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1년 만에 다시 눈을 뜬 것이다.


----------


에브게니아의 시험 가동 결과는 예상 이상으로 만족스런 결과로 다가왔다. 고작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도 퓨엔테가 에브게니아를 조종할 수 있는 데 한몫했다고 할 수 있었다. 에브게니아의 재 기동. 이 사실은 비밀에 부쳐졌지만, 어디서부터 시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황궁의 벽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제국의 북부에 자리한 유레일이란 이름의 상업도시에도 알려졌다.


“아르니안 황제가 에브게니아를 깨웠다는 소식이야.”


짙은 녹색의 구불거리는 머리에 어울리는 은색의 보석이 박힌 하얀색 머리띠를 한 녹(綠)호인족인(세 카로) 절망의 인도자 유리안 레네트 로셀리니는 문을 부술 것처럼 급하게 열고 들어온 은은한 우윳빛의 목까지 내려오는 생머리에 검푸른 색의 눈, 건장한 체격을 가진 은 호인족인(첸 메다키) 슬픔의 인도자 아마란스 카우론 베르겐티아의 외침에 막 한 점 썰어 먹으려고 들고 있던 몰튜 멜란자를 놓쳐버렸고, 몰튜 멜란자는 제법 빠른 속도로 헤엄치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드디어 올 게 왔네.”


기대하고 있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녹 호인족(세 카로)의 레네트는 떨어진 몰튜 멜란자 따윈 신경 쓸 것도 못되는 듯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 바람에 생겨난 물방울은 수압의 영향을 받아 톡톡 터지며 사라져 갔다. 레네트가 방으로 들어가고, 그 뒤를 따라 은 호인족(첸 메다키)인 카우론이 우윳빛의 머리로 물살을 일으키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레이지스님께 보고부터 하자.”


그렇게 말하는 레네트는 이미 레이지스에게 보고를 하기 위한 통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


“후아. 졸리네.”


짙은 갈색의 짧은 머리엔 밀짚모자를 쓰고, 검은색 선글라스, 시원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진 얇은 반팔 셔츠와 반바지로 완전무장을 한 야(野) 매인족(미르 케호투)그레베가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프레이카 연합왕국의 휴양도시 풀셈의 해변에서 해먹에 몸을 실어 여유로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자고 아직도 피곤하단 말이 나오냐?”


그런 그레베에게, 같은 야 매인족(미르 케호투)의 마리에네는 핀잔과 함께 손에 들고 있던 두 음료수잔 중 하나를 내밀었다.


“아, 마리에네. 음료수 하나 사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냐?”


그레베는 마리에네가 내민 과일음료를 한손으로 받다가 그 잔 아래에 함께 딸려온 종이에 한껏 늘어졌던 얼굴 근육이 굳어졌다.


“…임무?”

“응.”


허리까지 내려오는 올림머리의 은발에 잘 어울리는 노란색 선글라스를 쓴 마리에네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면서 그레베의 질문에 대답했다. 임무란 곧 휴가 끝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일까. 두 남녀의 얼굴엔 침울함이 보였다.


“후…. 갈까?”


그레베는 밀짚모자를 한번 벗었다 다시 쓰며 해먹에서 일어났다.


==========


<용어 설명>


멕틴 :

마법, 마나, 기. 등을 지칭하는 말.


코롤 :

무(無)의 결정.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광석이다.


야(野) 매인족(미르 케호투) :

도깨비 족의 일족이다.


==========


잡설 1.

후아... 목에서 우두두둑! 하는 소리가 상큼하게 들려오는 군요.


==========


제 머리 아프게 굴려서 만든 설정들입니다.


제 자식을 당신의 자식이라 하는 분이 없었으면 합니다.




갱신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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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 캄파넬라
    작성일
    08.05.06 07:32
    No. 1

    용어 설명이 앞에 나와도 괜찮을거 같아요.

    읽으면서 '저게 뭐지? 새로운 용어 인가 원래 있던건데 내가 모르는건가?' 하고 보다가 ... 밑에 용어 해설을 보면 조금 불편하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05.06 14:43
    No. 2

    ...그런가요. ㅡ_-)a

    고려해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재용在容
    작성일
    08.05.12 01:50
    No. 3

    설정이 되게 참신한거 같아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Delco
    작성일
    08.05.12 05:53
    No. 4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중력우울
    작성일
    09.07.07 20:57
    No. 5

    음... 해저 분위기가 잘 안나는 이유는... 묘사의 부재 때문인 것 같네요. 초장부터 해저 풍경, 해저도시의 모습, 해저인의 생김새 등을 묘사해 주셨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요.
    지금은 제 멋대로 크툴루와 그들의 도시를 떠올리면서 보고 있긴 한데... 뭐 그런 배경지식이 없다면 판타지 기갑물로 치환해서 지상세계가 떠오를 것 같네요.
    근데 이녀석들 양서류인가요? 지상에 대해서 잘도 아는 듯;;;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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