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이게 정답이다.
당시 끝까지 저항했던 장태완·정병주·김진기 이들뿐 아니라 초반에 체포되어 감금된 정승화도,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두 복권되어 제자리를 찾았을 뿐 아니라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렸다.
하지만 당시 정병주 소장의 부관(비서실장?)이었다가 전사한 김오랑 소령(후에 중령 추서)과 헌병대 소속으로 육본 B2 벙커 초소 근무를 하던 중 반란군에 사살당한 정선엽 병장은…..
김오랑 소령은 후일 중령으로 추서되고 국립묘지에 안장되긴 했지만, 쿠데타와 완벽히 거리가 먼 초소병이었을 뿐인 정선엽 병장의 경우 그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조차 없다.
재차 언급하는 바 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이 두 가지 사실을 두고 착각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1. 영화 '서울의 봄'은, 진짜 '서울의 봄'이라 이야기하는 우리 현대사의 한 시기 전체를 조망하는 게 아닌 극히 일부분만으로 축소하여 생각하게 오판을 유도할 수 있는 영화란 점이다.
제작·연출한 쪽에서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서울의 봄이란 사회적 약속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생각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은 이 영화를 본 사람만이 마치 진보 진영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한다. (영화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어리석음이다.)
2.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살인마이자 반역자인 전두환을 희화화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전두환을 훨씬 더 착한 놈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두환 그러니까 전두광 배역을 맡은 황정민 배우가 그간 맡았던 역할이 솔직히 악역이었던 건 없지 않나?
황정민이란 배우가 영화에서 악역을 맡았던 영화라고 하더라도, 관객이 황정민의 연기를 보고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그가 악역의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이 아니라, 그 배역 속에는 악역이되 덜 나쁜 놈이란 그런 느낌을 숨겨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하다. 겉으로는 전두환을 반역자라 말하면서도, 곳곳에 전두환을 희화화하면서 나쁜 놈이란 이미지를 아주 많이 희석했다.)
3. "영화는 영화로 보면 되고, 아빠가(당신이) 걱정하는 그 부분은 영화를 보는 사람의 몫이지."
집사람과 딸아이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화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니, 이제 오지랖은 그만 부리라는 딸아이와 집사람의 완곡한 권고라고나 할까?
맞는 말이다.
영화를 본 사람 개개인이 느끼고 판단할 일이고, 그 이후의 결과는 그들 스스로가 책임지면 될 일이다.
단지 우리 역사가 또 한 번 뒷걸음치게 된다는 부분이야 있겠지만….
그런데도 나는 꼭 한마디 하고 싶다.
진짜 '서울의 봄'은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그 '서울의 봄'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일부 지식인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민초들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기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하나의 사건이 아닌 그 시기 그 시점이라고…..
따라서 이 영화는 제목을 바꿔야 한다.
아무리 상업성을 목표로 한 영화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 축소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서울의 봄'이 아닌, 12.12 군사쿠데타를 다룬 영화일 뿐이다!
김오랑 중령의 비석 뒤에는 아직 전사가 아닌 순직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다행히 정선엽 병장 묘비는 2022년 사망에서 전사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진짜 영웅은 살아남은 자가 아닌 죽은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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