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하나 있습니다.
아비란 작자가 돈 안 되는 짓거리를 하고 산다고, 그 덕분에 또래 아이들보다 좀 그렇게 살았지요.
그 흔하디흔한 노스페이스 패딩도 얻어 입지 못했고(결국 제 이모가 사 준 덕에 입고 다니긴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었던 미대도 부모가 서포터 해줄 능력이 되지 못하니 진작 포기했던 딸이었습니다.
고 3때 경찰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경찰대에 재도전 하겠다는 생각으로 1년 재수를 하게 했지만, 이듬해에도 결국 경찰대학교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경찰대의 여학생 선발이 겨우 12입니다. 그러니 떨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한 국립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취업이 가장 쉽다는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덕분에 학교가 재미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적성에 맞지 않았던 때문인지, 1년 반을 다니다가 반수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국가장학금 제도가 워낙 잘 되어 있는 덕분에, 반수를 결정하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결론은 한 국립대 간호학과 정시 전형에서 합격했고 며칠 전 OT를 갔던 날, 저 문자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앞에 3학기 국장 받았던 것을 게워내지 않아도 된 상황입니다.
냉정하게 계산하자면, 720여 만원을 벌었다고나 할까.......
(3학기 등록금을 합하면, 간호학과의 경우 720이 조금 넘습니다.)
제 애비보다 훨씬 더 생활력이 강한 딸이란 생각이 드는 시간입니다.
딸 덕분에 오늘 팔불출 노릇을 하게 되었네요.
오늘도 평화가 함께 하는, 그런 날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001. Lv.17 전역함
22.04.06 13:20
경찰대 이제 남녀 인원수 상관없어지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축하드립니다.
002. Lv.60 나정치
22.04.13 22:12
고맙습니다.
경찰대 꿈이야 무산되었지만, 딸아이는 현재 간호대학 학생으로서 생활에도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